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침
"벌침의 뜻이란 모든 틈새에 파고드는 것."
……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 사건으로부터 1주 후.
■기록■ NUSSRA920640605190087, 디코딩...
보고, 그리폰이 아직도 저항 중입니다.
우리의 목적을 잊지 마라... 정말 중요한 건 저 기지다.
재생 중이던 화면이 갑자기 일시정지됐고, 상황실에서 그 기록을 들고 있던 니토는 조마조마해하며 일어섰다.
......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인 정기 보고 시간. 이 긴장된 분위기는 모든 니토에게 절대로 실수해선 안 됨을 다시 한번 명심시켰다.
그리고 그때,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아니잖니, 수잔나.
상냥하기에 더더욱 긴장감을 가중시키는 어조였다.
"수잔나"라는 이름의 니토는, 문자 그대로 손에 땀을 쥐는 상태였다. 어떻게든 진정하려고 애쓰는 것이 그 자리의 모두에게 티가 났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수잔나는 즉각 다른 기록을 열었다.
■기록■ DDRA585246472307521, 디코딩...
그럼 여기서 헤어지지.
따로 챙길 건 없고?
모든 물건은 네가 가져간다, 그게 내가 받은 명령이야. 그 아이들을 하벨에게 잘 전달하도록.
그리고, 영 내키진 않지만 난 안젤리아를 찾으러 가야 해.
그녀를 감시하는 게 내 임무인데, 감시 대상을 놓쳤다간 큰일나지.
알았다... 그럼 행운을 빌지.
걱정 마라, 금방 또 볼 테니.
또 화면이 정지됐다.
그리고 그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는 방금보다도 더 부드러워졌다.
미안하지만... 더 뒤로 빨리 돌려 줄래요?
저쪽에서 존댓말까지 쓰자, 수잔나는 오한이 들어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녀가 지금부터 할 대답은 분명 저쪽을 더욱 분노케 할 게 뻔하니까.
......죄송합니다, 네메아란 언니.
바닷물에 침수되어, 그 기지에서의 기록은 전부 회수에 실패했습니다...
......
이번에는 네메아란이 대답을 않았고, 수잔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수잔나는 자신의 "기억" 속을 뒤졌다.
그리고 찾아낸 개인 기록 2개를 황급히 열어 보려 했다.
부디 무사히 열리기를 기도하면서.
■기록■ UO83520530300147, 디코딩...
E R R O R !
■기록■ UO34678231305238, 디코딩...
E R R O R !
"벌침" 시스템 연결 중...
............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하여 연결할 수 없습니다.
재가동하시겠습니까?
암호화 플랫폼의 오류 메시지와 함께, 니토들은 현실의 상황실로 돌아왔다.
이윽고 들려온 통신음에 수잔나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연결했다.
...단순한 시스템 오류일 뿐이니 긴장 말려무나.
상냥하고 친절한 다독임 같았지만, 수잔나에겐 마치 사탄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죄, 죄송합니다... 안젤리아의 기록과 기지 관련 기록은 잠시 후 정리되는 대로 전달하겠습니다...
수고가 많구나.
천만의... 말씀입니다...
안젤리아의 기록은 개별적으로 꺼내고, 리벨리온의 기록과 함께 비암호화 파일로 전환해서 어휘를 다듬은 다음 전송하거라.
"부장님"께 보내드립니까, 아니면 아베르――
올가.
네메아란이 가볍게 부르자, 한 니토가 소리 없이 그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신속하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수잔나의 목을 꺾었다.
수잔나의 목소리는 단순하면서도 거칠게 끊어졌다.
아무런 징조 없이, 물리적으로 발성 기관이 파괴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잔나는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저항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음을, 본인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곳은 언급하면 안 되잖니...
수잔나는 바닥에 쓰러져,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그리고 "올가"라 불린 니토가 죽은 수잔나 대신 공손히 통신기를 바꿔 받았다.
...네 이름은 무엇이니?
올가입니다, 네메아란 언니.
그냥 말해본 이름이란다. 러시아의 인명이지.
지금부터 저는 올가입니다, 네메아란 언니.
상대의 눈치 빠름에 흡족한 듯, 네메아란은 나지막이 웃었다.
"북극곰"에게 귀뜸해 주거라, 안젤리아를 베를린으로 보내야 한다고.
알겠습니다.
......
네메아란은 통신을 종료했다.
방에 원래 4명이던 니토는 이제 3명만 남았다.
아직 서 있는 니토 중 한 명이, 한참 고민한 끝에 올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북극곰"에게 연락하는 자는 수잔나였어. 어떡하면 그녀가 담당하던 일을 처리할 거야?
그녀의 기억 모듈을 뜯어내.
수잔나 하나 만드는 것도 힘든 일인데... 아예――
그 니토는 무심결에 목까지 올라온 그 금지어를 간신히 도로 삼켰다.
...그곳으로 돌려보내면 안 될까?
임무가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돌아가지 못해.
우리의 가치로 보건대, 돌려보낼 바에야 이대로 묻어버리는 편이 안전해.
그럼 권한은 어떡하지? 수잔나의 권한은 우리보다 높았어.
벌침 시스템의 권한과 규정은 오직 네메아란 언니만이 수정할 수 있는데, 지금이라도 연락해서 여쭈어보는 건 어떨까?
......
그분께는 아무것도 물어선 안 돼.
필요한 임무를 해결하면, 상응하는 권한은 자연스레 받게 돼.
언급되지 않은 일을 함부로 추측하지 마.
그래도...
나를 믿어.
방 안의 니토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다만 올가는 능숙하게 수잔나의 시체를 처리했고, 상황실 안은 다시 새것처럼 깨끗히 청소됐다.
수잔나는 존재했던 흔적마저 지워졌다.
신소련,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느 술집.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성 취객이 술집의 한구석에 널브러졌지만, "혈관에 피 대신 보드카가 흐르는 민족"들에겐 일상다반사라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허공에 팔을 뻗어 허우적대다, 바로 옆의 망가진 호출 벨을 눌렀다.
이런 곳에서 반짝이는 것 외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버튼을 연신 눌러대는 이 취객은, 아무래도 다른 이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매너가 있는 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바텐더가 금방 만든 칵테일을 들고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손님, 주문하신 "저먼 메리"입니다.
