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전역-1N  일방적인 회상 Ⅰ (1)

............

?? ......네게브, 물어볼 게 있어.
만약 오늘이 네 최후의 날이라면, 네가 오늘 죽게 된다고 하면, 넌 어쩔 거야?

네게브 나는......
뭘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
어쩌면 휴가를 내서 숙소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감상하고 꽃에 물을 주겠지.

?? 꽃을 기르다니...... 너도 꽃을 참 좋아하나 보네......

네게브 별로... 그냥 취미일 뿐이니까.

?? 여유롭기도 해라... 뭔가 여한을 풀고 싶다던가 그런 건 없어?

네게브 여한을 푼다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투자해서? 어째서?

?? 여한이 없는 거야?

네게브 "최후의 날이 되자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외칠 때의 그 【사랑】은 분명 거짓이다."
라고 그 녀석은 말했었지......

?? 하지만 넌 지지리도 거짓말을 못 하잖아, 나는 알고 있어.

네게브 제리코... 난 그저 나인 채로 있고 싶어....... 마지막 순간에는 더더욱 말이지.

......제리코는 그늘 속에서 힘겨운 웃음소리를 내었다.

제리코 그래서 너를 내 부관으로 택한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너를......

네게브 내가 정말 너한테 도움이 됐는지...... 나는 잘 모르겠어.

제리코 굳이 말해줘야 해? 네가 온 뒤로 계속 우리 발목만 잡았잖아.

네게브 맞아... 네가 나보고 통제 불능의 쓰레기라고도 했었지.

제리코 후......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좀 가벼운 이야기로.

네게브 【테스트】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야?
제리코, 정말 이럴 필요가 있어? 벌써 두 시간이 넘었잖아, 구조가 오지 않는다면 우린──

제리코 구조가 안 오니까. 이야기 좀 하자는 거야.

...네게브는 심호흡을 했다.

네게브 ......
설마..... 이게 【테스트】의 마지막 단계라는 거야?

제리코 별다른 수가 없잖아? 나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데, 너는 말할 필요도 없지.
그렇지, 너 요새 그리폰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어?

네게브 하아...... 너 방금 홀가분한 얘기만 한다고 했잖아......

제리코 난 다 알고 있어, 너 나한테 뭔가 숨기는 거잖아?

......네게브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네게브 그래, 역시 너는 못 속이네, 원래대로면 좀 더 제대로 된 장소에서 이야기하려 했는데.
저번 주에, 내 소대가 지휘관을 도와서 큰 성과를 냈어.

제리코 잠깐만, 네 소대라니, 넌 내 부관이잖아?

네게브 임시로 편성된 거야. 저번에 네가 쉬는 동안 S05 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어.

제리코 S05 구역? 그쪽은 꽤 살벌한 곳일 텐데.

네게브 내가 느낀 S05 구역은, 네가 우릴 끌고 다녔던 그 지옥 같은 곳들과 별다를 게 없더라.
게다가, 거기서 네가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적과도 마주쳤었어.

제리코 엘더 브레인이라도 만난 거야?

네게브 그 녀석의 엘리트 인형 중 하나.

제리코 그런데 살아남았다는 거야?
이 하룻강아지가, 나보고 그 엘리트 인형을 쓰러뜨리고 살아 돌아온 걸 믿으라고 하는 거야?
그럼 말해 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들어나 보자고.

네게브 그러면 그렇지, 제리코 씨의 "훈계 시간"이 또 시작됐나 보네.

제리코 아직까지 네 대장은 나야.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네게브 그래, 넌 정말 무시무시한 것 같아, 그런 상태가 되어서까지...

제리코 설령 내가 머리통만 남았다 해도, 넌 내 말에 따라야 해, 내가 이야기했지───

네게브 그래, 알고 있어. 네가 "네게브, 너를 포함한 팀원들 전부 내 소유물이다"라고 말하는 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

제리코 그리고, 잘 안 들리니까 조금만 가까이 와서 말하도록 해.

......네게브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다가갔다.

네게브 그럼 이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제리코 임무를 받고 우쭐대는 부분은 넘기도록 하고, 네가 수송선에서 내린 부분부터.

네게브 쳇...... 아깝네......
임무를 받고 나서 팀원들을 데리고 수송선에서 내렸어...... 그리고......
잠깐 생각 좀......

