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P45 - 다이아몬드의 꽃

그리폰 지휘실.

헬리안 ... 간단히 말해서, 의뢰인께서 우리 그리폰이 도난 사건의 자작극을 연출하길 부탁하였습니다.
"글로리 스타"를 모두가 보는 상황에서 훔친 다음 몰래 돌려드리면 됩니다.

듣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헬리안 씨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헬리안 이리 하면, 내막을 모르는 자들은 보석에 대한 욕심을 접게 되겠죠. 의뢰인도 조용하게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비록 의뢰인의 정보가 적당히 편집되어 있지만,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붕괴 재변을 겪고 3차 세계대전까지 겪고서도 살아남은 노부인이다.
뛰어난 투자 안목과 남편이 남긴 거액의 재산, 그리고 항상 따라주는 운 덕분에 재산 보유량이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 자다.
파일에 언급된 그 거대 다이아는 너무나도 큰 나머지 반지나 장신구로 가공할 수도 없었다. 분명 지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고생을 했겠지...

헬리안 이번 작전은 의뢰인의 80세 생일에 개시합니다, 그날 연회장에서 보석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일정은 다음 주... 우리 회사 설립 기념일과 같은 날이군요.

지휘관 그럼 기념행사는...

헬리안 원래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이번 작전은 추가 근무로 취급하여 추가 수당을 드리죠.
그 외에 본부에서 두 인형을 작전에 추가로 파견할 테니, 보석의 운송과 보관은 그 둘에게 맡기세요.
도난극의 연출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지휘관 그 두 인형과 사전 토론을 할 필요는 없습니까?

헬리안 필요 없습니다, 그 둘 스스로 임무를 완수할 테니. 당신은 그저 모두가 이것이 도난 사건이라고 믿을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갑작스러운 추가 근무지만, 부디 당신을 향한 회사의 신임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랍니다, 지휘관.

통신 종료.
아무리 추가 수당을 준다 하여도, 기념일 행사를 놓치게 되는 건 역시 아깝다.
게다가 내 평생 벌어도 발끝에도 못 미칠 가치의 보석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라니, 머리를 꽤나 굴려야 할 일이다.

지휘관 참으로... 골칫덩어리가 따로 없군.

다음 주.
연회장에서.

UMP9 여보세요? 45 언니, 준비됐어? 응응 지금 갈게.

UMP9 이제 시작한대, 먼저 갈게.

지휘관 음, 슬슬 움직일 때지.
... 내년 설립 기념행사 때 또 실컷 먹게 해줄게.

UMP9 그 말 기억해뒀어, 지휘관, 히힛...

UMP9은 깡충깡충 뛰면서 연회장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목이 좀 말라 옆에 서있는 웨이터 인형에게 마티니 한 잔 부탁할까 생각할 찰나, 등 뒤에서 일부러 내리깔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불행을 선사하러 왔습니다."

지휘관 ...
"아쉽지만."
"숙녀에겐 상냥함이 나의 좌우명이다."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그 목소리의 주인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UMP9과는 마치 거울 속 비친 모습 같지만, 그 불길한 미소가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UMP45 어머나,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니.
혹시 몰래 쪽지에 적어 둔 거 아니야?

지휘관 잊을 리가 없지, 그때 너희가 없었다면...

UMP45 그만, 거기까지, 비밀을 지켜.
날 기억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지휘관 그 후로 또 한동안 모습을 안 보이던데, 또 어디 임무에 파견 나갔던 건가?

UMP45 지금 날 떠보는 거야?

지휘관 ...
그래, 나도 업무 얘기는 하기 싫어. 다른 주제로 바꾸지.
그 옷은 너의 취향인가?

UMP45 지금... 이 옷 말이야?

동생과 다르게 UMP45는 짙은 보라색의 예복을 입고 있었다.
비록 그 키와 외모에 어울리게 허리에 커다란 리본을 묶어 곁들였지만.
그 옷 안의 인형에게서 퍼져 나오는 그 외모와 맞지 않는 성숙한 기운을 감추진 못 하였다.

UMP45 딱히 별 생각 없이... 그냥 의뢰인의 옷장 속에서 아무거나 고른 거야, 9하고 똑같이.

지휘관 분명 자매지만 둘의 미적 감각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군.

UMP45 여태 몇 번 만났다고 나의 내면까지 그렇게 자신 있게 평가하는 거야?

지휘관 그러게...
좀 더 오래 같이 지내봤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UMP45 너무 오래 같이 있었다간 헤어질 때 귀찮아지기 마련이야.

UMP45의 눈이 가늘어졌다.

UMP45 내 세상은 이곳에 없어.

지휘관 ......

UMP45는 창밖 저 멀리 바라보았다.
빨리 이 대화를 끝내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알 수는 없지만, 이대로 대화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지휘관 ... 이런 분위기가 싫은 건가?

UMP45 혹은... 부러운 걸지도?