……
그 말에 남자가 역시 벌겋게 충혈된 눈을 번쩍 뜨더니, 피식 웃으며 물었다.
베를린산이야아, 브레멘산이야아?
...직수입한 브레멘산 코른이 베이스입니다.
어째선진 몰라도 그 말이 취객의 신경을 건드렸는지, 뺨을 더욱 빨갛게 물들이며 술집의 음악마저 덮을 기세로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난 베를린산뫄안 마셔어! 이 가게 어떠케 대먹은 거야아!?
머리 끝까지 화난 취객은 바텐더의 손에 들린 쟁반을 냅다 잡아 바닥에 내리쳤다.
저먼 메리는 베를린산 코른 아님 드아 짝퉁이라고오!!
바텐더는 직업 정신이 투철한지, 마찬가지로 머리 끝까지 화났음에도 어떻게든 미소는 유지했다.
손님, 저희 가게의 코른은 항상 브레멘에서 직수입합니다. 손님께선 다른 가게에서 드신 저먼 메리와 헷갈리시는 게 아닐까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의 이번 달 신상품을 드셔 보시겠습니까? 손님들께 인기가 많아 많이들 주문하십――
취한 남자는 바텐더의 말도 다 안 듣고 홱 떠밀며 비틀비틀 출입구로 향했다.
남겨진 바텐더는 붙잡아 따지지도 않고, 그저 허리를 숙여 깨진 잔을 정리했다.
그와 함께 술집은 다시 원래의 떠들썩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 한 여인이 아직 깨진 잔을 정리 중인 바텐더에게 다가가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저 사람 술값은 제가 대신 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약 한 시간 후, 모스크바의 패러데우스 기지는 적잖은 소란이 일어났다.
큰일이다, 안젤리아가 예정대로 베를린으로 가지 않고 브레멘으로 갔다!
즉시 암호화 통신 준비를.
그분께 도움을 청할 셈이야? 네가 저번에 그분께는 아무것도 묻지 말라 했잖아?
이건 너무 뜻밖이야, 왜 브레멘으로 갔지?
설마 "북극곰"이 장소를 헷갈렸나? 아니,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인데...
뜻밖의 사태지만, 아직 최악은 아니야.
진짜 최악은 실수를 저지를 때지.
이것도 실수야, 이런 실수를 용서받을 리가 없어!
조용히 해!
...이 정도 돌발 상황쯤, 올해에만 1,000번 가까이 발생했어.
보통, 뜻밖의 상황은 오히려 기회가 되기 마련.
이 정도의 일로 우리가 노여움을 살 일은 없어.
그럼 왜 수잔나는 말 한 마디 잘못한 것으로 죽었지? 지금보다 훨씬 더 사소한 실수였으면서!
그... 그곳을 언급한 것이 이유가 아닐 텐데.
아니지.
그녀는 아버님의 계획에 지장을 주었기에 죽은 거야.
아버님의 계획을 조금이라도 방해하는 자매는 모두 죄인이야.
...너, 그 소문 들어봤어?
무슨 소문?
네메아란 언니는... 아버님께 사랑받지 못해서 쫓겨났다고.
그래서 그녀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되니까, 우리에게도 실수하지 말라 강요하는 거라고.
......
내가 너였다면 입과 귀를 틀어막았을 거야.
지금 같은 저급하고 같잖은 실수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무슨――
왜 이름이 "벌침"인지 몰라?
"모든 틈에 들어간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
......
그것이 그 니토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빈틈없는 감시 시스템. 니토도 당연히 감시 대상이었다.
다중 암호화된 플랫폼에서, 올가는 수시로 신호의 원활함을 확인했다.
지금은 그녀가 기록을 맡은 3인 회의. 하지만 그녀에게 발언권은 없다.
기나긴 침묵 끝에, 드디어 한 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언니가 도움을 청하는 상황 아닌가요?
이해하려무나, 10954번아. 난 그저 아버님의 뜻을 전할 뿐이란다.
"10954번"은 이제 없어요, 여기 있는 건 "몰리도"랍니다.
덤으로 말해드리겠는데, 10876번의 도주에 관해서는 아버님을 어떡하면 잘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해 두는 게 좋을 거예요.
...내 기억이 맞다면, 너는 그녀가 도망치는 것을 두고보기만 하지 않았니?
증거 있어요?
......
언니, 벌침 시스템 좀 업그레이드해야겠던데요?
그 자료 파기하는 데 겨우 10시간도 안 걸렸어요.
모스크바에선 언니가 곧 아버님의 뜻이겠지만, 베를린과 브레멘은 제 영역이랍니다.
목적지가 예정대로였더라도 언니가 낄 자리는 없어요.
수치상으로 봤을 때, 너보단 그녀가 더 완벽하단다.
아무튼 거래를 하자꾸나, 간단히 이야기도 할 겸.
듣고 있어요.
원래 계획한 대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아버님의 바람이시다.
네가 그저 흥정을 좀 하고 싶을 뿐임을 아시니, 말을 좀 완곡하게 다듬는다면 네 요구도 쉬이 들어주실지도 몰라.
제가 뭘 원하는지는 언니도 알잖아요.
그녀의 행방을 줄 테니, 제가 안젤리아를 맡게 해 주세요.
이아손의 상자도.
그렇게까지요?
내게 묻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거라.
......
아아... 제가 마흐리안 언니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안다면, 분명 기뻐하겠죠?
축하해요, 언니가 이득 보는 장사예요.
그럼 회의를 끝맺으면서, 선배로서 주실 충고라도 있나요?
...그 얼굴을 쓰고 있는 한, 실수로라도 그 얼굴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지 말거라.
안심하세요, 지금은 언니를 믿기에 살~짝 본성을 드러낸 거니까요.
그리고, 기밀 유지와 유출은 다 언니의 주특기 아닌가요?
언니랑 연락하려고 1주일을 준비해야 했다고요.
그토록이나 아버님께 "신임받는" 언니인데, 어떻게 남을 실망시키겠어요? 하하하!
설탕처럼 달콤한 웃음소리를 끝으로, 몰리도가 마침내 암호화 플랫폼에서 사라졌다.
기록을 마친 올가는 봉인하기 전 조심스럽게 네메아란의 눈치를 살폈다.
■기록■ ASD698746327127648...
■기록■ PACC67592352129875...
