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식 - 떠돌이 마녀



그리폰 기지.

지휘관 스프링필드의 기획안은 상당히 적절하지만.
행사규모가 이전보다 커서 사고가 날까 걱정이다...

??? 지휘관님,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지휘관 왓!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자, 64식이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 휴우... 놀랐잖아.
64식이구나.

64식 지휘관님, 오늘의 군수 보고입니다.
사무실에 계시지 않길래 찾으러 왔어요.

지휘관 어... 그래, 수고했다.
(하긴... 64식은 걸음 소리가 거의 안 나니까...)

64식 그럼 먼저 갈게요.

지휘관 잠깐만!

64식 다른 명령이 있으신가요?

지휘관 다른 행사가 있거든...

64식에게 핼러윈 행사 계획을 설명했다.

64식 그렇군요, 스프링필드를 도와 행사 복장을 준비하면 될까요?

지휘관 그래, 하고 싶니?

64식 음... 시키신다면 물론 하겠지만...
수공업에 자신있긴 하지만 핼러윈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귀신날 같은 건가요?

지휘관 맞아, 약간 다르긴 하지만.

64식 딱히 큰 문제는 아닐 것 같네요... 아무튼 최선을 다해볼게요.

지휘관 그래, 그럼 부탁한다.
역할 분담은 직접 스프링필드에게 물어보렴.

64식 네, 지휘관님.
지금 바로 스프링필드에게 임무의 상세 내용을 문의할게요.

64식이 자리를 옮겼다.

지휘관 비록 64식은 여유만만한 모습이지만...
저런 붕 떠 있는 태도는 좀 걱정이다.

며칠 후.
핼러윈 행사 준비작업은 스프링필드의 계획대로 말썽 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핼러윈 행사 날...

그리폰 카페.

64식 오늘 카페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네요.

스프링필드 아, 64식 씨군요.
핼러윈 스페셜 테마 카페에 어서 오세요.

64식 음... 이 장식들 전부 스프링필드 씨가 만든 건가요?

스프링필드 네, 방금 완성한 참이에요.
64식 씨가 가장 먼저 새 단장한 카페를 보는 인형이랍니다.

64식 그럼 참 운이 좋은 거네요.

64식은 카운터 주위를 둘러보며, 식탁에 놓인 이상하게 생긴 봉제 인형을 쿡쿡 찔러보았다.

64식 이게 "핼러윈"의 분위기이군요.
확실히 "귀신날"과는 꽤 차이가 있네요...

스프링필드 하하, 당신이 얘기하시는 "귀신날"과는 완전히 다른 날이니까요.
뭐라도 마실 건가요?

64식 아니, 괜찮아요. 아직 바쁘시잖아요?
물건이 완성돼서 드리러 왔어요.

64식이 손에 든 종이 봉지를 스프링필드에게 건넸다.

64식 저번에 부탁하신 핼러윈 분장 의상이에요, 이걸로 마지막 한 벌이에요.

스프링필드 어라, 저번에 받은 거로 충분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잠깐만요...
아, 죄송해요, 64식 씨. 제가 옷 수량을 잘못 계산했네요... 남는 옷이 생겼네요.

64식 그렇군요, 뭐, 괜찮겠죠.
어차피 잔뜩 만들었는데, 하나 더 만들어도 별 차이 없어요.

스프링필드 이 옷도 참 섬세하게 만들었네요.
누구에게 입혔으면 좋을 텐데... 아깝네요.

64식 음... 입고 싶은 사람이 있겠죠.

스프링필드 아 맞다. 64식 씨, 자신의 핼러윈 의상은 준비하셨나요?

64식 아니요... 저야 스스로 만들 수 있지만, 어떤 복장이면 좋을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요.
좋은 의견이라도 있나요?

스프링필드 마녀의 느낌이 나면 괜찮지 않을까요?

64식 그거면 간단하죠.
아직 남는 재료 있나요?

스프링필드 있기는 한데, 어디에 쓰실 건가요?

64식 핼러윈 의상을 만들려고요.

스프링필드 어... 지금 만들게요?

64식 네, 지금이요. 금방이면 돼요.

...
몇 시간 후.

64식 음, 이러면 되겠죠, 한번 입어볼게요.

64식이 금방 만든 핼러윈 의상을 입었다.

64식 스프링필드 씨, 이 옷 어떠세요? 핼러윈에 어울리나요?

스프링필드 64식 씨 솜씨가 정말 좋네요...
근데 이 장식들... 뭔가 요란하지 않나요?
빗자루의 끝부분도, 이건 용머리인가요? 보기에 좀 이상하네요...

64식 그런가요? 미신적인 요소를 넣으면 되는 게 아닌가요?
제 고향의 요소를 넣은 거라, 여기 사람이 보기엔 좀 이상할 수 있겠죠.

스프링필드 아... 미신적인 거와 무서운 건 다르니까요.
그리고 핼러윈은 귀신날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64식 그런가요? 그래도 전 이걸로 괜찮은 것 같아요.

스프링필드 64식 씨... 항상 그런 모습이신가요?

64식 네?

