딥다이브-3  쌍곡함수Ⅲ (1)

......15분 후.

UMP9 언니! 언니, 내 말 들려?! 더 이상의 작전 수행은 불가능해!
제레도 가능하면 외곽으로 후퇴한 뒤에 다른 방도를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어!

UMP45 아니, 내 말대로 해. 우린 기존 계획대로 작전을 진행한다.

HK416 45, 제정신이야?! 철혈 놈들이 우리의 움직임을 훤히 꿰고 있잖아!
우리가 뭘 어떻게 하던, 더 깊숙이 들어갔다가는 개죽음이라고!

UMP45 아니, 틀렸어... 철혈은 너희의 행동은 몰라.
놈들이 파악하고 있는 건 오직 내 움직임 만이야.

HK416 뭐? 무슨 근거로?

UMP45 잘 생각해봐...
디스트로이어는 여태까지 두 번밖에 방송을 안 했는데, 전부 내가 입을 열고 난 후에야 시작했어.
그리고 그 녀석의 말을 분석해보면, 녀석은 너희들의 목소리는 듣지 못해.

UMP9 하지만 디스트로이어는 언니의 말을 전부 다 듣고 있었잖아! 언제든지 언니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데?!

UMP45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맞지만, "언제든지"는 아니야.
만약 그랬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방송을 겨우 두 번 만이 아니라 수시로 내보냈겠지.
게다가, 디스트로이어의 새 몸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 분명해. 그게 완성됐다면, 우리는 진작에 탐지당했을걸.

HK416 그러니 이 틈을 타서 무인기를 회수하시겠다?

UMP45 우리가 이 기회를 놓쳐 버린다면 다음은 없어.
지금 물러서면, 반격의 기회도 영영 없어지겠지.
그리고 그렇게 되면 철혈이 무인기를 회수해갈 테고, 임무는 실패로 돌아갈 거야.

UMP9 그치만, 언니의 판단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거야? 만약 이게 철혈의 함정이라면...

UMP45 내가 언제 실수한 적 있어?

UMP9 언니......알겠어.
416과 G11은 아직 다른 곳에 있으니, 우선 합류부터 할게.

UMP45 아니, 제대를 이용해 엄호해 줄 테니 넌 그대로 무인기를 회수하러 가.
416은 정찰 거점 아인즈(eins)로, G11은 정찰 거점 쯔바이(zwei)로 이동해. 너희는 진입로를 감시하면서, 철혈 보스의 신호가 감지되면 즉시 나에게 보고해줘.

HK416 네 추측이 맞길 빌지. G11, 일어나! 빨리 움직여!

G11 어... 이번엔 나 혼자 가야 해...?

UMP45 걱정하지 마. 내가 너희들을 엄호할 제대를 보내줄 테니까.

UMP9 그럼 45 언니는 어떡하고?
언니 말이 맞는다면, 철혈이 노리는 건 다름 아닌 언니잖아.

UMP45 맞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더 생각해봤자야.
그래도 너무 당혹해하지는 마. 그저 제한 시간이 앞당겨진 것뿐이니까. 재빨리 움직인다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짝! 45가 손뼉을 쳤다.

UMP45 아차차, 깜빡할 뻔했네.
자아 아가씨들, 얼른 무인기를 회수하고 다 함께 집에 돌아가자!



딥다이브-3  쌍곡함수Ⅲ (2)

