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전역-3N  호문쿨루스Ⅲ (1)

......15분 후.

FN57 안녕, 지휘관. 나는 FN 소대의 부관을 맡고 있는 전술 인형, Five-seveN이야!
조금 전 FAL이 말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미끼 역할을 맡게 됐어.
뭐, 괜찮아. 어차피 예상했던 범위니까...... 그 녀석은 매번 그런 식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지휘관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여?
지휘관은 나랑 FAL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구! 합리적인 작전 방안으로, 절대로 모두를 헛고생시키지 않을 테니까.
저런 의욕 없고, 세속적인 여자보다는, 내가 더 따뜻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하, 정말로 날 좋아하는 거야? 다행이네, 나도 지휘관을 좋아하니까!

FAL 57, 아직도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FN57 아...... 지금 가고 있는 중이야.

FN57 그러니까 지휘관, 이번 호송 작전 잘 부탁해. 내가 가야 할 곳은 지도상에 표기된 여기 이 공터 쪽......
나를 잘 지켜달라구. 목표 지점에 도착한 이후에도 너무 멀리 나가지 말구! 그러면 나중에 꼭 보답해줄 테니까 말야~
좋았어. 오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서둘러 움직이자.

제6전역-3N  호문쿨루스Ⅲ (2)

.........작전이 끝나고 세 시간 후.

FN57 FAL......
그 망할 여자...... 날 이런 곳에다 내버려 놓다니......
꿉꿉하고, 추운 데다가 바람까지 불어서 온몸이 전부 모래로 뒤덮였잖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짜증 나 죽겠어! 이게 다 그딴 촌스럽고 제멋대로인 그 여자 때문이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냔 말이야!
내일...... 내일이 오면, 그 자식의 자리를 뺏어버릴 거야! 그 자식에게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줄 테야!
진정하자, 57. 진정하는 거야......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으면, 화내지 말고 FAL에게 말하자......
참아야 해, 57. FNC와 49에게 계속해서 좋은 인상을 줘야 하잖아......
그래...... 그리고 지휘관을 내 편으로 두려면, 좋은 인상을 줘야지......

......

FN57 어? 지휘관? 아직 안 간 거야?

FN57 아...... 맞아. 내가 멀리 가지 말라고 했었지......
아무것도 아냐. 그냥 조금 추워서 살짝 불평 좀 한 것뿐인걸!......
아...... 지휘관이 그렇게 말해준다면야, 조심하도록 할게. 여기에 좀 오래 있었던 것 같아.
신경 써줘서 고마워, 지휘관! 나는 일단 FAL에게 연락해서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봐야겠네.

............57이 구석진 곳으로 가서 FAL에게 연결을 시도했다.

FN57 ......FAL.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알케미스트는 오지 않을 것 같다구.

FAL 드디어 인내심이 바닥난 거야?

FN57 그냥 단순히 의견을 제시하는 것 뿐이야. 난 얼마나 오래 있든 문제 없어......

FAL 시끄러워. 네 지금 모습이 FNC와 47과 뭐가 다르지?

FN57 뭣...

FAL 네 지금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텐데. 57.

FN57 난 내 속마음을 숨기려 한 적 없어, FAL.
네가 계속해서 소대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걸, 예의 바르게 지적했을 뿐이야.

FAL 그럴지도 모르지, 57. 우리가 창설된 지 얼마 안 되는 신규 소대라는 건 너도 알 거야. 그리고 내가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도 말이지......
이번에도 그런 건지도......

FN57 어라? 웬일이래? 네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건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럼 네가 이 믿음직스러운 부관을 이 허허벌판 속에서 3시간 동안이나 내버려 뒀다는 걸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거야?

FAL 그래. 그리고 FNC들과, 지금부터 일어날 일들을 포함해서 말이야......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57. 나는 다른 인형들이 못 하는 일들을 테스트하는 걸 좋아하니까 말이지.

FN57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게 우리가 이딴 요상한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너에게 정말로 화가 난 건, 부하를 버리는 패로 쓰는 이런 작전이야. 이러면 헬리안한테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거라구.