■기록■ ROTT46532528123234, 총 3건의 관련 기록을 정리하여 전송했습니다.
기반 백업도 계속 보존하고 있습니다.
방금 기록도 이분하였으며, 몰리도 언니의 부분은 그녀의 기록에 수록했습니다.
설명은 필요없단다. 네가 보고 들은 것을 전부 기록하면 돼.
언제, 어느 때의 대화든, 내가 있든 없든,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하는 말도 모조리 기록해 두렴.
...예, 주제넘었습니다.
그 애도 너처럼 눈치가 빨랐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10876번의 실종은 그녀 말고 또 누가 신경을 쓰겠니.
예, 10876번이 아무리 근접하더라도, 언니가 가장 완벽하십니다.
아부는 고맙지만, 나도 완벽하지 않단다.
아무도 완벽할 수 없어.
같은 시각, 그레이 생물과학 연구소. 휴면 캡슐에 누워있던 여성이 눈을 떴다.
이를 옆에서 기다리던 그레이는 투명한 캡슐의 덮개를 열어 주었다.
스승님.
예상대로야, 그 여자가 동의했어.
이제 아버님께서 가장 중요시하는 임무는 전부 우리 손에 들어왔어.
이건 아주 좋은 기회야 그레이, 나는 물론 너에게도.
모든 사전 준비 작업이 끝난 상태입니다.
너는 내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 그녀의 연락 방법도 너에게만 가르쳐 줄게.
만일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여기는 네가 담당하도록 해.
제가 그녀에게 연락할 날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녀에게의 연락은 양날의 검임을 명심해, 정말 달리 방도가 없을 때에만 동원하는 최후의 수단이야.
거의 아무도 그녀를 함부로 논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거든.
아버님께서 그토록 높이 사는 자이니...
아니, 아버님은 그녀를 무척 싫어하셔. 그건 내가 확신해.
소문처럼 추방당해서 모스크바에 있는 거야.
여전히 임무를 받고 수행하지만, 그것도 다 아버님 나름의 뜻이 있는 거지.
하지만 그녀에게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 벌침 시스템. 그게 제일 비상한 점이란 말이지...
우리 자매는 모두 개성 만점에 장단점도 제각각이잖아?
하지만 그녀는... 성격조차 알기 어려울걸. 감정은 있지만 욕망이 없으니까.
니토보다도 도구에 가깝다는 뜻입니까?
음, 아주 적절한 비유야.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아버님의 총애를 받지 못해.
우리에겐 영리함, 용기, 충성심, 헌신하는 마음이 필요하지만...
단 하나, 이성은 불필요해.
"이레귤러"로군요.
유일하게 존재를 허락받은 이레귤러지.
...명심하겠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 난 우리의 선물을 받으러 브레멘에 갔다 올게.
엘베 강 비행기 추락 사건으로부터 1주일 후.
- 곧이어 [DRF 이슈 포커스]가 방송됩니다 -
1주일 전 브레멘 시내에서 출발했던 JU-094 수송기가 예정 항로를 벗어나, 엘베 강 하류에 추락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민간인 피해는 없었으며――
――사건의 기타 자세한 정황은 추가적인 공식 성명이 발표되는 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록■ PACC76589264100147, 디코딩...
■기록■ PACC35426159108760, 디코딩...
화면에 꽤 선명한 감시 카메라 영상이 나타났다. 어느 시끌벅적한 술집에, 때마침 한 여성이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다만, 이 술집에는 "진짜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부 슈타지, 사설 무장 단체, 혹은 또 다른 세력의 소속원이었다.
우리는 적이 아니라네, 안젤리아 양.
오히려... 아주 끈끈한 전우지.
당신이랑요? 흥... 과연 어떨까요.
저보다 훨씬 손이 더러운 주제에, 뻔뻔하게 "아름다운 세상"을 논할 자격은 있습니까?
우리의 목표는 같아. 그걸 부정하진 않겠지?
물론, 방식에 조금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이상은 일치하지, 바로 루크사트를 위해서.
운명공동체... 그런 말장난은 벌써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습니다.
당신 쪽 똘마니를 구슬리는 덴 먹힐지 몰라도, 저한텐 됐으니까 도로 넣으시죠.
젤린스키와 미하일이 왜 하필 자네를 독일로 보냈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
......
데이터에 이상 없음.
올가는 능숙한 솜씨로 기록 파일들을 암호화했다.
하지만 통신기 너머의 인물은 기다림이 너무 길었는지, 약간 짜증을 냈다.
내가 인내심이 좋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
죄송합니다, 현재 그레이 언니께서 바라시는 자료를 정리 중입니다.
언니의 뜻은 존중하나, 저희는 정보 자료 취급에 매우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하기에 압축 해제에도 약간 시간이 걸립니다. 기다리시게 만들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나는 저번 실수에 관해 스승님을 변호하려는 게 아니라, 임무 때문에 연락했어.
안젤리아 확보 임무에 약간의... 곡절이 있었지만, 아직 실패하지는 않았지.
다만 스승님과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니, 네메아란 언니께서 얼굴을 보여야 해.
그리고 너는 나와 말할 자격도 없는 놈이고.
제 미천한 신분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레이 언니.
다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벌침 시스템은 이용하는 모든 이의 행동을 기록합니다. 언니께서 제게 당부하신 모든 말들이, 곧 네메아란 언니께 전달됩니다.
......
아버님께 연락하는 건 훨씬 쉬워.
미천한 제가 첨언할 자격은 없지만...
그레이 언니께서 그럴 셈이셨다면,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조차 참지 않으셨을 테지요.
나중에 후회하지나 말거라.
위에서의 소란은 이미 아래까지 퍼졌고, 사태는 점점 통제 가능 범위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네메아란 언니, 지원이 필요합니다.
올가는 무감정한 기계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차피 그녀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도 아니고, 대답할 자격도 없었으니까.
기계음을 들은 그레이는 말을 이었다.
아직 "폭죽"이 터질 때가 아니건만, 우리의 패는 거의 다 꺼낸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만약 그날까지 들키지 말아야 할 것들이 들키게 됐다간, 그 결과는 우리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안젤리아는 이미 확보했고, 이아손의 상자도 예정대로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협력 건에서 다수의 차질이 빚어져, 일부 요인의 입장에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것은 제 권한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여기까지입니다.
