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6 - “바텐더”

전에 컨텐더와 한 약속 덕분에, 극장에 온 나는 도착한지 한참 된 G36과 만났다.

G36 오셨군요, 지휘관님. 길이 막힌다는 연락을 받고 조금 더 늦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휘관님의 머리와 옷이......무슨 일인가요?

지휘관 너......너는......
G36......?

G36 ......죄송합니다, 이렇게 입은 건 역시 지나쳤을까요?

지휘관 아냐......그저 AEK의 운전 테크닉 탓에......혼이 쏙 빠져나간 것 뿐이야......

비록 AEK-999 덕분에 지각은 면했지만, 헤어 스타일과 옷은 바람에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졌다.

G36 머리와 옷만 흐트러진 거라면 다행입니다, 역시 지휘관님......
공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제가 옷매무새를 좀 다듬어 드릴게요.
지금 이대로라면 입장을 거절당할 수도 있을테니.

그리고 나는 G36과 같이 휴게실로 향했다.

G36 지휘관님, 이번 임무가 끝나면 부디 의무실에서 신체검사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지휘관 ......내상이라도 입었을까봐 걱정하는 거야? 그정도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G36 인간의 몸은 인형들만큼 튼튼하지 않으니, 조금 더 신경을 쓰시는 편이 좋습니다.
우리를 계속 이끌어 주시기 위해선......지휘관님도 스스로를 아끼셔야 해요.

지휘관 알겠어......나중에 검사를 받아볼게.

G36 그리고 그 폭주광이랑은, 제가 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휘관 부탁해. 너무 심하게 대하지는 말고, 다음 전투에도 그녀가 필요하니까.

G36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테니 부디 안심하시길.

화장대엔 G36이 가져온 각종 생활용품이 가득했다. 물티슈, 클렌징 크림, 왁스, 심지어 미니 스팀 다리미 비슷한 물건도 있었다.
세련된 연미복을 빼입은 G36의 몸 어디서 저런 물건들이 나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휘관 G36......굉장히 꼼꼼히 준비했구나.

G36 이정도 준비는 당연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주인님을 잘 모실 수 있을리가 없죠.

지휘관 ......살짝 궁금한건데, 이 물건들은 도대체 어떻게 가지고 있던 거야?

G36 그저 수납의 노하우일 뿐입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들은 평소 작전중에도 여러 장비를 소지해야 하니까요.
비록 기밀 기술이긴 하지만......알고 싶으시다면, 지휘부에 요청을 보내 기술 시연을 허락받을 수도 있습니다.

지휘관 아하하, 그럴 필요 까지는 없어......그냥 물어본 거야.
그나저나 G36은 이렇게 꼼꼼한데, 그 옷까지 입으니 정말로 집사같네.

G36 이렇게 입은건 이번 임무엔 전술인형으로서의 신분을 숨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평소에 입던 복장과는 다른 스타일인 것 같네요......혹시 어울리지 않나요?

지휘관 아니야, 잘 어울려......굉장히 든든하고 성숙해보여.

G36 비록 저는 지휘관님의 수행인으로서 이번 임무에 참가했으나 그리폰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대변하기도 하니까요.
지휘관님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서 안심했습니다.

지휘관 G36......만약 네가 전술인형이 아니었다면, 기회가 있다면 정말로 집사로서 고용하고 싶을 정도야.

G36 ......정말로 그런 기회가 있다면, 저도 기쁜 마음으로 지휘관님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어느 날 퇴역하게 된다면, 해당 선택지를 우선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G36의 도움을 받아 나는 금방 옷매무새를 다듬고 오페라를 보러 갈 수 있었다.

예정된 계획대로 G36은 중간 휴식 타임에 극장을 순찰했다.

톰슨 G36, 들려? 어디야 지금?

1층 복도에 있습니다. 톰슨 씨, 뭐라도 발견했습니까?

톰슨 나쁜 소식, 이전의 정보와 같아.
2층 VIP 룸 중에 빈 방이 몇 개 있는데, 안에 폭탄이 숨겨져있어. 그리고 주변에 의심스러운 녀석들도 몇 있는 것 같아......

톰슨 나는 놈들이 어디로 가는지 쫓을테니까, 폭탄은 네게 맡길게.

G36 라져, 폭탄을 해체하겠습니다.

2층의 VIP 룸으로 간 G36이 룸 안을 꼼꼼히 살펴보며 폭탄을 해체하였다.

G36 흠, 여기가 아마 마지막 빈 방이겠네요......여기는 생각보다 크군요.
저정도 폭약이면 극장의 천장까지 날려버릴 정도겠네요......정말 정신 나간 습격자입니다.

G36이 폭탄을 해체하던 도중 문 쪽에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G36 ......무슨 일이죠, 길을 잃은 아이가 이쪽에 오다니?
무슨 일인가요? 엄마 아빠는요?

남자아이 우으으......엄마아빠......못 찾겠어......

G36 음......부모님과 길을 엇갈린 모양이군요.
이대로 내버려둘 순 없지만, 아직 임무가 남아있어서......가족을 찾아주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G36이 쪼그려 앉아서 울고 있는 남자아이를 위로했다.

G36 안심하세요, 두고 간 게 아니랍니다, 잠깐 저한테 돌봐달라고 부탁한 것 뿐이에요.

