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set Rider
...4명의 인형은 쌍둥이 요정을 따라 [공동묘지]를 향해 출발했다.
이 두 요정... 아예 말을 안 하는데.
뭘 물어보든 소리조차 안 내는 게, 꼭 썬더 같아요.
...난 소리 낼 줄 알아.
잘 들어.
...썬더가 방아쇠 잠금장치를 풀었다.
어어...! 알겠어요 알겠어요, 진정해 주세요!
말을 하든 말든 아무렴 어때, [공동묘지]까지 안내해주기만 하면 되니까.
근데 말이야, 대장. 이참에 빨리 말해주는 게 어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이 세계를 발견한 거야?
...K2가 잠시 침묵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지금 말해두는 게 좋겠지...
모든 것은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야.
여기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TMP가 수리한 오락실의 데이터 베이스를 보다가, 우연히 이 세계의 존재를 알게 됐어.
그럼 뭐하러 이 세계의 일에 간섭하는 거야? 대장이 아무리 착해 빠졌어도 이럴 필요까진 없잖아?
철혈 때문이야.
이 세계의 철혈은, 그리폰의 데이터 베이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야.
바꿔 말하자면, 우리의 세계가 이 세계에 섞여 들어와서, 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그런 일이 있으면, 왜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았어?
궁금했어.
내 마인드맵에 이 세계에 관한 정보가 남아있었거든.
그래서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어...
어째서... 대장의 마인드맵에...
이곳은 실제로 존재했었던 세계야.
50년 전, 이곳의 요정들과 그녀들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줬어.
어째서 이곳의 정보가 내 마인드맵에 있었는지는... 아마 내 출신과 연관이 있겠지....
결론은 대장이 이곳을 발견했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이 세계에서 철혈을 없애려고 했다는 거야?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어,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 있던 TMP에게 도움을 청했지.
하지만 곧 우리는 이곳의 철혈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왠지 모르겠지만 철혈들이 생성되는 속도가 우리가 섬멸하는 속도보다 빨랐어, 그래서 포기하고 본부에 보고해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거겠지, 오늘밤도 기어코 여기 왔잖아, 안 그래?
당신들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AEK999도...
분명 방금 저하고 약속했었는데, 도대체 왜 또...
그럼 AEK999는 또 어떻게 된거야?
걔도 우연히 알게 된 거야, 우리 몰래 들어왔었지.
그 사실을 알고난 뒤, 우리도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이곳에 발길을 끊으라고 경고했는데...
그랬는데 그 녀석은 오늘 또 몰래 들어왔다는거네.
혹시...여기에 영원히 남고 싶어하는 건가....
우으!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아니라는 거야?
K2 대장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전 믿을 수 없어요!
AEK가 가끔 말을 안 듣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들을 내팽개치고 향락에 빠지는 그런 인형은 아니라고요!
물론 나도 AEK가 그런 녀석이라곤 생각 안 했어, 하지만 난 이 세계가 의심스러워...
이 세계에 오래 있다 보면, 마인드맵에 영향이 생기는 그런 느낌이 들어.
950도 그렇게 느꼈어? 만약 AEK를 이 세계에 남겨둔 채 FN소대에 맡기면 걔는 분명 징계를 받을 서야.
그러니까 우리가 속전속결로, 서둘러 AEK를 찾아서 데리고 나가야 해.
말해두겠는데, 난 아직 너희가 나와 썬더 몰래 이렇게 많은 일들을 저질러 놓은 게 엄청 불쾌하거든...
엄.청! 불.쾌.해!
알아... 정말 미안하게 됐어, 950. 돌아가면 제대로 반성할게.
원래는 혼자서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모두를 끌어들이고 말았어...
어쩌면... 난 대장 노릇을 할 그릇이 아닌 걸지도 몰라.
대장이 사과할 필요 없어요, 처음부터 우리 이해 범주를 넘어선 문제인걸요.
흥! 따지고보면 모든 일의 시작은 너였잖아!
