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배달부
m45
...
밀가루, 설탕, 생크림, 과일...
...
이걸로 문제없겠지, 스프링필드 씨가 보고 놀라지 않을까?
m45는 손뼉을 치고 간식을 만들 재료를 식탁 가득히 늘어놓았다.
모처럼 핼러윈을 위한 간식이니까, 평소에는 쓰지 않던 레시피를 써볼까?
...
스프링필드 씨라면 더 좋은 방법이 있겠지... 잠깐 쉬고 하자...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저기, 누구 있어?
WA2000 씨, 무슨 일인가요?
있었구나...
여기서 혼자 뭐 해?
스프링필드 씨 혼자서 간식을 준비하기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다만 아직 오지 않아서...
간식 준비가 빠듯해?
음... 아니요.
행사 시작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있어요.
그럼, 귀신의 집 장치 설치에 일손이 부족하니까, 와서 좀 도와줘.
네...?
잠깐만요! 그럼... 여기 주방은...
음식 준비는 스프링필드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아니면 꼭 주방에 있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어?
딱히... 없어요...
그럼 됐잖아? 요리든 장치 설치든 손 솜씨를 보는 거니까 다를 거 없잖아.
그런가요...
하지만 전 평소에도 여기에만 있어서, 잘할 수 있을지...
그래서 도울 거야 말 거야?
하기 싫으면 내가 스프링필드한테 부탁할게, 스프링필드라면 흔쾌히 도와주겠지.
...
저, 저 할 수 있어요, 제가 장치 설치할게요!
뭘 하면 되는지만 알려주세요!
그럼 필요한 거 챙기고 와, 곧 행사가 시작될 테니까.
거기 빈 창고 앞에서 만나자고.
WA2000이 바쁘게 주방을 떠났다.
... 요리와 장치 설치... 역시 좀 다르지 않을까...?
그리고 거기 가서 정말 도움이 될까?
아니지... 지금 고민할 시간은 없어...
m45? 어디에 있어?
들리면 여기 네일 건하고 나사가 필요하니까 가져와, 또 헷갈리지 말고.
네, 지금 가져왔... 어라? WA2000 씨 어디에 있나요?
장치 속에서 뭐 하는 거야?
철창 반대쪽으로 돌아서 와!
죄송해요! 좀 어두워서...
앗!
m45가 실수로 옆의 공구 상자를 발로 넘어뜨렸다.
정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아까 전부터 생각했는데 이번 행사에 준비 안 했어?
준비요...?
준비라면... 나중에 모두에게 나눠줄 간식을 만들려고...
음식 준비 말고, 옷 말이야.
행사 기획팀의 멤버가 핼러윈 의상도 준비하지 않은 거야?
아니요... 전 주방에만 있을 거라 생각해서...
흐음? 이상하다, 얘 건 준비하지 않은 건가...?
WA2000이 장치의 작동 부분 정비를 마쳤다.
됐다, 이제 문제없이 잘 움직이나 확인하면 돼.
난 여기서 볼 테니까, m45 네가 상황실의 스위치를 켜.
하지만 상황실의 패널이 너무 많아서... 어느 게 이걸...
생산된 지 하루 이틀이니, 너? 장치 스위치쯤 한눈에 보면 알 수 있잖아?
...
그래... 스위치는 벽에 붙어있는 빨간 차단기야.
찾았어요, WA2000 씨, 지금 키면 되나요?
켜.
아무리 엉뚱해도 스위치까지 틀리진 않겠지?
(우으...)
m45가 차단기를 켰다.
철컥.
차단기를 켠 거의 동시에 창고의 모든 전기가 나갔다.
우왓! 왜, 왜 갑자기 깜깜해진 거야!
W, WA2000 씨!
...
너 또 뭘 건드렸어?
저, 저 아무것도 안 했어요!
WA2000 씨의 말대로 차단기를 켰을 뿐이에요!
그래그래... 내가 "이것보단 상황이 나빠지진 않겠지"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지.
참나... 못 하겠으면 미리 말하라고 했잖아.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나 혼자 하는 편이 나았겠다.
죄... 죄송해요!
지금 바로 정확한 스위치를 찾아서...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 대체 뭘 건드렸길래 이렇게 된 거야.
WA2000 씨... 역시...
역시 전 주방에 있는 편이 나았나 봐요...
그래, 네 말대로인 것 같아.
...
m45, 아까 건드린 거 이거 맞아?
그거 맞아요.
...
어라? 이 스위치가 맞는데. 그럼 대체 무엇 때문에...
