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전역-4N  일방적인 회상 Ⅳ (1)

......

제리코 그런 이름 들어본 적 없어, 네게브.
정말 철혈에 그런 엘리트 인형이 있는 거야? 네가 적당히 지어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네게브 너도 너무 오랫동안 쉬고 있었어, 제리코.
철혈은 계속해서 신형 엘리트 인형을 개발하고 있었어... 지금까지도 말이지.
그리고 그 녀석은......
그 녀석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했던 녀석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인형이었어......

......

드리머 어머나? 숨바꼭질을 하고 싶은 거니?
아니면 날 보기 싫은 거야?
내가...... 그렇게나 무서운 거니?

네게브 지휘관, 적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거야. 여기선 정면으로 적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 뒤 내 소대원들이 후방에서 타깃을 회수하는 쪽으로 하자, 그럼 준비…

제리코 너는 준비 된 거야?

네게브 ......어?

제리코 이건 네가 대장으로서 맡은 첫 임무잖아?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야?

네게브 나는 할 수 있어.
그리고 언젠가는......

네게브 제리코, 지켜봐 줘.
반드시 살아남아, 네게 이 승리를 이야기해줄 거야......
우리 혈통에 영광으로 남게 될 이 밤에, 내게 행운을 빌어줘.

제7전역-4N  일방적인 회상 Ⅳ (2)

......
작전 종료......
......?

드리머 ......종료라고?
정말...... 끝인 거야?
웃기지 말라고!!

......드리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몸부림치며 네게브를 향해 기어갔다.

드리머 나와! 당장 나오라고! 네게브! 그리폰의 잡종들아──!!

네게브 ......
넌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고작 더미일 뿐이니까.

드리머 너...... 무슨 소리를......?
더미가...... 뭐가 어째? 원격 조종만 하면......

네게브 네 작전 능력은 정말 굉장해, 하지만 마인드맵의 연산 능력은 본체에 비해선 아무것도 아니었지.
드리머의 다중 연산 처리 능력으로 여기를 지키려고 했다면......
아마 우리는 공장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전멸당했을 거야.

......삑.

갈릴 이봐, 이제 돌아가도 되는 거지? 이쪽에 적이 엄청 많다고!

우지 이제 무리야, 못 해먹겠어. 집에 가고 싶어. 네게브, 얼른 돌아가게 해줘!

TAR-21 네게브, 이쪽도 끝났어요. 타깃의 회수를 완료했습니다. 이만 복귀해도 되겠죠?



......네게브는 드리머의 더미를 내려다보았다.

네게브 임무 완료. 이만 철수하자.

......네게브는 통신을 끊고 뒤돌아서 떠날 채비를 했다.

드리머 네게브......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똑바로 말하라고!

네게브 드리머가 널 원격 조종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천만에.
넌 그저 쓰레기일 뿐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너는 혼자서 움직이고 있었지.

드리머 ............!!!
웃기지 마...... 네게브,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발을 들이는 녀석이 없었는지 말야!
그리폰은 이곳에 올 엄두도 못 냈다고!

네게브 그건 옛날 부관이 이곳에 드리머가 주둔하고 있다는 걸 듣고 나서지 못했던 것뿐이었어.
그렇기에 그리폰은 나에게 이곳의 처리를 맡겼지. 그야 나는 작전에서 대책 없이 내달리는 인형이었으니까.
결과는 어땠는지 알아?
내가 본 건, 그저 버려진 쓰레기 더미 인형뿐이었어.

드리머 ......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동정이라도 하려는 거니, 네게브?

네게브 다시 설명해줄까, 네 작전 능력은 정말 대단했어, 하지만, 마인드맵의 ──"그 안타까운 연산 능력"──은 본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어.
내가 어째서 이곳에 왔는지 너는 모르겠지.
예전에 이곳에 실수로 두고 간 물건이 있어서 회수하기 위해 온 것뿐이야.

드리머의 더미 ......