그레이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바로 통신을 끊었다.
그녀 나름대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었다.
그레이가 인상을 잔뜩 쓴 채로 휴면 캡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틸이 조바심에 그녀의 어깨를 부축했다.
커피를 내어 올까?
아무래도 뒷수습을 어떻게 할지 미리 고민해야겠어.
어째서지? 우리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는데.
후속 계획을 앞당겨야만 해. 하지만 그 전에 스승님을 구출해야겠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그렇게 순진해 보이니?
내가 아버님이 아니라 스승님의 줄에 선 것처럼 보여?
너에겐 항상 네 나름대로 생각이 있지.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네가 그녀를 대신해도 무방하다.
아니란다 틸, 나는 스승님을 대신할 수 없어.
수치만 따지면 나, 너, 브라메드나 나르시스조차도 스승님보다 뛰어나.
하지만 베를린에서의 작업 총괄자는 그녀야.
시시한 수단밖에 쓸 줄 모르건만.
일을 너무 단면적으로만 보는구나. 우린 모두 각자의 기수에서 수치가 가장 뛰어난 개체지만, 스승님은 아니야.
그녀의 기수에서 가장 완벽했던 개체는 그녀가 직접 해치워버렸거든.
..."마흐리안"을?
아버님의 코앞에서 대놓고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과연 능력 부족이라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버님이 그녀를 봐주셨을 뿐이다.
틀렸어, 아버님이 관용을 보이시도록 만들 정도로 능력이 있단 증거야.
하지만... 우리의 임무는 사실상 실패지. 목표인 니모겐을 놓쳤으니.
스승님이 안 계시면, 우리는 돌아가 봤자 좋은 꼴을 못 볼 거야.
우리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없지만... 스승님이라면 해내실지도 모르겠구나.
...역시 납득하긴 싫지만, 너를 따르겠다.
미안해, 나도 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그래도 약속할게, 내가 살아있는 한 너를 죽게 만들지 않겠다고.
암호화 플랫폼에서, 올가는 그레이가 제출한 데이터를 분류, 정리해 통신 너머의 인물에게 전달했다.
......
네메아란은 미간을 좁힌 채 무심하게 그것들을 훑어본 뒤, 가볍게 입을 열었다.
어딘가의 누구가 내 뜻을 이해했다면 좋겠구나.
예, 네메아란 언니.
언니의 뜻은 오차 없이 그레이 언니에게 전달했습니다.
자만에 빠진 요원은 잘못된 정보를 그 소련인에게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결국 감옥으로 향하겠죠. ...그 소련인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 새내기가, 아주 멍청이가 아니라 적당히 바보이길 바라야지...
인간은 항상 타인이 대놓고 보여 주는 답은 깡그리 무시하면서, 자신이 추리하는 결과를 맹신하지. 진짜 생산 라인을 들킨다면 너희 모두 영영 돌아올 필요가 없어짐을 명심하거라.
예. 추가로, "판도라"의 데이터와 니모겐의 신규 데이터도 전부 업로드했습니다.
다만 판도라의 기반은 암호화 수준이 매우 높아 여전히 해독이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그녀를 남겨 두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녀의 진의는 아버님도 잘 알고 계신단다. 하지만 그것도 아버님께서 바라시는 바.
지금이야말로 "그쪽"과 소통해야 할 시기인데, 판도라... 혹은 그녀의 배후는 이미 충분한 "성의"를 보였어.
아버님과 대화하기 위해, 그녀에게 충분한 "삯"을 얹어 보낸 거란다.
이해했습니다.
오늘은 이쯤으로 충분해.
이만 돌아가 보거라.
예.
잠깐.
네메아란은 잠시 뜸을 들이다, 대뜸 방금보다 가벼운 말투로 올가를 불렀다.
올가, 너는 몰리도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니?
...죄송합니다, 네메아란 언니.
몰리도 언니의 생각을 제가 함부로 추측할 수는 없습니다.
몰리도 언니가 임무에 실패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저는 모릅니다, 언니께서, 그리고... 아버님께서 이를 어찌 여기실지를.
나는 총명한 자가 좋단다. 물론 어리석은 자도 그리 싫지만은 않아.
하지만 자기가 똑똑하다 착각하는 바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존재지.
......
올가, 몰리도는 어느 쪽이라 생각하니?
...죄송합니다.
말해 보렴, 무서워 말고.
...언니들이 총명한지 아닌지는 제가 감히 논할 수 없습니다. 허나 네메아란 언니가 유일무이함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몰리도 언니, 브라메드 언니, 그분들이 하는 일은 전부 아버님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네메아란 언니는 아버님의 "팔뚝"이십니다.
사람이 애완동물을 갈아치울 순 있어도, 팔뚝은 그러할 수 없습니다.
팔뚝이라... 제법 재미있는 비유구나.
하지만 올가, 그 말은 틀렸단다.
인간은 팔이 잘리면 의수로 갈아치울 수 있어. 그런 한계는 진작에 사라졌단다.
삐익.
통신 종료.
전체 대사 보기 (234줄)
……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 사건으로부터 1주 후.
■기록■ NUSSRA920640605190087, 디코딩...
보고, 그리폰이 아직도 저항 중입니다.
우리의 목적을 잊지 마라... 정말 중요한 건 저 기지다.
재생 중이던 화면이 갑자기 일시정지됐고, 상황실에서 그 기록을 들고 있던 니토는 조마조마해하며 일어섰다.
......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인 정기 보고 시간. 이 긴장된 분위기는 모든 니토에게 절대로 실수해선 안 됨을 다시 한번 명심시켰다.
그리고 그때,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color=#00CCFF>이게 아니잖니, 수잔나.</color>
상냥하기에 더더욱 긴장감을 가중시키는 어조였다.
"수잔나"라는 이름의 니토는, 문자 그대로 손에 땀을 쥐는 상태였다. 어떻게든 진정하려고 애쓰는 것이 그 자리의 모두에게 티가 났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수잔나는 즉각 다른 기록을 열었다.
■기록■ DDRA585246472307521, 디코딩...
그럼 여기서 헤어지지.
따로 챙길 건 없고?
모든 물건은 네가 가져간다, 그게 내가 받은 명령이야. 그 아이들을 하벨에게 잘 전달하도록.
그리고, 영 내키진 않지만 난 안젤리아를 찾으러 가야 해.
