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ctor - 고양이 발바닥



그리폰 지휘실.

Vector ... 감시 임무?
알았어, 다른 용건 없으면, 준비하러 갈게.

지휘관 아 잠깐만!

Vector 뭐야, 정말 무슨 일 있는 거야?

지휘관 그게, 모레면 핼러윈이잖아?

Vector 그래서?

지휘관 그러니까 Vector도 가기 전에 놀고 가면 어때?
이렇게 하자, 너에게 임무를 주지, 귀신으로 분장해서 모두를 놀래켜 주라고!

Vector 요즘 애들을 겁주는 게 취미야?

지휘관 (날 평소 어떻게 보는 거지...)
핼러윈이라고! 신성하고,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가을을 기념하는 핼러윈! 나도 그냥 보내기는 싫어.
그리고 모두 핼러윈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고.

Vector 알았어, 임무라면, 완수할 뿐이야.

지휘관 임무라고 해도 Vector 너도 가끔은 풀어질 줄 알아야지.
참, 분장에 필요한 의상은 스프링필드하고 상의하렴, 애들을 놀래키는 방법은 스테이지 담당인 마카로프하고 상의하고.

Vector 걱정 마, 임무인 이상 장난이라도 전력을 다할 테니까.
내일이 바로 핼러윈 행사 날이지, 시간이 없으니까 지금 준비하러 갈게.

Vector는 무표정으로 할 말을 다 하고 지휘실을 나갔다.

지휘관 (저 녀석 괜찮을까나...)
(그래도 핼러윈 같은 즐거운 날에는 모두와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겠지?)

다음 날 저녁, 핼러윈 행사 시작 전.

귀신의 집.

마카로프 그래서, 그렇게 입고 사람을 놀래키겠다고?

Vector 문제 있어?

마카로프 아무래도... 너무 귀엽잖아.



귀신의 집 입구에서 마카로프는 새 단장한 Vector를 보며 골치가 아팠다.

마카로프 고양이 귀에 고양이 손에 꼬리에... 왜 꼬리는 두 가닥이야?
스프링필드가 옷을 잘못 준 거 아니야...?

Vector 몰라, 아무튼 "요괴 고양이"면 됐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무렇게나" 라고 말할걸. 이런 장난하는 임무는 그걸로 끝이니까.

마카로프 ... 됐다, 나도 네가 누굴 놀래킬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으니까.
그냥 네가 첫 스테이지 보스를 맡아, 나도 애들이 시작하자마자 도망가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마카로프에게 다른 주의사항을 듣고 나서 Vector는 첫 번째 스테이지 “요괴 고양이”의 장소에 손님을 맞이하러 갔다.

Vector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참 미안하게 됐네, 어차피 난 이쁜 구석 없는 인형이니까.
그나저나... 다른 녀석 뒤에서 소리 지르면 되는 거지?
아니면 어제 자료에서 본대로 무표정으로 상대 눈앞에 튀어나와도 되고...
어디 보자, 그러니까 이렇게...

??? Vivi!Vivi!
Vivi 들려?

Vector가 혼자 사람 놀래키는 법을 연습하려고 할 때, 통신기가 울렸다.

Vector ...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PP90 응? 말한 적 있어?
에이, Vivi라고 부르는 게 귀엽잖아!

Vector ... 됐어, 무슨 일인데?

PP90 맞다맞다, 며칠지나면곧출발할건데,넌준비됐어?어떡해,나너무두근거려,처음으로부관을맡는건데...

Vector 저기, 너 그거 어제부터 계속 말했어, 총 192번... 이걸로 193번째야.

PP90 에에? 그렇게 많이 말했어...?
그래도 너무 기쁜걸! Vivi 넌 아무 느낌 없어? 이제 곧 친구가 될 거라고!

Vector 전혀.
그리고 나 같이 짜증 나는 인형하고 같이 있는 건 너도 즐겁지 않을 거야.

