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를 뚫고
0:23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메인 3장EX
......
다크존으로 진입하기에 앞서, Vector 팀은 두 조로 나뉘었다.
Vector와 PP-90은 눈보라를 헤치며 물자 확보와 전황 파악에 힘썼고, R93과 K5는 다크존 주변을 탐색했다.
하지만 Vector 조는 탄약과 무기만 발견했을 뿐, 마찬가지로 중요한 식량과 물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추위와 허기에 시달리는 두 인형에겐 1초가 한세월처럼 느껴졌고, 결국 PP-90이 한계를 넘은 허기로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동료가 남긴 통조림으로 Vector는 살아남았고, 그녀의 결의도 확고해졌다.<下雪></下雪>
남과 협력하든 비겁한 수든, 이 시합에서 반드시 이기겠어... PP-90, 너를 위해서.
......<火焰销毁></火焰销毁>
......
요원 Vector... 아니, "헬파이어".
그게 너의 진짜 이름이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내 이름은 "터스크". 너도 나도,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그 사람에게서 비롯됐지.
......
디마?
내 네이밍 센스가 엉망이라 미안해, "Vector"...
...뭐, 아무렴 어때. 너도 이제 "416"처럼 완전히 변해버렸는데.
경고. 식별 코드가 잠겼습니다.
아직도 포기 안 할 셈인가요?
난 아직 젊다고! 이딴 가상현실에서 평생 머물까 보냐!
나쁜 제안은 아니야.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이 도시를 정화할 수 있어.
그래서 넌 "클리너"가 됐냐... 솔직히 어울리긴 하네.
아무튼, 이 게임은 반드시 끝날 거야! 나는 무리여도 저 인형들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어!
인형...?
HK416과 Vector 말이죠?
그, 그래. 그게 어쨌는데?
그럼, 그들을 정화하면 너도 단념하겠군.
응!?
놈들을 영원히 지워버리겠어요.
아... 안 돼!
......
경고, 체온 저하.
아, 눈 그쳤다.
Vivi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무슨 일이든 PP-90이 탈락해서 충격이 클 거야.
게임이라 진짜 죽은 것도 아닌데... Vivi는 너무 진지하다니까.
하긴, 그래도 굶어죽는 건 역시 너무 비참하지.
우린 먹을 건 물론 무기랑 탄약도 너무 많아서 다 못 쓰는 지경인데...
Vivi한테 주면 좋아할까?
푸훗!
뭐야, 왜 웃어?
아니, 우리 둘의 조합이 참 기묘하단 생각이 들어서.
기묘하다고...?
생각해 보니 그러네, 여태까지 너만 황금색 장비를 얻고, 난 식량 아니면 식량뿐이니.
가끔은 운이 양극화될 때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경우는 나도 처음이야.
인형의 운세를 일률적으로 논할 순 없어. 나야 점을 좋아하지만, 내가 운이 나빠서가 아니야.
그리고, 왠지 모르게 너와 함께면 내 운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이거든.
K5, 그쪽 상황은 어떻지?
아, Vivi다.
모든 게 순탄해.
그나저나 방금 시스템 알림을 봤는데...
PP-90이 굶어 죽었단 게 정말이야?
...응.
나한테 마지막 식량을 양보하고, 자기는...
지,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뭐! 대장도 기운내, PP-90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순 없잖아!
왜 너까지 몰입하고 그래?
쉬이잇... 이래야 Vivi의 기분이 나아질 거 아니야.
모두 잘 들어. 우린 PP-90을 잃었어. 이 이상의 전투 외 손실은 피해야 해.
걱정 마, 우리 수확은 대박났으니까!
얼마나?
장비랑 물자 모두 인벤토리가 모자랄 정도로.
PP-90을 잃은 건 유감이지만, 이만큼이라면 우린 다크존에서도 무쌍을 찍을 거야!
......
이제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근처의 은신처에서 합류한 다음, 다크존으로 돌입하자.
알았어, 잠깐 지도 좀 볼게...
음... 넌 거기까지 얼마나 걸릴 거 같아?
난 ...하철역... 지나... 하......, 디마가 적이 ...고 하니 시간... 걸릴...
음? Vivi? 내 말 들려?
신호에 문제가 생겼나 봐. 드디어 운이 다한 거 같은데?
우리 같은 팀이거든? 내 불행은 네 불행도 된다고.
난 신경 안 써. 행운이란 원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소리없이 사라지고, 신경쓸수록 빠져나가는 물건이거든.
계속 신경쓸 바에야, 차라리 딴 데다 정신을 집중하는 게 훨씬 낫지.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네...
흐흥~ 너를 위해 특별히 지어낸 말이니까. 어때, 마음에 들었어?
에이 뭐야, 칭찬 좀 해 주려 했더니만. 됐으니까 얼른 가자.
두 인형은 재난이 일어난 후 공사가 멈춘 길거리를 수다를 떨며 걸어갔다.
그리고 공사장의 어느 비계 위에서, 세 그림자가 그들을 주시했다.
직접 나서길래 괜찮은 계획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만, 여기 와서도 또 구경밖에 안 해?
그럼 어떡하고 싶은데?
저 둘이 말하는 거 들었지?
응. 그 황금색 장비라는 거, 뺏으러 가게?
파밍을 꽤 잘한 거 같으니, 녀석들 것을 뺏으면 다크존에서 활동하기 훨씬 수월할 거야.
하지만 여기서 저격했다간 지나가던 다른 플레이어가 주울 수도 있으니 좀 더 접근해서 기습하는 게 낫겠어.
좋네, 그럼 그 임무는 너와 9에게 맡길게.
헤헤, 맡겨 줘 언니!
......
왜 그래, 저 둘 상대하는데도 내 지휘가 필요해?
아니, 대신 망이나 봐 달라고. 그 정도도 못하진 않겠지?
그래 그래, 너희의 무대를 즐기고 있을게.
......
움직이자.
......
적 반응 소멸.
네, 이게 마지막 적일 겁니다.
격전 끝에, Vector는 주위의 적을 섬멸했다.
당신이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요원님. 여러모로...
갑자기 목소리가 기운 없어졌네.
방금 이쪽에서 여러 일이 생겼는지라... 하아...
아무튼, 당신의 활약을 보니 아직 희망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방금 전에 통신을 교란한 건 이 녀석들이야?
아뇨, 통신 교란의 원인은 사실――
...아니, 이건 말로 설명하자면 길어지니 우선 통신이 복구됐는지부터 보세요. 당신의 동료분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알았어.
앗, Vivi!
겨우 다시 연결됐네. 신호가 드문드문 끊기니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라니까.
지금 그쪽 상황은?
널 찾으러 가는 중인데, 마침 다크존의 입구도 찾았어.
이쪽은 아직 안전한 편이야, 어느 팀이었는지 모를 애들 둘이 죽고 남긴 폭탄이 잔뜩 있길래 겸사겸사 주웠고.
아예 여길 합류 지점으로 삼아도 될 거 같은데, 너 지금 어디 있어?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난 지금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지하철역에 있어. 지도상으론 이쪽을 통하는 게 다크존에 더 가깝지만...
밖에서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피해 들어온 적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여길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럼 신중하게... 응?
Vector가 생각을 바꿔 우회하려던 그때, 지하철 플랫폼의 양 철도에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폭음과 진동이 천장을 무너뜨렸고, 떨어지는 잔해는 굉음과 먼지를 일으켰다. 하지만 위험을 감지한 Vector는 떨어지는 콘크리트를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Vivi!?
