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8 - 매화 도장

그리폰 기지 한켠

지휘관 SAT8도 이런 외딴 곳을 일할 장소로 고를 줄이야...
하지만 이번 그 애가 담당한 항목이 좀 위험한 걸 생각하면 이러는 편이 더 안전하겠지.

창고의 문을 두드렸다, 안쪽에선 짜증이 가득 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SAT8 ART556, 넌 이런 일에 안 어울린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괜히 여기서 일을 늘리지 말고 얌전히 숙소에 앉아있어, 딱 며칠만 지나면 실컷 놀게 해줄테니까!

지휘관 크흠... SAT8, 나야.

SAT8 에? 지, 지휘관님??

SAT8 창고의 문이 열렸다, SAT8은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지휘관 아...

SAT8 죄송해요... 이, 이 옷은 잠깐 몸에 맞나 입어본 거예요, 사실 나중에 모두 앞에서 선보일 생각이었는데...

지휘관 괜찮아, 내가 앞서 체험한 거라고 치면 되잖아.
게다가 아주 예쁜걸.

SAT8 정말요? 고마워요, 지휘관님.
근데, 여기엔 무슨 일이죠?

지휘관 81식 카빈이 설 잔치 준비가 어떻게 돼가는지 봐달라고 부탁했거든.
혹시, 이야기 못 들은 거야?

SAT8 아... 나중에 검수하러 온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지휘관님이라고는 안 했는걸요...
정말이지, 마음의 준비도 못 했는데.

지휘관 81식 카빈이 고생하는 걸 보니까, 좀 일을 분담해주고 싶었거든.
네가 담당한 건 명절 때 쓸 폭죽을 구매하는 거였지, 다 준비됐어?

SAT8 이전에 주문한 건 진작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지휘관님도 알다싶이, 이 근방에서 이런 걸 생산하는 상가는 아주 적어요.
사온 것만으론 전혀 부족해서, 스스로 폭죽을 만들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려고 한 거예요.

지휘관 그거는 ART556에게서 들었었지.

SAT8 SAT8 뒤쪽을 보니 벽 옆의 탁상 위에는 종이 두루마리가 가득하고, 창고 다른 한쪽엔 알 수 없는 원료들이 놓여 있었다.

지휘관 아무래도 좀 위험해 보이는데...

SAT8 걱정 마세요, 지휘관님, 이걸 만들려고 자료를 한참이나 찾아봤다고요.
방법은 다 기억해 뒀으니까, 분명 문제 없을 거예요.

지휘관 그래, 너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어.
그럼 언제 쯤이면 완성되는데?

SAT8 야근 좀 하면, 그믐날 전까진 충분히 끝낼 수 있을 거예요.
웬만하면 야근은 하기 싫지만... 하하...
그럼 지휘관님, 또 물어볼 거 있나요?

지휘관 어, 딱히 없어.

SAT8 폭발을 일으키지 않을 자신은 있지만, 화약 같은 걸 다루는 건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고.
게다가 서둘러 오늘 할당량을 만들어야 해요, 안 그럼 계획해 둔 진도에 영향을 줄 테니까요!

지휘관 자, 잠깐, SAT8, 밀지마...

SAT8 지휘관님도 한가하면, ART556를 잘 감시해주세요!
녀석이 와서 훼방만 안 부리면 되니까요.

SAT8은 나를 창고 밖으로 밀어냈고, 창고 문이 눈 앞에서 닫혔다.

지휘관 이번에 SAT8은... 평소보다도 진지하구나.
지금은 혼자 열심히 하게 두자, 한 며칠 뒤에 다시 찾아와야겠군.

섣달 그믐날 오후, 기지의 인형들은 저녁의 잔치를 위해서 저마다 서두르고 있었다.
주방 쪽의 문제를 해결하고난 뒤, 기지에서 SAT8과 마주쳤다.

