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5 - 작은 한 걸음

...
로비에서 대기 중인 인형에게 주위 경계 상황을 확인한 후,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지휘관 비록 광고의 명분을 빌렸다는 해도, 이렇게 실탄을 지니고 스튜디오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우리뿐이겠지...
뭐, 모두에게 인간들이 웨딩 사진 찍는 게 얼마나 로맨틱하지 못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나쁘진 않지.
그나저나...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스포트라이트 앞에 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때, MP5가 혼자 스튜디오 한구석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휘관 MP5, 사진 다 찍은 거니?

MP5 지휘관님...
아직이요... 아직 찍지 않았어요.
사진사분께서 우선 컨디션 좀 조절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요.

지휘관 (MP5의 파트는 한참 전부터 찍었을 텐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니? 누가 괴롭힌다거나?

MP5 네...? 아... 촬영하는 오빠나 직원분들 모두 친절해요, 괜찮아요!
사실... 주로 문제있는 건 저 자신이에요...

지휘관 그러니까 네가 직원분들을 괴롭혔다는 거니?

MP5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지휘관 그래그래, 평소랑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네, 아까 우울해 보이는 모습 때문에 걱정했거든.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는 거니? 모처럼 예쁘게 꾸몄는데, 그런 표정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MP5 저... 음... 그다지 심각한 일은 아니에요...
그저 웨딩드레스 같은 옷은... 역시 키가 큰 여성들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좀 다른 분들이 부러워서...

지휘관 (음... 키 때문이구나...)
화려하긴 하지만... 저렇게 긴 드레스를 땅에 끌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네 생각만큼 많지 않아.
아까 누구는 상자 위에 올라서서 찍었는데, 그게 참 힘든 일이지.

MP5 하지만 웨딩드레스라면, 그런 게 정상적인 것 아닐까요...
제가 좀 더 키가 컸다면, 저렇게 화동처럼 찍히진 않았을 텐데...

지휘관 화동도 꽤 귀엽잖... 어... 그러니까... 크흠...
애초에 모두가 모처럼 꽃단장할 기회가 생긴 만큼, 결과물도 다양하면 더 좋겠지!
네가 입은 드레스 스타일도 생각보다 예쁜걸, 정말 잘 어울려.

MP5 전혀요... 웨딩드레스가 검정 빨강 조합이었다면...
그럼 아동용 사이즈로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지휘관 음, 검정에 빨강 조합인 드레스면 마치 촬영 현장에서 신랑을 찢어버릴 듯한 비주얼일 텐데...
결혼식 같은 곳에서 분위기는 역시 부드러운 쪽이 좋잖아, 찍을 때 분위기가 난감해진다면 거참 무시무시할 거고 말이지.

MP5 다른 사람들은 다 롱스커트니까... 그렇게 엄숙한 분위기가 나는 거겠죠.
저도 다른 분들처럼 사진이 나왔으면 좋을 텐데.

지휘관 꼭 똑같은 스타일로 찍을 필요는 없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찍는 게 가장 보기 좋은 거야, 그래서 참 잘 어울린다고 말한 거고.

MP5 부우우...
결국 제 웨딩드레스 차림이 화동 같다는 건 부정 안 하시는 거잖아요!

지휘관 일단 이번 촬영에선 깜찍 발랄한 배역을 맡아봐.
나중에 키 크고 자라서, 진짜 화려한 롱스커트를 입을 수 있게 될 때면, 지금 이런 가벼운 모습을 그리워하게 될걸?

MP5 키 크고 자랄 때인가요...

지휘관 그렇게 먼 훗날의 이야기는 아닐 거야, 내 말 믿어.
오늘은 모처럼 꽃단장했으니까, 활짝 웃어봐.

MP5 네! 알겠어요!

말하자마자 MP5는 또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MP5 그런데 만일... 평생 이렇게 키가 작은 채면... 어떡하죠?

지휘관 그렇게 되면...
어... 계속 우유를 마셔보렴...

MP5 "보렴"이요?!

그 후 MP5는 가벼우면서도 활력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촬영을 끝냈다. 촬영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다.

그날 밤, 모두 모여 서로의 샘플 사진을 보았다.

FN57 어머? SV-98, 이 포즈 꽤 괜찮잖아. 뭐 내가 찍은 것만큼은 못하지만.

SV-98 그 사진사분들... 대단하네요...
이거 정말 제 모습인 건가요...?

56-1식 배고프다... 사진에 뭐 문제없으면 가서 밥 먹어도 되는 거지?
그럼 후딱 보고 끝내자구.

G36 지금 골라낸 사진들은 나중에 홍보자료로 대중에 공개될 거예요. 그러니 결코 얼버무려서는 안 됩니다.
여기 건빵을 챙겨왔으니, 56-1식 씨만 괜찮다면 이것으로 허기를 채우시길 바랍니다.

56-1식 으아...
지금 이 과자들 전부 먹고 싶긴 하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들도 배고파지면 먹을 게 없어지니까, 일단은 참을게.

FN57 걱정 마, 쓸만한 사진들은 어느 정도 골라놨으니까.
오늘 사진 중에 약간 의외인 게 있다면, 아마 MP5의 파트일까나.

MP5 에! 저요?

FN57 그래, 컨셉을 잡은 것부터 다른 사람하곤 완전 달라.
다른 사람들의 사진하고 같이 늘여 놓으니 아주 눈에 띄는걸.

MP5 찍을 때 모두하고 너무 차이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FN57 나쁘다는 말이 아니야, 오히려 이런 표현 방식을 생각해낸 네가 부러울 따름이지.
이런 이런, 아무래도 나도 웨딩드레스 사진은 반듯하게 서서 찍어야 한다는 틀에 잡혔던 것 같네.

MP5 에? 그 말은...

56-1식 MP5의 옷차림과 촬영 방식이 참 잘 어울리는걸...
내가 입은 것만 해도 정면으로밖에 못 찍겠던데, 뒤가 아주 휑해서 말이지...

MP5 우으... 그러지 마세요!
이번엔 키가 모자라서 여러분과 같은 드레스를 입지 못했지만,
나중에 키가 자라면 반드시 더 성숙하고 예쁘게 찍어 보일 테니까요!

FN57 흐흥... MP5, 웨딩드레스는 말이지, 평생에 한 번뿐인 이벤트라고.

56-1식 진짜 한 번만 입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말... 아얏!

G36 쓸데없는 말 하지 마시죠, 56-1식 씨.

SV-98 그래도, 정말 꿈 같은 이야기네요.
저희에게 있어선, 왠지 뭐랄까...

...
꿈 같은 이야기라...
인형에게 있어선,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소녀들이 사진을 고르는 것을 지켜보고, 모두를 집합시켜 기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 MP5도 키가 자랄 수 있을까, 사실 아직도 회의적인 기분이 든다.
그래도 이런 기회에 그녀들의 마인드맵에 가슴 벅찬 순간을 남겨줄 수 있다면, 오늘 고생한 것도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들도 분명 같은 생각이겠지, 저 웃는 얼굴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꿈 같은 이야기야말로 솔직한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