남자아이 하지만......너도 바쁘잖아, 평소의 엄마 아빠처럼......

G36 잠시만 기다리면 같이 있어줄 수 있어요, 저는 한 말은 지킨답니다.

남자아이 정말......?

G36 당연하죠, 그게 바로 인형......바로 제가 존재하는 이의인걸요.

남자아이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자, G36이 미소를 지으며 남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G36 제가 잠깐 일 하고 있는 동안, 듬직한 사내가 되어주실 수 있나요?

남자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G36이 아이를 옆의 소파에 앉혀주었다.

......십오분 후.

G36 ......이게 마지막 하나입니다.

G36이 해체 완료된 폭탄을 VIP룸 한쪽의 캐비닛에 넣고 표시를 했다.

G36 좋아요, 공연이 끝나면 폭발물들을 회수하도록 하죠......
톰슨 씨,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톰슨 극장으로 돌아가는 길이야.
그 녀석들을 쫓아 사냥감이 가득한 본거지까지 갔는데......아쉽게도, 이번 일의 공은 짭새들한테 넘길 수 밖에 없었어.
놈들 말로는 극장에 폭탄을 여덟개 설치했다는데, 다 처리했어?

G36 ......잠시만요, 여덟개라고 했습니까? 제가 해체한 기폭장치는 일곱개 뿐인데.
젠장......하나를 놓친건가요.

톰슨 그럼 서둘러야겠네.
곧 공연이 끝날텐데, 아마 다음 '공연'이 곧 시작하겠지......

G36이 톰슨과의 통신을 종료했다.

G36 ......남은 하나는 어디에 있는거죠?
수납장과 테이블 아래는 확인했고......이전 방들도......

G36의 시선이 룸의 소파에서 멈췄다.
이 룸은 다른 곳보다 더 컸다, 아마 소위 말하는 호화 VIP 룸이겠지. 여타 방들과 다른 인테리어가 있는데, 바로 의자를 푹신한 소파로 바꾼 것이다.

G36 설마......

소파를 꼼꼼히 뒤져보는 G36은 곧 소파에 숨겨진 폭발물을 찾을 수 있었다.
폭탄을 꺼냈지만, 페널에 표기된 시간은 이미 30초도 남지 않았다.

G36 해체하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그렇다면 안전한 곳에 버릴 수밖에!
맞다......이 극장 뒤엔 인공 호수가 있습니다......아마도 바로 이 룸 아래에!



폭탄을 들고 룸에서 뛰쳐나간 G36은, 복도의 창문을 열고 온 힘을 다해 폭탄을 바깥으로 던졌다.

남자아이 ......이제 가는거야?

말할 틈도 없이, G36은 바로 뒤돌아 복도로 따라 나온 남자아이에게 몸을 날려, 온 몸으로 그를 보호했다.

창 밖에서 폭탄이 터졌다. 복도 근처의 유리들이 전부 산산조각나고, 깨진 유리조각이 사방에 흩날렸다.

G36 윽......괜찮나요?

G36의 몸 아래에서 작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G36 어디 한번 살펴보죠......음, 다행히 다친 곳은 없네요.
죄송합니다, 방금 무대의 특수효과가 조금 심했던 것 같군요.
여기 제 손수건입니다, 이걸로 눈물을 닦으시죠.

G36이 남자아이의 손을 잡았다.

G36 같이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가도록 하죠. 공연은 이제 끝났습니다,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에요.

작전이 끝나고 극장 앞에서 G36과 합류했다.

지휘관 G36! ......괜찮아?

G36 괜찮습니다, 지휘관님. 그저 폭탄이 터질 때 유리조각에 긁혔을 뿐입니다.

지휘관 그럼 다행이야. 톰슨이 보고하기를 네가 폭탄을 해체한다길래......폭탄이 터질 때 얼마나 걱정했다고.

G36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G36 지휘관님......죄송합니다.
지휘관님이 저를 믿고 임무를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폭탄을 전부 해체하지는 못했습니다......

지휘관 아니야, G36, 임무는 훌륭하게 완수했어.
극장을 파괴하려는 음모도 저지했고, 일반인들의 철수도 훌륭하게 도와 수많은 희생을 막을 수 있었어.

G36 하지만......

지휘관 임무를 평가하는 면에서 나를 믿지 못하는 거야?
못 믿겠다면, 저쪽을 봐봐──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G36이 시선을 돌렸다.
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남자아이가, 부모님의 옆에 서서 밝은 얼굴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남자아이 고마워──!

남자아이 형아──!

G36과 나는 잠깐 멍해졌다.

G36 ......

지휘관 가서 설명해야 하는거 아니야?

G36 이번엔......그냥 이걸로 된 걸로 하죠.

지휘관 이것도, 너한테는 성공적인 공연이라고 해야겠지?

G36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G36 맞는 말입니다, 지휘관님.
맞다, 오늘 분명 피곤하셨겠죠? 돌아가면 제가 성심성의껏 봉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휘관 그래, 설마 오페라 한번 보는게 이렇게나 피곤할 줄은 몰랐네......G36, 조금 있다가 내 속좀 달래줄 수 있겠어?

G36 당연히 문제 없습니다, 지휘관님.
G36, 주인님의 기대를 절대로 저버리지 않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