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P45 인형의 추억 - MOD1





시스템 알림 ......훈련이 종료되었습니다. 장비를 반납하시기 바랍니다.

UMP45 으으... 결국 이전과 똑같네...

??? 우와, 30초 이동표적 사격 명중률이 겨우 12%...
이건 확실히 좀 끔찍한데.

UMP45 미, 미안해... 너의 모의전 데이터까지 썼는데도, 이런 성적이라니...

??? 괜찮아, 괜찮아. 인형마다 습관이 똑같은 건 아니니까, 같은 모델이라도 약간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어.
그리고 나도 몇 백번, 몇 천번을 연습해서 겨우 이렇게 그나마 괜찮은 기록이 나온 거니까.

UMP45 더 좋은 화력제어코어가 있다면...

??? 경험도 중요한 거야, 더 좋은 코어가 있다고 해서 전투능력이 훅하고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며 UMP45를 보았다...

??? 그런 거... 겠지?
나도 코어를 갈아껴 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는 잘 몰라. 하하...

UMP45 ...하아...

???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지휘관도 나간 지 오래인걸. 네 컨디션도 안 좋아 보이고, 일단 숙소에 가서 쉬는 게 어때?

UMP45 ... 고마워.

??? 응? 왜 갑자기 고맙다고 하는 거야?

UMP45 이전에 훈련교관이 내 성적을 보면 바로 버럭하고 욕을 했는데.
이젠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 저으며 한숨만 쉬고 나가버려...
네가 없었다면,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전혀 몰랐을 거야.

??? 그런 거로 감사할 필요 없어! 뭐 힘든 것도 아니고. 우린 똑같은 꼴찌 콤비인 거잖아!

??? 자아 자, 김빠지는 말은 그만하고. 맞다! 저번에 내가 보여준 거 기억해?

UMP45 ... 저번에? 뭘?

??? 까먹었어도 괜찮아, 다시 보면 기억 날 테니까. 가자!

그 다른 인형이 UMP45의 손을 잡고 훈련장을 나갔다.

고요한 깊은 밤, 기지의 복도에서 두 인형의 발소리만 들린다.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자동센서 형광등도 하나하나 꺼진다.

모든 것이 조용해지고. 전류의 잡음만이 귀를 맴돌았다.

... 그러고 보니, 저게 누구지?

기억이 안 나지만, 더 할 것 없는 편안함이 들었다.

UMP45 여기는...

??? 내 숙소야, 인테리어를 살짝 손봤지만, 잠깐만 기다려봐.

숙소 벽 위의 제어판에 몇몇 글자와 숫자를 입력하자, 무기질한 벽의 색깔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눈부신 불빛이 몇 초간 계속되고, 믿기 힘든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푸르른 수면 위에 물결이 반짝반짝 빛났고, 드넓은 수면이 저 끝없는 수평선까지 이어졌다.
비록 머리 위의 태양에서 쏟아지는 빛은 아무 온도도 없지만, 발 밑의 백사장과 반짝이는 수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열대의 기분이 들었다.

UMP45 우와...
예쁘다... 숙소를 이렇게 꾸밀 수도 있었구나... 내 숙소에는 상자뿐인데...

??? 헤헤, 이건 임무를 완수한 인형에게 주는 보너스야. 이전의 지휘관이 나한테 숙소를 개선할 권한을 줘서 스크린과 영상 데이터를 바꿨지!
봐봐, 저 빛하고 이 물을 봐! 어때, 굉장하지.

UMP45 아아아... 세상에 이런 곳도 있다니...
평소에는 훈련장에서 훈련하다가 숙소에서 명령만 기다릴 뿐이었고.
순찰을 나가도 황무지밖에 안 보였는데...
이런 풍경은... 상상도 안 가...

??? 정말로 있는 곳이야, 이 파일명을 봐봐, 그러니까... 몰디브라고 읽는 거 맞지?
전쟁이 터지기 전에 남겨진 영상이야, 지구의 거의 반대편에 있어서, 하늘의 별까지 거꾸로 보인다더라.
지금도 거기선 이런 경치를 볼 수 있을까나...

UMP45 이거 혹시... 저번에 임무 나갔을 때 찍었다고 보여준 사진이야?

??? 으음...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니야. 나도 임무에 나가봤자 이 기지 주변에서 돌아다니는 것뿐이지만...
이것들은 동영상 폴더 안에서 찾은 파노라마 촬영 파일들이야. 애초부터 숙소의 벽지를 바꿔서 기분전환하러 쓰는 것이 거든.
이거 말고도 벽지로 쓸 수 있는 사진이 잔뜩 있어, 하나씩 볼래?

UMP45 그렇구나... 다른 곳도 참 아름다워...

??? 응응, 우리도 저런 곳으로 임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UMP45 하지만 저렇게 멀리 파견될 일은 없겠지...
너도 갈 수 없는 곳이라면, 나는 더 갈 수 있을 리가 없고...

??? 그렇지 않아! 저번에 말했잖아, 나를 믿으라고, 앞으로는 더욱 나아질 거라고!
우리의 작전효율이 더 높아지면, 분명 더 좋은 곳에 파견해줄 거야!

UMP45의 고개가 점점 내려갔다.

??? 야아아! 그런 표정 짓지 마, 멋대로 풀 죽어 버리면 내가 헛수고한 것 같잖아!

UMP45 아, 그게 아니고, 그게... 아마 내 출고 설정 때문에 자연스럽게...

??? 자연스럽게도 안 돼, 애초에 그런 생각을 품어서도 안 되고!
우린 변할 수 있어, 너도 그렇게 대답했잖아?

그러며 주먹 쥔 손을 뻗었다.

???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과연 이것과 똑같은 바다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제 진정한 열대의 햇볕을 쬐며 당당하게 아무 일도 할 필요 없는 휴가를 즐길 수 있을지 몰라도.
그래도 언젠간...
... 언젠간 모든 것이 변할 거야. 그때가 되면 둘이서 같이 나가자! 어때?

UMP45 ... UMP40...



UMP45 아... 맞다...
생각났어. 저건 UMP40이지...

UMP45 왜 이런 때에 생각이 나는 걸까...

G11 일어나 416, 위치를 옮겨야 해!

UMP9 45 언니!

UMP45 크윽...! 아윽!
방금 그건...
자가진단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실행된 건가?
아… 아야야… 이렇게 아프게 맞을 수도 있구나…

M4A1Mod 말하지 마세요! 끌고 돌아왔습니다!

UMP9 45 언니!

HK416 정말로 미친 거야?! 너 짝퉁이지!
설마 우릴 위해서...!

인형이 아픔을 느끼는 것은, 함부로 자신을 손상시키는 짓을 못하게 막는 경고 시스템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마인드맵이 녹아버릴 것 같이 뜨거운 느낌은 대체 무엇일까.
오른쪽 어깨에서 전달되는 통증 신호와, 안쪽에서 자신을 녹여버릴 것 같은 고열 중 어느 게 더 심각한지.
UMP45는 분간할 수가 없었다.

UMP45 아야... 아파아... 어떻게 하면 좋지...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