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ctor- 맹목적인 믿음

그리폰 지휘실.

지휘관 ...이상이 임무 내용이다.

Vector ...
내가 이런 임무에 참가해도 괜찮을까?

지휘관 무슨 문제 있어?

Vector 내가 가봐야 시간 낭비일 게 뻔한걸.

지휘관 임무에 참가할 인원은 의뢰인과 IOP에서 선발한 거야.
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것은, 선발 측에서 네가 이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는 걸 의미하지.

Vector ......

지휘관 더 물어볼 거라도 있는 거야, Vector?

Vector 이야기한들, 바뀌는 건 없을 테니.

지휘관 뭐, 그렇긴 하지.

Vector 가면 되잖아, 의뢰인이 사진을 보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지휘관 저기...... Vector, 무려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는 거라고.
조금도 기대되지 않는 거야?
다른 애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매우 들떠 하던데.

Vector 어차피 진짜 혼례의 주인공이 아니잖아, 기대해봤자 실망만 커질 뿐이야.

지휘관 (그러니까 입고는 싶다는 말이네...)
어... 그래, 뭐 개인마다 생각은 다른 거니까.
그럼 임무에 관해선...

Vector 합격선을 기준으로 완수하도록 할게.

지휘관 응, 그럼 부탁해, Vector.

본격적인 촬영이 개시되는 당일.

FN57의 촬영을 잠시 지켜본 뒤, 스튜디오 내부 순찰을 시작했다.
전날, 인원부터 설비까지 철저히 검사했지만 돌발상황에 대비해서 현장을 둘러볼 필요가 있었다.

FN57의 촬영 말고도 다른 스튜디오도 촬영을 시작하였다.
대기실 앞을 지나갈 때 마침 Vector가 방에서 나왔다.

지휘관 Ve... Vector?!

Vector 무슨 일이야, 지휘관?
대기실에서 폭탄이라도 발견한 거야?

지휘관 아, 아니.
그저 평소 모습이랑은 너무 달라서, 살짝 놀란 것뿐이야.

Vector ...놀라게 했다면 미안.
오늘 촬영 때는 무기까지 들고 찍어야 한다던데, 아마 정말 위험한 신부로 보이겠지.

지휘관 아니, 그렇지 않아...
그저 그 드레스가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한 거야.

Vector 위로 같은 건 필요 없어, 지휘관.
...내가 마지막으로 나온 게 맞지?

지휘관 아, 다른 애들은 이미 촬영 중이야.

Vector 이거, 듣기론 정식 예식용 드레스라고 하던데...... 입는 게 무척 번거로웠어.
머리 땋는 것만으로도 한참을 고생해서, 솔직히 좀 갑갑한 기분이야.

지휘관 수고했어, Vector.

Vector 임무에 따를 뿐이야, 나도 불평만 할 수는 없으니...
하지만 인간 여성이 이런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니... 참 힘들 것 같아.

지휘관 인간에게 있어선 이 정도 고생해서 달콤한 추억을 만들 수 있으면 그걸로 가치가 있는 거야.
사람에 따라선 그런 드레스를 한 번 입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

Vector ......그런가.
이해 못 하겠어... 그저 옷일 뿐인데, 그렇게 의미를 잔뜩 부여하는 건 너무 안쓰럽다고 생각해.
마치 우리들처럼... (중얼)

지휘관 음... 이해하게 될 날이 올 거야, 아마도...
뭐 지금은, 일단 눈앞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 집중하자.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평소처럼 흘려버렸다.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내가 가장 큰 스튜디오에 들어갈 때 마침 두 촬영팀이 장소를 교환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번 보호해야 할 임무 대상─── 진짜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이 다음 스튜디오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Vector는 그 둘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표정은 여전히 차가운 채였다.

지휘관 Vector, 촬영은 순조로워?

Vector 사진사가 내 표정에 불만인 것만 빼면 괜찮은 편이야.
지휘관, 저 두 사람이 이번에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지?

지휘관 응, 이번 임무의 진짜 목적은 저 둘이 무사히 웨딩 사진 촬영을 마칠 수 있게 하는 거야.

Vector 습격이 걱정되면, 여기 모조리 비우고 둘이서만 실컷 찍게 하면 되지 않아?

지휘관 그러면 촬영의 분위기가 살지 않으니까.
사진 찍는데 텅 빈 복도에 완전무장한 경호원들만 있어 봐, 행복감이 반 토막 날 거야.
두 사람 다 부유한 자들이지만... 그래도 평범한 삶을 원하고 있어.

Vector 우린 총 들고 사진 찍잖아?

지휘관 그 두 사람에겐 이건 그냥 어느 회사가 웨딩 컨셉으로 홍보사진을 찍는 소품으로만 보일 뿐이야.
자녀에게 완벽한 결혼 추억을 주기 위해서 의뢰인도 신경을 엄청 썼다고.

Vector ...그러니까 저 두 사람도 실상을 모른다는 거네.

지휘관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지 마, Vector.

Vector 다른 이의 비밀을 흘리고 다니는 취미 따윈 없어, 지휘관.
그리고, 비밀을 들려줄 만한 사람도 없고.

Vector는 스튜디오의 출입구를 바라보았다, 신혼부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음 촬영 장소로 가고 있었다.

Vector 즐거워 보이네.
다만, 자기들이 지금 잘 짜인 거짓 속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겠지.

지휘관 Vector...

Vector 나도 그 거짓의 일부이지만 말이야.
그럼, 내 역할을 다하러 가볼게.

나와 직원은 Vector의 드레스의 끝자락과 면사포를 들고 함께 스튜디오의 계단을 올랐다.
자그마한 수정들로 꽃무늬를 수놓은 천은 상당히 무거웠지만, 진짜 신부에게는 묵직한 행복이겠지.
Vector는 낮은 나무 상자를 딛고 올라갔고, 직원이 드레스 자락의 모양을 정리했다.

Vector 지휘관, 너무 오래 쳐다보는데.

지휘관 어... Vector,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Vector 명령을 내리는데 내 동의 같은 건 필요 없잖아.

지휘관 명령이 아니야, Vector.
이번에는 회사 업무 때문에 오게 되었지만... 너든 다른 인형이든 여기서 모두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임무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자신을 위해 기념사진을 남긴다고 생각해줘.
그러면... 마음이 좀 편해질 거야.

Vector는 입을 다물었다.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주 잠깐 Vector의 차가운 눈빛이 살짝 풀리는 것 같았다.

Vector 지휘관, 그렇게 말해도... 지어낸 연출을 현실로 만들 수는 없어.

Vector는 곁의 촛대를 바라보았다, 살며시 흔들리는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따스한 빛깔을 남겼다.

Vector 그래도...
가끔, 잠깐이지만 행복의 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진짜니까,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