【삐-】
【보이스 파일 #006】
【암호화가 해제되었습니다. 재생을 시작합니다.】
여기가...... 어디야?
여긴 국가 안전 6국이야.
지난번 작전에서의 네 활약을 눈여겨보고, 우리가 널 차출한 거야.
긴장했어? 하긴, 낯선 곳이니 그럴 만도 하지.
으, 응... 그리폰이랑 비슷한 거 같지만, 엄청 냉랭한 느낌이야...
하핫, 어쨌든 굉장한 게 잔뜩인 곳이야. 아, 잠깐 기다려 줄래? 명령이 내려온 것 같네.
오셨습니까, 지휘관님.
3번, 5번, 18번 포트에 연결해. 신분 보안 등록을 한다.
네. 신분을 동기화시켰습니다.
그밖에, 본부에서 새로운 명령이 내려왔다. 너희 두 인형의 그리폰에서 있었던 모든 기록을 삭제한다.
네...? 그렇게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45,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이건 명령이다. 즉시 실행하도록.
네.
네...
그리고 제2항에 따라, 안전국의 기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라. 설치 프로그램은 18번 포트로 보내놨다.
네. 지금부터 설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폰의 권한을 완전히 삭제한 후, 부족한 지휘 권한은 전부 내 쪽으로 돌리도록.
알겠습니다. 지금 그리폰에 인증서를 신청 중입니다. 약 30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폰 물건은 정말 귀찮군... 끝나면 훈련실로 와서 보고하도록.
여기서는 허가 없이 무단으로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을 금지한다. 모든 정보는 언어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지휘관님.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갔지? 있잖아, 이 기밀 보안 프로그램, 왠지 예감이 좋지 않은데... 이런 거 들어본 적 있어?
기밀 유출 방지를 위해 권한의 봉인, 인형의 메모리 데이터 삭제...
...그리고 비상시 인형의 클라우드 마인드맵을 직접 녹여 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야.
뭐... 뭐라고?
보안을 위해서야... 임무에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어.
참, 지휘 권한은 나만 등록해도 돼. 우리 둘이 권한을 공유해서 사용하도록 하자.
응? 왜 그렇게...?
네 권한을 나한테로 돌리면, 우리끼리는 서로 직접 연결해서 명령을 전송할 수 있으니까 네 권한을 지휘관에게도 줄 필요가 없어져.
뭐? 그러면... 날 지휘하는 사람이 없게 되잖아?
걱정할 것 없어. 우릴 복잡한 임무에 보낼 리도 없고, 이렇게 하면 메모리 할당량도 절약할 수 있어.
나는 상관없지만, 지휘관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괜찮다니까. 작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니까, 내가 잘 설명해둘게.
...응, 알았어. 40이 그렇게 말한다면......

딥다이브-3  쌍곡함수Ⅲ (3)

......
............

G11 45! 여기는 G11! 문제가 생겼어!
현 거점으로부터 400m 떨어진 위치에서 암호화된 대형 철혈의 신호원이 나타났어!
신호원은 작은 공장 안에서 발신되고 있어. 어쩌면, 이게 그...



디스트로이어 와하하하하하핫!
우리 UMP45, 도망칠 준비는 다 됐겠지?
아쉽게도... 그러기엔 이젠 너무 늦었지만!

UMP45 디스트로이어.
G11! 타깃을 계속 마크해! 416, 넌 G11을 지원하러 가!

HK416 라저. 당장 이동할게!



디스트로이어 드디어... 드디어! 내 새로운 모습을 세상에 선보일 때가 왔어!
드리머가 직접 개조해준... 강하고! 아름다운! 전장의 여신이 강림하는 이 순간을! 똑똑히 봐두라고!

G11 저기... 지금이라도 좋으니까 진짜 후퇴하면 안 돼? 저놈이 나한테 달려들면 어떡해...

UMP45 놈들의 목표는 나니까, 네가 있는 곳은 안전할 거야.
이제 좀 진지해져, G11.

G11 ......!

UMP45 눈을 크게 뜨고, 디스트로이어가 너한테서 멀어지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내게 전달해줘.
디스트로이어에게 맞설 마지막 한 걸음이야, G11. 부탁할게.

G11 우으...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콰앙!

디스트로이어 후후후후후...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핫!
UMP45, 아직도 발버둥치는 거야?
소용없다구! 무다 무다! 무다아앗!
이 완벽한 몸과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는, 그 무엇도 소용없어!