제리코 분명 또 뭔가 추태를 보여줬겠지.

네게브 아니거든! 그러니까...... 그때 난──

갈릴 네게브?

네게브 그래, 맞아. 갈릴이 나를 불렀어......

............

갈릴 ......네게브, 이봐 네게브!

네게브 ......어?

갈릴 "어"는 무슨 "어"야, 뭘 멍 때리고 있어?

......

네게브 그때, 나는 좀 멍하니 있었어.

제리코 그럼 그렇지.

네게브 나는 자주 생각에 잠기니까, 제리코도 잘 알잖아?

제리코 뭐라는거야, 그래서? 갈릴이 뭐라고 했어?

네게브 언제나처럼 잔소리를 늘어놓고, 사사건건 참견하고, 그냥 다 맞는 말만 했어.

......

갈릴 네게브, 또 정신을 어디다 팔고 다니는 거야, 진지하게 임할 순 없어?

네게브 후우... 잠깐 뭣 좀 생각하고 있었어.

갈릴 하아? 너도 "생각"이라는 걸 할 때가 있구나?
너 저번에 뭐라 했더라? 그러니까, "생각──"

네게브 "생각 따윈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야, 천재라면 직감만으로도 충분해."
하지만 이번 임무는 중요하니까, 조금은 신중해질 필요가 있어.

갈릴 신중하게? 아하하하, 네게브, 내 표정을 좀 보라고.
그럼 어디 그 "신중하게"의 정의가 뭔지 설명해보겠어?

네게브 조심스럽게 움직이겠다는 거야.
일단 우선, 너한테 정찰 임무를 맡기겠어.

갈릴 우선 내가 지도를 다 그린 뒤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해준다면야, 가도록 하지.

네게브 흐응, 그정도 일이 나한테 있어서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갈릴 너한테는 어렵지 않겠지만, 우리의 배후는 그렇지 않으니까. 지휘관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고.

네게브 모든 건 운명이 정해져 있어, 나는 그저 집행자일 뿐이지.

갈릴 그래그래, 딱 네게브스러운 발언이네...... 그래, 넌 그래야지.
나는 준비하러 가볼 테니, 지휘관에게 연락 좀 해줘.

......

제리코 너한테 그런 거만한 면이 있는지는 몰랐는걸.

네게브 자신감과 거만함은 다른 거야.
너 같은 괴물 밑에서 지내다 보면, 어떤 인형이든 엘리트가 될 거라고.

제리코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네게브 그리고 바로 그게 나라는 거지.
내가 말했지, 약속을 위해서 끝까지 버텨 보이겠다고.

......

네게브 좋은 밤이야 지휘관, 잘 잤어? 컨디션 잘 조절해뒀길 바라.
이번 임무 내용은 다 읽어봤겠지?
...잠깐, 지금 하품한 거야? 컨디션 조절하라고 했지?......변명은 됐어, 가서 세수 좀 하고 와서 작전을 시작하자.

......

네게브 좀 나아졌어, 지휘관? 이제 시작할까?
이번엔 꽤 위험한 임무야, 철혈 구역에 깊숙이 침투해서 어느 물자를 회수해야 해, 도중에 철혈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이곳을 지키는 철혈 보스의 정보는 아직 모르지만, 걱정 말고 내 의견에 따르면 돼.
그리폰의 엘리트로서 당신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내가 있는 거니까, 날 믿어.
그럼, 어서 출발하자!

제7전역-1N  일방적인 회상 Ⅰ (2)

......작전 종료.

갈릴 안전해?

네게브 안전해.

갈릴 네게브? 네가 말하는 "안전"은 내가 말하는 안전이랑 같은 개념이겠지?

네게브 갈릴, 네가 우리 소대에 막 배치됐을 때에는 이런 겁쟁이가 아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말이지.

갈릴 물론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잖아, 참으로 용감무쌍하신 네게브 전하.

네게브 천만의 말씀, 그럼 이제 출발해도 되겠지?

갈릴 오케 오케─── 건너편에 있는 저 초소로 가면 되는 거지?
타보르는 어디로 배치했어?

네게브 만나게 될 거야.

갈릴 뭐, 꿍꿍이를 감추는 건 네가 좋아하는 짓이니까.
그럼 출발할게, 건투를 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