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50 - 비목단

그리폰 기지 내부.

지휘관 아직 검수하지 못한 항목은 두 개인가.
오늘은 어디보자...

명단에 적혀있는 담당자를 보자, 마음이 덜컥 무거워졌다.

지휘관 음, 세뱃돈 준비 담당은 DSR50인가...
좀 위험해 보이는 녀석이지만, 단순히 검수하러 가는 정도로 뭐 별일은 없겠지.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나으니까, 우선 그쪽부터 가자.

그리폰 인형 숙소 내부.

DSR-50 어머... 지휘관, 왔구나...

지휘관 어, 설날 세뱃돈의 준비가 어떤지 좀 보러 왔어.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어?

DSR-50 세뱃돈 준비가 어떤지만 물어보려 온 거니?

지휘관 뭐... 그거 말고 따로 나한테 할 얘기라도 있는 건가?

DSR-50 아니...
하지만 사적인 일로 날 찾아와도 괜찮아...

지휘관 그건... 기회가 생기면 그렇게 하지...

DSR-50 응, 언제든 기다리고 있을게~

지휘관 그럼 세뱃돈 준비는 어떻게 됐지?

DSR-50 봉투와 돈은 다 준비되었단다.
이제 돈을 봉투에 넣기만 하면 돼.

지휘관 그래, 알겠다.
되도록 빨리 끝내도록, 이제 설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DSR-50 그 소원... 이루어줄게.
그럼, 지휘관...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지휘관 무슨 문제라도 있나?

DSR-50 봉투 안에 넣을 돈의 액수, 무작위로 넣을까, 아니면 다 일정한 액수로 넣을까?
선택에 따라서... 미래도 크게 바뀔 수 있단다...

지휘관 그렇군... 잠깐 생각해 볼게...

DSR-50 뜯기 전까지 봉투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고...
운으로 기쁨의 정도를 결정 짓는 거죠, 재밌지 않니?
담당자로서... 이런 희비를 결정하는 권리를 손에 쥐게된다면 참으로 멋진 느낌일 것 같은데...

지휘관 으음... 그러니까...
어디보자... 역시 일정한 액수로 해줘.

DSR-50 어머...?

지휘관 이번에는 명절인 만큼, 모두에게 같은 기쁨을 주고 싶어.

DSR-50 그렇게 생각했구나...
결정을 하게되면... 무르기는 없단다...
정말로 그렇게 하겠니?

지휘관 그래. 다른 의견이라도 있는 거야, DSR?

DSR-50 없어... 자기의 의견을 우선으로 채택할 테니까.
다만...

지휘관 다만?

DSR-50 ...아니.
그저 그믐날의 밤을 기대하고 있어...
자기와 함께라면, 분명 서로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

지휘관 그, 글쎄다... 하하...

섣달 그믐밤.
연말 회식 전에, 인형들은 81식 카빈이 나눠준 기차표 가지고 DSR50에게서 세뱃돈 봉투를 받았다.
식탁앞에 앉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문쪽 DSR이 앉은 탁상 옆의 사람도 점점 줄어 들었다.

지휘관 좋은 밤이구나, DSR.

DSR-50 지휘관... 세뱃돈을 받으러 온거니?
기차표를 제출해 주렴.

81식 카빈에게 받았던 기차표를 DSR에게 건냈다.

DSR-50 응, 확인했어.
여기 세뱃돈을 받으렴, 부디 좋은 곳에 쓰시길 바랄게.

지휘관 고마워, DSR.
맞다, 하나 물어볼게, 세뱃돈은 이제 다 나눠 준 거야?

DSR-50 아직 하나 남았네... 이건 아마 81식 카빈의 몫이겠지.

지휘관 아직 밖에서 수고하고 있겠지...
괜찮다면, 나한테 맡겨두겠어? 내가 가서 건내줄테니.
그럼 너도 일찍 가서 식사할 수 있잖아.

DSR-50 하지만, 차표 없이 세뱃돈을 줄 수는 없단다~

지휘관 이럴 땐 그냥 눈감아줘라...
어차피 이거 하나 남은 거잖아, 안 그래?

DSR-50 눈감아 줄 수도 있지만... 대신 무엇으로 나와 교환할거니?

지휘관 뭐?

DSR-50 봉투를 추가로 받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단다, 지휘관.
자기가 내게 줄 세뱃돈은 또 어디 있니?

지휘관 그...
내 봉투로 교환하면 안 될까?

DSR-50 그런 얼버무리는 답변을... 듣고 싶진 않았단다.

지휘관 그럼 뭘 원하는데?

DSR-50 세뱃돈이 없어도 괜찮아...
지금 여기서, 내 욕망을 채워주렴.

지휘관 무, 무슨 짓을 할 셈이지?

DSR-50 안심해, 결코 해를 끼치려는 건 아니니까...
봉투를 갖고 싶다면... 내 말에 따라줘, 어때?

지휘관 ...그러지.

만족시키지 못하면, 저 남은 봉투를 얻을 순 없겠군.
마음 속으로 한숨을 쉬고, 체념한 듯이 이 위험한 인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DSR-50 그럼, 우선 눈을 감으렴...

어둠 속에서, 한 끗 향기를 맡았다.
그 향기가 점점 나에게 가까워지자, 내 가슴도 점점 빠르게 뛰었다.
잠시 후, 차갑고 매끄러운 물건이 내 입술에 닿았다.

DSR-50 이제 눈을 떠도 좋아.

눈을 뜨자, 입술에 닿은 건 돈봉투였다.
그녀는 내가 눈을 뜨는 것을 보자, 그 봉투를 상 위에 두고서 빙그레 웃으며 나를 보았다.

지휘관 이게 마지막 봉투인가?

DSR-50 아니.

DSR은 다른 봉투를 꺼내, 방금 둔 봉투 옆에 두었다.

DSR-50 이게 마지막 봉투란다.

지휘관 이... 이건 무슨 일이지?

DSR-50 가벼운 농담이야.
그래도 참으로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는구나.

지휘관 ......

DSR-50 또 하나는 내 몫이란다...
그럼, 자기가 직접 이 세뱃돈을 내게 주렴.
그 뒤에... 81식 카빈의 봉투를 가져가도 좋아.

지휘관 정말이지... 어쩔 수 없군...

난 봉투를 집어, 모서리를 두손으로 잡고 DSR에게 건냈다.

지휘관 크흠... 아직 이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DSR.

DSR-50 새해 복 많이 받으렴... 지휘관.

지휘관 그, 그럼 난 먼저 간다...
세뱃돈 고맙다, DSR.

언제나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웃음을 띄운 채, DSR도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DSR-50 즐거운 밤이 되기를 바랄게...
만족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자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