G11 45, 방금 그 공장이 무너졌어.
타깃인 디스트로이어의 본체로 추정되는 것도 나타났고.
그런데 주변에 먼지가 자욱해서, 가라앉을 때까지 좀 기다려야 될 것 같아.

UMP45 알았어. 그럼 계속 관측하면서 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외형과 탑재 무장을 알려줘.

G11 어... 머리가 엄청 커 보이는 게...
어, 잠깐만. 어째 굉장히 익숙한 모습인 거 같은데...

UMP45 디스트로이어의 말로 유추해 보건대, 모습이 이전과 비슷하다 해도 이상할 것 없어.

G11 아니 그게 아니라... 인간형이 아닌 뭔가 다른 것처럼 보이는데...?
아, 슬슬 보이는 것 같다.
저 녀석 대체...

디스트로이어 후후후... 내가 일어서는 그 순간부터,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해!
이제......

디스트로이어 너희들! 모두! 죽을 시간이야!

G11 푸웁!

UMP45 ...G11? 왜 그래, 뭘 본 거야?

G11 방금... 푸히히힛...
눈앞에 나타난 건, 한 마리......

UMP45 ...뭐? 한 마리?

디스트로이어 ......어?
뭐야, 왜 이래?
왜 똑바로 설 수가 없는 거지?

디스트로이어는 팔을 움직여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디스트로이어 어... 왜 내 다리가 네 개인......
자, 잠깐만. 이게 뭐야, 이게 내 팔다리야?!

디스트로이어 이,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말도 안 돼애애애애앳!

UMP45 G11, 뭘 그렇게 바보같이 웃기만 하는 거야! 디스트로이어가 뭘로 변했는데?!

G11 디, 디스트로이어가... 대형 디너게이트로 변했어!

UMP45 ......"디너게이트"?
그 개처럼 생긴 잡병 말이야?

G11 응, 구조상으로는. 어... 근데 이건 대형견이라고 해야 하나?

디스트로이어 드으으리이이머어어어어어어!
너, 너 당장 나오지 못해?! 어째서 내가 이런 모습인 거냐고오오오오!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를 내는 거대한 디너게이트가 제자리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디스트로이어 말한 거랑은 전혀 다르잖아!
여신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운 몸이라고 했으면서, 이게 뭐야! 초 광범위 미사일은 또 어디로 갔고!
어째서... 어째서 내가 이런 같잖은 모습으로 바뀐 거냔 말야아아아!!

드리머 어머머, 미안~.
아무래도 착각해서 버튼을 잘못 누른 것 같지 뭐니~.

디스트로이어 어떻게 잘못 누를 수가 있어! 그 두 버튼을 착각하는 게 말이나 되는 거야?!

드리머 알파벳 순서로 따지면, 가이아(Gaia)형과 가름(Garm)형의 개조 항목이 나란히 붙어 있잖니.
아차 하면 실수로 잘못 눌러 버릴 수도 있거든. 뭐,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만. 정말 미안해~.
그래도 너무 그렇게 화내지는 마렴. 특히 이런 곳에서 말야.

디스트로이어 내가 지금 화 안 내게 생겼어어어어!
이 꼬라지로 어떻게 놈들 앞에 나서라는 거야! 이 꼴로는 대체 어떻게 움직이고 싸우는 건데! 나 보고 어쩌라고!

디너게이트가 된 디스트로이어는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드리머 그렇게 성낼 것까진 없잖니? 가름형의 "케르베로스"도 우리의 최신 프로젝트야. 최신식이니 당연히 성능도 굉장하고.
화력, 장갑, 그리고 기동성까지, 모든 면에서 네 이전 몸보다 훨씬 뛰어나단다.
단지... 외모가 좀 그렇긴 하네. 푸흡―.

디스트로이어 너, 너너너 방금 비웃었지!! 분명히 비웃었어! 역시 일부러 그런 거야!

드리머 그럴 리가 있니. 나도 그렇게까지 나쁜 애는 아니라구~. 그리고 그 모습도 얼마나 귀여운데.
그나저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UMP45와 그 패거리가 도망치기 시작할 거야. 당장 쫓지 않는다면, 무인기를 뺏기게 될 거란다...

