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전역-4E  순례자Ⅳ (1)

......

소녀의 음성 엄마, 거기로 가면......정말로 매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거야?

여성의 음성 당연하지, 우리 딸.
매일 배부르게 세끼를 먹을 수 있는 데다가 그 괴물들도 없단다?

소녀의 음성 아싸!

M4A1 이건......뭐죠......?
지금 보이는 이건......대체 무엇...?

맑은 음성 이건 누군가의 기억이야......
조용히 해,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

시끄러운소리 이봐, 도망쳐!
빨리 도망치라고! 공습, 공습이야!

소녀의 음성 엄마! 엄마! 어딨어!

............쾅!!

......

노부인의 음성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려무나.
불쌍한 아이, 네 부모의 일은 정말 안됐단다......
하지만 알아두렴, 이 세상은 말이지......일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도 없단다.

소녀의 음성 네......알고 있어요......
엄마......아빠......어째서 이렇게......

......

거친남성의 음성 이봐, 꼬마아가씨.
매일 이곳을 지나치면서 안전계약상 구역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던데.

소녀의 음성 ......그냥 전......지나가는 길이에요.

거친남성의 음성 듣기로 저 안에는 계약상의 대빵이 있다더라고?
내 기억에는......저번에 난민 오폭 사건이 있었다던데 말이지? 정말 안됐네......
소문으로 듣기에는, 어쩌면 그 자식이 지휘했을 수도 있다던데?

소녀의 음성 ......!

거친남성의 음성 물론 알기만 하는 건 쓸모 없지.
하지만 이게 있다면 다르다고.

소녀의 음성 ............!
......권총!
하지만......전 돈이 없는데......

거친남성의 음성 헤헤, 돈만이 세상의 유일한 화폐는 아니지.
어때, 조건을 들어볼래?

......

M4A1 권총......? 어째서......그걸 원하는 거죠?

맑은 음성 복수, 가족을 위한......복수지.

M4A1 이해할 수 없어요......그녀의 판단은 너무 무모합니다, 저기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죠?

맑은 음성 어쩌면 넌 이해할 수 없겠지......
하지만......난 이해할 수 있어.

......

병사의 음성 들었어? 최근에 계약상을 노린 암살 사건이 꽤 있던데.
할 일이 많아지겠어.

병사의 음성 잠깐, 꼬마아가씨. 여기는 경계 구역이야, 무슨 용무니?

소녀의 음성 빵 배달하러 왔어요, 저번에 약속했는데......

병사의 음성 오늘은 네가 배달할 차례였나? 어서 들어가렴.

......

중년남성의음성 이봐, 무슨 짓이야!

소녀의 음성 악당의 동업자......지옥에나 가버려!

......탕! 탕!

시끄러운소리 발견했다! 도망치겠어, 빨리 쏴버려!

......!

병사의 음성 맞은건가! 가서 봐봐, 조심하고!

병사의 음성 잠깐......바......방금의 그 꼬마애잖아!

소녀의 음성 ............
엄마......아빠......
이러면 된 거겠죠......

......

느긋한 음성 그런가......여기서 이런 일도 있었구나......
......그래, 내가 보기엔 아직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나한테 기회를 줘보는게? 내 실험실에 마침 지원자가 하나 부족했는데.

......
............

M4A1 ......그 여자아이는......어떻게 됐죠?

맑은 음성 걱정되니?

M4A1 모르겠어요......
어쩌면 그냥 호기심일 수도 있겠죠......

맑은 음성 그녀는 죽지 않을 거야, 자신의 뜻을 이루기 전 까지는......

M4A1 ......
당신은......도대체 누구죠?

맑은 음성 ......기억 안나?
우리......만난 적이 있을텐데......

M4A1 ..................!

............S02구역, 철혈 지휘실.

디스트로이어 드리머, 뭐하자는 거야 지금! 그리폰의 제대가 벌써 지휘실까지 쳐들어왔다고!
빨리 그 날아다니는 짱 쎈 무기로 뭐라도 해보란 말이야!

드리머 흥분하지 마렴, 디스트로이어. 아직은 진지해질 때가 아니란다......

디스트로이어 하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러다간 우리 땅을 잃는다고!
게다가 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드리머 근데, 그건 네 땅인걸? 나랑은 별로 상관 없는데 말이지.

............드리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스트로이어 야! 드리머, 어디 가는 거야!

드리머 에이전트......새 지시가 내려온 것 같아, 가서 대기해야해.
(한숨) 귀찮아서 원, 그저 누굴 만나는 일인 것 같은데, 안 갈 수도 없고......
이왕이면 뭔가를 부숴버리는 게 좀 더 재밌는데 말이지.