저... 저는 제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말은 잘해! 무슨 일이든 네 손만 거치면 오히려 번거로워진다고!
아까도 네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시간 낭비할 일도 없었잖아!
그러니까 그때 950의 표정이 사나워서——
아!아야! 귀를 잡아당기지 마세요!
야, 이건 헤드폰이잖아! 왜 아파하는 건데!
제가 개조한 거예요! 제 생각은... 원래——
생각은 무슨 생각이야! 이 망상쟁이! 개조괴인! 침묵변태!
아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어쨌든 그만 당기라고요!
TMP를 괴롭히지마.
그나저나... 도착한 거 같은데?
...쌍둥이 요정이 비행을 멈추고, 가만히 앞을 바라보고 있다.
......
확실히...
누가 봐도 공동묘지네.
폐쇄된 지 오래된 것 같아.
...K2가 대문을 밀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쌍둥이 요정은 계속해서 날아갔고, 그 뒤를 따라 모두 공동묘지에 들어섰다.
엄청 큰 묘지에요, 우리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AEK가 정말 여기에 있는 걸까요?
내가 보기엔 여기엔 아무도 오지 않았던 것 같아, 아마 AEK도....
어? 그럼 걔는 어디로 간 거야! 단서가 완전히 끊겨버렸잖아!
여기... 뭔가 이상해요。
묘지니까, 찝찝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
묘비에 새겨진 글자들이... 사람 이름이 아닌 것 같아요.
사람 이름이 아니면 뭐겠어?
아니에요....
쉿... 요정들이 할 말이 있나 봐.
...쌍둥이 요정이 갑자기 뒤돌았다.
... 사람만 죽는 것이 아니에요.
생명이 없는 물건들도... 죽을 수 있어요...
모두에게 완전히 잊혀진다면...
저희도... 영영 죽고 말아요....
그게 무슨말이야?
너희들 대체 정체가 뭐야?
저희는... 죽고 싶지 않은 기억...
기억...
설마... 너희들의 정체는...
저희의 안내는 여기까지예요.
그워... 그워——
...발밑의 진흙으로부터 무언가 꿈틀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러분, 지금부터 이 도시의 초대를 충분히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도시의... 초대?
여러분께서 달빛 끝의 생존자가 되시기를 기대할게요.
...쌍둥이 요정이 공중에서 사라졌다.
950... 이 소리 들리나요?
후후훗...
마침내 제물을 보내온 건가?
이게 뭐야... 진동이 느껴져....
...M950A가 주머니를 뒤졌다.
그 헤드폰이랑... 뮤직 플레이어가 빛나고 있어.
그토록 오래 찾았건만, 제 발로 나타날줄이야...
분명 우연일 테지만, 이 또한 운명이겠지.
이제, 나한테 줄래?
땅속에서 소리 지르는 게 들려!
그워...그워——
뭔가 나온다!
...그림자로 가득 찬 형체가 공동묘지의 흙을 파고 올라와 몰려들었다.
모두 조심해! 한 곳에 모여!
이건 또 뭐야!
아무리 디지털 공간이라도 저런 게 나타나는 건 이상하잖아!
사념체...
철혈에게... 잡혀간 요정들은...
사념체가 되어 버려서, 달이 뜨는 밤에 갇혀 떠돌며 슬피 운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잘도 알고 있네.
뭔가 불쌍한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반격할 수밖에 없어!
누구 때문에 일어난 일이든 간에, 순순히 당하지 않겠어!
그럼 함께 싸우자고.
근데 혹시... 귀신을 무서워하는 애들은 없지?
총알이 통한다면 무섭지 않아.
썬더, 넌 괜찮아?
오히려 재밌다고 생각해, TMP나 걱정하지그래.
우와! 다가온다! 다가온다!
지금이라도 로그아웃하면 안 될까요?
지금 로그아웃이 안 되는 걸 잊은 거야?
설마... 너희 모두...
맞아, 우리 모두 로그아웃할 수가 없어, 몇 번을 해봐도 마찬가지야.
우우...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건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된 이상 단숨에 쓰러뜨리는 거예요!
