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스토리

어느날 오전.

지휘관 모처럼의 휴일이니, 오늘은 카리나의 공문 처리를 못본 체 해도 직무유기는 아니겠지.
진짜 모처럼의 휴일이니까 한숨 자자, 일단 한숨 자고…

그런 생각을 품으며 무거운 몸뚱이를 끌고 지휘실을 나갔다.
카페 문 앞을 지날 때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컨텐더 ...

지휘관 ...

비록 그 옷차림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컨텐더 저기... 드, 들어오실 건가요, 지휘관님?

난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최근 카페에서 메이드 집중 훈련을 진행 중인 것이 떠올랐다.

지휘관 오늘은 됐어.
미안, 너무 갑작스러워서 뭐라고 인사할지 생각이 안 났어...
그리고, 컨텐더 그 모습 참 귀엽네.

컨텐더 그,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휴게실에 갈 생각이었지만, 컨텐더는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치맛자락을 주물거리고 있었다.

지휘관 무슨 일 있어?

컨텐더 아, 앗, 네...
그러니까, 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지휘관 훈련을 도와달라고? 좋지!

컨텐더 핫! 지휘관님, 어떻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아셨죠?

지휘관 지휘관의 직감이라면 믿으려나?

컨텐더 직감이라니... 그건 너무 수상합니다만?

지휘관 아니, 근거는 다 있는 거라고.
네 그 분장을 보니 저번 극장의 일이 생각나서.
이번에도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으니까.

컨텐더 그, 그렇습니까...

지휘관 그래.
컨텐더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아.

컨텐더 크흠...
음, 그럼 앞으로 며칠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휘관 음, 그럼 약속이다.

다음날 오후.

그리폰 카페.

약속대로 카페에 왔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G28이 분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짧게 대화를 나누고 G28이 빈자리로 안내해 앉았다.
역할에 맞추어 메뉴판을 훑어보고 주문할 물건을 적어 G28에게 건네주었다.

지휘관 그럼, 이렇게 주문할게요.

G28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다른 인형이 와서 도와드릴거에요~

G28이 자리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컨텐더가 음료수를 들고 다가왔다.

컨텐더 지휘관님... 주문하신 홍차입니다...

지휘관 빨라!
아니지... 감사합니다!

컨텐더는 쟁반 테두리를 양손으로 쥐고 허리앞에 두었다.
뭔가 그녀답지 않게 어색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뭔가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지휘관 컨텐더, 이 음료 네가 만든 거니?

컨텐더 네에... 지휘관님...
저... 맛은 어떠십니까?

지휘관 정말 맛있어!

컨텐더의 표정이 한순간 풀렸다.

지휘관 저기, 컨텐더, 너 오늘 목소리가 왜 그렇게 작은 거야?

컨텐더 네? 제, 제가요?

지휘관 그래.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계속 어색해 보여.
움직임도 뻣뻣하고,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니?

컨텐더 ...

지휘관 ...

컨텐더의 얼굴이 더욱 붉어지고 당황하는 기색이 늘어났다.

지휘관 ... 아 미안!
정말 미안해! 내가 너무 말주변이 없어서...

컨텐더 괜찮습니다... 지휘관님, 저도 압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메이드 일을 하자니 역시 힘겹군요…

지휘관 애초에 컨텐더는 그런 귀여움으로 먹고사는 인형이 아니니까.

컨텐더는 아주 실망한 모습을 지었다.

지휘관 아! 그렇다고 네가 안 귀엽다는 건 아니야!

컨텐더 무슨... 의미인지 잘....

지휘관 끄응...
저기 말야, 컨텐더 너 훈련 리스트를 바꿀 생각은 해봤어?

컨텐더 네?

지휘관 그러니까, 그냥 컨텐더 너는... 느낌이 좀 메이드 같지 않아서.
잘못했다는 뜻은 아니야! 이 아이스티도 잘 탔잖아! 그러니까 서빙만 피하면...

컨텐더는 고개를 숙여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아마 분한 감정으로 가득하겠지.
그래도 지금 컨텐더의 모습, 지금 어여쁜 치마를 입고, 얼굴을 붉히고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은 너무 희한했다.
그러면서 왜 꼭 이런 엄격한 지적을 한 걸까? 하며 방금 전 뱉은 말을 후회했다.

지휘관 맞아! 분명 옷 때문일 거야!

컨텐더 네엣?

지휘관 분명 옷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야!
컨텐더가 그런 메이드복을 입은 게 너무 귀여워서 나조차 넋이 나갈 것 같으니까!
네가 힘겨운 것도 분명 메이드복 자체의 압박이 큰 탓일 거야!

컨텐더 푸흡, 무슨 바보 같은 소리입니까...
그럼 무슨 옷을 입었어야 했습니까?

뻣뻣했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자 나도 한숨이 놓였다.

지휘관 "컨텐더는 역시 왕자님 같잖아"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도 넌 어떻게 입어도 멋진걸?

컨텐더 크흠,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그리고 죄송합니다, 훈련 리스트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임무 개시 직전은 되어야 구체적인 업무가 배정되기 때문에, 모든 훈련 리스트를 숙달해야 합니다.

지휘관 그렇군, 흐음, 그럼 힘낼 수밖에 없겠구나.

컨텐더 솔직히 메이드 같은 일에 잘 적응이 안 되지만.
이미 임무를 맡은 이상, 완벽하게 완수해 보이겠습니다.

지휘관 계산기처럼 정확하게?

컨텐더 네, 지휘관님, 계산기처럼 정확하게 완수하겠습니다.

지휘관 그런 각오면 충분해!
그래도 99%만 정확하면 돼.

컨텐더 99%라뇨...?

지휘관 나머지 1%의 행운은 내게 맡긴다고 했잖아.
지켜봐 줄게.

컨텐더 가,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퍼엉!

주방에서 갑자기 폭발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랐다.
컨텐더에게 조심하고 말하려고 고개를 돌리자 평소의 컨텐더의 모습이 돌아와 있었다.

컨텐더 지휘관님! 괜찮습니까?

지휘관 난 괜찮아...
근데 네 그 옷은 어떻게 된 거야? 잠깐, 총은 왜 꺼냈어?

컨텐더 지휘관님, 사람은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르지 않습니다, 인형도 물론이고요.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였으니 두 번 다시 용의자를 놓치지 않습니다!

지휘관 잠깐 컨텐더, 그건 메이드스럽지 않다니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컨텐더는 총을 쥐고 주방으로 돌격 진입했다.
뭐가 터졌는지는 모르지만 카페에 연기가 자욱했다.
다른 인형들을 진정시키고 주방에 따라 들어가기로 했다.

지휘관 콜록, 앞으로 컨텐더의 특훈이 얼마나 고생길일지 보이는 것 같군...
그래도, 끝까지 함께 해줘야 하겠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뭐라 해도 난 녀석의 중요한 1%의 행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