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P45 인형의 추억 - MOD2





데레 뭐야? 안 바꾸겠다고? 지금 이 걸레짝 같은 몸을 계속 쓰겠다고?
야 너 제정신이야? 설마 탱크에 한 대 맞고 마인드맵까지 망가진 거야?

UMP45 방금 그리폰의 보급관이 최저한의 동력 공급을 복원해줬어. 그럼 꼭 이 소체를 버려야 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아는 범주에서 가장 나은 전문가가... 너희니까.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까, 수리비는 네가 맘대로 불러.

데레 ... 이거 이거, 아주 큰소리를 치는구나!
나중에 네가 보면 더는 웃음이 안 나올 정도의 청구서를 내줄 테니까. 물론 현금만 받을 거야!

제레 데레!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런 말 하면 어떡해!
저기... 악의가 있어서 한 말은 아니니까,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데레의 말대로, 당신의 소체는 이미 심각하게 파손됐어요.
애초에 전자전 본체로 쓰기에도 부담이 컸는데, 이제 물리적 손상까지 입었으니, 완전히 이전의 기능을 되찾는 건 무리에요.
그리고 저희의 설비나 부품도...

UMP45 완전히 원래대로 고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어떻든 간에 꼭 이 몸을 지키고 싶어.
내... 개인적인 사정이지만.

데레 야,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한 푼도 안 깎아줄 거야.
너 지금 그 소체가 얼마나 다루기 힘든지 모르지? 모델은 이미 단종됐지, 교체할만한 부품도 완전히 호환되는 게 없지.
평소에 널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
근데 이것 봐라, 부품은 둘째로 치고, 그렇게 망가져서는, 소체를 안 바꿔도 팔다리는 바꿔야 할 거 아니야!

UMP45 그럼 바꿔, 팔다리 한두 개 쯤이라면...

데레 뭘 말을 그렇게 쉽게 해! DSI-8형의 부속품은 이미 단종된 지 오래야! 게다가 네 몸은 여기저기 커스텀 마이징 된 거고. 내가 어디 가서 네 몸에 맞는 팔뚝을 가져오겠어?

UMP45 그건 네가 생각해봐, 언제나 자기가 세상 제일의 천재 정비사라며?

데레 치... 완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이전 내 창고 안에 구식 부품이 좀 있으니까, 그걸로 어떻게 때울 수도 있어.
그래도 말이야, 나도 이런 거 해본 적 없어. 게다가 호환성에 문제 생기면 네 제어 시스템을 오염시킬 거야.
평소라면 뭐 문제도 아니야, 제어 시스템의 코드를 좀 손보고 재가동하면 되니까.
하지만 지금 네 이 상태에서 재가동에 실패하면, 네 의식은 레벨 3 플랫폼 최하층에 갇히고 말 거야, 그때 가서 마인드맵을 백업하려면 늦었어.

UMP45 알았어, 그럼 그 말대로 해줘.

데레 너 이 녀석... 정말로 다 상관없는 거야?

제레 45 씨... 저기, 역시 먼저 백업을 하는 게 좋을 거예요, 만약 수복에 실패해도 다른 소체로 옮겨드릴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지금보다 성능이 훨씬 좋은 소체를 준비해 드릴 테니, 그러니...

UMP45 고마워 제레, 그 마음만은 받을게...
다만, 지금 이 소체를 버리면, 난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돼. 그렇게 되면 나도 더 이상 존재할 의미가 없어...

UMP45가 한숨을 쉬었다.

UMP45 난 이미 각오 됐어, 애초에 이 몸은 불량품이었으니까, 언제 갑자기 정지돼도 이상할 것 없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들한텐... 귀찮겠지만 대신 설명해줘.
만약 내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지휘권한을 HK416에게 넘겨줘... 걔가 없으면 9에게 넘기고.
그때면 나인이 약간... "성질"을 부릴 테니까, 주의해서 달래줘.

데레 야, 너 그거... 유언이야?

제레 알겠어요... UMP45 씨가 그렇게 결심한 이상, 더 이상 뭐라고 말해도 타협하지 않겠죠.