그워... 그워——
이봐 이봐, 이건 너무 많잖아!
이길 수 있는 거 맞아?!?
너라도 로그아웃이 가능하다면, 지금 나가서 마인드맵을 백업하고 와도 괜찮아.
됐어, 이렇게 엉망진창인 밤을 나 혼자서 기억하고 싶지는 않아.
하는 데까지 해보자! 안 그럼 AEK가 비웃을 거야!
응! 그럼 시작하자!
모두들, 이 공동묘지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러, 사념체가 거의 사라져 갈 무렵.
몇 개 안 남았어! 도망친다!
도망칠 줄도 알다니, 목적이 확실한 AI 같진 않아요.
누군가 조종하고 있을지도 몰라.
어쨌든 놓쳐선 안돼! 나에게 맡겨!
...M950A는 마지막 두 사념체를 쫓아가, 낙서로 가득한 거대한 묘비 앞에서 따라잡았다.
궁지에 몰린 사념체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R.I.P...” 이 그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정말이지, 낙서가 잔뜩이라서 알아볼 수가 없잖아.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안 끝낼 거야?
그럴 리가.
미안해, 너희가 생전에 무엇이었는지 몰라도... 이번엔 도망치게 두지 않아.
바이바이——
기다려!
...M950A는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누군가 갑자기 몸을 날려 밀쳐냈다.
...총알은 사념체를 스쳐지나, 묘비에 적중했다.
으아! 뭐 하는 거야! 이런——
...어라?
AE...K?
...헤헷.
진짜 간발의 차이였네, 그치?
AEK!
...AEK999는 두 사념체를 향해 다가갔다.
여기 너희가 잃어버린 물건이야, 내가 찾아왔어.
...AEK999는 자그마한 치어리더용 수술 두 개를 꺼냈다.
야! AEK 이게 대체 무슨...
...AEK999가 방해하지 말라고 손을 저었다.
이제, 깨어나렴!
...순간, 사념체가 빛무리에 둘러싸였다.
...그리고, 변하기 시작했다.
저건...
...빛무리 속에서 두 요정의 형태가 드러났다.
으음...
당신께서 저희를 구해주신 건가요? 기사님?
기사 아니래도 그러네...
어쨌든 구해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조금 늦긴 했지만.
...AEK999가 뒤돌았다.
좋은 저녁이야 모두들! 근데 다들 왜 여기에 와있는 거야?
보면 몰라? 널 찾으러 왔지!
AEK! 괜찮아요? 대체 어디 갔던 거예요!
하하, 미안 미안, 걱정 시켰구나?
예전에 두 요정 친구를 사귀었는데, 여기 철혈들에게 잡혀가버려서, 이번에 이 애들을 구하러 온 거야.
역시, 저는 흑기사님과 동료분들께서 저희를 구하러 와주시리라 믿고 있었어요! 감사해요, 여러분!
흑기사? 너 여기서 엄청 잘나가나 보다?
블랙 스퀘어에서 드라이브하던 모습을 보여서 그래.
원래는 나를 [Sunset Rider]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내가 그 호칭은 싫다고 했어, 그 곡은 아무래도 나랑 어울리지 않아서 말이지!
곡의 이름? 어떻게 곡명을...
어? 너희 거기까지 조사한 거야?
맞아, 이 아이들은 이름을 기억해냈기 때문에 철혈한테 잡힌 거야.
저는 세라, 이 아이는 제 쌍둥이 동생인 니나예요.
그렇게 말해줘봤자, 누가 누군지 모르겠는걸....
분홍색이 세라, 하늘색이 니나야.
너희가 먼저 공동묘지를 열어줘서 다행이었어, 덕분에 이 아이들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구할 수 있었어.
이제 임무도 완수했겠다, 돌아가자고.
너... 여기 남으려던 게 아니었어?
하아? 여기 남는다고?
왜 내가 여기 남으려고 하겠어.
제가 AEK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죠!
미안해, AEK. 우리는 혹시나 네가...
