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스토리

그리폰 지휘실.

일과 업무를 끝내고 저번에 컨텐더와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회의의 보안 임무를 맡게 된 인형들은 지금 그리폰의 카페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나는 컨텐더의 부탁으로 "고객"의 역할로 훈련 정황을 보기로 하였다.
물론 진짜 메이드 카페처럼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인형들의 다른 일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겠지.

지휘관 그럼, 약속대로 차라도 마시러 갈까.

카페 문 앞까지 도착하자 살짝 열린 문 너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게파드.
잘 봐, 이렇게 식탁 위에 세워서 탁탁 두드리면 나란히 되잖아.

지휘관 뭔가 정리를 하는 모양인데...

카페에 들어서 둘러보자 저 멀리 G28이 허리 숙여 게파드와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G28 ... 그다음에 클립으로 고정해놔, 너무 두꺼우면 집게로 하고.
따로따로 구분해서 정리해야 손님들이 좋아하니까!

게파드M1 알았어...
어휴... 힘들어...

G28 정신을 똑바로 차려, 게파드!
나중에 임무에 나가서 그리폰 이름에 먹칠을 해서는 안 되니까~

지휘관 크흠, 저기... 누구 없나요?

문에 걸린 종을 살짝 흔들자, G28이 소리를 듣고 뛰어왔다.
내 바로 앞까지 뛰어오자마자 상당히 과장한 각도로 배꼽인사를 했다.

G28 아, 지휘관님!
어서 오세요~ 저 G28이 안내해 드릴게요!
주문을 도와드릴까요? 홍차? 식사? 아니면... 황홀한 마사지는 어떠신가요?

지휘관 그러니까... 잠깐, 마지막의 이상한 거는 대체 뭐죠?

G28 저희가 제공해드리는 서비스 중 하나랍니다~
고객님께서 바라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드려요!
그럼 지휘관님 한 번 어떠세요?

지휘관 아, 아뇨... 그냥 차 한 잔 마시러 왔어요.

G28 네~ 그럼 이쪽으로 와주세요.

지휘관 맞다, 아까 게파드하고 무슨 말을 하고 있었어?

G28 문서 정리를 연습하고 있어서 좀 지도를 해주었어.

지휘관 네 훈련은 다 했고?

G28 난 이미 다 끝났어!
시간이 좀 남아서, 잠깐 동료를 도와주고 있었지~

지휘관 그렇군... 꽤 적극적이구나.

G28 그야 물론이지!
아주 중요한 파견 임무인 만큼 지휘관, 그리고 그리폰에 망신을 줄 수는 없으니까!

지휘관 그래, 잘하고 있구나.
많이 성장한 모양이군, G28.
타인을 돕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훈련 일정은 며칠 더 남았으니까 자신의 임무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G28 헤헷, 걱정 마, 지휘관~
신세대의 모범인형으로서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하도록 약속할게!

G28에게 빈자리에까지 안내받아 의자에 앉았다.
역할에 맞추어 메뉴판을 훑어보고 주문할 물건을 적어 G28에게 건네주었다.

지휘관 그럼, 이렇게 주문할게요.

G28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다른 인형이 와서 도와드릴거에요~

...
카페 주방

G28 헤헤... 과연 지휘관도 칭찬해 줬어!
사전에 G36 언니한테 메이드 업무의 비결을 빌려오길 잘했어!
약간 대가를 치러도 괜찮으니까...
계속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이면 지휘관도 날 다시 보게 될 거야!

G28은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일을 시작했다.

G28 이제 내일 일정도 미리 해버려야지.
그럼 내일 지휘관이 왔을 때 마음껏 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G28 어디 보자 내일 훈련 내용은... 아, 음식을 빠르게 덥히기네.
그냥 레인지에 돌리면 되겠지?

G28은 자세한 임무 설명을 보지 않고 냉장고에서 훈련용 식자재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그리고...

퍼엉!

같은 시간, 카페.

컨텐더 지휘관님! 괜찮습니까?

지휘관 난 괜찮아...
근데 네 그 옷은 어떻게 된 거야? 잠깐, 총은 왜 꺼냈어?

컨텐더 지휘관님, 사람은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르지 않습니다, 인형도 물론이고요.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였으니 두 번 다시 용의자를 놓치지 않습니다!

지휘관 잠깐 컨텐더, 그건 메이드스럽지 않다니까...

...
십 분 후.

지휘관 그래서, 방금 폭발이 일어난 원인은, 네가 달걀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기 때문인가?

G28 응...
가열할 때의 주의사항을 자세히 보지 않아서...

지휘관 휴우... 놀랐잖아, 무슨 습격이라도 난 줄 알았지.

G28 아하하... 미안해, 지휘관!
다시는 이런 일 없을 테니까!

G28은 미안한 표정으로 어깨를 놓고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도 힐끗힐끗 내 눈치를 보았다. 눈가에는 반짝이는 물방울이 글썽거렸다.
참으로 영리한 녀석이라니까...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니 화도 나질 않았다.

지휘관 그래, 다음부턴 조심해.
정식 임무에서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말고.

G28 응, 응, 알았어!

지휘관 그럼 주방은...

G28 내가 바로 정리할게!

지휘관 그래, 안전에 조심해라.
또 덤벙대지 말고!

G28 명심할게, 걱정하지 마!

두 시간 후.

G28 휴우... 이제서야 깔끔해졌네.

G28은 말끔해진 주방을 보면서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G28 오늘 약간 말썽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휘관에게 괜찮은 인상을 주었겠지?
흐흥, 승리는 언제나 똑똑하고 꾸준한 인형의 것이라고.
언젠가 반드시 녀석들에게도 증명해 보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