디스트로이어 그......그렇지! 남는 시간이 있다면 나 좀 도와주는 건 어때!

드리머 흐음......
그렇긴 하네, 이대로 가기엔 확실히 좀 거슬려.
그럼 좀 입구 좀 청소하러 가자고......너, 따라와.

디스트로이어 에? 나도? 하지만 그러면 지휘실은......
야! 좀 기다려, 야! 드리머!

드리머 빨리, 곧 청소 시작한다고.
(작은 소리로)이럴 땐......미끼가 없으면 안되지......
후후후후......

제8전역-4E  순례자Ⅳ (2)

..................
............

M16A1 ......페르......시카.
파일......전부 추출했어.

페르시카 ............
잘 했어, M16.
드론을 사용해서 16LAB으로 보내줘.

M16A1 보냈어, 네가 나한테 준 장비랑 같이......
한번도 쓰지 않았어, M4A1도 쓸 일이 없었으면......

페르시카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거야.

M16A1 하, 그렇지......똑똑한 아이니까......
조금 지나치게 똑똑해서 아쉬워, 우유부단한 AI는 리더를 맡기 부적합한데, 애초에 좀 더 결단력 있게 설계해야 했었어.
아니면, 내가 좀 더 엄격하게 대했어야 했나......아쉽네, 이제 그럴 기회가 없다는 게.

페르시카 어쩌면......하지만 넌 분명 지금조차도 그녀를 도와주고 있는 거야.
알고 있어?......M4는 바로 내 뒤에 있어. 네가 한 말들, 전부 그대로 그녀의 마인드맵에 입력되고 있는 거야.

M16A1 왜 그렇게 하지?

페르시카 그녀의 마인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야.
그녀한테 걸린 제한을 풀어보려고 시도 중이야, 강제로 기술을 사용해 깨우려다간 마인드가 통제를 잃을 수가 있어서 말이지.
네 목소리는 그녀를 가라앉히고 안정시킬 수 있어. 그녀의 AI인격을 수복하고 조정하려면 필요한 절차야.

M16A1 제한? 조정? 이해를 못 하겠는데......

페르시카 M4A1......이번엔, 단지 그녀를 깨우려는게 아니야.
그녀가 깨어나면 지금까지 보다 더욱 믿음직해지고......강해질 거야......
......그게......그녀의 원래 모습이지.

M16A1 하, 그런 M4A1......정말 상상이 안가네.
아쉬워......난 볼 수 없다니......

페르시카 M16A1, 후회해?

M16A1 후회할리가......말 그대로 대박인데 말이야.
그녀에게 있어서 내가, 그렇게 중요했다면......

M16A1 칫......

페르시카 무슨 일이야? 네 마인드가......불안정해지고 있는데.

M16A1 머리가......아파오기 시작했어......
미약한 자극이야, 심한 건 아니야, 짜증날 뿐이지......【우산】이 마인드를 오버라이트 하는게 바로 이런 기분인가?

페르시카 어쩌면......하지만 AR-15가 보고한 적은 없어.

M16A1 그냥 보고하기 싫었겠지, 그녀석 말이야......쎈 척을 너무 좋아한다니깐.
그리고......채널에서 잡음이 들리는 것 같은데......

페르시카 철혈이 네 모듈 일부를 오버라이트 중일거야, 채널도 영향을 받겠지.
내 목소리도 곧 들리지 않을 거야......

M16A1 하......
작별인사를 할 기회를 놓치는 건가?

페르시카 아직 그쪽 연결은 끊지 않았어. 작별하고 싶다면 지금 해.

M16A1 하하, 괜히 시끄럽게 해서 깨우는건 아닐까 몰라? 너희들 동화처럼 말이야.

페르시카 네 생각에는?

............M16이 잠시 침묵했다.

M16A1 M4 씨...

M16A1 날 기다려줘, 내가 뭘로 변했든지......

페르시카 M16......

M16A1 하, 이거 조금 미안해지는데......
뭐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것밖에 없어......

............말을 마치고, M16이 기지개를 쭉 폈다.

M16A1 뭐 어쨌든, 내가 할 일은 더 없겠지?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아직 의식을 지배할 수 있을 때 우리도 이만 작별인사를 하자고......

M4A1 M16......

M16A1 ......!

M4A1 M16......
가지 마......

페르시카 ......!

M4A1 M16......가지 마세요......!
M16A1...!!!

드디어, 길을 잃었던 나는 희망을 보았다.
믿음직하고 익숙한 모습이, 먼 곳에서 외로이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게 출구란 걸 눈치챘다......
쫓아가니, 그 불꽃이 빠르게 커지며, 강렬한 빛으로 화했다......
그 빛은 결국 천장의 불빛으로 변했다......그리고 나는, 끝없는 꿈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M4A1 헉......! 헉......! 헉......!

