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98 - 하트를 꿰뚫어주지!

웨딩드레스, 촬영지를 고르는 사전작업은 오늘로 일단락을 지었다.
비록 이번 작전의 본질은 호위 임무지만, 임무의 일부인 웨딩 촬영은 나에게나 인형들에게나 매우 신선한 일이었다.

지휘관 오늘 보고서는 전부 확인했고.
음... 이제 겨우 세 시인가?
내일이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어쩐지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네...
기지 좀 둘러보자.

카페에 들어서자, SV98이 테이블에 앉아 얼굴을 바짝 대고 모니터를 주시하는 것을 발견했다.

지휘관 안녕, SV98.
지금 뭐 하는 중이야?

SV-98 아, 지휘관! 안녕하세요!
내일 임무와 관련된 자료를 찾고 있었어요.

지휘관 뭘 찾고 있었는데?
내일 임무는 따로 사전지식이 필요한 건 아닐 텐데...

SV-98 내일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을 거잖아요, 그래서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있었어요.

지휘관 그런 건... 그때 가면, 직원들이 말하는 대로 하면 되니까.
특별히 준비할 필요는 없을 거야.

SV-98 사진 촬영은 사진사만의 일이 아니에요, 모델도 아주 중요하다구요.
그래서 사진 찍을 때의 가장 좋은 포즈를 연구하고 있어요, 내일 임무를 위해서도요.

지휘관 임무에 열심인 건 좋은데...
내일 임무는 촬영뿐만이 아닌 건 기억하지?

SV-98 비록 임무의 최종목적은 의뢰인의 보호지만...
이번에 찍은 사진은 회사와 IOP의 홍보 광고에 쓰인다고 하셨잖아요?
이왕 찍는 거면 최고의 효과를 추구해야죠, 회사 이미지에도 영향이 있는 일인걸요?

지휘관 (이렇게까지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걸 보면... 정말 사진 촬영이 신경 쓰이나 보구나.)
크흠, 뭐 그냥 아주 열심이길래, 그래도, 진짜 목적을 잊지 말라고 말해본 것뿐이야.

SV-98 지나친 걱정이세요, 지휘관.
제 계산이 틀린 적이 있었나요?

지휘관 ...그건 그렇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일 네 활약 기대하고 있을게.

SV-98 네,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다음 날...

순찰 중 스튜디오의 촬영 부스를 지나갈 때, 안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SV-98 정말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요?
손은 이쪽에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요.

사진사 아이고, 아가씨! 내 말대로 좀 해 봐
거 참, 내가 이걸로 밥 벌어 먹고 사는데, 최고의 퀄리티로 찍어줄 수 있다니까.

촬영 부스에 들어서자 SV98이 계단 위에서 사진사와 이야기하는 것을 발견했다.

지휘관 (드레스 차림의 SV98... 평소하곤 완전 다른 인형 같네.)

내가 멍하니 서 있을 때, SV98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SV-98 지휘관, 오셨군요!

지휘관 응, 지나가다 잠깐 구경 좀 할까 해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사진사 그리폰 측 담당자분이신가요? 이 아가씨 설득 좀 해주세요.
꼭 자기 방식대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하는데, 이래선 좋은 품질의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요.

SV-98 오기 전에 벼락치기로 잔뜩 공부했다고요!
그리고 제 자세도 다 사진집에서 단골로 나오는 포즈를 따온 거예요, 팔을 굽히는 각도 또한 한 치의 착오도 없다구요!

지휘관 ....
그럼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
네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자세로 한 장 찍고, 사진사분이 알려주는 대로 한 장 찍어서 비교해보자.
그렇게 한 뒤에, 더 나은 방식으로 하는 건 어때?

SV-98 좋아요, 지휘관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십 분 후.
나와 SV98은 샘플 사진을 비교해 보았다.

SV-98 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죠?
분명 가장 좋은 자세로 찍은 건데, 그런데 왜... 이렇게 보니까 이렇게 어색한 걸까요!?
어제 한참 계산했는데... 데이터의 문제는 없을 텐데...

지휘관 촬영이란 건 결코 단순히 계산과 짜깁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똑같이 촬영하더라도 장소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기 마련이야.

SV-98 네...?

지휘관 음... 그러니까?
우리가 평소에 일과 보는 거랑, 전장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완전히 다른 것처럼?

SV-98 ...그런 건가요?

지휘관 그리고 예술이란 건 우리가 전투하는 것과는 또 다르니까.
나도 잘 모르지만, 정석을 너무 고집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서... 어색해 보이는 거야.

SV-98 그래서 자세를 잡을 때, 사진사분이 “좀 더 오른쪽이요” 같은 말만 하고...
정확히 어느 정도 움직일지는 안 말해 주는 것도, 지휘관께서 말한 이유 때문인가요?

지휘관 그런 거겠지... 어쨌든 베스트 샷이라는 건 사격하곤 다르게, 절대적인 과녁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SV98은 날 바라보며, 곤혹스러워하는 눈빛을 띄웠다.

SV-98 너무 복잡해요, 지휘관.
그래도 사진사가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뭔가 찝찝해요, 마지 자신이 그저 촬영에 쓰이는 소품 취급받는 것 같아서요.

지휘관 어?
(그런 생각까지 한 건가?)

SV-98 어제 그 클래식 사진을 봤을 때부터 이런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어요.
사진 속 사람들이 마치 눈앞에서 절 바라보는 것처럼...
그 표정을 보니, 인간 여성에게 있어서 웨딩드레스를 입는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저... 저도 그런 행복함을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사진을 보는 사람들 모두 그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찍고 싶어요.

지휘관 그렇구나...

SV-98 하하.... 혹시 제 마인드맵에 문제가 생긴 건지 걱정하시는 건가요?
사실 저도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런 생각을 삭제할 수가 없어요.

지휘관 SV98, 네게는 아무 문제도 없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분명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야.

SV-98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사진사분의 지시에 따라서 자세를 잡으면 되는 건가요?

지휘관 자신의 감정을 렌즈 앞에서 보여주면 돼.
긴장을 풀고, 자세의 오차가 몇 밀리가 나든 신경 쓰지 말고... 즐거우면 미소를 지어, 그거면 될 거야.

SV-98 음... 확실히는 잘 모르겠지만, 노력해 볼게요!

지휘관 응, 힘내, 사진사분하고 잘 맞춰봐.
분명 그분도 최고의 작품을 찍고 싶을 테니까.

SV-98 알겠어요, 지휘관.
그럼 임무를 계속 수행하겠습니다!

촬영 부스에서 SV98의 촬영을 계속 지켜보았다.

여성에게 있어서, 웨딩드레스를 입는 순간이라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진 촬영일 뿐이라도 그 각별한 마음은 충분히 느껴진다.
그럼 과연 인형도 그런 것일까?

나는 그 답을 모르지만...

그 순간, SV98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꽃피었다.
──그 미소는... 마음이라는 과녁을 정확히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