PP90 Vivi 또 농담하기는, 너무 자신을 깎아내리지 마.
지금 어디 있어? 같이 귀신의 집에 놀러 가자!

Vector 귀신의 집엔 다 무섭지도 않은 인형들 뿐이야, 별거 없어....



Vector와 PP90이 통신하던 도중, 원래부터 어둡던 방이 칠흑같이 변했다.

Vector 정전인가... 차단기가 내려갔나?

PP90 Vivi, 무슨 일 생겼어?

Vector 아무것도 아니야, 너랑 상관없어.

PP90 상관 없을 리가, Vivi, 난...

PP90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Vector가 통신을 끊었다.

Vector 이 기지의 배선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요즘 따라 계속 이런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임무니까 멋대로 움직이면 안 되겠지?
그래, 그냥 가만히 있자.

또각.

Vector (무슨 소리지?)

또각.

어둠 속, 방에서 가까운 곳에서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Vector는 벽에 붙어 총을 쥐고 경계했다.

또각.

Vector (온다!)

또각.

한 사람이 방에 들어서자, 다른 사람이 불쑥 튀어나왔다.

??? 꺄아아아아악 귀신이다!!!

Vector ...

Vector는 눈앞의 두 눈을 질끈 감고 손전등을 움켜쥐고 자신의 얼굴을 아래에서 비추는 인형을 바라보았다.

WA2000 어... V, Vector구나.

Vector 미안, 나야.
나한테까지 놀란 거야?

WA2000 누, 누가! 저, 전혀 안 놀랐거든!

Vector 하긴,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놀랄 사람이 없지.
그나저나 높은 구두를 신고 WA2000 씨는 여기에 무슨 용무이신지요?

WA2000 크흠, 점검이야, 그냥 배전반을 점검하러 온 거야!

Vector 그래? 하던거 해.

WA2000 ...

Vector ...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첫 번째 스테이지 방에서 WA2000의 손전등만이 깜빡였다.

Vector 그래서, 이게 무슨 상황이야?

WA2000 어, 그, 그러니까... 맞아!
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현 시간부로 널 고용하겠어!
자! 같이 배전반을 고치러 가자고!

Vector 왜 나도 같이 가야 하는데?

WA2000 그러니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봐봐, 온통 깜깜한데, 만약 적이라도 몰래 숨어들어오면...

Vector 하지만 난 임무 중이야, 멋대로 자리를 이탈하면...

WA2000 에잇, 빨리 전력을 복구하는 것도 임무라고!

Vector ... WA 씨, 혹시 혼자 가는 게 무서우신가?

WA2000 아, 아니거든! 만일을 위해서야!
그냥 같이 가자니까...

Vector ...
그래, 어차피 나도 누굴 놀래킬 수 없을 테니까.
그것보다, 전력을 복구하는 것이 더 우선이겠지...

Vector는 못 이기는 척하며 WA2000의 기대로 가득한 눈빛에 회답했다. 둘이서 첫 스테이지를 지나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
결국 둘은 귀신의 집에서 10분 동안 돌아다녔다.

Vector 저기... WA 씨, 왜 바로 전기 공급실에 가지 않는 것인지?

WA2000 어? ... 어, 그러니까... 아!
안전한 경로를 탐색하는 중이야.

Vector 너도 엘리트 인형이잖아, 그렇게 안절부절해서 되겠어?

WA2000 귀신의 집이잖아, 갑자기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WA2000 그리고, 안절부절한 거 아니야!

Vector 그런 성격은 짐이 될 뿐이야, 우린 그저 무기일 뿐인데.

WA2000 무기라고 해도, Vector 너도 성격이 설정되어 있잖아?
그것도 아주 특이한 성격.

Vector 인형의 감정은 존재 자체가 잘못된 거야...
그래서 난 이런 자신이 너무 싫어.

WA2000 Vector...

Vector 응?

WA2000 적어도 난 말이야,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비록 우리가 병기라고 해도, 이런 감정이 있으니...

Vector 살아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WA2000 그래, 그거야.

