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typeS
MOD 2
레벨 2 플랫폼에 접속한 인형들 앞에, 굳게 닫힌 쇠문이 나타났다.
여긴 어디지? 아무도 없는 게 좀 수상한데.
호크~! 호――크――!!
쉿! 누가 오고 있어요, 들키지 않게 숨어요!
인형들은 흩어져 몸을 숨겼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초조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총을 든 중년 남성이, 젊은 여성을 붙잡고 뒷걸음질로 오는 소리였다.
흑흑... 제발 풀어 주세요... 저, 전 아무것도 몰라요...
닥쳐!
제기랄,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이게 뭐야! 인질도 잡을 필요 없었는데!
그 인형이 대뜸 튀어나와서 내 다리를 쏘지만 않았어도, 벌써 아그들이랑 돈 챙기고 튀었다고!
인형이 뭐 저렇게 끈질겨? 이 문 뒤로 숨어야지...
흑흑,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닥치고 얌전히 따라와!
강도는 인질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바깥에 혈흔을 남긴 채 문을 닫았다.
56-1식이 통신을 켰다.
다들 들리지? 아니 호크 이 녀석, 업그레이드하는 때에까지 이때 일을 떠올리고 있네...
음? 설마 이게 그 "백만 호송 사건"인가요? 들어본 적 있어요.
"백만 호송 사건"이요?
그래, 호크가 명성을 떨치게 된 바로 그 사건이야. 모두 들어 본 적 있어?
우와, 새대가리한테 그런 업적도 있었다고? 나 못 들었어, 말해 줘!
사건날 호크는 평소대로 근무하던 은행의 지폐 호송 임무를 맡았는데, 그걸 노린 강도단이 은행을 습격했어.
보안 조치가 허술했던 탓에 강도의 계획은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호크가 이판사판 달려들어서 일이 틀어졌지.
결국 인질까지 잡아서 버텼지만 강도들은 모두 체포됐어. 그야말로, 두고두고 자랑할 만한 일이었지.
그런데...
...뭔데? 어떻게 됐는데?
쉬잇, 주인공이 도착했어요.
호크도 강도가 남긴 혈흔을 쫓아 문 앞에 도착했다.
혈흔이 여기에 넓게 퍼져 있어... 여기서 잠시 멈췄다 안으로 숨었구나.
호크가 보안 요원 권한으로 문을 열자, 강도는 총을 인질의 머리에 대고 절뚝거리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야, 너! 허튼 짓 마라!? 다가오기만 해봐, 이년 목숨은 없어! 알아들었냐!
꺄아아악!!
빨리 구해 줘! 날 지키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잖아!? 왜 가만 있어? 고장났어?! 빨리 이 자식을 쏴!
뭐야 저 여자, 인질범한텐 질질 짜면서 호크한텐 사납게 구네.
......
호크는 무기를 단단히 쥐었지만, 인질이 버둥거리는 통에 정확히 조준할 수가 없었다.
빨리 총 버려! 쏴 버린다!?
호크는 결국 천천히 무기를 내려놓고, 뒤로 물러섰다.
무기 버렸습니다, 먼저 인질을――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강도가 머리를 향해 총을 쐈고, 호크는 바로 쓰러지고 말았다.
젠장, 애먹이고 있어...
이...!
뛰쳐나가려는 NZ75를 64식이 덥석 붙잡았다.
뭐야 이게?! 네가 말한 거랑 완전 다르잖아! 그리고 저 새대가리는 왜 순순히 총을 버렸어!?
이상하네요... 호크가 이 사건 덕분에 유명해졌다면서요, 지금 상황은 뭐죠?
저도 모르겠어요...
모두가 어리둥정해하던 그때, 주위가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강도의 발소리도 다시 멀리서 들려왔다.
흑흑... 제발 풀어 주세요... 저, 전 아무것도 몰라요...
닥쳐!
제기랄,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이게 뭐야! 인질도 잡을 필요 없었는데!
그 인형이 대뜸 튀어나와서 내 다리를 쏘지만 않았어도...
이건... 루프인가요?
그런가 봐요, 호크는 이 상황에 갇혀 빠져나오질 못하는 거예요.
56,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저 말해 주세요.
인형들은 반복되는 인질극을 뒤로한 채, 엄폐물 뒤에 숨어 56-1식에게 호크의 사연을 마저 들었다.
그 날, 호크는 혼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고 인질까지 구출해서 표창을 받았어.
하지만 구출 과정에서 인질의 팔을 약간 다치게 한 것 때문에, 그 가족에게 고소당했어.
덕분에 내부 평가도 깎이고 사내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하게 돼서, 위험성 높은 불량 인형 딱지가 붙어버렸지. 살상력도 대폭 제한받아 약해 빠진 고무탄이나 쏘다 결국 해고됐고.
그리폰과 지휘관이 아니었다면 아마...
호크에게 충격이 엄청났겠네요...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 하지만 툭하면 앞으로 나서는 녀석인데? 전혀 트라우마 있는 인형으론 안 보였는걸?
호크 성격에 그러겠어? 그래도 예전에 나한테 얘기한 적이 있어. 그 징계를 받은 후론 두려워져서, 무슨 일이든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다더라.
항상 용감하게 보이는 것도, 어쩌면 호크가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무리하는 걸지도 몰라.
그럼 뭘 주저해요? 문제를 파악했으면 같이 해결해야죠!
그걸 정확히 어떻게...
모두가 토의하는 사이, 이번 루프에서 호크는 도망치는 인질을 감싸 총을 여러 발 맞고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