그녀를 감시하는 게 내 임무인데, 감시 대상을 놓쳤다간 큰일나지.
알았다... 그럼 행운을 빌지.
걱정 마라, 금방 또 볼 테니.
또 화면이 정지됐다.
그리고 그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는 방금보다도 더 부드러워졌다.
<color=#00CCFF>미안하지만... 더 뒤로 빨리 돌려 줄래요?</color>
저쪽에서 존댓말까지 쓰자, 수잔나는 오한이 들어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녀가 지금부터 할 대답은 분명 저쪽을 더욱 분노케 할 게 뻔하니까.
......죄송합니다, 네메아란 언니.
바닷물에 침수되어, 그 기지에서의 기록은 전부 회수에 실패했습니다...
<color=#00CCFF>......</color>
이번에는 네메아란이 대답을 않았고, 수잔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수잔나는 자신의 "기억" 속을 뒤졌다.
그리고 찾아낸 개인 기록 2개를 황급히 열어 보려 했다.
부디 무사히 열리기를 기도하면서.
■기록■ UO83520530300147, 디코딩...
<color=#DC143C>E R R O R !</color>
■기록■ UO34678231305238, 디코딩...
<color=#DC143C>E R R O R !</color>
"벌침" 시스템 연결 중...
............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하여 연결할 수 없습니다.
재가동하시겠습니까?
암호화 플랫폼의 오류 메시지와 함께, 니토들은 현실의 상황실로 돌아왔다.
이윽고 들려온 통신음에 수잔나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연결했다.
<color=#00CCFF>...단순한 시스템 오류일 뿐이니 긴장 말려무나.</color>
상냥하고 친절한 다독임 같았지만, 수잔나에겐 마치 사탄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죄, 죄송합니다... 안젤리아의 기록과 기지 관련 기록은 잠시 후 정리되는 대로 전달하겠습니다...
<color=#00CCFF>수고가 많구나.</color>
천만의... 말씀입니다...
<color=#00CCFF>안젤리아의 기록은 개별적으로 꺼내고, 리벨리온의 기록과 함께 비암호화 파일로 전환해서 어휘를 다듬은 다음 전송하거라.</color>
"부장님"께 보내드립니까, 아니면 아베르――
<color=#00CCFF>올가.</color>
네메아란이 가볍게 부르자, 한 니토가 소리 없이 그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신속하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수잔나의 목을 꺾었다.
수잔나의 목소리는 단순하면서도 거칠게 끊어졌다.
아무런 징조 없이, 물리적으로 발성 기관이 파괴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잔나는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저항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음을, 본인도 알고 있었으니까.
<color=#00CCFF>그곳은 언급하면 안 되잖니...</color>
수잔나는 바닥에 쓰러져,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그리고 "올가"라 불린 니토가 죽은 수잔나 대신 공손히 통신기를 바꿔 받았다.
<color=#00CCFF>...네 이름은 무엇이니?</color>
올가입니다, 네메아란 언니.
<color=#00CCFF>그냥 말해본 이름이란다. 러시아의 인명이지.</color>
지금부터 저는 올가입니다, 네메아란 언니.
상대의 눈치 빠름에 흡족한 듯, 네메아란은 나지막이 웃었다.
<color=#00CCFF>"북극곰"에게 귀뜸해 주거라, 안젤리아를 베를린으로 보내야 한다고.</color>
알겠습니다.
......
네메아란은 통신을 종료했다.
방에 원래 4명이던 니토는 이제 3명만 남았다.
아직 서 있는 니토 중 한 명이, 한참 고민한 끝에 올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북극곰"에게 연락하는 자는 수잔나였어. 어떡하면 그녀가 담당하던 일을 처리할 거야?
그녀의 기억 모듈을 뜯어내.
수잔나 하나 만드는 것도 힘든 일인데... 아예――
그 니토는 무심결에 목까지 올라온 그 금지어를 간신히 도로 삼켰다.
...그곳으로 돌려보내면 안 될까?
임무가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돌아가지 못해.
우리의 가치로 보건대, 돌려보낼 바에야 이대로 묻어버리는 편이 안전해.
그럼 권한은 어떡하지? 수잔나의 권한은 우리보다 높았어.
벌침 시스템의 권한과 규정은 오직 네메아란 언니만이 수정할 수 있는데, 지금이라도 연락해서 여쭈어보는 건 어떨까?
......
그분께는 아무것도 물어선 안 돼.
필요한 임무를 해결하면, 상응하는 권한은 자연스레 받게 돼.
언급되지 않은 일을 함부로 추측하지 마.
그래도...
나를 믿어.
방 안의 니토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다만 올가는 능숙하게 수잔나의 시체를 처리했고, 상황실 안은 다시 새것처럼 깨끗히 청소됐다.
수잔나는 존재했던 흔적마저 지워졌다.
신소련,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느 술집.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성 취객이 술집의 한구석에 널브러졌지만, "혈관에 피 대신 보드카가 흐르는 민족"들에겐 일상다반사라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허공에 팔을 뻗어 허우적대다, 바로 옆의 망가진 호출 벨을 눌렀다.
이런 곳에서 반짝이는 것 외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버튼을 연신 눌러대는 이 취객은, 아무래도 다른 이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매너가 있는 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바텐더가 금방 만든 칵테일을 들고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손님, 주문하신 "저먼 메리"입니다.
……
그 말에 남자가 역시 벌겋게 충혈된 눈을 번쩍 뜨더니, 피식 웃으며 물었다.
베를린산이야아, 브레멘산이야아?
...직수입한 브레멘산 코른이 베이스입니다.
어째선진 몰라도 그 말이 취객의 신경을 건드렸는지, 뺨을 더욱 빨갛게 물들이며 술집의 음악마저 덮을 기세로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난 베를린산뫄안 마셔어! 이 가게 어떠케 대먹은 거야아!?
머리 끝까지 화난 취객은 바텐더의 손에 들린 쟁반을 냅다 잡아 바닥에 내리쳤다.
저먼 메리는 베를린산 코른 아님 드아 짝퉁이라고오!!
바텐더는 직업 정신이 투철한지, 마찬가지로 머리 끝까지 화났음에도 어떻게든 미소는 유지했다.
