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6 - 순백의 수레국화

스튜디오 내부.

웨딩 사진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관을 돌아다니고 있자니, G36이 복도에 있는 소파 위에서 멍하니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지휘관 G36, 왜 혼자 여기에 이러고 있어?

G36 아, 지휘관님......

지휘관 경례는 됐으니까 그냥 편하게 있어. 드레스 입고 움직이려니 많이 불편하지?

G36 감사합니다......
이 구역에서의 촬영은 마쳤습니다만, 다음 촬영지는 아직 다른 분이 사용하고 있어서요.
사진사님이 사진에 쓸 배경을 보신다고 먼저 가버리셔서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지휘관 (G36이 어딘가 좀 이상해 보이는걸......)
그랬구나.
사진 촬영이 잘 되고 있어 보이던데 말이야.

G36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잘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나는 G36이 잔뜩 긴장된 손으로 모피 숄더의 끝자락을 쥐어 숄더에 파묻힌 손가락을 발견했다.

지휘관 (자기도 모르게 잡고 있는 것 같네......)
혹시......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어?

G36 ......

지휘관 G36?

G36 .....네, 넷?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고......
제게 뭘 물어보셨는지 다시 한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지휘관 사진 찍을 때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었어?

G36 저, 저 말씀이신가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직원분들도 굉장히 친절하셨고요.
근데, 지휘관님...... 지금 아무런 문제 없습니까?

지휘관 아무런 문제도 없어. 방금 내가 한 번 돌아보고 오는 길이야.

G36 그럼 혹시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으십니까?
촬영하면서 짬짬이 근처에 위험 물품이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지휘관 이상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곧바로 너희들에게 알려줄게.
그러니까 G36, 너도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말고 사진 찍는 데에 집중하도록 해.

G36 .....알겠습니다.

지휘관 (왠지 모르게 풀이 죽어있는 듯한 느낌인데......)

이때, 사진관의 직원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직원 G36 씨,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스튜디오 정리가 끝났으니, 이제 들어오셔도 됩니다.

G36 알겠습니다. 지금 곧 가도록 하죠.
저...... 지휘관님, 그럼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G36이 일어서서 웨딩드레스의 끝자락을 집어 올렸다.

직원 드레스와 면사포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G36 아...... 감사합니다.

드레스를 내려놓을 때, G36이 어딘가 풀린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일순간일 뿐이었고, 웨딩드레스가 들려진 걸 확인하자마자 복도 끝자락에 있는 스튜디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휘관 (......왠지 저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역시 따라가 봐야겠어.)

스튜디오 내부.

사진사 다음 장면은 베이 윈도에서 찍도록 할게요.
그럼 가서 앉아주시겠어요?

G36 네, 알겠습니다.

앞에 있는 베이 윈도는 거의 G36의 가슴높이 정도에 오는 높이였다.
G36은 두 손으로 베이 윈도의 모서리를 잡고 뛰어넘으려는 순간 직원에게 저지당했다.

직원 G36 씨! 그러면 위험하세요!

G36 네? ......괜찮습니다. 이 정도쯤이야......

직원 제가 받침대로 쓸만한 물건을 가져다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G36 저 혼자서도 올라갈 수 있는데......

직원 고객님한테 이런 일을 시킬 수는 없죠.
고객님께서 여기서 사진을 찍고 계시는 동안에는 고객님께서 불편함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여기 사다리 의자를 가져왔으니 이걸 밟고 올라가 주세요.

G36 ......네, 감사합니다.

G36이 촬영 기사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바꾸었다.

지휘관 (왠지 즐거워 보이지 않는 것 같네. 내가 따라와서 그런가......)

몇 분 후.

사진사 G36 씨...... 이대로는 안되겠네.
좀 더 편안하게 있어 봐요. 아침에 찍었을 때 느낌처럼, 살짝만 웃어봅시다.

G36 ......

사진사 흐음...... 아직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좀 피곤하신 것 같은데, 조금 쉬었다 하는 게 어때요?

사진사가 직원에게 사다리 의자를 옮겨달라고 하고 있다.

지휘관 제가 도와드릴게요.

직원 아, 감사합니다!

내가 직원이랑 같이 의자를 옮기는 걸 본 G36이, 갑자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G36 그, 그럴 필요 없으십니다! 전 아직 괜찮으니까......

지휘관 G36! 조심해!

G36은 나를 저지하려던 것 같지만, 그 때문에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까먹은 것 같았다.
G36의 몸이 균형을 잃고, 베이 윈도에서 떨어져 버렸다.
난 당장 의자를 내버리고 G36을 부축하기 위해 달려갔다.

지휘관 괜찮아, G36?

G36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G36의 눈가가 조금 빨개진 게 보였다.

지휘관 일단 여기에 앉아볼래?

난 스튜디오 귀퉁이에 위치한 소파에 G36을 앉혔다.
G36은 묵묵히 내 옆에 앉았고, 난 옆에서 그녀의 마음이 진정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G36 지휘관님...... 정말로 죄송합니다. 괜한 폐를 끼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지휘관 괜찮아, G36.
그런데 조금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어?

G36 전......

지휘관 G36. 나는 네 지휘관이야. 부하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내 업무 중 하나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고민 같은 게 있으면 나한테 털어놓아 줘.
나한테 털어놓고 나면 좀 후련해지지 않겠어?

G36 지휘관님, 전 제가 오늘 임무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휘관 어째서?

G36 아침부터 지금까지,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옷을 갈아입는 것부터 화장까지 전부 직원이 대신해줬습니다.
모두 저에게 오늘은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임무를 끝낼 수 있는 겁니까?

지휘관 줄곧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G36이 기지에서는 평소에 바쁘게 돌아다니니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적응하기 힘들어하겠지.)

G36 앉아 있는 것 말고 다른 걸 해야 할 것만 같은데...... 그렇다면 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지휘관님께 폐만 끼쳐드렸으니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지휘관 사과할 필요는 없어, G36.
사과해야 할 건 오히려 내 쪽인걸...... 지금까지 네 마음을 알아차려 주지 못해서 미안해.

G36 지휘관님......

지휘관 이번 사진 촬영은 이후의 회사 선전과 관련되어있어서 모두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야.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진의 주인공들인 너희 모델들의 임무가 막중해.
직원분들이 다른 일들을 대신 해주는 건 사진의 주인공인 너희들이 사진을 찍는 데 더욱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야.

G36 그런 것입니까......

지휘관 그러니까 직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도록 해, G36. 너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어.
그리고 가끔은 남이 해주는 서비스를 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
기껏 이런 경건함이 흘러넘치는 옷을 입었으니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G36 알겠습니다, 지휘관님.

G36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G36이 몸을 일으켜 스튜디오의 가운데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날 바라보았다.

G36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오늘 지휘관님이 계셔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지휘관 나야말로 운 좋게도 이런 너를 볼 수 있어서 정말로 기뻤는걸.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 후 그녀의 입술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눈가의 눈물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그게 오히려 흘러넘치는 웃음기를 더욱 따스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찰칵".
이 미소가 사진사의 카메라에 찍혔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장면은,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