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스토리



AK12, 들리나? 이 구역에서 다른 인형의 신호를 발견했다.

AK12 알았어. 신호 식별은 그리폰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

AN94 알겠다.
... 하지만, 저쪽도 우리와 같은 물건을 회수하러 온 것이라면...

AK12 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괜찮아,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AN94 알겠다. 수색을 계속하겠다.
추가 명령은 없는가?

AK12 없어.
적당히 풀어져도 돼, 임무 시간은 넉넉하니까.

AN94 풀어진다는 뜻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또 다른 임무가 남아 있다.

AK12 ...

AN94 ... 너의 생각과 틀리나, AK12?
그럼 풀어지는 법을 배워 보겠다.

AK12 너도 좀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줄을 알아야지.
너는 풀어진다는 것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해?

AN94 풀어지다... 현재 상황에 가장 가까운 사전적 의미는 "긴장된 상태가 부드럽게 되다."
그럼 휴식을 취하면 되는가? 다른 임무를 진행하면 되는가? 혹은 지금 임무 진행 속도를 조절하면 되는가?

AK12 ... 예상처럼, 아주 싱거운 대답이구나.

AN94 하지만... 인형의 행위는 모두 패턴이 설정되어 있다.

AK12 네 말도 맞아, 바꾼다고 맘대로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폰의 그 지휘관이 보이네.
이따가 봐, 그동안 자유행동을 할 수 있도록.

AK12가 통신을 끊었다.

AN94 자유행동이라니? AK12?

AN94 ...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일단... 물속에서 계속 찾아보자.

AN94 AK12, 이 주변의 바다에서 임무 목표를 찾지 못했다. 이제 얕은 곳으로 수색을 하겠다.

(얕은 곳... 어... 즉 그리폰 인형들의 활동 구역...)
(가까운 신호로 보면 인형 하나와 인간 한 명이 같이 있고, 또 하나는...)
(어? 저기 옆에 있는 건...)

AN94 ...
(잠깐 보고 오는 것뿐이라면, 문제없겠지...?)

AN94는 물속에서 좀 더 접근해 보았다.

AN94 (저건...)

인간의 목소리 【쓸쓸한】 것이 아니었구나...

여성 목소리 응? 지휘관 아까 뭐라고 했어?

인간의 목소리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오늘, FAL이 호기심이 많은 인형인 것을 알았네.

AN94 (저건...!)

AN94는 해수면을 넘어 하얀 담비 한 마리가 느긋하게 수영 튜브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AN94 (자고 있는 건가? 지금 가까이 가면 놀라지 않을까?)

물속에서 한동안 지켜보다가. 결국 수면 위로 나와 그 느긋한 담비를 향해 손을 뻗어보려고 했다.

FAL 우와아아아앗! 이거 뭐야!!

AN94 (큰일이다! 인형에게 들켰어!)
(손이 거의 닿았는데...)

FAL 너너너너너 무슨 짓이야!!!

FAL이 반사적으로 손에 쥔 총을 들었다.

AN94 (내 잘못이야... 내가 불필요한 짓을 한 것 때문에!)

AN94도 손에 쥔 총을 들었다.
그러자 두 사람이 대치하는 것을 본 지휘관이 갑자기 뛰어내려 튜브 위의 FAL을 덮쳐 물속에 빠뜨렸다.

AN94 (어... 어째서 지휘관이...?)

FAL 잠깐, 지휘과아꼬로록 어푸어푸.... 케엑 케엑!

AN94 (앗... 담비가...!)
(가라앉고... 어라? 수영할 수 있었어! 어떻게 저렇게 날렵한 거지?)
(이미 물속에 빠졌으니까... 그럼... 그럼 이참에...)

FAL 지휘관! 무슨 짓이야! 내 빙수에 물이 들어갈 뻔했잖아!
그리고 아까 그건 뭐야! 왜왜왠 손이...

지휘관 물귀신이야!

FAL ... 뭐어?

...
다음 날 아침, 바닷가 근처의 은식처.

AN94 ... 확실히 부드러웠어, 오늘도 물놀이를 하러 갔을까?

지휘관 한 번 더 만져보고 싶은 거니?

AN94 아니다... AK12가 시키지 않은 일을...
... 앗! 지휘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건가?

지휘관 날 얕보지 마, 이런 거점쯤이야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지.
페일을 만져보니 기분 좋았지?

AN94 페일이 무엇인가?

지휘관 FAL의 그 족제비 이름이야. 아니면 담비라고 해야 하나.

AN94 난... 그때 장갑을 착용하고 있어서 별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적당하게 부드러웠고, 털도 매끄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지휘관 나도 그 족제비를 만져보고 싶었는데, FAL이 못 만지게 하는 데다가, 녀석도 나만 보면 도망쳐서.
참... 말할수록 네가 부러워진다.