아니 이봐, 대장은 여태껏 나를 그렇게 무책임한 녀석으로 본 거였어?
그리고 950, 자꾸 날 나쁜 놈 취급하지 말라고.
그래도 나한테 거짓말한 건 맞잖아! 인류의 경험을 배우기는 무슨!
아아... 그건, 공부는 공부 맞아. 과목이 음악일뿐이지.
쳇! 네가 솔직하게 안 말하니까 내가 오해한 거라고!
뭐, 술집에 있을 때, 확실히 날 유혹하는 목소리를 듣기는 했어, 나더러 영원히 이 세계에 남으라나 뭐라나.
누구 목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주 칼같이 거절했다고!
어머나? 저번엔 분명... 꽤 흥미가 있다고 했으면서...
방금 그 목소리야!
너희... 모두 들었지? 맞아, 바로 이 목소리였어.
묘비, 저 묘비가 말하고 있어...
또는 안에 있는 누군가가....
말도 안 돼...
이 목소리가... 술집까지 들려온다고?
가능해요...
그녀가 포터블의 주인이라면요....
정답이야, 내가... 포터블의 주인이라면 말이지...
그럼 난 과연... 포터블의 주인이 맞을까? 아닐까?
조심해, 녀석이... 나온다!
난 과연 무엇일까——
S?
A?
B?
C?
아니면 Fail!?
평가는 너희에게 맡길게!
...쾅!
...공동묘지의 땅이 떨린다, 포효한다. 거대한 묘비로부터 나오는 강렬한 빛 때문에 모두가 눈을 뜰 수 없다!
야야야! 저게 대체 뭐야!
모두 집결, 전투 준비!
...빛이 천천히 사라져간다.
묘비 위에 사람이 서 있어요!
...모두가 고개를 들어, 묘비 위를 바라봤다.
......
HELLO! Everybody——!
Ladies! and Players——!
다들, 내가 그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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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인형은 쌍둥이 요정을 따라 [공동묘지]를 향해 출발했다.
이 두 요정... 아예 말을 안 하는데.
뭘 물어보든 소리조차 안 내는 게, 꼭 썬더 같아요.
...난 소리 낼 줄 알아.
잘 들어.
...썬더가 방아쇠 잠금장치를 풀었다.
어어...! 알겠어요 알겠어요, 진정해 주세요!
말을 하든 말든 아무렴 어때, [공동묘지]까지 안내해주기만 하면 되니까.
근데 말이야, 대장. 이참에 빨리 말해주는 게 어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이 세계를 발견한 거야?
...K2가 잠시 침묵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지금 말해두는 게 좋겠지...
모든 것은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야.
여기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TMP가 수리한 오락실의 데이터 베이스를 보다가, 우연히 이 세계의 존재를 알게 됐어.
그럼 뭐하러 이 세계의 일에 간섭하는 거야? 대장이 아무리 착해 빠졌어도 이럴 필요까진 없잖아?
철혈 때문이야.
이 세계의 철혈은, 그리폰의 데이터 베이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야.
바꿔 말하자면, 우리의 세계가 이 세계에 섞여 들어와서, 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그런 일이 있으면, 왜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았어?
궁금했어.
내 마인드맵에 이 세계에 관한 정보가 남아있었거든.
그래서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어...
어째서... 대장의 마인드맵에...
이곳은 실제로 존재했었던 세계야.
50년 전, 이곳의 요정들과 그녀들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줬어.
어째서 이곳의 정보가 내 마인드맵에 있었는지는... 아마 내 출신과 연관이 있겠지....
결론은 대장이 이곳을 발견했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이 세계에서 철혈을 없애려고 했다는 거야?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어,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 있던 TMP에게 도움을 청했지.
하지만 곧 우리는 이곳의 철혈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왠지 모르겠지만 철혈들이 생성되는 속도가 우리가 섬멸하는 속도보다 빨랐어, 그래서 포기하고 본부에 보고해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거겠지, 오늘밤도 기어코 여기 왔잖아, 안 그래?