FAL ......이건 너희들을 버리려고 하는 게 아니야, 57.
알케미스트의 성격과 이전의 보고로 추정해보자면, 알케미스트의 목표는 평범한 인형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지.
그래서 나는 알케미스트의 목표가 처음부터 나일 거란 생각을 했어.

FN57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소릴 하다니, 넌 정말로 심각한 나르시스트구나. FAL.

FN57 하지만...... 그렇다면 네 계획은......

FAL 그래, 57. 내가 바로 마지막 미끼야.

FN57 ............
네가 빌고자 하는 잘못이라는 게, 바로 이거였어?

FAL 나중에 벌어질 불확정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예방 주사를 맞은 것뿐이야.

FN57 ............
웃기지 마, 이건 너무 위험하잖아! 네가 잡히기라도 한다면, 우리 소대는 어떡할 건데?

FAL 아니. 이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야. 잡혀있는 인형을 구출할 거라면, 이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어.
57, 우리의 소대는 너에게 맡기겠어......

FN57 뭐...라고? 나한테?

삐빅.

FAL 57. FN 소대의 소대장 권한은 지금 너에게로 넘어갔어.
이게 지금까지 네가 계속 원하던 거였잖아?

FN57 죽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나한테 책임까지 떠넘기시겠다?

FAL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단지 내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면, 계속해서 FN 소대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건 너밖에 없기 때문이야.
넌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참는 데에 능숙하니까...
FNC와 FN49 역시 각자 다른 장점이 있으니까, 잘 써먹어 보도록 해.

FN57 ......이건 너무 빠르잖아. FAL. 난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단 말이야.

FAL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법이야, 57. 지금이라도 시간은 충분하니까......

............이 때, FAL의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전해 들려왔다.

FAL ......네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봐. 그럼 안녕...

알케미스트 그리폰의 경비 시스템도 별거 아니잖아.
이곳에 인형이 한 명도 없었더라면, 난 이게 함정인 줄 알았을 텐데 말이야.

FAL 그렇다면 넌 여기에 왜 들어온 걸까.

알케미스트 너희들이 발버둥 치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어서 말이지. 뭐...... 결국 환영식도 준비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FAL.

FAL 실망시켜서 미안하네, 알케미스트.
우리 애들은 전부 파견 보내 버려서 말이야, 반대로 너한테 허점을 찔려버렸네.

알케미스트 후후, FAL, 역시나 우린 같은 종류의 인형이야. 계속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보도록 하지.
반항하지는 않겠지? 1대 1이라면 그리폰의 무기로는 나에게 대항할 수 없어.

FAL 그렇다면 지금 너는 여기서 뭘 할 거지, 알케미스트? 네 무기는 장전하지 않을 거야?

............알케미스트는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들어와, 자신의 무기를 풀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알케미스트 사실 난 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FAL.
총은 너무 빨라서, 네 살결의 보드라움을 느낄 수 없게 하니까 말이야.
난 모든 게 느려졌으면 좋겠어. 언제까지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말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알케미스트가 탁자 주변에 있던 의자를 하나 가져와, 그 위에 걸터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알케미스트 앉아봐, FAL. 먼저 얘기를 하자.
만약 네가 내 흥미를 끌 수만 한다면, 내가 살려줄지도 모르잖아?

FAL 다른 사냥감들도, 전부 이런 식으로 대한 거야?

알케미스트 네 소대원들이 그녀들을 구해왔을 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겠어?

FAL ......

알케미스트 FAL, 난 네 계획이 뭔지 알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아.
그 아이들은 내가 배치해놓은 더미와 부대를 돌파하는데에도, 상당한 노력과 운이 따라줘야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신경 쓰지 말길 바래. 우리도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도록 하자고.

알케미스트 FAL, 그럼 이제 대화를 시작해보도록 할까.
......너, 신발은 좋아하니?

FAL 딱 맞는 사람한테 물어봤네, 알케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