WA2000 씨... 어떡하죠, 심각한 문제인가요?
글쎄... 나도 잘...
... 쳇! 뭐야 간단한 문제였잖아, 겨우 이거 가지고 난리가 났네!
너 말이야, 스위치를 켜기 전에 옆의 계기판을 봤어야지!
죄송해요...
사과는 됐어...
그것보다 다시 전원을 복구할 방법이나 찾아야지.
그럼 저도 같이...
아니, 넌 여기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저 혼자... 상황실에 있으라고요?
여기도 기지 안인데 뭐가 걱정이야?
뭐야 너, 무서워?
어... 딱히 무섭진... 않을 거 같긴... 해요...
어느 쪽이야, 확실하게 대답해.
네... 혼자서도 괜찮아요...
... 아마도.
그럼 얌전히 있어, 금방 갔다 올 테니까.
WA2000이 뒤돌아 상황실에서 나갔다. 금세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
안 무서워, 안 무서워...
무서울 거 없어... 전기회선 문제쯤 WA2000 씨 혼자서 해결할 수 있어.
해봤자 평소 아무도 찾지 않는 빈 창고에 무서울 건 없어!
...
처음부터 주방에 남아있을걸...
으으... 왜 억지로 오겠다고 했을까...
아까 전에도... 솔직하게 무섭다고 하면 될걸...
어떡하지... 불은 언제 들어오는 거지...
...
누구 계시나요?
히익!
안에... 누구 없나요?
문밖에서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m45는 어둠 속에서 떨면서 입을 막고 소리를 안 내려고 했다.
(이런 상황에 상황실에 오다니, 대체 누구지...)
(그리고 누군지 식별할 수 없어... 변조된 목소리야!)
WA2000 씨...?
(WA2000 씨가 창고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아, 안 돼! 이대로 가면 위험해, 먼저 모두에게 경보를 전파해야...)
제 얘기를 듣고 싶지 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당신께... 사과하러 왔어요...
...
(어라...?)
저 때문에 갑자기 정전이 났어요...
제가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탓에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스위치를 켠 건 나인데...)
모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저 때문에 수포가 되었어요...
여러분을 볼 면목이 없지만, 그래도 꼭 사과해야 해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쩌면... 이미 나갔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큰 문제가 났으니 분명 해결하느라 바쁘겠죠...
문 밖의 사람은 한숨을 쉬고 돌아가려고 했다.
...
저... 저기 잠깐만요...!
이 목소리는...?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부탁이지만...
잠깐... 기다려주세요...
... 네, 무슨 일이죠?
...
저... 오늘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을 제쳐뒀어요.
빵 굽는 것 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없을까 생각해서... WA2000 씨가 장치 설치를 하는 걸 도우려고 했어요.
결국 전 빵을 굽는 것 말고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 정말 쓸모없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밖의 저 장치들은 WA2000 씨 혼자서는 설치할 수가 없었어요.
가끔 마음이 급해서 그런 말을 한 거지, 진심으로 당신을 비난한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모두에게 폐를 끼친 건 사실인걸요.
정전이 일어난 것도... 제가 차단기를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켰기 때문에...
정전이 일어난 건, 행사 책임자가 점검을 게을리해서 전선이 노화된 것을 알지 못한 것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이 차단기를 켜지 않았어도, 결국 정전이 일어났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평소처럼 스프링필드 씨를 따라 주방에만 있었으면, WA2000 씨를 골치 아프게 하지 않았을 텐데...
WA2000 씨와 같이 장치를 설치했던 일이... 후회되나요?
지금 생각하면...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자신의 틀 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누구든지 잘하고 못 하는 일이 있어요, 꼭 자신의 틀에서 나온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평소 빵을 구울 때도 자주 새로운 발견이 있잖아요?
그래도 고작 빵일 뿐인걸요...
더 많은 때에는... 자신이 주방에 갇혀 사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길에서 기술을 갈고 닦는 편이 더욱 즐거운 삶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기술을 갈고 닦아도, 스프링필드 씨의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이 무력하다고만 느껴지는걸요...
...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만든 빵은 최고로 맛있어요.
스프링필드도, 당신의 빵 굽는 솜씨와 센스를 부러워하는걸요.
스프링필드 씨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말하는걸요.
스프링필드가 당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요?
절 걱정해서 해주는 말일 뿐인걸요...
스프링필드 씨에게 빵 굽는 건 그저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이고, 전 그분처럼 뭐든지 여유 있게 해낼 수 없어요...