방금 뭐가 터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괜찮아?
...응, 괜찮아.
하지만 역의 조명이 완전히 나갔어. 잠깐 주위를 살펴볼게.
...어때?
입구가 무너진 콘크리트로 완전히 막혔어.
갇히진 않았지만... 적의 소굴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됐어.
솔직히, 처음부터 팀을 나누지 않았다면 Vivi가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이곳의 적은 다 별볼일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저... 요원님? 알려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만...
까다로운 적이 나타났습니다.
까다로운 적?
디마가 설명할 틈도 없이, 눈부신 손전등의 빛이 저 너머에서 어둠 속을 훑었다.
Vector는 반사적으로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숨었다. 잠시 후, 괴이한 기운을 내뿜으며 주위를 살피는 무장인원들의 모습이 잔해의 틈새로 보였다.
전략국토부 요원이잖아...?
요원"이었던" 자들입니다. 손목시계가 빨갛게 빛나는 것 보이시나요? 그게 차이점입니다.
여태까지 요원님이 조우했던 적들보다 훨씬 더 상대하기 힘들 겁니다.
변절했다고? 왜?
그건...
저희는 혼란에 빠진 뉴욕을 구하기 위해, 맨해튼에 갖은 노력을 들여 무고한 생명을 하나라도 더 지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저희의 방식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밖에 안 된다며, 질서를 위해서라면 과격한 수단이라도 동원해야 한다며 들고있어났죠.
그들은 진정한 위협은 이 재난이 아닌, 뉴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악의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의견 차이로 틀어졌다고?
내부 분열이 더 맞을 겁니다.
그런데 설마 일이 그렇게 될 줄은...
그것도 두 번씩이나! 어휴 진짜, 내가 잘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두 번씩이나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크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저 배신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믿기에 이런 얘기를 해드린 겁니다. 저희는 올바른 길을 향해 발을 내디뎠으니, 누군가는 끝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뭐야, 여태 게임 시나리오 소개한 거였어?
우리 현실에 견줄 만한 이야기네.
게임 스토리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더는 시간 낭비 말자.
그렇지, Vivi?
벌써 움직이고 있어.
......
Vector는 지하철역 안을 전속력으로 달리며, 충격 수류탄 2개로 마지막 남은 변절 요원을 마비시키고 탄창의 모든 총알을 퍼부었다.
총성의 메아리가 잦아들자, 방독면을 쓰고 거칠게 숨을 내쉬던 마지막 변절 요원은 마침내 바닥에 고꾸라졌다.
후우...
정말 잘했어, Vivi!
우리한테 기다리라고만 안 했어도 당장 도와주러 갔을 텐데!
손실을 이 이상 늘릴 수 없다 했잖아. 그리고 이 정도쯤은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어.
요원님, 지하철역 밖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열렸습니다.
......
디마, 우리의 목적지인 다크존은 온통 이런 적들뿐이야?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뭐야, 저것들보다 더 무서운 적이라도 있어?
어... 그러니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맨해튼에 예상치 못한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전략국토부마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막강한 위협이.
시작하기 전에 게임 매뉴얼에서 더 강력한 적이 있단 문구를 봤어.
그렇다면 더욱 서둘러 합류해야겠네.
어떤 녀석이든 우리가 함께라면 아무 문제 없지!
아무튼 빨리 와 Vivi, 나 기다리다 목 빠지겠어!
요원님, 제가 제어실 컴퓨터를 원격 해킹해 경로상의 자동병기를 일부 무력화시켰습니다.
적들이 눈치채지 못한 지금 바로 이탈하시기 바랍니다.
알았어...
비상 통로를 타고 지면으로 나온 Vector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너진 고가도로의 폐허였다.
그리고 비탈진 지형 너머로, 하단 조명이 비추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꼭대기의 시계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맨해튼 교통의 허브. 적어도 과거엔 그랬던 곳이죠.
하아... 모든 일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나서...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는데, 이 NPC 녀석 이상하게 감수성이 풍부한데?
인간과 인형의 감수성도 마냥 똑같진 않으니까. 물론 쟤도 AI지만.
시간이 된다면, 이 사람도 도와주고 싶어.
V, Vivi?
너 게임에 과몰입하는 타입은 아니지?
그냥 이 사람의 기분을 잘 알 것 같아서...
어... 이상한가?
그냥 공감하는 정도라면, 이 게임의 미션을 클리어하면 엔딩도 나올 거야.
디마가 엔딩에서 어떻게 될진 몰라도, 우리가 골에 도착하는 게 걔를 돕는 일일걸?
오오, 그렇게 들으니까 사명감이 생긴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이 매치에서 이기는 김에 맨해튼도 구하자고.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여러분 같은 정상적인 팀을 만나게 됐어요!
풋, 얘 진짜 호들갑 떤다.
그런데 왜 예감이 안 좋을까?
경고. 높은 위험도의 적이 접근 중.
야! 너 진짜 귀신이라도 씌었어?
미안... 그냥 입 다물게...
뭔가 이상해.
매번 무덤덤하던 ISAC의 알림이 이번에는 놀란 듯한 어조처럼 들려, Vector도 사뭇 다른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Vector가 엄폐물 뒤로 숨기가 무섭게, 터미널 쪽에서 여태까지 몸집이 우람하던 적들과는 다른 적이 나타났다.
자신과 비슷한 키에, 게임의 다른 NPC들과는 전혀 다른 이목구비를 한 적이었다.
저건... 인형?
......
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
요원님, 매우 위험한 적이 나타났습니다! 각별히 주의하세요!
엑, 얼마나 위험하길래?
엄청 큰 돈이 걸린 게임이니 뭐가 나타나도 이상하진 않겠지.
그런데 저 녀석, 옷차림이랑 인상이 좀 위화감이 드는데?
아니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 놈의 전투력은 지금까지의 적과는 차원이 달라요! 신중에 신중을 기해 대응해야 합니다!
아, 물론... 아예 해치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저 녀석을 해치우길 원하는 말투인걸.
아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아, 잠깐만요! 지금 그쪽으로 더 많은 적이 나타났어요!
왠지 디마가 황급히 말을 돌리는 것 같았지만, 확실히 저 상대의 주위로 더 많은 AI 적들이 나타났다.
저렇게 부대를 이루고 오는 적을 보자, Vector도 상당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녀석은 분명 이 근처에 있어. 사각지대에 주의하면서 전진.
그 생쥐 녀석이 언제까지 숨어있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저건... LMB?
LMB는 플레이어에게 적대적인데, 왜 저 인형과 함께...
그거 정말 이상하네, 좋은 징조가 아니야.
길조든 흉조든 더는 못 참아! Vivi,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도와주러 갈게!
난 괜찮으니까 너흰 거기 가만히 있어.
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너 혼자 괜찮아!
어차피 너희와 합류하려면 저 앞을 지나야 해. 가로막는 장애물은 제거할 수밖에.
저기, 요원님? 여기선 동료들의 조언을 따르는 게 옳다고 봅니다. 진심으로요.
역시 팀을 이뤄 저 녀석을 상대하는 것이...
......
우왓?! R93! 적습이야!
이런... Vivi, 우리 쪽도 습격당했어!
뭣?! 그 녀석들이잖아... 제길, 왜 하필 이런 때에!
모두, 생존을 우선으로! 무리한 싸움은 반드시 피해!
거의 동시에, 적의 "하수인"이 숨어있던 Vector를 발견하고 고함을 지르며 공격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다른 적들도 Vector를 포위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은 타이밍에 공격이라니... 적이 사전에 계획한 건가.
