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05 - 제피란테스

설날까지 1주일도 안 남았다.
내가 81식 카빈에게 준 계획표에 의하면 오늘은 기념일 복장의 준비 상태를 검사해야한다.

JS05 어, 지휘관? 여긴 어쩐 일이야!

지휘관 81식 카빈이 검사해달라고 부탁해서.
네가 새해의 새 복장 준비를 담당하는 거였지?

JS05 마침 잘 왔어 지휘관.
방금 막 주문 제작한 옷을 가지고 왔는데 한 번 같이 봐주겠어?
지휘관의 의견도 내가 검사하는데 도움이 될테니.

지휘관 좋아, 그럼 같이 가자고.

상점 안.

지휘관 JS05, 아직이야?

JS05 잠깐만 기다려, 금방 끝나!
이 단추가 약간 말썽이네...... 지금 나갈게!

JS05가 탈의실에서 나온다.

JS05 지휘관, 어때?

지휘관 엄청 예쁜걸 JS05.
네 스타일하고 아주 잘 어울려.

JS05 어......치파오에 어울리려면 가르마를 조금 정리해야하려나.

JS05 지금은 어때?

지휘관 어라, 아까랑 달라진 게 있는 거야?

JS05 내가 가르마를 약간 다듬었으니까 크게 다르다고!
지휘관은 관찰력이 좀 떨어지나 보네.

지휘관 네가 요구하는 관찰력이 너무 높은 거야......

JS05 후후, 내 작업에서 요구하는 건 어디까지나 정확성이거든.
지휘관은 내가 옷 검사하는 걸 도우러 왔으니까 일단은 연습해보자!

지휘관 그래그래, 그러면 한번 해보자.
그러고 보니 이 옷들이랑 다들 입는 옷이랑은 스타일 차이가 꽤 큰걸...... 다들 이런 걸 입으려 할까?

JS05 지휘관, 안심하도록해. 어떠한 인형도 새 옷을 거절하지는 않을테니까.
게다가 이렇게 새롭고 아름다운 옷을 입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인형은 분명 눈썰미가 없는 걸 거야!

지휘관 (엄청 직설적으로 말하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설날이 더욱 기대되는데.
평소와 다른 모두의 모습을 보는 건 분명 재미있을 거야.

JS05 음, 지휘관이 기대하는 명절이니 이번에도 실망시키면 안 되겠는걸?
아참...... 있잖아 지휘관, 새 옷은 샀어?

지휘관 나? 아무것도 준비 안 했지. 이번 명절은 어디까지나 인형들의 제안을......

JS05 81식 카빈이 지휘관에게 검사를 부탁한 이상, 지휘관도 우리 설날 준비팀의 일원이야.
예전에 이야기 했듯이 준비팀에 참가한 인형들은 새 옷이 있어야 해.
그리고 새해에 새 옷을 입는 풍속은 원래 당신들 인간이 정한거잖아!

지휘관 그런가?
나는 구시대적인 축하 방법은 잘 모르다보니......

JS05 내 데이터 베이스에 오류는 없어.
하지만 지금 동양 스타일의 옷을 주문 제작하기에는 늦을 것 같으니까, 좀 이따가 거리로 나가서 사러가자.

지휘관 괜찮아. 난 애초에 명절을 보내려는 게 아니라 너희랑 즐기려던 거야.
그리고 오후에는 일이 있어서 쇼핑할 여유가 없을테고.

JS05 지휘관...... 당신 쇼핑이 무서운거야?

지휘관 아, 아니거든. 그리고 오후에는 본부 회의가 있어.
쇼핑보다 화난 헬리안이 더 무섭다고!

JS05 그럼 알겠어. 재봉해야 할 곳을 알려줄테니까 듣고나서 기지로 가.

지휘관 또 수선하려고?

JS05 당연하지. 새해의 새 옷은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 거야!
정말, 분명 당신들 인간의 기념일이잖아...... 조금은 소중히 여기라고.

지휘관 각 지방의 풍속은 다르니까.
크리스마스나 신정이었다면 좀 더 신경 썼을 거야.

JS05 하지만 지휘관은 두 기념일에도 새 옷을 안 입었잖아?
내가 DSR에게 들은걸로는 이 곳 사람들도 새해에 새 옷을 입는 풍습이 있다던데.

지휘관 어쨌든 지금 이 상황은......
명절을 축하할 힘은 남기는 게 좋겠다. 자잘한 문제에 너무 의식하지 말라구.

JS05 듣기론, 인간은 지금까지 엄청 고생했다던데......

지휘관 그래...... 이런, 어쩌다가 우울한 주제로 흘러가버렸네.
곧 명절을 축하할테니 역시 즐거워야겠지!

JS05 그렇다는 건, 지휘관 당신도 우리의 설날을 기대하고 있는 거구나!
크리스마스 보다 나쁠리 없어!
명절까지 남은 기간 동안 새 옷을 사러갈 시간을 내는 거 잊지 말라고.

지휘관 알겠어. 명절 기간 전에 여유가 생기면 바로 시내를 둘러보러 갈게.

JS05와 함께 기지에 돌아온 뒤, 나도 바로 연말연시의 각종 업무에 뛰어들었다.
얼마 안 가 새 옷을 사러 가는 일은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그믐날 오후.
폭죽이 폭발해서 일어난 소동을 정리하고 사무실에 돌아왔다.

지휘관 휴우... 명절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피곤하네.

JS05 지휘관, 여기 있었구나.
...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지휘관 응, 방금 약간 돌발 상황이 있어서, 좀 쉬려고.

JS05 ART556이 벌인 짓 맞지? 정말로 고생하네.
설마 그 녀석, 아무리 심심했다 해도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일을 벌일 줄이야...

지휘관 넌 정말 소식통이 빠르구나...

JS05 헤헤, 밖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나가던 애한테 물어본 거야.
지휘관한테 이걸 주려고 왔어.

JS05가 한 상자를 주었다.

지휘관 이게 뭐니?

JS05 새해 옷이야.
지휘관 요즘 나가서 옷을 살 틈이 없을 것 같아서, 오늘 마침 외출한 참에 지휘관 몫도 샀어.
어떤 옷을 좋아할지는 몰라서 그냥 셔츠를 한 벌 샀어.
새해니까, 뭐라 해도 새 옷도 입어야지.

지휘관 고맙다... 계속 깜빡하고 있었네.

JS05 인간은 건망증이 심하니까, 우리 인형들이 대신 기억해 줘야지.
새해에 새 옷을 입으면 저번 해의 액운을 없애주고 복을 가져다주니까. 인형에게든 인간에게든 아주 좋은 풍습인 거야!

지휘관 하하, 확실히. 그럼 고맙게 받을게.

JS05 사양 말고 받으면 돼.
이제 좀 기운이 돌아온 걸 보니까 나도 안심이 되네.
난 또 다른 애들 도우러 갈 테니까, 저녁 식사 때 보자고!
꼭 그 옷 입고 와야 돼!

JS05가 문을 지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인류마저 잊을 뻔한 구시대의 기억을 그들이 조심스럽게 주워 간직해주고 있다.
언젠간 이 기억들이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날이 오겠지.

지휘관 자, 나도 충분히 쉬었으니. 옷을 갈아입고... 이 모처럼의 명절을 즐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