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스토리

그리폰 카페.

블랙커피를 주문하고 카페 한구석에 혼자 앉아서 메이드복을 입은 인형들의 바쁜 모습을 구경했다.
접시를 나르는 G28, 메뉴판을 껴안고 있는 게파드, 손수레를 밀고 있는 NTW와 손님을 맞이하는 컨텐더...
모두 이번 파견 임무를 위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 편 아직 사무실 책상에 카리나가 가져온 청구서와 보고서가 잔뜩 쌓여있는 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 에어컨도 있고, 커피도 리필되고하니, 오늘은 그냥 여기서 땡땡이라도 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잔 속의 커피를 다 마시고 의자에 등을 기대 눈을 붙였다.

??? ... 지휘관?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저기! 여기서 자면 안 돼. 일어나!

지휘관 으음...

눈 앞의 인물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졌다.
메이드복을 입은 M950A가 대걸레와 양동이를 들고 날 쏘아보고 있었다.
겉모습 상으로 M950A와 얌전한 메이드 옷차림을 연상하기 힘들었던 탓인가, 잠깐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M950A ...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지휘관?

지휘관 어, 아니. 그냥 좀 덜 깼나 봐.

M950A 문제없으면 좀 비켜줄래, 지금 여기 청소해야 하니까.

황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비켜주자, M950A가 곧바로 내가 앉아있던 자리를 닦기 시작했다.
대걸레질만 하는 줄 했는데, 걸레와 분무기를 꺼내 들어 식탁, 식탁 밑바닥 그리고 식탁 다리까지 구석구석 닦았다.
그러고는 의자도 똑같이 닦았다.
자세히 보니 카페 다른 자리들도 깔끔하게 닦아서 전등불 밑에서 반짝였다.

지휘관 참으로 흠잡을 수가 없네... 마치 달마다 한 번씩 전문업자를 불러서 청소한 수준이야.
혹시 전문 훈련이라도 받았어, M950?

M950A 무슨 소리야, 지휘관.

M950A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하늘을 찌를 기세로 선언했다.

M950A 그리폰 풍기 양호의 대변인으로서 당연히 모범을 보여야 하잖아?

지휘관 흐음... 다만 아무리 봐도 넌... "풍기 양호의 대변인"이라는 말하곤 연결이 힘든걸.

M950A 어, 어째서?

지휘관 아무래도 염색은 반항적인 느낌이 들잖아?

M950A 이거 염색 아니야! 출고될 때부터 설정된 거야! 내 태어날 때의 머리 색이라고!
그리고, 화려한 머리 색을 일탈과 같이 묶는 생각 자체가 문제있는 거야!

지휘관 하핫, 그것 참 실례했구나, 그래도 정말로 대단해.
이번에 국제회의 회의장의 경비에 인형을 파견해야 해서 인형들을 몇명 뽑아 손님 접대 훈련을 시켰는데.
넌 능동적으로 이번 작전에 신청한 것하며, 실습 훈련 그렇고 정말 진지한 것 같구나.

M950A 각 제대의 전투력 감소를 줄이기 위해서, 제대마다 한 명씩 뽑기로한 방침이었으니까...
... 썬더나 AEK가 뽑혔다간 난리가 날 게 분명하니까 내가 나설 수밖에 없잖아.

지휘관 참... 동기는 어쨌든 간에, 다른 인형들도 너만큼 했으면 참 좋을 텐데.

M950A 다른 인형들이라, 다 하나 같이 문제투성이라니까.

M950A는 눈썹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접으면서 하나하나씩 세었다.

M950A 컨텐더는 목소리가 마치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지, 평소의 믿음직한 모습은 전혀 안 보여. 이번 작전을 위해서 특별히 의상을 준비했으면서 말이야.
게파드는 온종일 서류더미에 파묻혀서 언제나 세상이 멸망할 듯한 표정이나 짓고 있지. 왔으면 좀 기운을 내면 덧나겠어?
NTW는 더 어이가 없어, 사람 말을 듣지 않는다니까? 완전 제멋대로야.
G28은 전자레인지를 터뜨린 주제에 여기저기 훈수나 두고 말이야, 대체 도와주러 왔는지 훼방하러 왔는지 모르겠어.