드디어 진짜 강적을 만난 모양이네.
조금 전.
아아아 진짜, 대체 어디서 공격해 오는 거야!?
나한테 물어도... 이, 일단 빨리 엄폐물부터 찾아!
엄폐는 무슨, 내가 가서 저놈들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헛소리 작작하고 얌전히 숨으라고!
같은 시각.
45 언니, 여기는 9. 목표의 후방에 도착했어.
완전 어쩔 줄 몰라하는데, 언니도 보이지?
응, 아주 잘 보여. 그런데 416은? 네 옆에 없어?
모르겠어. 내 시야에도 안 보이는데 길 잃은 거 아닐까?
그럼 언제든지 네 뒤의 날 볼 수 있도록 뒤통수에 구멍을 뚫어 줘야겠네.
어머나 무서워라~
동료의 뒤통수에 총알을 박으려 하다니, 416 참 나쁜 아이구나?
혼자 느긋하게 구경이나 하고 앉아있는 녀석이 할 말이야?
구경이라니, 네가 부탁한 대로 잘 지켜보고있다고.
그럼 닥치고 내가 놈들을 해치우는 거나 구경해!
오, 돌돌이다!
저렇게 뭉쳐 있는 적한텐 이게 딱이지. 쓸데없이 총알 낭비하지 말고 이걸로 싹 해치우자고.
HK416이 배낭에서 대인 유도 지뢰를 꺼내 던졌다.
목표를 포착한 대인 유도 지뢰는 빠른 속도로 R93과 K5를 향해 굴러갔다.
이제 몇 초 후면 두 인형은 사이좋게 폭사할 운명이었고, 승리를 확신한 HK416은 등을 돌렸다.
다 끝났어, 45. 물건 줍게 너도 내려와.
......
정말? 아직도 그쪽에서 총격음이 들리는데?
뭐라고...?
스텝이 꼬여 넘어질 뻔한 HK416은 바로 UMP9 곁으로 돌아와 상황을 확인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폭사한 R93과 K5가 아닌, 어디선가 갑자기 들이닥친 LMB 부대에게 습격당해 밀리는 그들의 모습이었고, 그녀가 던졌던 대인 유도 지뢰는 더 가까운 목표의 출현에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퍼엉!
그 효과를 200% 발휘하여, LMB 부대원들을 모조리 하늘로 날려버렸다. 반면, 엄폐물에 숨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R93과 K5는 이 광경에 놀란 토끼 눈을 끔뻑거리기만 했다.
어......
우릴 기습해 온 게 저 녀석들인 거 같은데...
설마 폭탄 한 방에 일망타진할 줄은 몰랐네. R93 너 제법이다?
어... 내가 한 거 아닌데?
음? 뭐야, 그럼 어떻게 된 거지?
쟤네가 실수로 길가의 가스통이라도 터뜨렸나 보지. 거리에 그런 거 많잖아?
그럴 수도... 있나?
아무래도 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드디어 왔구나!
아니 뭔 운이 ㅆ――
응? 방금 뭐랬어?
......
잘못 들었나...?
에이 됐어, 저 녀석들이 뭘 떨어뜨렸나 보고 대기 장소를 바꾸자.
응.
천운으로 살아남아 떠나는 두 인형을 마냥 지켜보면서, HK416과 UMP9은 전멸한 LMB 부대의 시체 더미 위에 올라섰다.
나이스 슈퍼 세이브~
이럴 때 잡몹이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겠냐고!
이 대인 유도 지뢰, 가장 먼저 포착한 적을 쫓아야 하는 거 아니야!?
묻고 싶어도 돌돌이는 이미 터지고 없는걸.
9, 쟤네들 지금 서둘러서 Vector와 합류하려는 모양이니까 가능하면 그 전에 해치워.
조금은 과격하게 나가도 좋으니까. 나도 금방 따라갈게.
알았어 언니!
......
으악!! 또 있어?!
어쩌면 방금 그 녀석들일 수 있어! 젠장, 정말 끈질기네!
반격! 반격해!
안 돼, Vivi가 무리하게 싸우지 말라 했잖아! 따돌릴 수 있으면 되도록 도망치자!
퍼엉!
수류탄까지 던져대는데 어떻게 도망쳐! 아주 작정하고 우릴 잡으려 하는데?
저 앞에 교차로가 있어! 너는 왼쪽, 나는 오른쪽! 놈들을 따돌린 다음 반대편에서 만나자!
그 수가 통하길 바라는 수밖에. 먼저 갈게!
R93은 교차로에서 방향을 돌려, 눈바람을 맞으며 온힘을 다해 달렸다.
귓가에 들리는 총성으로 적들 일부가 자신을 쫓아오는 것을 확신하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하던 와중, 수류탄 하나가 그녀 옆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뿜어내는 하얀 연기에 시야가 흐려졌다.
——
마, 망했다...!
히히, 이제 못 도망치겠지?
자, 잠깐만! 너도 그리폰 인형이지?
직장 동료끼리 말로 하자!
유감이지만, 난 너네 사원이 아니라서. 그럼 게임에서의 마지막을 마음껏 즐기도록 해~
......
잡았어?
물론. 넌?
그 녀석 맨발로 뭐가 그렇게 빠른지... 그래도 하나는 잡았으니 다행이네, 이 녀석도 좋은 물건 잔뜩 가졌을 테니.
난 물밖에 없어!
뭐가 있는진 우리가 뒤져보고 판단할게♪
참, 아까 돌돌이 낭비해서 짜증냈지? 나 아직 하나 남았는데 쓸래?
잔말 말고 얼른 해치우기나 해!
미안, 우리 동료가 워낙에 성질이 급해서 말이야.
그럼 잘 가, 그리폰의 인형 아가씨~
R93은 대인 유도 지뢰가 굴러오는 소리를 듣고, 그제서야 방금 일어났던 폭발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시야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대며 대인 유도 지뢰 소리의 반대 방향으로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뭔가에 발이 걸려,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와아아악!?
쏘옥!
HK416과 UMP9의 눈앞에서, R93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으엥?!
헐...?
"이 게임에 저런 스킬이 있었나?"
...라 말하려던 UMP9은 자신이 던진 지뢰가 제자리에 멈춘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목표를 잃은 탓인지 대인 유도 지뢰는 터지지 않았고 잠깐 가만히 있더니 돌연 방향을 틀었다.
뭐, 뭐 저런 게 다 있어?!
9, 피해!
괜찮아 괜찮아, 이런 것쯤이야 구르기로 쉽게――
잠깐만 그쪽에는...!
콰앙!
UMP9이 굴러 착지한 지점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UMP9은 얼굴에 시꺼먼 물건이 들러붙은 채로, 개구리처럼 바닥에 엎어졌다.
X 플레이어 "라이나"이(가) 부비트랩에 사망했습니다. X
......
...동생이 공개 처형당한 감상은?
내 주먹이 너에게 닿은 뒤에 말해 줄게.
목표는?
갑자기 사라졌어.
이래선 추격할 수도 없어.
결국 녀석들을 놓쳐버렸네. 거기다 9까지 잃다니...
...뭐, 괜찮아. 어차피 이 게임의 승자는 단 한 명만 있으면 되니까.
9의 물건 챙겨서 돌아와.
......
에이, 그렇게 무섭게 침묵하지 마. 나도 소중한 두 동료의 죽음에 마음이 아프다고.
웃기고 있네!
HK416은 투덜대면서 UMP9이 떨어뜨린 물자를 챙기고 거리를 벗어났다.