손님, 저희 가게의 코른은 항상 브레멘에서 직수입합니다. 손님께선 다른 가게에서 드신 저먼 메리와 헷갈리시는 게 아닐까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의 이번 달 신상품을 드셔 보시겠습니까? 손님들께 인기가 많아 많이들 주문하십――
취한 남자는 바텐더의 말도 다 안 듣고 홱 떠밀며 비틀비틀 출입구로 향했다.
남겨진 바텐더는 붙잡아 따지지도 않고, 그저 허리를 숙여 깨진 잔을 정리했다.
그와 함께 술집은 다시 원래의 떠들썩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 한 여인이 아직 깨진 잔을 정리 중인 바텐더에게 다가가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저 사람 술값은 제가 대신 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약 한 시간 후, 모스크바의 패러데우스 기지는 적잖은 소란이 일어났다.
큰일이다, 안젤리아가 예정대로 베를린으로 가지 않고 브레멘으로 갔다!
즉시 암호화 통신 준비를.
그분께 도움을 청할 셈이야? 네가 저번에 그분께는 아무것도 묻지 말라 했잖아?
이건 너무 뜻밖이야, 왜 브레멘으로 갔지?
설마 "북극곰"이 장소를 헷갈렸나? 아니,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인데...
뜻밖의 사태지만, 아직 최악은 아니야.
진짜 최악은 실수를 저지를 때지.
이것도 실수야, 이런 실수를 용서받을 리가 없어!
조용히 해!
...이 정도 돌발 상황쯤, 올해에만 1,000번 가까이 발생했어.
보통, 뜻밖의 상황은 오히려 기회가 되기 마련.
이 정도의 일로 우리가 노여움을 살 일은 없어.
그럼 왜 수잔나는 말 한 마디 잘못한 것으로 죽었지? 지금보다 훨씬 더 사소한 실수였으면서!
그... 그곳을 언급한 것이 이유가 아닐 텐데.
아니지.
그녀는 아버님의 계획에 지장을 주었기에 죽은 거야.
아버님의 계획을 조금이라도 방해하는 자매는 모두 죄인이야.
...너, 그 소문 들어봤어?
무슨 소문?
네메아란 언니는... 아버님께 사랑받지 못해서 쫓겨났다고.
그래서 그녀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되니까, 우리에게도 실수하지 말라 강요하는 거라고.
......
내가 너였다면 입과 귀를 틀어막았을 거야.
지금 같은 저급하고 같잖은 실수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무슨――
왜 이름이 "벌침"인지 몰라?
"모든 틈에 들어간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
......
그것이 그 니토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빈틈없는 감시 시스템. 니토도 당연히 감시 대상이었다.
다중 암호화된 플랫폼에서, 올가는 수시로 신호의 원활함을 확인했다.
지금은 그녀가 기록을 맡은 3인 회의. 하지만 그녀에게 발언권은 없다.
기나긴 침묵 끝에, 드디어 한 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color=#00CCFF>지금 언니가 도움을 청하는 상황 아닌가요?</color>
<color=#00CCFF>이해하려무나, 10954번아. 난 그저 아버님의 뜻을 전할 뿐이란다.</color>
<color=#00CCFF>"10954번"은 이제 없어요, 여기 있는 건 "몰리도"랍니다.</color>
<color=#00CCFF>덤으로 말해드리겠는데, 10876번의 도주에 관해서는 아버님을 어떡하면 잘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해 두는 게 좋을 거예요.</color>
<color=#00CCFF>...내 기억이 맞다면, 너는 그녀가 도망치는 것을 두고보기만 하지 않았니?</color>
<color=#00CCFF>증거 있어요?</color>
<color=#00CCFF>......</color>
<color=#00CCFF>언니, 벌침 시스템 좀 업그레이드해야겠던데요?</color>
<color=#00CCFF>그 자료 파기하는 데 겨우 10시간도 안 걸렸어요.</color>
<color=#00CCFF>모스크바에선 언니가 곧 아버님의 뜻이겠지만, 베를린과 브레멘은 제 영역이랍니다.</color>
<color=#00CCFF>목적지가 예정대로였더라도 언니가 낄 자리는 없어요.</color>
<color=#00CCFF>수치상으로 봤을 때, 너보단 그녀가 더 완벽하단다.</color>
<color=#00CCFF>아무튼 거래를 하자꾸나, 간단히 이야기도 할 겸.</color>
<color=#00CCFF>듣고 있어요.</color>
<color=#00CCFF>원래 계획한 대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아버님의 바람이시다.</color>
<color=#00CCFF>네가 그저 흥정을 좀 하고 싶을 뿐임을 아시니, 말을 좀 완곡하게 다듬는다면 네 요구도 쉬이 들어주실지도 몰라.</color>
<color=#00CCFF>제가 뭘 원하는지는 언니도 알잖아요.</color>
<color=#00CCFF>그녀의 행방을 줄 테니, 제가 안젤리아를 맡게 해 주세요.</color>
<color=#00CCFF>이아손의 상자도.</color>
<color=#00CCFF>그렇게까지요?</color>
<color=#00CCFF>내게 묻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거라.</color>
<color=#00CCFF>......</color>
<color=#00CCFF>아아... 제가 마흐리안 언니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안다면, 분명 기뻐하겠죠?</color>
<color=#00CCFF>축하해요, 언니가 이득 보는 장사예요.</color>
<color=#00CCFF>그럼 회의를 끝맺으면서, 선배로서 주실 충고라도 있나요?</color>
<color=#00CCFF>...그 얼굴을 쓰고 있는 한, 실수로라도 그 얼굴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지 말거라.</color>
<color=#00CCFF>안심하세요, 지금은 언니를 믿기에 살~짝 본성을 드러낸 거니까요.</color>
<color=#00CCFF>그리고, 기밀 유지와 유출은 다 언니의 주특기 아닌가요?</color>
<color=#00CCFF>언니랑 연락하려고 1주일을 준비해야 했다고요.</color>
<color=#00CCFF>그토록이나 아버님께 "신임받는" 언니인데, 어떻게 남을 실망시키겠어요? 하하하!</color>
설탕처럼 달콤한 웃음소리를 끝으로, 몰리도가 마침내 암호화 플랫폼에서 사라졌다.
기록을 마친 올가는 봉인하기 전 조심스럽게 네메아란의 눈치를 살폈다.