당신들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AEK999도...
분명 방금 저하고 약속했었는데, 도대체 왜 또...
그럼 AEK999는 또 어떻게 된거야?
걔도 우연히 알게 된 거야, 우리 몰래 들어왔었지.
그 사실을 알고난 뒤, 우리도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이곳에 발길을 끊으라고 경고했는데...
그랬는데 그 녀석은 오늘 또 몰래 들어왔다는거네.
혹시...여기에 영원히 남고 싶어하는 건가....
우으!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아니라는 거야?
K2 대장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전 믿을 수 없어요!
AEK가 가끔 말을 안 듣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들을 내팽개치고 향락에 빠지는 그런 인형은 아니라고요!
물론 나도 AEK가 그런 녀석이라곤 생각 안 했어, 하지만 난 이 세계가 의심스러워...
이 세계에 오래 있다 보면, 마인드맵에 영향이 생기는 그런 느낌이 들어.
950도 그렇게 느꼈어? 만약 AEK를 이 세계에 남겨둔 채 FN소대에 맡기면 걔는 분명 징계를 받을 서야.
그러니까 우리가 속전속결로, 서둘러 AEK를 찾아서 데리고 나가야 해.
말해두겠는데, 난 아직 너희가 나와 썬더 몰래 이렇게 많은 일들을 저질러 놓은 게 엄청 불쾌하거든...
엄.청! 불.쾌.해!
알아... 정말 미안하게 됐어, 950. 돌아가면 제대로 반성할게.
원래는 혼자서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모두를 끌어들이고 말았어...
어쩌면... 난 대장 노릇을 할 그릇이 아닌 걸지도 몰라.
대장이 사과할 필요 없어요, 처음부터 우리 이해 범주를 넘어선 문제인걸요.
흥! 따지고보면 모든 일의 시작은 너였잖아!
저... 저는 제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말은 잘해! 무슨 일이든 네 손만 거치면 오히려 번거로워진다고!
아까도 네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시간 낭비할 일도 없었잖아!
그러니까 그때 950의 표정이 사나워서——
아!아야! 귀를 잡아당기지 마세요!
야, 이건 헤드폰이잖아! 왜 아파하는 건데!
제가 개조한 거예요! 제 생각은... 원래——
생각은 무슨 생각이야! 이 망상쟁이! 개조괴인! 침묵변태!
아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어쨌든 그만 당기라고요!
TMP를 괴롭히지마.
그나저나... 도착한 거 같은데?
...쌍둥이 요정이 비행을 멈추고, 가만히 앞을 바라보고 있다.
......
확실히...
누가 봐도 공동묘지네.
폐쇄된 지 오래된 것 같아.
...K2가 대문을 밀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쌍둥이 요정은 계속해서 날아갔고, 그 뒤를 따라 모두 공동묘지에 들어섰다.
엄청 큰 묘지에요, 우리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AEK가 정말 여기에 있는 걸까요?
내가 보기엔 여기엔 아무도 오지 않았던 것 같아, 아마 AEK도....
어? 그럼 걔는 어디로 간 거야! 단서가 완전히 끊겨버렸잖아!
여기... 뭔가 이상해요。
묘지니까, 찝찝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
묘비에 새겨진 글자들이... 사람 이름이 아닌 것 같아요.
사람 이름이 아니면 뭐겠어?
아니에요....
쉿... 요정들이 할 말이 있나 봐.
...쌍둥이 요정이 갑자기 뒤돌았다.
... 사람만 죽는 것이 아니에요.
생명이 없는 물건들도... 죽을 수 있어요...
모두에게 완전히 잊혀진다면...
저희도... 영영 죽고 말아요....
그게 무슨말이야?
너희들 대체 정체가 뭐야?
저희는... 죽고 싶지 않은 기억...
기억...
설마... 너희들의 정체는...
저희의 안내는 여기까지예요.
그워... 그워——
...발밑의 진흙으로부터 무언가 꿈틀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러분, 지금부터 이 도시의 초대를 충분히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도시의... 초대?