......
......
그 녀석들 갔지?
저기요――? K5, 거기 있어? K――5――!
......
이게 뭐야... 이게 대체 뭐냐고...
저기, 방금 나 죽이려던 애들이라도 좋으니까 나 좀 여기서 꺼내 줘!
차라리 죽여도 좋으니까 이대로 날 두고 가지 말아 줘――!!
......
......
한편, 그랜트 센트럴 터미널.
......
......
금방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끈질기구나. 그 점만큼은 칭찬해 주겠어.
이 정도도 못하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대단합니다 요원님, 녀석을 제압하셨군요!
자, 이제 녀석을 해치우세요!
말 안 해도 그러려던 참이야.
그런가... 그럼 나도 작전을 다시 짜야겠군.
...?
하이라이트는 마지막까지 남겨 두도록 하지... 그때, 네가 얼마나 절망하는 표정을 지을지 기대할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Vector가 제압했던 적은 거리 위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아, 안 돼!!
제기랄, 결국 놓쳤잖아!
저 녀석이 죽길 바라는 것 같네?
그뿐일 리가... 녀석을 당장에라도 삭제해 버리고 싶은 심정인데...
아, 물론 물론, 다 맨해튼과 뉴욕을 위해서입니다!
삭제라니, 저쪽도 플레이어야? 너 혹시 저쪽한테도 날 해치우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네?
디마, 점점 더 네가 의심스러워.
나한테 뭘 숨기고 있어?
수, 숨기는 건...
Vivi... Vivi! 들리면 대답해!
그쪽 상황은 어때?
......
......
여기는 벡터. 그 이상한 녀석이 방금 도망쳤어. 그쪽은?
적을 따돌리고 방금 R93과 합류한 참이야.
얘가 얼마나 웃긴 모습이었는지 상상도 못할걸!
닥쳐! 오늘 운수 진짜 왜 이래!? 이게 벌써 몇 번째야...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야.
방금 적에게 습격당했다 했는데, 어떻게 됐어?
사라졌어. 그쪽 동료가 하나 죽어서 후퇴했나 봐.
그렇구나... 상대도 그리폰 인형이었어?
미안... 얼굴을 보기도 전에 최루탄을 맞았어.
나나나! 난 봤어!
날 쫓아오던 녀석, 그리폰에서 본 적은 없지만 하얀 생머리에 초록색 눈이었어! 독특한 외모여서 똑똑히 기억해!
하얀 생머리에 초록색 눈...?
뭐 이상한 점 있어?
......
우리, 아무래도 같은 상대를 만난 거 같아. 하지만... 어떻게 거의 동시에 두 장소에 나타난 거지?
최대한 빨리 그쪽으로 갈 테니, 조심해.
안심해, 적어도 당분간은 아무도 안 올 거 같으니까.
R93——!!!
엉?!
총성... 또 그 녀석들이야?
잠깐만, 저거 설마...
에엥?!
저, 저건...!
꺄악!
V, Vivi! 너——
꺄아아아——!
K5! R93!
통신이 끊어졌다.
X 헬파이어이(가) 언럭키엔젤을(를) 처치했습니다. X
X 헬파이어이(가) 철학관요정을(를) 처치했습니다. X
......
결국, 나 혼자만 남은 건가...
...그래도, 모두 기다려 줘.
......
이... 이건 정말 예상 밖의 전개네요!
그리폰 지휘실.
Vector가 저렇게 진지해질 줄이야! 저 기세라면 결승전도 문제 없겠어요!
Vivi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정말 기대되네.
응...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해!
헤헷, 걱정 붙들어들 매시라. 진심 모드인 Vivi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어라, K5? 벌써 로그아웃했어? 아, R93도 왔네.
레벨 2 플랫폼에서 뭐해 그럼...
지금 지지율 어떻게 돼?
너희 팀 지지율이 엄청 오르긴 했는데, 마지막까지 봐야지.
지휘관이 직접 선발한 팀인걸, 실력은 확실해!
큰소리치기엔 일러, 이 게임은 피지컬만으론 안 된다고.
흐응? 그럼 그 의견이나 좀 들어보실까?
좋아. 근데 미리 말하지만 난 이 게임 직접 해본 적은 없고 스트리밍으로만 봤어.
Vivi는 저 게임 모드의 메타를 잘 몰라서 초반부터 전멸할 뻔했는데, 내가 아는 스트리머는 팀 데리고 맨몸으로 캐리하더라. Vivi랑은 완전 하늘과 땅 차이였어.
직접 해본 적도 없으면서 뭘 평가해?
그래도 스트리밍으로 봐서 안다니까? 너넨 안 봐?
아니 아니, 전혀 설득력 없거든?!
오직 결과만이 가장 설득력 있지. 그럼 어느 팀이 이길지 내기할래?
좋아! R93, 우리도 빨리 Vivi한테 투표하자!
이, 일단 진정부터 할래...?
진정할 게 뭐가 있어, Vivi는 반드시 이기니까 두고보라고!
카리나, 여기 내 투표비!
그래 그래, 싸우지 말고 차례대로 차례대로~
베팅 고마워!
......
남은 생존 플레이어 - 10명.
전체 대사 보기 (331줄)
......
다크존으로 진입하기에 앞서, Vector 팀은 두 조로 나뉘었다.
Vector와 PP-90은 눈보라를 헤치며 물자 확보와 전황 파악에 힘썼고, R93과 K5는 다크존 주변을 탐색했다.
하지만 Vector 조는 탄약과 무기만 발견했을 뿐, 마찬가지로 중요한 식량과 물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추위와 허기에 시달리는 두 인형에겐 1초가 한세월처럼 느껴졌고, 결국 PP-90이 한계를 넘은 허기로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동료가 남긴 통조림으로 Vector는 살아남았고, 그녀의 결의도 확고해졌다.<下雪></下雪>
남과 협력하든 비겁한 수든, 이 시합에서 반드시 이기겠어... PP-90, 너를 위해서.
......<火焰销毁></火焰销毁>
......
요원 Vector... 아니, "헬파이어".
그게 너의 진짜 이름이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내 이름은 "터스크". 너도 나도,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그 사람에게서 비롯됐지.
<color=#00CCFF>......</color>
디마?
<color=#00CCFF>내 네이밍 센스가 엉망이라 미안해, "Vector"...</color>
<color=#00CCFF>...뭐, 아무렴 어때. 너도 이제 "416"처럼 완전히 변해버렸는데.</color>
경고. 식별 코드가 잠겼습니다.
아직도 포기 안 할 셈인가요?
<color=#00CCFF>난 아직 젊다고! 이딴 가상현실에서 평생 머물까 보냐!</color>
나쁜 제안은 아니야.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이 도시를 정화할 수 있어.
<color=#00CCFF>그래서 넌 "클리너"가 됐냐... 솔직히 어울리긴 하네.</color>
<color=#00CCFF>아무튼, 이 게임은 반드시 끝날 거야! 나는 무리여도 저 인형들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어!</color>
인형...?
HK416과 Vector 말이죠?
<color=#00CCFF>그, 그래. 그게 어쨌는데?</color>
그럼, 그들을 정화하면 너도 단념하겠군.
<color=#00CCFF>응!?</color>
놈들을 영원히 지워버리겠어요.
<color=#00CCFF>아... 안 돼!</color>
......
경고, 체온 저하.
아, 눈 그쳤다.
Vivi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무슨 일이든 PP-90이 탈락해서 충격이 클 거야.