M950A가 하나하나 이름을 대는 것을 듣자 나도 이 며칠 동안 카페에서 본 여러 장면이 떠올라, 안쓰럽지만 웃으며 달랠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 그렇게까지 말하지 말고, 저마다 개성으로 가득 찬 모습도 괜찮지 않니.

M950A 그래 맞아, 지휘관.
인형마다 장단점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 같은 우수한 인형이...

대걸레를 세워 잡고 폼을 잡는 모습은 참으로 신나 보였다.

M950A 기준미달의 동료에게 모범을 보여서, 그리폰 인형들을 더 나은 내일로 이끌어 줘야지!

지휘관 그래, 박수. 응, 힘내렴.

G28 아, 찾았다! 너 여기 있었구나, 950.

M950A 무슨 일이야?

G28 950 아가씨, 주방 청소가 덜 됐더라!

M950A 뭐, 뭐라고?! 그럴 리가 없어!

G28 흐흥, 이건 몰랐지?
그럼 내가 우리 귀여운 950 학생에게 필터를 씻는 정확한 방법을 지도해줄까?

M950A 뭐야? 분명 철저하게 씻었을 텐데...
저기 미안해 지휘관. 먼저 지휘관이 계속 쉴 수 있도록 자리를 청소해둘게.

G28 히히...
그럼 주방에서 보자고, 950.

지휘관 아니, 나도 푹 쉬었으니까...

M950A 지휘관, "전설의 메이드 보감"이라고 들어봤어?

지휘관 ... 아니. 그런 게 있기라도 해?

M950A G28이 저렇게 우쭐대는 것도 이번 임무를 위해서 G36에게 비결을 전수받은 것 때문이래.

지휘관 어쩐지 G28이 왜 메이드 교관 행세를 하고있나 궁금했는데, 전문가의 지도가 있었구나.
그래도 기술 좋은 동료에게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괜찮지 않아?

M950A 그 녀석은 그냥 수첩에 적힌 대로 흉내를 낼뿐이야, 그렇게 꾀를 부려봤자 진정한 성장은 없어.
저번에 전자레인지를 터뜨린 것이 가장 큰 증거잖아? 중요한 것은 전혀 보지를 않는다고.

지휘관 그런가...

저마다 자신의 업무를 완수하길 바라고, 이번 파견 임무에서 자기들이 노리는 게 있긴 하겠지.
경쟁심도 적당하면 괜찮지만, 지나치면 골치가 아픈걸.

지휘관 그럴 때는 모두를 바른길로 이끌어 주는 것이 우수한 인형이 해야 할 일이잖아?
너 자신의 업무 말고도 뒤처지는 동료들을 도와주렴, 아무리 임시 편성이라도 말이야.
G28은 그냥 네가 평소 하는 대로 흠잡을 수 없는 태도로 업무에 임하면 그 애도 분명 네 마음을 알아차릴 거야.

M950A 지휘관...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지휘관의 기대에 반드시 보답할게.
내 활약을 지켜봐 줘, 지휘관! 다음에 보자!

M950A는 대걸레와 양동이를 들고 주방으로 발을 옮겼다.
문을 넘어서도 흐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M950A와 G28이 만나서 다투고 있는지 잘 소통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지휘관 응, 너무 끼어들면 그건 지휘관이 아니라 학부모니까.
이럴 땐 자신의 부하를 좀 더 믿어주자.

오늘 내가 M950A의 더 많은 점을 안 것처럼.
G28과 M950A도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 간의 자신도 몰랐던 점을 알 수 있겠지.
서로 충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기대할만한 일이다.
원래부터 우정은 싸우면서 나아지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