■기록■ ASD698746327127648...
■기록■ PACC67592352129875...
■기록■ ROTT46532528123234, 총 3건의 관련 기록을 정리하여 전송했습니다.
기반 백업도 계속 보존하고 있습니다.
방금 기록도 이분하였으며, 몰리도 언니의 부분은 그녀의 기록에 수록했습니다.
설명은 필요없단다. 네가 보고 들은 것을 전부 기록하면 돼.
언제, 어느 때의 대화든, 내가 있든 없든,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하는 말도 모조리 기록해 두렴.
...예, 주제넘었습니다.
그 애도 너처럼 눈치가 빨랐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10876번의 실종은 그녀 말고 또 누가 신경을 쓰겠니.
예, 10876번이 아무리 근접하더라도, 언니가 가장 완벽하십니다.
아부는 고맙지만, 나도 완벽하지 않단다.
아무도 완벽할 수 없어.
같은 시각, 그레이 생물과학 연구소. 휴면 캡슐에 누워있던 여성이 눈을 떴다.
이를 옆에서 기다리던 그레이는 투명한 캡슐의 덮개를 열어 주었다.
스승님.
예상대로야, 그 여자가 동의했어.
이제 아버님께서 가장 중요시하는 임무는 전부 우리 손에 들어왔어.
이건 아주 좋은 기회야 그레이, 나는 물론 너에게도.
모든 사전 준비 작업이 끝난 상태입니다.
너는 내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 그녀의 연락 방법도 너에게만 가르쳐 줄게.
만일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여기는 네가 담당하도록 해.
제가 그녀에게 연락할 날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녀에게의 연락은 양날의 검임을 명심해, 정말 달리 방도가 없을 때에만 동원하는 최후의 수단이야.
거의 아무도 그녀를 함부로 논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거든.
아버님께서 그토록 높이 사는 자이니...
아니, 아버님은 그녀를 무척 싫어하셔. 그건 내가 확신해.
소문처럼 추방당해서 모스크바에 있는 거야.
여전히 임무를 받고 수행하지만, 그것도 다 아버님 나름의 뜻이 있는 거지.
하지만 그녀에게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 벌침 시스템. 그게 제일 비상한 점이란 말이지...
우리 자매는 모두 개성 만점에 장단점도 제각각이잖아?
하지만 그녀는... 성격조차 알기 어려울걸. 감정은 있지만 욕망이 없으니까.
니토보다도 도구에 가깝다는 뜻입니까?
음, 아주 적절한 비유야.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아버님의 총애를 받지 못해.
우리에겐 영리함, 용기, 충성심, 헌신하는 마음이 필요하지만...
단 하나, 이성은 불필요해.
"이레귤러"로군요.
유일하게 존재를 허락받은 이레귤러지.
...명심하겠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 난 우리의 선물을 받으러 브레멘에 갔다 올게.
엘베 강 비행기 추락 사건으로부터 1주일 후.
- 곧이어 [DRF 이슈 포커스]가 방송됩니다 -
1주일 전 브레멘 시내에서 출발했던 JU-094 수송기가 예정 항로를 벗어나, 엘베 강 하류에 추락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민간인 피해는 없었으며――
――사건의 기타 자세한 정황은 추가적인 공식 성명이 발표되는 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록■ PACC76589264100147, 디코딩...
■기록■ PACC35426159108760, 디코딩...
화면에 꽤 선명한 감시 카메라 영상이 나타났다. 어느 시끌벅적한 술집에, 때마침 한 여성이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다만, 이 술집에는 "진짜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부 슈타지, 사설 무장 단체, 혹은 또 다른 세력의 소속원이었다.
우리는 적이 아니라네, 안젤리아 양.
오히려... 아주 끈끈한 전우지.
당신이랑요? 흥... 과연 어떨까요.
저보다 훨씬 손이 더러운 주제에, 뻔뻔하게 "아름다운 세상"을 논할 자격은 있습니까?
우리의 목표는 같아. 그걸 부정하진 않겠지?
물론, 방식에 조금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이상은 일치하지, 바로 루크사트를 위해서.
운명공동체... 그런 말장난은 벌써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습니다.
당신 쪽 똘마니를 구슬리는 덴 먹힐지 몰라도, 저한텐 됐으니까 도로 넣으시죠.
젤린스키와 미하일이 왜 하필 자네를 독일로 보냈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
......
데이터에 이상 없음.
올가는 능숙한 솜씨로 기록 파일들을 암호화했다.
하지만 통신기 너머의 인물은 기다림이 너무 길었는지, 약간 짜증을 냈다.
<color=#00CCFF>내가 인내심이 좋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color>
죄송합니다, 현재 그레이 언니께서 바라시는 자료를 정리 중입니다.
언니의 뜻은 존중하나, 저희는 정보 자료 취급에 매우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하기에 압축 해제에도 약간 시간이 걸립니다. 기다리시게 만들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color=#00CCFF>나는 저번 실수에 관해 스승님을 변호하려는 게 아니라, 임무 때문에 연락했어.</color>
<color=#00CCFF>안젤리아 확보 임무에 약간의... 곡절이 있었지만, 아직 실패하지는 않았지.</color>
<color=#00CCFF>다만 스승님과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니, 네메아란 언니께서 얼굴을 보여야 해.</color>
<color=#00CCFF>그리고 너는 나와 말할 자격도 없는 놈이고.</color>
제 미천한 신분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레이 언니.
다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벌침 시스템은 이용하는 모든 이의 행동을 기록합니다. 언니께서 제게 당부하신 모든 말들이, 곧 네메아란 언니께 전달됩니다.
<color=#00CCFF>......</color>
<color=#00CCFF>아버님께 연락하는 건 훨씬 쉬워.</color>
미천한 제가 첨언할 자격은 없지만...
그레이 언니께서 그럴 셈이셨다면,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조차 참지 않으셨을 테지요.
<color=#00CCFF>나중에 후회하지나 말거라.</color>
<color=#00CCFF>위에서의 소란은 이미 아래까지 퍼졌고, 사태는 점점 통제 가능 범위를 벗어나고 있습니다.</color>
<color=#00CCFF>네메아란 언니, 지원이 필요합니다.</color>
올가는 무감정한 기계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차피 그녀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도 아니고, 대답할 자격도 없었으니까.