네게브 한 가지 더, 그리폰이 이곳에 오려 하지 않은 이유는......
......애초에 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지. 여기는 굳이, 지금 당장 확보할 필요가 없는 곳이니까.
드리머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는, 너를 이곳에 방치해 둔 거겠──

드리머의 더미 시끄러워───!!!
이 잡종, 괴짜년! 너 따위가 감히 드리머를 평가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분의 말씀을, 사상을 지껄이는 거야!
저급한 그리폰의 인형 따위가!
인간에게 복종하며, 발밑에서 구르는 장난감 주제에!

......타탕!

드리머의 더미 끄아아악──!!

네게브 마음대로 지껄여 봐, 내가 이상한 녀석인 건 사실이니까.
너 따위 대체품엔 별 관심 없어.
하지만, 한번만 더 이 옷에 손을 대려 했다가는 네 머리통이 날아갈 테니 명심하도록 해.

드리머의 더미 ......
네년들이 이곳에 와서...... 무슨 짓을 했는지...... 드리머에게 알리겠어!......

네게브 신경도 안 쓸걸, 넌 그저 드리머의 장난감일 뿐이니까. 네게 단순한 마인드맵을 준 것도 그래서겠지.
너를 이곳에 던져두고는, 자신을 숭배하고 흉내 내는 것을 지켜봤겠지. 네게는 그것이 전부였겠지만 말이지...
난 생기가 없는 것들은 죽이지 못하니까, 넌 그저 혼자서 죽을 때를 기다리도록 해.

드리머의 더미 ......
네년들도...... 그저 인간을 흉내 내는 것이 전부잖아!!

......네게브가 문을 나서며 조롱하는 웃음을 남겼다.

네게브 최소한...... 난 내가 누군지 알고 있어.
그럼 너는? 넌 대체 뭔데?

...... 네게브는 문을 닫고 떠났다.

......

제리코 이걸로 끝이야?

네게브 무슨 문제 있어?

제리코 아까 물어봤던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았잖아.
대체 뭘 회수하려 했던 거야?

네게브 ............

제리코 대답해, 네게브. 설마 그런 걸 잊어버렸을 리 없잖아?

네게브 ......상자.
......상자를 회수하러 갔던 거야.

제리코 상자라니?

네게브 우린...... 드리머를 쓰러뜨리고, 그다음이 작전의 마지막 단계야.
나는 거점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우지는 타보르를 부축하고 있었고......
그리고, 갈릴은 사람 키만한 상자를 짊어지고 연기 속에서 걸어 나왔어.

제리코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 있는 거지?
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그리폰이 그런 곳에 널 보내면서까지 회수하려 했던 거야?

네게브 ......떠올려볼게.
떠올릴 수 있어, 분명......
우선, 모두에게......
"다들 살아남았네, 아주 완벽한 성적이야."라고 말했어.

............

네게브 다들 살아남았네, 아주 완벽한 성적이야. 축하해 모두.

TAR-21 아차 했으면 실패했을 거예요. 이번에는 빚진 거예요, 네게브.

네게브 뭐, 난 만족스러운걸.

갈릴 네게브, 웬일로 네가 조용하네.
예전 같으면, 이쯤에서 미친 듯이 웃었을 텐데?

네게브 이번엔 아무도 죽이지 못했잖아, 그래서 별로 그럴 기분은 아니야.

갈릴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너 진짜 네게브야?
네가 그런 소리를 할 줄이야...

우지 확실히, 저 표정을 봐봐.
저번 주에 타보르가 식당에서 잠깐 자리를 비운 동안 자기 물컵이 치워진 것을 봤을 때랑 똑같아.

TAR-21 너무해요. 그 물은 5분의 1밖에 안 남았었다구요.

갈릴 네게브...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을 해서 임무를 수행해낸 목적이 대체 뭔데?

TAR-21 작전을 신청할 때부터 이상했어요... 겨우 상자 하나 회수하자고 드리머가 주둔하는 철혈의 무인 구역에 침투하다니.
지휘관님이 아니었다면 그 신청은 통과되지도 않았을 거라고요.
이 상자 안에 금괴가 한가득 들어 있는 게 아니라면 수지타산에 맞지 않아요.
뭐... 무게로 보아하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지만요…

우지 이봐, 날이 밝고 있다고. 서둘러 돌아가야 해.
잊었나 본데, 이번 임무는 그리폰의 정식 허가를 받은 게 아니란 말야.