스프링필드 뭐라고 할까... 진지함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요.

64식 그런가요? 저는 그냥 일이 알아서 풀릴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이때, 스프링필드에게 통신이 들어왔다.

스프링필드 아, 무슨 일이죠...?
진정하고, 천천히 말하세요.
...네? 귀신의 집이 정전 됐다고요?
아, 네... 지금 가 볼 테니까, 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뭔가 사고가 발생한 것 같아요, 전 먼저 귀신의 집에 가 볼 테니까, 64식 씨는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64식 저도 귀신의 집에 가도 될까요?

스프링필드 지금 가 봤자 재미없어요...
정전 된 상태에서 장치도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64식 그거 오히려 잘됐네요.
모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고 싶어요.

스프링필드 정말 제멋대로군요...
다만 조심하세요. 지금 귀신의 집은 혼란 상태일 테니까, 안의 사람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64식 네, 조심할게요.

64식은 스프링필드와 함께 귀신의 집으로 장식한 창고로 향했다.
문 앞에서 스프링필드와 갈라져 귀신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64식 먼저 이 개조한 빗자루를 시험해 보자.

64식은 특수 제작한 빗자루의 스위치를 켜고 위에 걸쳐 앉았다.
빗자루는 64식을 싣고 슝 하고 귀신의 집에 날아 들어갔다.

마카로프 ...

M1919A4 너도 아까 봤지, 마카로프...

마카로프 무언가 날아간 것 같은데...

M1919A4 저런 트랩을 만든 적이 있었나?

마카로프 ...모르겠어.

WA2000 ... 대체 어디가 망가진 거야, 진짜.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WA2000 ...
아까 뭔가 뒤에서 날아간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하하...

Mk23 달-링-!
어디에 있어? 달-링-!

64식 뭐지, 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 진짜 귀신인가?
한번 가보자...

Mk23 저기 날아다니는 건 뭐야?!

64식 네 이놈! 세간을 더럽히는 요마여!
내가 퇴치하겠노라!

Mk23 날아다니는 너야말로 귀신 아니야?
내가 달링을 찾는 걸 방해할 셈이야?!

64식 네 놈이 찾는 달링이란 건 여기 없노라!
천지신령이여 이곳에 현현하라! 얍!

Mk23 진짜 뭐야 이게!
빨리 달링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서 뒤치다꺼릴 시간이 없다고...
맞다, 연막탄이 있지!

MK23이 연막탄을 던졌다.

64식 어머! 이러면 더 안 보이네...
하지만 연막탄을 던졌다는 건 귀신이 아니란 뜻이겠지...

64식 정전 때문에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상태니까, 함부로 돌아다녔다간 방금처럼 공격당할 수 있겠어.
잠깐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자...

그 뒤, 64식은 귀신의 집에서 전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64식 이제 다 고친 것 같네.

??? 누가 좀... 도와 줘...
여기서 내보...

64식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

64식이 소리를 따라가 보니, 1919가 철창에 갇혀있었다.

M1919A4 구해줘!
누가 와서 날 내보내 줘!!

64식 날 눈치채지 못 한 것 같네... 오히려 잘됐어.

64식은 복도로 돌아가 통신 채널에 연결했다.

64식 지휘관님, 64식입니다.
M1919가 철창에 갇혔어요, 지휘관님께서 구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통신 종료.

64식 이러면 되겠지.
1919 지금 많이 겁먹은 것 같은데... 지휘관님이 얼른 도착하셔야 할텐데.

M1919만 홀로 남긴 채, 64식은 특수 제작한 빗자루를 들고 홀연히 귀신의 집을 떠났다.

그리폰 카페.

지휘관 64식, 여기 있었구나.

64식 지휘관님, 좋은 밤이네요.
오늘 즐겁게 보내셨나요?

지휘관 핼러윈 밤에 너무 놀라서 즐겁다면... 그건 너무 낙천적인 것 같다.
설마 1919가 갇힌 상태에서도 오늘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을 줄이야.

64식 지휘관님께서 1919를 구해내셨나 보네요.

지휘관 그래.
맞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64식 무슨 문제죠?

지휘관 그때 64식 너도 귀신의 집에 있었잖아?
왜 스스로 1919를 구하지 않았어?

64식 1919가 저에게 빚을 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리고 이런 구출극은 지휘관님이 나서는 편이 어울리잖아요?

지휘관 그런 생각이었구나...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상황에서 붕 떠 있는 기분으로 괜찮겠니?

64식 이게 제가 행사를 즐기는 방식인걸요.
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고, 이런 느낌 재밌지 않나요?

지휘관 그래선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힘들 텐데.

64식 저는 상관없어요.
제 마인드맵의 용량과 연산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너무 많은 이들에게 잘해줄 수 없어요.

지휘관 그렇니...

64식 타인에게 호의를 받으면, 그 호의에 똑같이 보답해야 하니까요...
너무 많은 사람의 호의를 받으면 오히려 부담이 되잖아요?

지휘관 음... 일리가 있는 말이네.

64식 그러니까 그냥 이 상태로 괜찮아요.
지금의 제 모습을 좋아해 줄 사람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