데레 그래 그래, 다 네가 좋아서 하는 거다.
이제 연결해서 수복 콘솔하고 동기화할 거야. 보장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고쳐줄게.

UMP45 고마워, 데레. 믿고 있어.

데레 말했지만, 돈은 제대로 줘야 돼.
이제 교체 준비를 해야 하니까, 네 모든 제어 권한을 끊어버릴 거야. 그러면 네 의식은 레벨 3 플랫폼 바닥에 계속 있을 거야.

UMP45 응... 준비됐어.
... 시작해!

데레 그럼, 3, 2, 1, 시작!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UMP45 여기는... 어디지?
깜깜하고 아무것도 안 보여,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아.

시야가 닿는 범위를 둘러보고, UMP45의 시선은 오른쪽에 멈췄다.
이미 끊어졌어야 할 오른팔이, 멀쩡하게 몸에 붙어있었다.

UMP45 여기가 레벨 3 바닥인 건가... 아무것도 없고, 기뿐 나쁜 곳이야...
아무래도 이번엔 데레와 제레도 골치 아픈가 보네.
그래도 이렇게 다시 깨어나지 못해도 별로 놀라운 결말은 아니겠지.
...음?

하얀 구체 몇 개가 UMP45의 주의를 끌었다, 등 뒤에서 그녀를 스쳐 지나가 앞으로 멀어져갔다.
UMP45는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스쳐지나가는 거품들을 보면서, 자신이 이 전자 세계의 바닥에서 어이없는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UMP45가 그 거품들을 확대해서 보자, 거품 속에 과거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탱크의 포구가 자신을 향하고.
416이 자신을 향해 크게 딴지를 걸었다.
사방을 뛰어다니는 거대한 디너게이트.
G11이 버려지려자 당황하는 모습.
눈밭에서 포효하는 철혈의 대포.
9이 손을 높이 흔들며 부르고 있었다.
......
다친 왼눈을 가리고 울고 있을 때, 누군가 오른손을 뻗어주었다.

UMP45 또 시스템 자가진단인가...
제길, 그냥 꺼버릴 수 없나, 괜히 주마등같이...
필요 없는 것 때문에 용량이 부족해서... 기억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인드맵에 부담이 가네.

시간순서와 인상의 깊이와 관계없이. 수많은 기억들이 거품이 되어 곁을 지나가 위로 떠 올랐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UMP45는 계속 가라앉기만 했다.

UMP45 ... 내 마인드맵이 이렇게 엉망진창이었구나, 시간 있으면 천천히 정리해야겠어.
다만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네. 살아남는다면 데레나 제레한테 물어보자.

UMP45 그나저나, 대체 누가 이런 UI를 설계한... 으앗!

얼마나 가라앉았을까, 등에 단단한 물체와 부딪힌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거의 그 순간, 손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었다.

UMP45 이제야 바닥인가? 즉 프로그램을 다 돌렸다는 뜻이네.

UMP45는 두 손으로 몸을 세워 이 전자의 바다 깊은 곳에서 똑바로 섰다.

??? 안녕, 45.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UMP45는 본능적으로 무기를 들으려 했다. 손가락을 방아쇠울에 넣으려 한 순간, 지금 무기가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저 꿈 속이니, 무기 따윈 필요 없다.
하지만 텅 빈 두 손에 평소에 쓰던 총이 서서히 나타났다.
잠깐 의아해했지만, 똑같이 이해했다.
이것도 꿈이니까,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손잡이를 살며시 쥐고 총구를 소리가 온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시선에 표적이 들어오자, 조준경 너머의 시야는 오히려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다.

??? 어서 돌아와.

UMP45 ...?!
너, 너는...

??? 약속했지, 저 멀리 떠나서 같이 바다를 보며 햇살과 느긋한 휴가를 즐기자고.
혹시, 이미 잊었어?

UMP45 ... 잠깐, 아니야, 그럴 리가...
너, 너는 대체 뭐야...?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45. 다 알면서.
내가 누군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UMP45 난...

잊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UMP45의 발성 장치는 고장 난 것처럼 어떻게 해도 그 이름을 입으로 부를 수 없었다.
이것이 그저 꿈이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