Vector 바보 아니야? 인간도 아닌데, 살아있는 느낌이 왜 필요해?

WA2000 내, 내가 인간이든 아니든 상관없잖아!
난 그냥 좀 더...

Vector 전력 공급실에 도착한 것 같네.

WA2000 ...

Vector와 WA2000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WA2000은 방에 들어가 배전반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WA2000 역시 여기에 문제가 있었구나...
고마워, Vector. 같이 와줘서.

Vector 감사할 필요 없어, 전력이 빨리 돌아왔으면 해서 그런 거니까, 딱히 널 도울 생각은 없었어.

말이 끝나고 Vector는 뒤돌아 전력 공급실에서 나갔다.

Vector ...
뭐가 인형의 감정이야... 그런 건 애초에 있어선 안 될 물건이야...

지휘관 응, 뭐가 있어선 안 됐다고?

Vector 음... 지휘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지휘관도 왔구나.

지휘관 잠깐 같이 둘러볼까?

Vector는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으면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 어때? 이번 행사.

Vector 그냥 똑같아, 정전된 것만 빼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불이 다시 들어왔다.
밝아지자 Vector의 어색한 표정이 더욱 잘 보였다.

지휘관 짜짠~ 봐, 놀라움이 가득한 이벤트였잖아?
가끔은 다른 인형들과 놀아보니 즐겁지 않니?

Vector 헛수고라고 생각 안 해?

지휘관 무슨 말이야?

Vector ... 난 그냥 이런 인형이야, 만들어질 때부터 이렇게 설정되었어.
고작 행사에 한두 번 참가하는 거로, 다른 인형처럼 될 것 같아?

지휘관 꼭 다른 인형처럼 될 필요는 없지.
너는 너 그 모습으로 충분하니까.
단지... 네가 여기 그리폰에서 친구를 몇 명 사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Vector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Vector 지휘관, 인형의 감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 안 해?

지휘관 안 해.

Vector 왜? 우린 그저 인형이고 무기일 뿐인데.
왜 무기에게 이런 쓸모없는 감정 모듈을 단 걸까?
만들 때부터 다 설정을 해놨으면서 왜 또...

지휘관 Vector... 나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답을 알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

Vector ... 답... 말이야?

지휘관 왜 너는 그런 모습이고, 나는 이런 모습인지 말이지.
솔직히 나도 몰라. 근데 뭐가 문제야...?
감정이 있든 없든, 그런 모듈이 쓸모가 있든 없든. 너는 너, Vector일 뿐이야.

Vector ...

지휘관 네가 인형이라서, 성격이 엉망이라서, 그 설정을 고치고 싶어서 이런 일을 시키는 게 아니야. 또 뭐 너보고 집단생활에 어울리라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네가 즐겁기를 바란 거야.

Vector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성격이 엉망이라고 하는 그쪽이 더 엉망이잖아...)
(그리고 뭐가 내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거야...)

Vector ... 어, 잠깐?
왜 갑자기 카메라를 꺼내는 거야?

지휘관 기념사진 한 장 찍자고.
모처럼의 즐거운 행사니까, 추억으로 사진 한 장 남기면 좋잖아?

Vector 즐겁고 뭐고... 정말 지휘관은 단세포구나...
그래, 어떻게 찍으면 돼?

지휘관 Vector가 겁주는 모습!
그 옷은 분명 요괴 고양이 맞지? 그럼 요괴 고양이처럼 무서운 포즈로 부탁해!

Vector 연습해본 적이 없는데... 기대하지 마...
그러니까... 대충 이렇게...



...

이 녀석이 대체 어떤 인형인지 참으로 알기가 어렵다.
내 말을 끊고, 동료들과 말다툼을 하고, 내가 이 녀석에 대해서 아는 건 정말 얼마 없다.
그래, 저런 포즈로 사람을 놀래키겠다는 건, 마음씨는 아주 착한 녀석이란 뜻이지.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 그 웃기면서도 난감한 포즈를 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