여러분께서 달빛 끝의 생존자가 되시기를 기대할게요.
...쌍둥이 요정이 공중에서 사라졌다.
950... 이 소리 들리나요?
후후훗...
마침내 제물을 보내온 건가?
이게 뭐야... 진동이 느껴져....
...M950A가 주머니를 뒤졌다.
그 헤드폰이랑... 뮤직 플레이어가 빛나고 있어.
그토록 오래 찾았건만, 제 발로 나타날줄이야...
분명 우연일 테지만, 이 또한 운명이겠지.
이제, 나한테 줄래?
땅속에서 소리 지르는 게 들려!
그워...그워——
뭔가 나온다!
...그림자로 가득 찬 형체가 공동묘지의 흙을 파고 올라와 몰려들었다.
모두 조심해! 한 곳에 모여!
이건 또 뭐야!
아무리 디지털 공간이라도 저런 게 나타나는 건 이상하잖아!
사념체...
철혈에게... 잡혀간 요정들은...
사념체가 되어 버려서, 달이 뜨는 밤에 갇혀 떠돌며 슬피 운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잘도 알고 있네.
뭔가 불쌍한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반격할 수밖에 없어!
누구 때문에 일어난 일이든 간에, 순순히 당하지 않겠어!
그럼 함께 싸우자고.
근데 혹시... 귀신을 무서워하는 애들은 없지?
총알이 통한다면 무섭지 않아.
썬더, 넌 괜찮아?
오히려 재밌다고 생각해, TMP나 걱정하지그래.
우와! 다가온다! 다가온다!
지금이라도 로그아웃하면 안 될까요?
지금 로그아웃이 안 되는 걸 잊은 거야?
설마... 너희 모두...
맞아, 우리 모두 로그아웃할 수가 없어, 몇 번을 해봐도 마찬가지야.
우우...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건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된 이상 단숨에 쓰러뜨리는 거예요!
그워... 그워——
이봐 이봐, 이건 너무 많잖아!
이길 수 있는 거 맞아?!?
너라도 로그아웃이 가능하다면, 지금 나가서 마인드맵을 백업하고 와도 괜찮아.
됐어, 이렇게 엉망진창인 밤을 나 혼자서 기억하고 싶지는 않아.
하는 데까지 해보자! 안 그럼 AEK가 비웃을 거야!
응! 그럼 시작하자!
모두들, 이 공동묘지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러, 사념체가 거의 사라져 갈 무렵.
몇 개 안 남았어! 도망친다!
도망칠 줄도 알다니, 목적이 확실한 AI 같진 않아요.
누군가 조종하고 있을지도 몰라.
어쨌든 놓쳐선 안돼! 나에게 맡겨!
...M950A는 마지막 두 사념체를 쫓아가, 낙서로 가득한 거대한 묘비 앞에서 따라잡았다.
궁지에 몰린 사념체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R.I.P...” 이 그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정말이지, 낙서가 잔뜩이라서 알아볼 수가 없잖아.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안 끝낼 거야?
그럴 리가.
미안해, 너희가 생전에 무엇이었는지 몰라도... 이번엔 도망치게 두지 않아.
바이바이——
기다려!
...M950A는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누군가 갑자기 몸을 날려 밀쳐냈다.
...총알은 사념체를 스쳐지나, 묘비에 적중했다.
으아! 뭐 하는 거야! 이런——
...어라?
AE...K?
...헤헷.
진짜 간발의 차이였네, 그치?
AEK!
...AEK999는 두 사념체를 향해 다가갔다.
여기 너희가 잃어버린 물건이야, 내가 찾아왔어.
...AEK999는 자그마한 치어리더용 수술 두 개를 꺼냈다.
야! AEK 이게 대체 무슨...
...AEK999가 방해하지 말라고 손을 저었다.
이제, 깨어나렴!
...순간, 사념체가 빛무리에 둘러싸였다.
...그리고, 변하기 시작했다.
저건...
...빛무리 속에서 두 요정의 형태가 드러났다.