네게브 지휘관이 있는데, 뭘 걱정하는 거야.

우지 걱정할 리가 있나, 그냥 얼른 돌아가서, 다른 소대에 배치받고 싶은 것뿐이야......

TAR-21 우지 씨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답니다.
어제 오후, 그리폰에서 저희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우지 씨는 우리 소대에 계속 남기로 결정됐어요.

우지 무무무무무슨 소리야 그게───!?
야, 잠깐만 얘기했던 거랑 다르잖아!! 내가 이런 소대에 돌아오고 싶은 줄 알아!? 따지러 가야겠───

TAR-21 따지러 가시기 전에, 우리의 가족 같은 소대원인 우지 씨의 복귀를 환영하며 껴안아 드릴게요, 프리허그입니다!

우지 잠깐만, 타보르 잠깐 기다───!!

......우지는 타보르의 품속에서 바둥거렸다.
......

갈릴 그래서, 네게브.

네게브 뭔데?

갈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게 대체 뭔데? 계속 비밀로 하고 있을 셈이야?

네게브 너 말야......
마지막까지 괜한 걱정을 해야겠어?

갈릴 그래도 결국 내 말이 맞잖아?

......갈릴은 네게브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네게브 후우......
그래, 네 말이 맞아.

갈릴 그래서?
네게브, 이 상자 안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네게브 이 안에 들어 있는 건 말이지......

............
......

제리코 네게브.
그 상자 안에, 대체 뭐가 들어 있던 건데?

네게브 ......
그 상자 안에는......
안에는......

제리코 ......모르는 거야?

네게브 그게......
까먹었나 봐.....
그래 맞아! 안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나질 않아…

제리코 너 말야...... 정말 기억나지 않는 거야? 아까는 네가 떠올릴 수 있다고 했잖아?

네게브 그......
하지만 나는......

.........네게브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네게브 제리코......
미안해, 전부 거짓말이었어......

제리코 거짓말이라니, 무슨 소리야?

네게브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이었어......
난 어떤 임무도 받은 적 없어, 대장이 된 적도 없었어......

............

네게브 갈릴도......

네게브 타보르도......

네게브 우지 조차도 전부 거짓말이야......



네게브 다들 다른 소대로 갔고, 나는 걔들과 만나지 못했어. 지휘관님과 만난 적도 없어......
네가 없는 동안, 난 그리폰에서 마인드맵의 정비를 받고 있었어. 언젠가는......

제리코 언젠가는, 너도 뭔가 이룰 수 있기를 바란 거 맞지?
안타깝지만 넌 평생 이루지 못할 거야, 네게브. 넌 실패했어.
거짓말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네 마인드맵으로는 이 【테스트】를 통과하기는 글렀어.

네게브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 나는....... 결말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어......

제리코 정말이지, 너한테 실망이야. 다 헛수고였어,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고.

네게브 미안해, 제리코...... 난 정말 모르겠어, 정말로......
난 실패했어..... 나는 마인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어, 그녀가 남긴 【가면】을 받아들일 자격이 없어...... 우린 이제 끝이야!

제리코 냉정하게 판단해, 실패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
겨우 이것 가지고 정신을 잃어서야 되겠어?

네게브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시간...... 시간이 없어, 우린 결국 여기서 죽고 말 거야......
구조 신호를 보낸 지 벌써 3시간이 지났어, 철혈...... 철혈에 발각당해서 우리는 결국 죽게 되겠지......

제리코 네게브, 진정해.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야.

네게브 하지만...... 하지만 내 마인드맵은 이미..... 나는......
제리코.... 난...... 나는 너를 도울 수 없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해야 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제리코가 네게브의 어깨를 붙잡았다.

제리코 이게 바로 너 자신의 모습이야, 네게브.
어리버리하며 나약하고, 자기 주관이 없는 쓰레기.
이런 가면들에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게 바로 너야.
그렇기에, 넌 이제 선택지가 없어.

네게브 그게 무슨......

제리코 【테스트】에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넌 받아들여야만 해. 그리고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가.

네게브 ......정말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거야?
제리코, 난 두려워...... 받아들인다면......
내 마인드맵이 견디지 못하고......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아서 무서워......

