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식 - 마음을 엮는 매듭

스튜디오 내부

헬리안 씨가 보내준 정보에 따르면
오늘 이 스튜디오 안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인원은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과 그리폰의 인형들뿐이라고 한다.
촬영 중 잠시 시간이 비어, 스튜디오를 슬쩍 구경하며 겸사겸사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도 확인했다.

지휘관 좋아, 여기도 문제없군.
이제 곧 점심이네...... 오늘도 무사히 넘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때, 스튜디오의 직원 하나가 나를 향해 다급히 달려왔다.

직원 실례합니다, 혹시 그리폰의 책임자분이신가요?

지휘관 네, 무슨 일이십니까?

직원 촬영 중이던 아가씨 한 분이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하네요, 빨리 가서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직원과 함께 스튜디오의 휴게실로 다급히 달려갔다.
휴게실에는, 한 소녀가 소파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지휘관 너는...... 56?
(저런 털털한 자세에 웨딩드레스라니...... 조금 매치가 안되는걸.)

56-1식 아...... 지휘관!
여긴 무슨 일로 왔어?......

내가 온 것을 본 56식이 꿈지럭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무기력하게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지휘관 직원이 불러서 와봤어.
몸은 괜찮아?

56-1식 어?......
사실 별거 아냐, 그냥 좀 배가 고픈 것뿐이야.

지휘관 배가 고프다고?

56-1식 화장을 두세 시간씩이나 한데다가 이 포즈 저 포즈 취하느라 정신없이 왔다 갔다, 또 나보고 자꾸 막 움직인다며 잔소리까지 한다고.
아침 내내 이렇게 시달리다 보니 배는 텅텅 비었지...... 지금은 손 까딱할 힘도 없어!

지휘관 ......내가 보기엔 아직 펄펄한 것 같은데?

56-1식 방금 남은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고, 지휘관!
인간들은 밥심으로 움직인다며, 한 끼라도 안 먹으면 못 움직이겠어......
이대로 가다간 곧 강제 절전모드로 들어가고 말 거야......

지휘관 그래그래, 알았어.
그런데 식사 시간은 아직이라서, 예정된 점심은 아마 좀 더 있어야 배달될 거야.
내가 스튜디오 측에 물어볼게, 뭐 간식이라도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

56-1식 여기엔 비스킷이나 초콜릿, 사탕밖에 없어.
심각하게 짜거나 달아서 못 먹을 지경이라고......

지휘관 이미 물어봤구나.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아직 덜 배고픈 모양인데?

56-1식 하아?

지휘관 정말 배가 고팠다면 뭐든 먹을 수 있었겠지?

56-1식 지——휘——관——!
오늘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못 먹고, 입은 옷은 불편하고 꽉 조이는 데다가 총 들고 포즈까지 취해야 했다고......
이렇게 고달픈 임무인데, 뭐 서비스 같은 거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지휘관 농담이야 농담, 요 근처에서 뭐 사 올만한 게 있나 찾아볼게.
하지만 이 지역엔 식당도 별로 없을 텐데...... 아마 별로 선택지가 많지는 않을 거야.

56-1식 여기 있는 괴상한 간식 같은 것만 아니면 뭐든 좋아!
그럼 지휘관만 믿고 기다릴게!

십수분 후.

지휘관 56, 먹을 것 사 왔어.

56-1식 와아——! 고마워, 지휘관!
뭐 사 왔는지 좀 빨리 보여줘!

지휘관 조심조심, 음료수 엎어질라.

56-1식 에...... 음......
햄버거랑 치킨이구나......

지휘관 실망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이 근처에선 패스트푸드점 몇 군데 빼곤 다 예산 초과더라고.

56-1식 ......뭐, 어차피 여기 간식들보단 나으니까.
그럼 잘 먹겠습니다, 지휘관!

지휘관 그 전에——

나는 종이봉투 속에서 치킨을 꺼내려 드는 56의 손을 붙잡았다.

56-1식 왜?

지휘관 방금 직원이 말하더라, 음식을 먹을 때 조심해달라고.

56-1식 ......에?

지휘관 화장이 번지면 안 되잖아, 드레스에 묻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56-1식 귀찮아......

지휘관 대충 먹어도 죽지야 않겠지만, 그러고 난 뒤에는 한참 동안 화장을 고쳐야 할걸.
그러다 촬영이 지체된다면, 어쩌면 저녁 식사까지 놓칠 수도 있겠지.

56-1식 알았어, 얌전히 먹으면 되잖아!
정말이지...... 햄스터처럼 오물거리면서 먹으면 흥이 안 난단 말이야.

지휘관 임무를 위해서라도 조금만 참아봐.

56-1식 후우, 모델 일도 정말 어렵구나.
인간 여자들이 갑자기 존경스러워졌어, 이런 드레스를 입으면 이도 저도 못하겠는데 말이야.
요 웨딩드레스는 반나절밖에 안 입었는데도 벌써 숨이 턱턱 막혀온다고.

지휘관 무슨 일이든지 각자의 고충이 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언제나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법이야.

56-1식 그치......
이왕 하기로 한 일이니...... 일단은 참아야겠네.

56식은 내가 사 온 음식들을 금방 다 해치웠다.

56-1식 후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지휘관 위가 얼마나 큰 거야......

56-1식 이 꽉 조이는 드레스만 아니었다면 2인분으로도 부족했을걸.
......뭘 그렇게 봐?
MRE 하나에 전투 한번! 난 먹은 만큼은 일하는 인형이라고!

지휘관 그래그래......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 있다가 촬영이 끝나면 그때 뒤풀이라도 가자.

56-1식 후후, 그 말을 들으니 힘이 나는 것 같네!
하지만 밖에서 먹는 식사는 아무래도 영 별로란 말이지......
그래, 조금 있다가 기지로 복귀하면 지휘관한테 내 요리 솜씨를 보여줄게!

지휘관 오? 괜찮아?

56-1식 응! 식재료가 외부 식당만큼 풍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맛있게 만들 자신 있어!
거기다가 만약 지휘관이 희귀 식재료 반출을 허가해 준다면......

지휘관 56 네가 직접 만드는 거라면 나도 좀 기대되는걸.
식재료 쪽으론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게.

56-1식 아싸! ——그럼 약속한 거다!
오늘 지휘관이 사준 간식에 대한 보답으로 내 비장의 메뉴를 선보여줄 테니 기대하라고!

지휘관 잠깐, 오늘 촬영 임무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것 알지?

56-1식 식량 보급 완료, 지금 컨디션은 최고라고.
무슨 임무라도 완수해 보이겠어!

지휘관 이렇게 의욕이 넘치니 안심이네.

56-1식 그럼......
56-1식, 현 시간부로 임무에 복귀하겠습니다!
지휘관, 그럼 먼저 갈게~

벌떡 일어난 56식이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웨딩드레스의 끝자락을 잡은 채로 촬영장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뒷모습이 복도 너머에서 사라졌다.

지휘관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의 모습이 완전 딴판이구나 정말......
......
사진 속의 56식은 또 과연 어떤 모습일까?
촬영 결과가 어서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