으음...
당신께서 저희를 구해주신 건가요? 기사님?
기사 아니래도 그러네...
어쨌든 구해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조금 늦긴 했지만.
...AEK999가 뒤돌았다.
좋은 저녁이야 모두들! 근데 다들 왜 여기에 와있는 거야?
보면 몰라? 널 찾으러 왔지!
AEK! 괜찮아요? 대체 어디 갔던 거예요!
하하, 미안 미안, 걱정 시켰구나?
예전에 두 요정 친구를 사귀었는데, 여기 철혈들에게 잡혀가버려서, 이번에 이 애들을 구하러 온 거야.
역시, 저는 흑기사님과 동료분들께서 저희를 구하러 와주시리라 믿고 있었어요! 감사해요, 여러분!
흑기사? 너 여기서 엄청 잘나가나 보다?
블랙 스퀘어에서 드라이브하던 모습을 보여서 그래.
원래는 나를 [Sunset Rider]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내가 그 호칭은 싫다고 했어, 그 곡은 아무래도 나랑 어울리지 않아서 말이지!
곡의 이름? 어떻게 곡명을...
어? 너희 거기까지 조사한 거야?
맞아, 이 아이들은 이름을 기억해냈기 때문에 철혈한테 잡힌 거야.
저는 세라, 이 아이는 제 쌍둥이 동생인 니나예요.
그렇게 말해줘봤자, 누가 누군지 모르겠는걸....
분홍색이 세라, 하늘색이 니나야.
너희가 먼저 공동묘지를 열어줘서 다행이었어, 덕분에 이 아이들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구할 수 있었어.
이제 임무도 완수했겠다, 돌아가자고.
너... 여기 남으려던 게 아니었어?
하아? 여기 남는다고?
왜 내가 여기 남으려고 하겠어.
제가 AEK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죠!
미안해, AEK. 우리는 혹시나 네가...
아니 이봐, 대장은 여태껏 나를 그렇게 무책임한 녀석으로 본 거였어?
그리고 950, 자꾸 날 나쁜 놈 취급하지 말라고.
그래도 나한테 거짓말한 건 맞잖아! 인류의 경험을 배우기는 무슨!
아아... 그건, 공부는 공부 맞아. 과목이 음악일뿐이지.
쳇! 네가 솔직하게 안 말하니까 내가 오해한 거라고!
뭐, 술집에 있을 때, 확실히 날 유혹하는 목소리를 듣기는 했어, 나더러 영원히 이 세계에 남으라나 뭐라나.
누구 목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주 칼같이 거절했다고!
어머나? 저번엔 분명... 꽤 흥미가 있다고 했으면서...
방금 그 목소리야!
너희... 모두 들었지? 맞아, 바로 이 목소리였어.
묘비, 저 묘비가 말하고 있어...
또는 안에 있는 누군가가....
말도 안 돼...
이 목소리가... 술집까지 들려온다고?
가능해요...
그녀가 포터블의 주인이라면요....
정답이야, 내가... 포터블의 주인이라면 말이지...
그럼 난 과연... 포터블의 주인이 맞을까? 아닐까?
조심해, 녀석이... 나온다!
난 과연 무엇일까——
<color=#FFD700><size=60>S?</size></color>
<color=#FF2400><size=60>A?</size></color>
<color=#75A64A><size=60>B?</size></color>
<color=#0D98BA><size=60>C?</size></color>
아니면 <color=#A9A9A9><size=60>Fail!?</size></color>
평가는 너희에게 맡길게!
...쾅!
...공동묘지의 땅이 떨린다, 포효한다. 거대한 묘비로부터 나오는 강렬한 빛 때문에 모두가 눈을 뜰 수 없다!
야야야! 저게 대체 뭐야!
모두 집결, 전투 준비!
...빛이 천천히 사라져간다.
묘비 위에 사람이 서 있어요!
...모두가 고개를 들어, 묘비 위를 바라봤다.
......
HELLO! Everybody——!
Ladies! and Players——!
다들, 내가 그리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