게임이라 진짜 죽은 것도 아닌데... Vivi는 너무 진지하다니까.
하긴, 그래도 굶어죽는 건 역시 너무 비참하지.
우린 먹을 건 물론 무기랑 탄약도 너무 많아서 다 못 쓰는 지경인데...
Vivi한테 주면 좋아할까?
푸훗!
뭐야, 왜 웃어?
아니, 우리 둘의 조합이 참 기묘하단 생각이 들어서.
기묘하다고...?
생각해 보니 그러네, 여태까지 너만 황금색 장비를 얻고, 난 식량 아니면 식량뿐이니.
가끔은 운이 양극화될 때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경우는 나도 처음이야.
인형의 운세를 일률적으로 논할 순 없어. 나야 점을 좋아하지만, 내가 운이 나빠서가 아니야.
그리고, 왠지 모르게 너와 함께면 내 운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이거든.
<color=#00CCFF>K5, 그쪽 상황은 어떻지?</color>
아, Vivi다.
모든 게 순탄해.
그나저나 방금 시스템 알림을 봤는데...
PP-90이 굶어 죽었단 게 정말이야?
<color=#00CCFF>...응.</color>
<color=#00CCFF>나한테 마지막 식량을 양보하고, 자기는...</color>
지,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뭐! 대장도 기운내, PP-90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순 없잖아!
<color=#A9A9A9>왜 너까지 몰입하고 그래?</color>
<color=#A9A9A9>쉬이잇... 이래야 Vivi의 기분이 나아질 거 아니야.</color>
<color=#00CCFF>모두 잘 들어. 우린 PP-90을 잃었어. 이 이상의 전투 외 손실은 피해야 해.</color>
걱정 마, 우리 수확은 대박났으니까!
<color=#00CCFF>얼마나?</color>
장비랑 물자 모두 인벤토리가 모자랄 정도로.
PP-90을 잃은 건 유감이지만, 이만큼이라면 우린 다크존에서도 무쌍을 찍을 거야!
<color=#00CCFF>......</color>
<color=#00CCFF>이제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근처의 은신처에서 합류한 다음, 다크존으로 돌입하자.</color>
알았어, 잠깐 지도 좀 볼게...
음... 넌 거기까지 얼마나 걸릴 거 같아?
<color=#00CCFF>난 ...하철역... 지나... 하......, 디마가 적이 ...고 하니 시간... 걸릴...</color>
음? Vivi? 내 말 들려?
신호에 문제가 생겼나 봐. 드디어 운이 다한 거 같은데?
우리 같은 팀이거든? 내 불행은 네 불행도 된다고.
난 신경 안 써. 행운이란 원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소리없이 사라지고, 신경쓸수록 빠져나가는 물건이거든.
계속 신경쓸 바에야, 차라리 딴 데다 정신을 집중하는 게 훨씬 낫지.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네...
흐흥~ 너를 위해 특별히 지어낸 말이니까. 어때, 마음에 들었어?
에이 뭐야, 칭찬 좀 해 주려 했더니만. 됐으니까 얼른 가자.
두 인형은 재난이 일어난 후 공사가 멈춘 길거리를 수다를 떨며 걸어갔다.
그리고 공사장의 어느 비계 위에서, 세 그림자가 그들을 주시했다.
직접 나서길래 괜찮은 계획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만, 여기 와서도 또 구경밖에 안 해?
그럼 어떡하고 싶은데?
저 둘이 말하는 거 들었지?
응. 그 황금색 장비라는 거, 뺏으러 가게?
파밍을 꽤 잘한 거 같으니, 녀석들 것을 뺏으면 다크존에서 활동하기 훨씬 수월할 거야.
하지만 여기서 저격했다간 지나가던 다른 플레이어가 주울 수도 있으니 좀 더 접근해서 기습하는 게 낫겠어.
좋네, 그럼 그 임무는 너와 9에게 맡길게.
헤헤, 맡겨 줘 언니!
......
왜 그래, 저 둘 상대하는데도 내 지휘가 필요해?
아니, 대신 망이나 봐 달라고. 그 정도도 못하진 않겠지?
그래 그래, 너희의 무대를 즐기고 있을게.
......
움직이자.
......
적 반응 소멸.
<color=#00CCFF>네, 이게 마지막 적일 겁니다.</color>
격전 끝에, Vector는 주위의 적을 섬멸했다.
<color=#00CCFF>당신이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요원님. 여러모로...</color>
갑자기 목소리가 기운 없어졌네.
<color=#00CCFF>방금 이쪽에서 여러 일이 생겼는지라... 하아...</color>
<color=#00CCFF>아무튼, 당신의 활약을 보니 아직 희망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color>
방금 전에 통신을 교란한 건 이 녀석들이야?
<color=#00CCFF>아뇨, 통신 교란의 원인은 사실――</color>
<color=#00CCFF>...아니, 이건 말로 설명하자면 길어지니 우선 통신이 복구됐는지부터 보세요. 당신의 동료분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는 게 좋을 겁니다.</color>
알았어.
<color=#00CCFF>앗, Vivi!</color>
<color=#00CCFF>겨우 다시 연결됐네. 신호가 드문드문 끊기니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라니까.</color>
지금 그쪽 상황은?
<color=#00CCFF>널 찾으러 가는 중인데, 마침 다크존의 입구도 찾았어.</color>
<color=#00CCFF>이쪽은 아직 안전한 편이야, 어느 팀이었는지 모를 애들 둘이 죽고 남긴 폭탄이 잔뜩 있길래 겸사겸사 주웠고.</color>
<color=#00CCFF>아예 여길 합류 지점으로 삼아도 될 거 같은데, 너 지금 어디 있어?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color>
난 지금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지하철역에 있어. 지도상으론 이쪽을 통하는 게 다크존에 더 가깝지만...
<color=#00CCFF>밖에서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피해 들어온 적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여길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color>
그렇겠지. 그럼 신중하게... 응?
Vector가 생각을 바꿔 우회하려던 그때, 지하철 플랫폼의 양 철도에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폭음과 진동이 천장을 무너뜨렸고, 떨어지는 잔해는 굉음과 먼지를 일으켰다. 하지만 위험을 감지한 Vector는 떨어지는 콘크리트를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color=#00CCFF>Vivi!?</color>
<color=#00CCFF>방금 뭐가 터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괜찮아?</color>
...응, 괜찮아.
하지만 역의 조명이 완전히 나갔어. 잠깐 주위를 살펴볼게.
<color=#00CCFF>...어때?</color>
입구가 무너진 콘크리트로 완전히 막혔어.
갇히진 않았지만... 적의 소굴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됐어.
<color=#00CCFF>솔직히, 처음부터 팀을 나누지 않았다면 Vivi가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color>
이곳의 적은 다 별볼일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color=#00CCFF>저... 요원님? 알려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만...</color>
<color=#00CCFF>까다로운 적이 나타났습니다.</color>
까다로운 적?
디마가 설명할 틈도 없이, 눈부신 손전등의 빛이 저 너머에서 어둠 속을 훑었다.
Vector는 반사적으로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숨었다. 잠시 후, 괴이한 기운을 내뿜으며 주위를 살피는 무장인원들의 모습이 잔해의 틈새로 보였다.
전략국토부 요원이잖아...?
<color=#00CCFF>요원"이었던" 자들입니다. 손목시계가 빨갛게 빛나는 것 보이시나요? 그게 차이점입니다.</color>
<color=#00CCFF>여태까지 요원님이 조우했던 적들보다 훨씬 더 상대하기 힘들 겁니다.</color>
변절했다고? 왜?