겉보기에만 여유로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아니요, 스프링필드 씨에게 실수는 없어요.
언제나 여유로울 수는 없어요.
누구든지 부담에 쓰러질 때가 있어요, 스프링필드도 마찬가지고요.
스프링필드 씨가 그럴 리 없어요, 이런 건 그분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스프링필드도 잘못을 저지를 때가 있어요, WA2000 씨에게 욕먹을 때도 있고, 도망치고 싶어 할 때도 있어요.
스프링필드 씨도... WA2000 씨에게 욕을 먹었다고요?
후후, WA2000 씨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면 지휘관이라도 욕하는 분인걸요.
그러니까 스프링필드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완벽하지 않아요, 그 사람도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가 있답니다.
그런 스프링필드 씨의 모습은 상상이 안 가요.
저도 상상이 안 가요.
분명 피하고 싶은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겠죠, 스트레스에 맞설 수단을 갖고 있으니까요.
...
부럽네요...
전 제가 어쩌면 좋을지도 생각이 안 나는데...
......
......
... 저기, 아직 밖에 있나요?
저 혼자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m45 씨...
문을 열어줄 수 있나요?
네...?
절 믿어주신다면...
당신께... 어떻게 할지 알려드릴게요...
정전 소동이 해결되고, 모두 카페에 모여 핼러윈을 즐겼다.
모두 떠들면서 방금 전의 일을 잊은 듯하다, 좀 우울했던 분위기도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정전이 딱히 큰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난리가 났지...)
(처음 기획한 대로 진행됐다면, 지금 분위기도 더욱 즐거웠을 텐데.)
지휘관님,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여기 지휘관님 몫의 케이크에요, 특별히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었어요!
아... 응... 고마워.
...
어라... 넌...?
네?
눈을 깜빡였다, 눈앞의 인형의 얼굴은 매우 낯설면서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어, 그 마녀 복장 예쁘네, 참 어울린다... 어...
m45예요, 지휘관님 전혀 못 알아 보셨죠!
어... 아아!
잠깐? 안경은 어디 갔어?
(그리고 진짜 화려한 옷이네... 이런, 방금 말을 잘못했구나!)
스프링필드 씨의 의견대로 콘택트렌즈를 썼어요, 그래도 역시 너무 눈에 띄나요?
역시 전 그냥 빵집 아가씨 모습이 어울리겠죠...
아, 아니, 빵집 아가씨도 화려하게 차려입을 수 있지! 안 될 건 없어.
그래도 이렇게 입고 빵을 만들기는 힘든걸요...
그리고 더럽히면 이 옷을 만들어준 스프링필드 씨에게도 미안하고...
스프링필드가 만든 옷이야?
네... 제가 분명 주방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준비해준 옷이에요.
다만 좀 더 평범한 상황에서 줄 생각이었다 했는데...
특별히 그렇게 화려한 옷을 준비한 건, 너도 파티에 참여하길 바라서겠지.
스프링필드 씨도... 언제나 주방에만 있지 말고, 나와서 돌아다녀 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 옷으로... 절 격려하고 싶었던 거겠죠.
행사 때마다 많이 수고하니까, 너도 가끔은 나와서 모두의 주목을 받아야지.
다만 지금 이 모습이니까, 모두 절 몰라 보던데요.
음... 이미지 체인지는 그런 거니까. 좀 시간이 지나면 다들 익숙해질 거야.
... 역시 익숙해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왜? 아주 보기 좋은데...
제 엉망인 성격에 자꾸 이렇게 뽐내고 다니면 분명 빵처럼 부풀어 오를 거예요.
모두가 절 떠올릴 때면 역시 먼저 빵이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그렇구나...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씩 이런 모습으로 지휘관님이 절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는 괜찮아요.
그럼... 지휘관님...
핼러윈 특제 빵에 대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
m45가 스프링필드에게서 옷을 받은 이야기를 할 때 표정이 살짝 변했었다.
약간의 속상함과 동경심, 그리고 표현하기 힘든 망설임이 가득했다... 아마 본인조차 눈치채지 못 했겠지.
모두가 m45의 이야기를 꺼낼 때, 항상 떠오르는 건 오븐에서 금방 꺼낸 빵의 향기였지만...
오늘 m45를 봤을 땐 그 향기를 맡을 수 없었다.
다른 애들이 귀신의 집에 갇혀 있는 동안, m45도 무슨 일을 겪은 것 같군...
다만, 그건 m45와 스프링필드 사이의 비밀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