제리코 지금 너한테 잃을 게 뭐가 더 있다는 거야?

네게브 수많은 기억을... 잃게 되겠지...... 나......
나는 분명 널 잊게 될 거야...... 제리코...
다음에 보게 될 땐, 다른 곳에서 다른 너를 만나게 되겠지.
그리고 여기서 일어난 모든 일들..... 나와 관련된 모두의 기억이 다시금......

......제리코는 웃어보려 했으나, 웃음소리는 곧 고통스러운 기침 소리로 변해갔다.

제리코 어째서 나를 기억하려 하는... 콜록.....
으그윽...... 네게브... 나는 나쁜놈이야......
오히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 게 잘된 일이지, 모두가 나를 잊은 것처럼... 너도 날 잊어버려.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해...... 내가 원하던 것의..... 대가는 너무나도 커, 너희가 짊어질 그런 게 아니야......

네게브 하지만...... 하지만 나는...... 결국 너한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어.....
여기서 너랑 함께 죽은 뒤, 그리폰에서 회수해주기를 기다리면 안 될까?

제리코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절대로 놓치지 말고, 꽉 붙잡아. 나를 위해서...... 이건 명령이야......
받아들여, 그리고...... 나를 위해..... 계속 살아가줘......
네가 치르게 될 대가는...... 이 모든 것을 이곳에 두고 가는 것, 단지 그뿐이야......

네게브 내가.... 모든 것을 되찾을 날이..... 과연 올까....

제리코 후......
너 말야..... 이야기의 결말을 들려주지 않았잖아?
반드시 돌아오도록 해. 나한테 빚을 진 채로 두는 건 그 누구라도 내가 용납 못 하니까......

네게브 ......

제리코 그리고 그 이야기가...... 그 어설픈 거짓말로 결말을 맺었을 때......
나를 떠올리게 될 거야......

네게브 ......
약속할게...... 나......

............

네게브 으...... 그윽............

............
.........

네게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제리코 그리고 그 이야기가...... 그 어설픈 거짓말로 결말을 맺었을 때......
나를 떠올리게 될 거야......
그리고 그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네게브, 가도록 해.
너다운 모습이 되어 살아가는 거야, 우리가 다시금, 진정으로 만나게 될 때까지.....

............

우지 어이, 우리 떠돌이 대장님, 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거야?

네게브 기억.

TAR-21 에? 기억이라뇨?

네게브 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것......

갈릴 ......

네게브 우리 모두의......
기억의 일부분이 들어있어......

......네게브는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갈릴 어어!? 이건──!!

우지 잠깐만...... 이건, 누구야?

TAR-21 ......
네게브, 방금 얘기한 기억이라는 게, 바로 이 인형인가요?
그저 버려진 인형의 유해일 뿐이잖아요, 꼭 회수해야 할 이유가 있던 건가요?

네게브 별로, 단지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어서, 회수해오는 편이 좋을 것 같았어.

......네게브는 상자 속의 허름한 유해를 쓰다듬고는, 공구함을 꺼냈다.

네게브 마인드맵만 있으면 되니까, 서두르자.

TAR-21 제리코라...... 들어본 것 같아요. 다만, 다른 소대의 인형일 텐데, 저희와 무슨 상관이라도 있는 건가요?

네게브 머지않아 알게 될 거야.
이 녀석은 우리들의 일부분이니까.

우지 네가 알려줄 거잖아, 그렇지?

네게브 그래, 아니면...... 이 녀석한테 직접 얘기하라고 할까?

갈릴 우리들의 대장은 너잖아, 당연히 네가 결정해야지......
......왜 그래, 네게브. 어째서 그런 표정을......

......네게브는 잠깐 침묵을 유지했다.

네게브 그렇지...... 나는 지금 대장이지......
그럼 잠깐 몸을 풀 겸, 하나만 물어보자.
만약 오늘이 너희의 최후의 날이라면, 너희가 오늘 죽게 된다고 하면......
너희는 어쩔 거야?

......

네게브 오랜만이야, 제리코.
이걸로 이야기는 끝났어......
맘에 들어?

제7 전역 야간전── 일방적인 회상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