<color=#00CCFF>그건...</color>
<color=#00CCFF>저희는 혼란에 빠진 뉴욕을 구하기 위해, 맨해튼에 갖은 노력을 들여 무고한 생명을 하나라도 더 지키려 했습니다.</color>
<color=#00CCFF>하지만 어떤 이들은 저희의 방식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밖에 안 된다며, 질서를 위해서라면 과격한 수단이라도 동원해야 한다며 들고있어났죠.</color>
<color=#00CCFF>그들은 진정한 위협은 이 재난이 아닌, 뉴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악의라 주장하고 있습니다.</color>
그러니까, 의견 차이로 틀어졌다고?
<color=#00CCFF>내부 분열이 더 맞을 겁니다.</color>
<color=#00CCFF>그런데 설마 일이 그렇게 될 줄은...</color>
<color=#00CCFF><size=30>그것도 두 번씩이나! 어휴 진짜, 내가 잘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size></color>
두 번씩이나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color=#00CCFF>크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color>
<color=#00CCFF>당신이 저 배신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믿기에 이런 얘기를 해드린 겁니다. 저희는 올바른 길을 향해 발을 내디뎠으니, 누군가는 끝까지 나아가야 합니다.</color>
<color=#00CCFF>뭐야, 여태 게임 시나리오 소개한 거였어?</color>
<color=#00CCFF>우리 현실에 견줄 만한 이야기네.</color>
<color=#00CCFF>게임 스토리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더는 시간 낭비 말자.</color>
<color=#00CCFF>그렇지, Vivi?</color>
벌써 움직이고 있어.
......
Vector는 지하철역 안을 전속력으로 달리며, 충격 수류탄 2개로 마지막 남은 변절 요원을 마비시키고 탄창의 모든 총알을 퍼부었다.
총성의 메아리가 잦아들자, 방독면을 쓰고 거칠게 숨을 내쉬던 마지막 변절 요원은 마침내 바닥에 고꾸라졌다.
후우...
<color=#00CCFF>정말 잘했어, Vivi!</color>
<color=#00CCFF>우리한테 기다리라고만 안 했어도 당장 도와주러 갔을 텐데!</color>
손실을 이 이상 늘릴 수 없다 했잖아. 그리고 이 정도쯤은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어.
<color=#00CCFF>요원님, 지하철역 밖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열렸습니다.</color>
......
디마, 우리의 목적지인 다크존은 온통 이런 적들뿐이야?
<color=#00CCFF>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color>
<color=#00CCFF>뭐야, 저것들보다 더 무서운 적이라도 있어?</color>
<color=#00CCFF>어... 그러니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color>
<color=#00CCFF>맨해튼에 예상치 못한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전략국토부마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막강한 위협이.</color>
시작하기 전에 게임 매뉴얼에서 더 강력한 적이 있단 문구를 봤어.
그렇다면 더욱 서둘러 합류해야겠네.
<color=#00CCFF>어떤 녀석이든 우리가 함께라면 아무 문제 없지!</color>
<color=#00CCFF>아무튼 빨리 와 Vivi, 나 기다리다 목 빠지겠어!</color>
<color=#00CCFF>요원님, 제가 제어실 컴퓨터를 원격 해킹해 경로상의 자동병기를 일부 무력화시켰습니다.</color>
<color=#00CCFF>적들이 눈치채지 못한 지금 바로 이탈하시기 바랍니다.</color>
알았어...
비상 통로를 타고 지면으로 나온 Vector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너진 고가도로의 폐허였다.
그리고 비탈진 지형 너머로, 하단 조명이 비추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꼭대기의 시계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color=#00CCFF>맨해튼 교통의 허브. 적어도 과거엔 그랬던 곳이죠.</color>
<color=#00CCFF>하아... 모든 일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나서...</color>
<color=#00CCFF>내 착각일지도 모르겠는데, 이 NPC 녀석 이상하게 감수성이 풍부한데?</color>
<color=#00CCFF>인간과 인형의 감수성도 마냥 똑같진 않으니까. 물론 쟤도 AI지만.</color>
시간이 된다면, 이 사람도 도와주고 싶어.
<color=#00CCFF>V, Vivi?</color>
<color=#00CCFF>너 게임에 과몰입하는 타입은 아니지?</color>
그냥 이 사람의 기분을 잘 알 것 같아서...
어... 이상한가?
<color=#00CCFF>그냥 공감하는 정도라면, 이 게임의 미션을 클리어하면 엔딩도 나올 거야.</color>
<color=#00CCFF>디마가 엔딩에서 어떻게 될진 몰라도, 우리가 골에 도착하는 게 걔를 돕는 일일걸?</color>
<color=#00CCFF>오오, 그렇게 들으니까 사명감이 생긴다.</color>
<color=#00CCFF>그것도 나쁘지 않지. 이 매치에서 이기는 김에 맨해튼도 구하자고.</color>
<color=#00CCFF>여러분...</color>
<color=#00CCFF>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여러분 같은 정상적인 팀을 만나게 됐어요!</color>
<color=#00CCFF>풋, 얘 진짜 호들갑 떤다.</color>
<color=#00CCFF>그런데 왜 예감이 안 좋을까?</color>
경고. 높은 위험도의 적이 접근 중.
<color=#00CCFF>야! 너 진짜 귀신이라도 씌었어?</color>
<color=#00CCFF>미안... 그냥 입 다물게...</color>
뭔가 이상해.
매번 무덤덤하던 ISAC의 알림이 이번에는 놀란 듯한 어조처럼 들려, Vector도 사뭇 다른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Vector가 엄폐물 뒤로 숨기가 무섭게, 터미널 쪽에서 여태까지 몸집이 우람하던 적들과는 다른 적이 나타났다.
자신과 비슷한 키에, 게임의 다른 NPC들과는 전혀 다른 이목구비를 한 적이었다.
저건... 인형?
......
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
<color=#00CCFF>요원님, 매우 위험한 적이 나타났습니다! 각별히 주의하세요!</color>
<color=#00CCFF>엑, 얼마나 위험하길래?</color>
<color=#00CCFF>엄청 큰 돈이 걸린 게임이니 뭐가 나타나도 이상하진 않겠지.</color>
<color=#00CCFF>그런데 저 녀석, 옷차림이랑 인상이 좀 위화감이 드는데?</color>
<color=#00CCFF>아니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color>
<color=#00CCFF>저 놈의 전투력은 지금까지의 적과는 차원이 달라요! 신중에 신중을 기해 대응해야 합니다!</color>
<color=#00CCFF>아, 물론... 아예 해치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color>
내가 저 녀석을 해치우길 원하는 말투인걸.
<color=#00CCFF>아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color>
<color=#00CCFF>아, 잠깐만요! 지금 그쪽으로 더 많은 적이 나타났어요!</color>
왠지 디마가 황급히 말을 돌리는 것 같았지만, 확실히 저 상대의 주위로 더 많은 AI 적들이 나타났다.
저렇게 부대를 이루고 오는 적을 보자, Vector도 상당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녀석은 분명 이 근처에 있어. 사각지대에 주의하면서 전진.
그 생쥐 녀석이 언제까지 숨어있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저건... LMB?
LMB는 플레이어에게 적대적인데, 왜 저 인형과 함께...
<color=#00CCFF>그거 정말 이상하네, 좋은 징조가 아니야.</color>
<color=#00CCFF>길조든 흉조든 더는 못 참아! Vivi,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도와주러 갈게!</color>
난 괜찮으니까 너흰 거기 가만히 있어.