SAT8 지휘관님, 마침 찾고 있었는데.
제가 맡은 쪽의 준비작업은 제시간에 맞춰 끝냈어요~

지휘관 그래, 알았어.
네가 맡은 일은 이중에서도 가장 번거로웠을 텐데, 수고많았어.

SAT8 제게 있어선 괜찮은 편이에요.
어차피 신정 때는 축하할 시간도 없었으니까... 마침 비슷한 명절을 맞았으니까 떠들썩하게 즐기고 싶었거든요.

지휘관 너라면 요리를 하러 갈 줄 알았는데 말이지.

SAT8 저도 원래는 그럴 셈이였는데, 작업을 분담할 때 MK23이 꼭 자신이 주방장을 하겠다고 해서, 제가 양보했어요.
별로 상관은 없어요, 감자 삶을 줄밖에 모르는 인형만 아니면 되니까.

지휘관 하하... MK23이라면, 요리를 맡겨도 아마 괜찮겠지.

SAT8 그래서 전 폭죽 준비를 맡은 거예요.
한끼 푸짐하게 먹고난 뒤, 화려한 불꽃놀이!
이보다 더 나은 새해맞이는 없겠죠!

지휘관 불꽃놀이?

SAT8 지휘관님은 본적 없나요?
명절을 지낼 때 인간들이 하늘에 조명탄 같은 걸 쏴올리는 건데, 조명탄보다 훨씬 예뻐요.
탄두가 공중에서 쪼개져서, 꽃모양의 불꽃을 만들어낸다죠. 세계각지에 널리 퍼진 활동이라고 해요.
여기 근처의 사람은 보통 신정에 하지만, 동양인은 설에 한다고 해요.

지휘관 듣고보니, 그런게 있었던 것 같기도...

SAT8 자료를 봤을 때 꼭 해보고 싶었어요.
81식 카빈이 부탁한 폭죽말고도, 불꽃 폭죽도 많이 준비했어요.
어쨌든, 오늘 밤은 분명...

바로 이때, 기지 한 구석에서 퍼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슷하긴 하지만, 총소리는 아니었다...

SAT8 저 소리...
설마──!!

나와 SAT8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뛰었다.
기지의 마당에서 SAT가 그 동안 준비했던 폭죽이 시멘트 바닥에 널부러진채 터지고 있었다.
게다가 몇몇 작은 원통들은 하늘을 향해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SAT8 ......

이 광경을 본 SAT8은 멍하니 굳어버렸다.
난 그녀를 위로할 틈도 없이 이 소동을 진압하기 위한 "작전"에 뛰어들었다.

반 시간 후.

지휘관 M950 덕분에, 폭죽 중에 일부는 건져낼 수 있었지만.
저 불꽃 폭죽은... 어쩔 수 없었어.

SAT8 ...누구 짓이죠?

지휘관 그게...
(이럴 땐 역시 솔직히 말하자...)
ART556이라더군...

SAT8 ......

SAT8 SAT8은 고개를 떨궜고, 두 눈은 앞머리의 그림자 속에 묻혔다.
비록 그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주변 음침한 분위기는 마치 공기마저 얼어붙을 것 같았다.

지휘관 SAT8? 저기... 괜찮아?

SAT8 이미 다시 만들기엔 늦었어요...
제 계획이... 불꽃놀이 축제가... 다 망했어요...

지휘관 저기... 뭐 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같이 생각해보지 않을래?

SAT8 메꿀 수... 그래...
ART... 556은... 어디에 있죠...?

SAT8 SAT8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비록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지만, 눈동자에서 넘쳐흐르는 것은 본적도 없는 절망과 매서운 빛줄기였다.

SAT8 ART556! 당장 나와!!

SAT8 해체해 버리겠어──!
네 녀석의 부품을 로켓통에 쑤셔넣어 저 하늘에 날려보낼 테야!!!
나머지 찌꺼기로는 새해의 모닥불을 지펴줄 테다!!!

SAT8 어딨어! 당장 나오라고──!!