지휘관 한 번쯤은 어울려 보는 게 어때? 현장 분위기도 중요한 요소니까.

UMP45 어울려 보라고...?

지휘관 단 한 번만이라도 말이지.

UMP45 ...

삐삑.

갑자기 UMP45가 눈을 껌뻑이고 시선을 내게서 옮겼다.

UMP45 아무래도 이번 기회는 놓친 것 같네, 지휘관.

지휘관 그래... 다음엔 좀 더 일찍 초대하지.

UMP45 다음?
그래, 다음에 봐...

지휘관 금방 다시 보게 될 거야.

UMP45 또 금방 헤어지겠지.

더는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UMP45의 뒷모습은 금세 연회장의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 몇 시간 후.
혼란 상태도 진정되었고, 내빈들은 그리폰 인형들의 지시하에 질서 있게 대피하였다.

모두 당황하는 기색은 없이 오히려 호텔 문 앞에 모여 시끌벅적 이 밤에 일어난 기이한 경험에 감상을 나누고 있었다.
난 내빈들과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 텅 빈 호텔 깊숙이 들어섰다.

UMP45 날 기다렸어, 지휘관? 9하곤 이미 만났지?

지휘관 금방 다시 보게 될 거라고 했지.
그럼 이제 마무리된 거군.

UMP45는 치마 끝을 살짝 들어 허벅지 안쪽에 매단 투명케이스를 보여줬다.
두꺼운 강화유리마저도 불빛 아래 비친 거대 보석의 광채를 숨길 수는 없었다.

UMP45 그 말대로야, 보석은 무사히 의뢰인 손에 돌려줄 테니까 안심해.

지휘관 나라면 임무를 마치고 좀 더 즐거운 모습을 보일 텐데.

UMP45 훗, 그 말은 우울증 환자 보고 좀 웃어보라거나 다리 부러진 사람 보고 좀 많이 걸으라고 하는 말이야?

지휘관 내가 오지랖이 꽤나 넓거든.

UMP45 미안하지만, 내게 잘해줘 봤자 좋을 거 없어.

지휘관 "숙녀에겐 상냥함이 나의 좌우명이다."

UMP45 말해주는데, 작전은 이미 끝났어, 지휘관.

지휘관 진짜 좌우명으로 해도 되잖아? 어쩌면 내 묘비에까지 새길 수도 있는걸.

UMP45 풉, 대체 어떻게 죽으면 그런 문구를 새길지 상상이 안 가네.
그리고 좋을 거 없다고 말했잖아. 그런데도 왜 그렇게 내게 신경 쓰는 거야?

지휘관 UMP9은 매우 즐거워 보였거든, 너도 그 애처럼 즐거웠으면 좋겠어.

UMP45 즐거움?

지휘관 그래, 소중한 휴일을 희생해서 하루 종일 고생해놓고 아무 즐거움도 없으면 너무 불쌍하잖아.

UMP45 ...
겨우 그것 때문에?

지휘관 왜?
회사 규정에 그리폰의 인형은 두 임무 사이에 휴식하고 정비할 일정을 두도록 명시돼 있잖아.
좀 쉬고 싶다면 좀 더 휴가 신청을 하는 게 어때?

UMP45 ...
그건 좀 힘들 거야...
우린 평소에도 많이 바쁘거든.

지휘관 언제나처럼 또 출장 임무가 있다는 거군?

UMP45 일정을 확정할 수 없어서 지휘관에게 확실한 답변을 줄 수 없어...
... 고맙다는 말도 못 하고.

지휘관 음, 그렇군...
하지만 똑같이 그리폰에게 휴일을 뺏긴 입장으로서 우리도 같은 편인 셈이지!
내년 설립 기념일 때는 모든 임무를 미루고 회사 돈으로 제대로 놀아볼 거야, 그래야 오늘 추가 근무한 손실을 메울 수 있으니까.
UMP45, 너도 오지 않을래?

UMP45 ...
지휘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지휘관 그럼...
... 알려주겠어?

UMP45 아니...
그걸로 됐어...

UMP45가 뒷걸음으로 물러선다.

UMP45 ...그걸로 충분해.
난 그만 갈게.

지휘관 또 다른 용건이 있어?

UMP45 말했잖아, 금방 헤어질 거라고.

지휘관 그럼 또 다음엔?
아까 말한...

UMP45 ...

UMP45는 다시 뒤돌아 보며 그 흉터 진 눈꺼풀을 살짝 들었다.

UMP45 생각해 볼게...
다음엔, 좀 더 어울려 볼게...

UMP45 좀 더 오래 있어 볼게...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건 미소 지은 표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한 인형의 미소가 어디까지 진짜 감정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UMP45가 떠날 때 평소 사뿐사뿐한 걸음과 달리 구두 굽을 대리석 바닥에 차면서 남긴 발소리가 복도를 맴돌았다.

다시 이 발소리를 듣게 될 때는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이기를 바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