기계음을 들은 그레이는 말을 이었다.
<color=#00CCFF>아직 "폭죽"이 터질 때가 아니건만, 우리의 패는 거의 다 꺼낸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color>
<color=#00CCFF>만약 그날까지 들키지 말아야 할 것들이 들키게 됐다간, 그 결과는 우리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color>
<color=#00CCFF>안젤리아는 이미 확보했고, 이아손의 상자도 예정대로 진행 중입니다.</color>
<color=#00CCFF>하지만 약속했던 협력 건에서 다수의 차질이 빚어져, 일부 요인의 입장에 변수가 발생했습니다..</color>
<color=#00CCFF>이런 것은 제 권한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color>
<color=#00CCFF>여기까지입니다.</color>
그레이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바로 통신을 끊었다.
그녀 나름대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었다.
그레이가 인상을 잔뜩 쓴 채로 휴면 캡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틸이 조바심에 그녀의 어깨를 부축했다.
커피를 내어 올까?
아무래도 뒷수습을 어떻게 할지 미리 고민해야겠어.
어째서지? 우리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는데.
후속 계획을 앞당겨야만 해. 하지만 그 전에 스승님을 구출해야겠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그렇게 순진해 보이니?
내가 아버님이 아니라 스승님의 줄에 선 것처럼 보여?
너에겐 항상 네 나름대로 생각이 있지.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네가 그녀를 대신해도 무방하다.
아니란다 틸, 나는 스승님을 대신할 수 없어.
수치만 따지면 나, 너, 브라메드나 나르시스조차도 스승님보다 뛰어나.
하지만 베를린에서의 작업 총괄자는 그녀야.
시시한 수단밖에 쓸 줄 모르건만.
일을 너무 단면적으로만 보는구나. 우린 모두 각자의 기수에서 수치가 가장 뛰어난 개체지만, 스승님은 아니야.
그녀의 기수에서 가장 완벽했던 개체는 그녀가 직접 해치워버렸거든.
..."마흐리안"을?
아버님의 코앞에서 대놓고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과연 능력 부족이라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버님이 그녀를 봐주셨을 뿐이다.
틀렸어, 아버님이 관용을 보이시도록 만들 정도로 능력이 있단 증거야.
하지만... 우리의 임무는 사실상 실패지. 목표인 니모겐을 놓쳤으니.
스승님이 안 계시면, 우리는 돌아가 봤자 좋은 꼴을 못 볼 거야.
우리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없지만... 스승님이라면 해내실지도 모르겠구나.
...역시 납득하긴 싫지만, 너를 따르겠다.
미안해, 나도 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그래도 약속할게, 내가 살아있는 한 너를 죽게 만들지 않겠다고.
암호화 플랫폼에서, 올가는 그레이가 제출한 데이터를 분류, 정리해 통신 너머의 인물에게 전달했다.
<color=#00CCFF>......</color>
네메아란은 미간을 좁힌 채 무심하게 그것들을 훑어본 뒤, 가볍게 입을 열었다.
<color=#00CCFF>어딘가의 누구가 내 뜻을 이해했다면 좋겠구나.</color>
예, 네메아란 언니.
언니의 뜻은 오차 없이 그레이 언니에게 전달했습니다.
자만에 빠진 요원은 잘못된 정보를 그 소련인에게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결국 감옥으로 향하겠죠. ...그 소련인이 바보가 아니라면.
<color=#00CCFF>그 새내기가, 아주 멍청이가 아니라 적당히 바보이길 바라야지...</color>
<color=#00CCFF>인간은 항상 타인이 대놓고 보여 주는 답은 깡그리 무시하면서, 자신이 추리하는 결과를 맹신하지. 진짜 생산 라인을 들킨다면 너희 모두 영영 돌아올 필요가 없어짐을 명심하거라.</color>
예. 추가로, "판도라"의 데이터와 니모겐의 신규 데이터도 전부 업로드했습니다.
다만 판도라의 기반은 암호화 수준이 매우 높아 여전히 해독이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그녀를 남겨 두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color=#00CCFF>그녀의 진의는 아버님도 잘 알고 계신단다. 하지만 그것도 아버님께서 바라시는 바.</color>
<color=#00CCFF>지금이야말로 "그쪽"과 소통해야 할 시기인데, 판도라... 혹은 그녀의 배후는 이미 충분한 "성의"를 보였어.</color>
<color=#00CCFF>아버님과 대화하기 위해, 그녀에게 충분한 "삯"을 얹어 보낸 거란다.</color>
이해했습니다.
<color=#00CCFF>오늘은 이쯤으로 충분해.</color>
<color=#00CCFF>이만 돌아가 보거라.</color>
예.
<color=#00CCFF>잠깐.</color>
네메아란은 잠시 뜸을 들이다, 대뜸 방금보다 가벼운 말투로 올가를 불렀다.
<color=#00CCFF>올가, 너는 몰리도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니?</color>
...죄송합니다, 네메아란 언니.
몰리도 언니의 생각을 제가 함부로 추측할 수는 없습니다.
몰리도 언니가 임무에 실패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저는 모릅니다, 언니께서, 그리고... 아버님께서 이를 어찌 여기실지를.
<color=#00CCFF>나는 총명한 자가 좋단다. 물론 어리석은 자도 그리 싫지만은 않아.</color>
<color=#00CCFF>하지만 자기가 똑똑하다 착각하는 바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존재지.</color>
......
<color=#00CCFF>올가, 몰리도는 어느 쪽이라 생각하니?</color>
...죄송합니다.
<color=#00CCFF>말해 보렴, 무서워 말고.</color>
...언니들이 총명한지 아닌지는 제가 감히 논할 수 없습니다. 허나 네메아란 언니가 유일무이함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몰리도 언니, 브라메드 언니, 그분들이 하는 일은 전부 아버님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네메아란 언니는 아버님의 "팔뚝"이십니다.
사람이 애완동물을 갈아치울 순 있어도, 팔뚝은 그러할 수 없습니다.
<color=#00CCFF>팔뚝이라... 제법 재미있는 비유구나.</color>
<color=#00CCFF>하지만 올가, 그 말은 틀렸단다.</color>
<color=#00CCFF>인간은 팔이 잘리면 의수로 갈아치울 수 있어. 그런 한계는 진작에 사라졌단다.</color>
삐익.
통신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