지휘관 SAT8?! 일단 진정 좀 해!

다른 인형들이 도와준 덕분에 겨우겨우 날뛰는 SAT8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힘든 것과 동시에, 이번 그믐밤에 더이상 소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믐밤.
인형들은 연회장에 모여 성대한 연말 식사를 즐기고 있었지만 상당히 침울해 보이는 한 인형이 있었다...

지휘관 SAT8, 입맛이 없어 보이는걸...

SAT8 지휘관님... 하아...
계획이 갑자기 엉켜버려서, 한순간 몸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어요.
아깐 지휘관님하고 모두에게 난리를 부려서 죄송해요...

지휘관 괜찮아, 네 탓도 아니잖아.
게다가 일반 폭죽이랑 불꽃 폭죽도 아직 어느 정도 남아있으니까, 불꽃놀이는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을 거야.
방금 카리나하고도 얘기해 봤는데, 조명탄을 몇개 꺼내 써도 된다더라고.

SAT8 정말요?
비록 원래만큼 효과는 없겠지만, 발사 순서를 수정해본다면...

지휘관 아 맞다, 이것도 있어.

SAT8 손에 들고 있던 찬합의 뚜껑을 열었다, 진수성찬을 가득 담은 상자를 SAT8 앞에 늘여놓았다.

SAT8 지휘관님, 이건...?

지휘관 이번 사건의 주범이 사과의 의미로 준 선물이야.
너한테 해체당할까 봐 직접 전해 주지는 못하겠대서, 내가 대신 가져왔어.
한 입 먹어 보겠어? 말하기론 무슨 특제 요리라던데.

SAT8 음... 그럼 어디...
이거! 맛있어요... 이 고기 어떻게 만든 거죠?
비계가 많아 보이는데, 살짝 달달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아요... 너무 신기해요!

지휘관 그래? 어디 나도 한 입... 음, 맛 괜찮네.
역시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SAT8 아무리 맛있는 걸로 절 달랠 생각이라해도... 간단히 용서해 줄 순 없어요!

지휘관 그래도 오늘 만큼은 봐주는 게 어때?
네가 준비한 불꽃놀이를 기대하고 있고.

SAT8 네에...
비록 연출효과는 어느 정도 타협해야 겠지만, 제가 가능한 만큼 덧씌워 보일게요!

지휘관 좋아, 그럼 든든히 먹어둬.
배불리 먹어야 움직일 힘이 날테니까, 그렇지?

SAT8 지휘관님... 고마워요...
지휘관님이 없었다면, 오늘 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을 거예요.

지휘관 하하, 별거 아닌걸.
게다가 나도 너희 모두가 즐겁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으면 좋겠거든.

따듯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계가 12시를 가르켰다.

새해를 알리는 폭죽 소리가 기지에서 울려퍼졌다.

그리폰 인형 이게 폭죽이라는 거야? 뭔가 많이 시끄러운데.

그리폰 인형 넌 모르지, 새해는 이래야 귀신을 쫓아낼 수 있는 거라고!

그리폰 인형 뭔가 이상한 소리가 섞인 것 같지만... 뭐 어때, 요란하면 됐지.

폭죽의 소리가 가라앉자, 알록달록한 불꽃이 기지의 하늘을 수놓았다.

그리폰 인형 예쁘다...

그리폰 인형 저쪽 불꽃은 참 밝네, 왠지 조명탄 같은데.

그리폰 인형 저번에 다큐를 봤는데, 인간들이 새해에 쏘아올리는 폭죽은 원래 저 정도로 밝은 거래.

그리폰 인형 그래? 그럼 사진을 제대로 찍어둬야겠네, 이후에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서 지낸 명절이 무사히 끝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앞으로 다가올 일 년에 미래의 소망들이 과연 이루어질 지는 나도 모르지만...
귀향길의 차표, 새로운 복장과, 푸짐한 저녁식사애 화려한 불꽃 모두 내 마음 속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분명, 그녀들도 같은 마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