디스트로이어 뭐...?
쫓아가라고? 이 꼴로?

드리머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 기동성만큼은 내가 보증할게.
그리고 투정은 지금 말고 나중에 해. 만약 임무에 실패했다간, 에이전트가 널 어떻게 할지는 잘 알고 있을 텐데.

디스트로이어 쳇, 그건 나도 알아...

......케르베로스형의 디스트로이어가 제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디스트로이어 UMP45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까, 지금의 속도라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어... 근데 이거 어느 발부터 내딛어야 되는 거지...

드리머 멍멍이는 양다리를 동시에 내딛으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더라.

디스트로이어 시끄러워! 나도 알아!
이,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디스트로이어가 새로운 몸인 케르베로스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케르베로스형의 디스트로이어가 빠르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디스트로이어 어? 이거 생각보다 훨씬 빠르네. 이거라면 순식간에 쫓아갈 수 있겠어!
근데 드리머, 왜 무인기보다 UMP45한테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드리머 직감... 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겠어?

디스트로이어 직감? 네가? 인형이 무슨 직감?

드리머 적어도 나는... 그 무인기보다 UMP45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게다가 저들의 두뇌인 UMP45를 처리하는 편이, 시간을 낭비해 가며 무인기를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울 테지. 그러니 그쪽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어?
그리고, 우린 이미 녀석의 정보를 다 꿰뚫어 보고 있잖아. 과연 45가 정말로 사실대로 말하고 있을까?

디스트로이어 하긴, 그렇겠네... UMP45, 그 자식은 정말로 교활하니까.
도대체 어떻게 걔한테 【우산】을 심은 거야?

드리머 1년 전이었지? 우리가 【우산】과 새로운 동료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었던 때가...
【우산】을 통신 재머에 숨겨둔 다음, 그리폰의 인형이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설마, 404 소대가 나타날 줄이야.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니까.

디스트로이어 그러니까, 그게 단순한 우연이었단 말이야?
근데 바이러스를 침투시킨 지 벌써 1년이나 지났는데, 왜 활성화를 안 시켜? 너무 조심하는 거 아니야?

드리머 그건 우리 귀여운 엘더 브레인께서 결정하실 일이란다. 나는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관람객 중 하나일 뿐이야.
이제 【우산】의 덮어쓰기가 완료되었으니, 명령만 떨어지면 UMP45를 컨트롤하는 건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보다 쉽겠지.

디스트로이어 그러니까... 이제 내가 죽을 힘을 다해서 UMP45에게 접근하면...
원격 조작을 통해 45의 마인드맵에 강제로 연결시킬 거라는 얘기잖아?

드리머 뭐, 거의 비슷해. 그 정도의 거리라면, 신호는 충분히 강하니까.

디스트로이어 쳇... 궃은 일은 왜 맨날 나만...
엘더 브레인이 했던 것처럼, 너는 편하게 거기 앉아서 UMP45의 마인드맵을 덮어씌우겠다는 거 아냐...

드리머 후후훗, 이제 곧 엘더 브레인께서 명령을 내려 주실 거야. 우린 그동안 느긋하게, 전 지역에 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면 돼.
그 다음에는, 404 소대의 추태를 마음껏 감상하는 거고.

디스트로이어 ......악독해. 드리머, 넌 정말 악독한 년이야.
우로보로스, 알케미스트, 그리고 에이전트마저도, 너만큼 무섭고 독하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설마 이렇게 중요한 일을 나 하나에게 전부 맡기려는 건 아니겠지?

드리머 어머, 가끔씩은 머리가 돌아가는구나 디스트로이어.
확실히 케르베로스의 더미는 하나가 아니지만... UMP45를 처리할 수 있는 건 오직 너뿐이란다.
그러니 내 꿈을 위해, 어서 열심히 뛰어다녀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