<color=#00CCFF>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너 혼자 괜찮아!</color>
어차피 너희와 합류하려면 저 앞을 지나야 해. 가로막는 장애물은 제거할 수밖에.
<color=#00CCFF>저기, 요원님? 여기선 동료들의 조언을 따르는 게 옳다고 봅니다. 진심으로요.</color>
<color=#00CCFF>역시 팀을 이뤄 저 녀석을 상대하는 것이...</color>
......
<color=#00CCFF>우왓?! R93! 적습이야!</color>
<color=#00CCFF>이런... Vivi, 우리 쪽도 습격당했어!</color>
<color=#00CCFF>뭣?! 그 녀석들이잖아... 제길, 왜 하필 이런 때에!</color>
모두, 생존을 우선으로! 무리한 싸움은 반드시 피해!
거의 동시에, 적의 "하수인"이 숨어있던 Vector를 발견하고 고함을 지르며 공격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다른 적들도 Vector를 포위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은 타이밍에 공격이라니... 적이 사전에 계획한 건가.
드디어 진짜 강적을 만난 모양이네.
조금 전.
아아아 진짜, 대체 어디서 공격해 오는 거야!?
나한테 물어도... 이, 일단 빨리 엄폐물부터 찾아!
엄폐는 무슨, 내가 가서 저놈들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헛소리 작작하고 얌전히 숨으라고!
같은 시각.
45 언니, 여기는 9. 목표의 후방에 도착했어.
완전 어쩔 줄 몰라하는데, 언니도 보이지?
<color=#00CCFF>응, 아주 잘 보여. 그런데 416은? 네 옆에 없어?</color>
모르겠어. 내 시야에도 안 보이는데 길 잃은 거 아닐까?
그럼 언제든지 네 뒤의 날 볼 수 있도록 뒤통수에 구멍을 뚫어 줘야겠네.
어머나 무서워라~
<color=#00CCFF>동료의 뒤통수에 총알을 박으려 하다니, 416 참 나쁜 아이구나?</color>
혼자 느긋하게 구경이나 하고 앉아있는 녀석이 할 말이야?
<color=#00CCFF>구경이라니, 네가 부탁한 대로 잘 지켜보고있다고.</color>
그럼 닥치고 내가 놈들을 해치우는 거나 구경해!
오, 돌돌이다!
저렇게 뭉쳐 있는 적한텐 이게 딱이지. 쓸데없이 총알 낭비하지 말고 이걸로 싹 해치우자고.
HK416이 배낭에서 대인 유도 지뢰를 꺼내 던졌다.
목표를 포착한 대인 유도 지뢰는 빠른 속도로 R93과 K5를 향해 굴러갔다.
이제 몇 초 후면 두 인형은 사이좋게 폭사할 운명이었고, 승리를 확신한 HK416은 등을 돌렸다.
다 끝났어, 45. 물건 줍게 너도 내려와.
......
<color=#00CCFF>정말? 아직도 그쪽에서 총격음이 들리는데?</color>
뭐라고...?
스텝이 꼬여 넘어질 뻔한 HK416은 바로 UMP9 곁으로 돌아와 상황을 확인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폭사한 R93과 K5가 아닌, 어디선가 갑자기 들이닥친 LMB 부대에게 습격당해 밀리는 그들의 모습이었고, 그녀가 던졌던 대인 유도 지뢰는 더 가까운 목표의 출현에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퍼엉!
그 효과를 200% 발휘하여, LMB 부대원들을 모조리 하늘로 날려버렸다. 반면, 엄폐물에 숨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R93과 K5는 이 광경에 놀란 토끼 눈을 끔뻑거리기만 했다.
어......
우릴 기습해 온 게 저 녀석들인 거 같은데...
설마 폭탄 한 방에 일망타진할 줄은 몰랐네. R93 너 제법이다?
어... 내가 한 거 아닌데?
음? 뭐야, 그럼 어떻게 된 거지?
쟤네가 실수로 길가의 가스통이라도 터뜨렸나 보지. 거리에 그런 거 많잖아?
그럴 수도... 있나?
아무래도 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드디어 왔구나!
아니 뭔 운이 ㅆ――
응? 방금 뭐랬어?
......
잘못 들었나...?
에이 됐어, 저 녀석들이 뭘 떨어뜨렸나 보고 대기 장소를 바꾸자.
응.
천운으로 살아남아 떠나는 두 인형을 마냥 지켜보면서, HK416과 UMP9은 전멸한 LMB 부대의 시체 더미 위에 올라섰다.
<color=#00CCFF>나이스 슈퍼 세이브~</color>
이럴 때 잡몹이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겠냐고!
이 대인 유도 지뢰, 가장 먼저 포착한 적을 쫓아야 하는 거 아니야!?
묻고 싶어도 돌돌이는 이미 터지고 없는걸.
<color=#00CCFF>9, 쟤네들 지금 서둘러서 Vector와 합류하려는 모양이니까 가능하면 그 전에 해치워.</color>
<color=#00CCFF>조금은 과격하게 나가도 좋으니까. 나도 금방 따라갈게.</color>
알았어 언니!
......
으악!! 또 있어?!
어쩌면 방금 그 녀석들일 수 있어! 젠장, 정말 끈질기네!
반격! 반격해!
안 돼, Vivi가 무리하게 싸우지 말라 했잖아! 따돌릴 수 있으면 되도록 도망치자!
퍼엉!
수류탄까지 던져대는데 어떻게 도망쳐! 아주 작정하고 우릴 잡으려 하는데?
저 앞에 교차로가 있어! 너는 왼쪽, 나는 오른쪽! 놈들을 따돌린 다음 반대편에서 만나자!
그 수가 통하길 바라는 수밖에. 먼저 갈게!
R93은 교차로에서 방향을 돌려, 눈바람을 맞으며 온힘을 다해 달렸다.
귓가에 들리는 총성으로 적들 일부가 자신을 쫓아오는 것을 확신하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하던 와중, 수류탄 하나가 그녀 옆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뿜어내는 하얀 연기에 시야가 흐려졌다.
——
마, 망했다...!
히히, 이제 못 도망치겠지?
자, 잠깐만! 너도 그리폰 인형이지?
직장 동료끼리 말로 하자!
유감이지만, 난 너네 사원이 아니라서. 그럼 게임에서의 마지막을 마음껏 즐기도록 해~
......
잡았어?
물론. 넌?
그 녀석 맨발로 뭐가 그렇게 빠른지... 그래도 하나는 잡았으니 다행이네, 이 녀석도 좋은 물건 잔뜩 가졌을 테니.
<size=55>난 물밖에 없어!</size>
뭐가 있는진 우리가 뒤져보고 판단할게♪
참, 아까 돌돌이 낭비해서 짜증냈지? 나 아직 하나 남았는데 쓸래?
잔말 말고 얼른 해치우기나 해!
미안, 우리 동료가 워낙에 성질이 급해서 말이야.
그럼 잘 가, 그리폰의 인형 아가씨~
R93은 대인 유도 지뢰가 굴러오는 소리를 듣고, 그제서야 방금 일어났던 폭발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시야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대며 대인 유도 지뢰 소리의 반대 방향으로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뭔가에 발이 걸려,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와아아악!?
쏘옥!
HK416과 UMP9의 눈앞에서, R93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으엥?!
헐...?
"이 게임에 저런 스킬이 있었나?"
...라 말하려던 UMP9은 자신이 던진 지뢰가 제자리에 멈춘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목표를 잃은 탓인지 대인 유도 지뢰는 터지지 않았고 잠깐 가만히 있더니 돌연 방향을 틀었다.