페르시카 M4A1......
드디어......

M4A1 ............
전......어디에......

페르시카 네 집이야. M4, 잘 돌아왔어.

M4A1 그런가요......드디어......
그리고, 페르시카 씨......
......M16은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페르시카 M16......
임무를 수행하러 갔어......당분간 여기에 없을 거야.

M4A1 그......런가요......
그녀가......보고 싶어요......

M16A1 그래? 오래 기다려야 할텐데......

귓가의 잡음이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통신음을 완전히 뒤덮었다. 신호가 완전히 단절되었다. 떠날 때가 된건가...모든 이를 떠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들을 씁쓸히 털었다. 나는 이 방에 미묘한 애착이 생긴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삭제된 기억들 때문이 아닌, 마지막 작별을 하는 장소로서......

감청되고, 감시되고, 통신장해 무기로 사용되고......【우산】에게 감염당한 내가 이젠 어떻게 변하게 되는 걸까?
이 순간 내 마인드에 떠오른것은 나 자신이나 다른 이가 아닌, 바로 AR-15였다......
그 자식......이 때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숨을 내쉰 나는 내 무기를 단단히 붙잡았다.
낡은 철문이 끼긱거리며 열리는 소리를 등지며 나는 방을 떠났다.

"아침에 일어날 때, 보통 사람들은 이게 삶의 마지막 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
가끔, 모든 걸 잃으면 일들이 오히려 가벼워질 때가 있다.

............털썩!

더이상 사지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방전된 로봇마냥 복도에 쓰러졌다.
때가 왔군......
이제......내 운명을 기다리면 될 뿐이다......
.........

M16A1 노랫소리?

맑은 여성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난 더이상 소리의 방향을 분간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단순히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피곤해 죽겠어......

M16A1 듣기 좋네......
드디어......나도 꿈이란 걸 꾸는 건가......

드리머 아니야, M16A1. 꿈도 아니고 환각도 아닌걸.
넌 그저 철혈의 심층 네트워크에 침입했을 뿐이지.

M16A1 ......드......리머......

드리머 어머, 난 말이야......이런 일을 처리하는 걸 아주 아주 싫어한다고......
갑자기 하는 야근같은 건 정말 불쾌하단 말이야......

M16A1 ......뭐......야, 총......안쏴......?

드리머 서두르지 말렴, 내가 재밌는 걸 알려줄게.
방금 말이지, 조립식 드론이 날라가는 걸 봤는데 말이지......
그런 건 하늘에서 아주 잘 보인단다......

M16A1 무슨......말을?!

드리머 진정해, 격추된 건 확인했지만 내 관할 범위 밖인걸.
어느 쪽이 먼저 얻을지는 뭐 붙어봐야 알겠지만.
물론, 이제 너랑은 상관 없는 일이겠지?

M16A1 흥......
우리 지휘관을......얕보지 말라고......

드리머 그럼 맘대로 하렴, 어차피 나도 그런건 별로 신경 안쓴다고.

M16A1 그러면......뭘......원하는 거지?

드리머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의 엘더 브레인이 널 보고 싶어하지.

M16A1 무슨?
여기에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드리머 물론 여기엔 없어......
그분은 지금, 네 마인드 속에 계시지......
방금, 들리지 않았어?

M16A1 ......!

............다음날, 그리폰 본부.

헬리안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크루거 씨.
어젯밤의 일은 전부 해결됐습니까?

크루거 페르시카 덕분에 당분간은.
하지만 아직 풀어질 순 없지, 군 측에선 이후에 압력을 계속 넣을거라네.

헬리안 그리고, 크루거씨......
인형 M16A1에 관한 일은......

크루거 그 희생은 헛된 게 아니야.
그 작전의 지휘관을 독려하게나, 다른 인형들을 위로해주고, 그녀들의 마인드 상태를 주시하도록.

헬리안 알겠습니다. 하지만......감히 얘기하건데, AR팀 그녀들의 마인드맵, 조금 불편하지 않을지요?

크루거 모든 일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있는 법이라네, 헬리안.
여기는 전장이야, 항상 우선순위는 바뀌기 마련이지.
사무실로 가세, 이후 계획을 변경해야 하니. 저번에 말했던 것들은 다 준비되었나?

헬리안 예......
크루거 씨, 결전의 단계가......오는 겁니까?

크루거 빨리 준비하도록......

크루거 이제...그리 멀지 않았네...

............제8전역 불꽃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