뭐, 뭐 저런 게 다 있어?!
9, 피해!
괜찮아 괜찮아, 이런 것쯤이야 구르기로 쉽게――
잠깐만 그쪽에는...!
콰앙!
UMP9이 굴러 착지한 지점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UMP9은 얼굴에 시꺼먼 물건이 들러붙은 채로, 개구리처럼 바닥에 엎어졌다.
X 플레이어 "라이나"이(가) 부비트랩에 사망했습니다. X
<color=#00CCFF>......</color>
...동생이 공개 처형당한 감상은?
<color=#00CCFF>내 주먹이 너에게 닿은 뒤에 말해 줄게.</color>
<color=#00CCFF>목표는?</color>
갑자기 사라졌어.
이래선 추격할 수도 없어.
<color=#00CCFF>결국 녀석들을 놓쳐버렸네. 거기다 9까지 잃다니...</color>
<color=#00CCFF>...뭐, 괜찮아. 어차피 이 게임의 승자는 단 한 명만 있으면 되니까.</color>
<color=#00CCFF>9의 물건 챙겨서 돌아와.</color>
......
<color=#00CCFF>에이, 그렇게 무섭게 침묵하지 마. 나도 소중한 두 동료의 죽음에 마음이 아프다고.</color>
웃기고 있네!
HK416은 투덜대면서 UMP9이 떨어뜨린 물자를 챙기고 거리를 벗어났다.
......
......
그 녀석들 갔지?
저기요――? K5, 거기 있어? K――5――!
......
이게 뭐야... 이게 대체 뭐냐고...
저기, 방금 나 죽이려던 애들이라도 좋으니까 나 좀 여기서 꺼내 줘!
차라리 죽여도 좋으니까 이대로 날 두고 가지 말아 줘――!!
......
......
한편, 그랜트 센트럴 터미널.
......
......
금방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끈질기구나. 그 점만큼은 칭찬해 주겠어.
이 정도도 못하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color=#00CCFF>대단합니다 요원님, 녀석을 제압하셨군요!</color>
<color=#00CCFF>자, 이제 녀석을 해치우세요!</color>
말 안 해도 그러려던 참이야.
그런가... 그럼 나도 작전을 다시 짜야겠군.
...?
하이라이트는 마지막까지 남겨 두도록 하지... 그때, 네가 얼마나 절망하는 표정을 지을지 기대할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Vector가 제압했던 적은 거리 위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color=#00CCFF>아, 안 돼!!</color>
<color=#00CCFF>제기랄, 결국 놓쳤잖아!</color>
저 녀석이 죽길 바라는 것 같네?
<color=#00CCFF>그뿐일 리가... 녀석을 당장에라도 삭제해 버리고 싶은 심정인데...</color>
<color=#00CCFF>아, 물론 물론, 다 맨해튼과 뉴욕을 위해서입니다!</color>
삭제라니, 저쪽도 플레이어야? 너 혹시 저쪽한테도 날 해치우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color=#00CCFF>네?</color>
디마, 점점 더 네가 의심스러워.
나한테 뭘 숨기고 있어?
<color=#00CCFF>수, 숨기는 건...</color>
<color=#00CCFF>Vivi... Vivi! 들리면 대답해!</color>
<color=#00CCFF>그쪽 상황은 어때?</color>
<color=#00CCFF>......</color>
......
여기는 벡터. 그 이상한 녀석이 방금 도망쳤어. 그쪽은?
<color=#00CCFF>적을 따돌리고 방금 R93과 합류한 참이야.</color>
<color=#00CCFF>얘가 얼마나 웃긴 모습이었는지 상상도 못할걸!</color>
<color=#00CCFF>닥쳐! 오늘 운수 진짜 왜 이래!? 이게 벌써 몇 번째야...</color>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야.
방금 적에게 습격당했다 했는데, 어떻게 됐어?
<color=#00CCFF>사라졌어. 그쪽 동료가 하나 죽어서 후퇴했나 봐.</color>
그렇구나... 상대도 그리폰 인형이었어?
<color=#00CCFF>미안... 얼굴을 보기도 전에 최루탄을 맞았어.</color>
<color=#00CCFF>나나나! 난 봤어!</color>
<color=#00CCFF>날 쫓아오던 녀석, 그리폰에서 본 적은 없지만 하얀 생머리에 초록색 눈이었어! 독특한 외모여서 똑똑히 기억해!</color>
하얀 생머리에 초록색 눈...?
<color=#00CCFF>뭐 이상한 점 있어?</color>
......
우리, 아무래도 같은 상대를 만난 거 같아. 하지만... 어떻게 거의 동시에 두 장소에 나타난 거지?
최대한 빨리 그쪽으로 갈 테니, 조심해.
<color=#00CCFF>안심해, 적어도 당분간은 아무도 안 올 거 같으니까.</color>
<color=#00CCFF>R93——!!!</color>
<color=#00CCFF>엉?!</color>
총성... 또 그 녀석들이야?
<color=#00CCFF>잠깐만, 저거 설마...</color>
<color=#00CCFF>에엥?!</color>
<color=#00CCFF>저, 저건...!</color>
<color=#00CCFF>꺄악!</color>
<color=#00CCFF>V, Vivi! 너——</color>
<color=#00CCFF>꺄아아아——!</color>
K5! R93!
통신이 끊어졌다.
X 헬파이어이(가) 언럭키엔젤을(를) 처치했습니다. X
X 헬파이어이(가) 철학관요정을(를) 처치했습니다. X
......
결국, 나 혼자만 남은 건가...
...그래도, 모두 기다려 줘.
......
이... 이건 정말 예상 밖의 전개네요!
그리폰 지휘실.
Vector가 저렇게 진지해질 줄이야! 저 기세라면 결승전도 문제 없겠어요!
Vivi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정말 기대되네.
응...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해!
헤헷, 걱정 붙들어들 매시라. 진심 모드인 Vivi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어라, K5? 벌써 로그아웃했어? 아, R93도 왔네.
레벨 2 플랫폼에서 뭐해 그럼...
지금 지지율 어떻게 돼?
너희 팀 지지율이 엄청 오르긴 했는데, 마지막까지 봐야지.
지휘관이 직접 선발한 팀인걸, 실력은 확실해!
큰소리치기엔 일러, 이 게임은 피지컬만으론 안 된다고.
흐응? 그럼 그 의견이나 좀 들어보실까?
좋아. 근데 미리 말하지만 난 이 게임 직접 해본 적은 없고 스트리밍으로만 봤어.
Vivi는 저 게임 모드의 메타를 잘 몰라서 초반부터 전멸할 뻔했는데, 내가 아는 스트리머는 팀 데리고 맨몸으로 캐리하더라. Vivi랑은 완전 하늘과 땅 차이였어.
직접 해본 적도 없으면서 뭘 평가해?
그래도 스트리밍으로 봐서 안다니까? 너넨 안 봐?
아니 아니, 전혀 설득력 없거든?!
오직 결과만이 가장 설득력 있지. 그럼 어느 팀이 이길지 내기할래?
좋아! R93, 우리도 빨리 Vivi한테 투표하자!
이, 일단 진정부터 할래...?
진정할 게 뭐가 있어, Vivi는 반드시 이기니까 두고보라고!
카리나, 여기 내 투표비!
그래 그래, 싸우지 말고 차례대로 차례대로~
베팅 고마워!
......
남은 생존 플레이어 - 1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