AN94 그때 나는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지휘관 너 때문에 FAL이 놀랐어.
비록 마지막엔 모두 무사했지만,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어, 둘 다 싸우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AN94 확실히 그 인형과 담비에게 접근한 것은 임무 내용에 없었다. 이미 AK12에게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AK12에게 폐를 끼쳤다...

지휘관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야, 결과적으로 무사했으니 괜찮아.
12도 분명 이해해줄 테니까, 널 꾸중하진 않았지?

AN94 ... 안 했다.

지휘관 그 고민하는 표정을 보아, 대신에 한 말이 있는가 본데?

AN94 AK12가...
날 꾸중하지 않고, 오히려 그 담비를 만지러 간 것을 잘했다고 했다.
내가 그 담비를 통해 다른 사람과 더 많이 접촉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무슨 뜻인지 잘...

지휘관 널 걱정하는 거야, 그럼 넌 어떻게 생각해?

AN94 그녀의 뜻을 잘 이해 못 하겠다, 아마 이것이 내가 AK12보다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AK12를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녀가 나의 존재의미…
그녀를 떠나 스스로 생각을 하는 것은 명령위반과 다름없다.

지휘관 이래서 AK12가 걱정하는 거였군.
그럼 그 일에 대해서 AK12가 또 뭐라고 했어?

AN94 AK12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리벨리온은 그 어떤 작은 기회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AK12가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 나는 그저 그녀의 지시에 따르면 충분하다.

지휘관 내가 AK12의 입장이라면, 분명 네가 그 뜻을 잘 곱씹어보길 바랐을 거야.
AK12의 지시 없이, 자신의 판단으로 최적의 답을 찾아볼 생각은 해봤니?

AN94 AK12도 나 보고 비슷한 일을 하라고 했다.
"어느 정도는 스스로 판단해도 좋으니, 혼자서 생각해 봐라"...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풀어지다"의 뜻을 생각해 보라고도 했다.

지휘관 설마 AK12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AN94 하지만 풀어진다는 것은 휴면하거나 다른 임무를 진행한다는 뜻이 아닌가?

지휘관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거야.
적어도 그것이 너 스스로 내린 결론이니까, 네 판단을 믿어.

AN94 하지만 AK12는...

지휘관 비록 리벨리온이 여기에 왜 왔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족제비를 만진 건 12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잖아?

AN94 ... 아니다. 하지만 그건...

지휘관 지금 이렇게 반박하는 것도 12가 시켜서 하는 거니?

AN94 ...
... 아니다.

지휘관 그럼 넌 이미 한 발 내디딘 거야.

AN94 ... 그래도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내게 짜여진 패턴대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 난 설마...

지휘관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궁금한 것 있으면 더 물어봐도 괜찮아.

AN94 ... 아니다. 고맙다, 지휘관. 이제 문제없다.

지휘관 그래, 나도 슬슬 가야 할 것 같네.

AN94 ...

G36 지휘관님? 한참을 찾았는데 여기 계셨군요.
모두 집합했습니다, 이제 복귀하겠습니까?

지휘관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G36 너는 괜찮아졌니?

G36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상태는 양호합니다.

지휘관 좋아, 가자.

그리폰이 떠나고, 백사장의 바위 옆.

AK12 AN94, 그쪽은 어때?

AN94 아... 회수 완료했다.
현장의 흔적으로 보아, 어제 누군가가 바닷속에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목표물의 상태는 양호하며, 현재 보존처리 작업 중이다.

AK12 우리보고 바다에서 건져내라는 것이 이거였구나... 사진으로 본 것처럼 아무 가치 없어 보이는 잔해인데, 이걸로 뭘 연구할 생각인 걸까.
94, 지금 다른 생각을 하는 거야?

AN94 아니다, 좀 풀어진 것이다.

AK12 풀어진 거야? 재미있네, 이제 배웠구나.

AN94 ... 이런 게 풀어지는 건가? 작업효율에 영향이 가는 것 같다.

AK12 드디어 부정을 할 줄 알게되었구나!

AN94 AK12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다.

AK12 정말, 또 원점으로 돌아갔잖아?
진짜 재미없어.

AN94 ... 그런가?
작업이 끝났다, AK12.

AK12 좋아, 그럼 다른 부대가 마중 오기를 기다려야지.
다른 재미있는 일은 없었니?

AN94 그리폰의 그 지휘관을 만났다.
당신과 비슷하게 나에게 스스로 생각해 보라는 말을 했다.

AK12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네, 내 눈이 틀리진 않았어.
그럼, 넌 어떻게 생각해?

AN94 난 지휘관에게 반박했고, 지휘관도 내게 되물었다.
나의 마인드맵에는 그런 대화 패턴이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 지휘관의 말은 옳은 것 같으면서도 나로서는 분석할 수 없는 모순이 있었다.

AK12 그럼 더욱 다행인 거잖아?
더 생각해 봐, AN94. 너는 나와 같이 태어난 신예 인형이니까.

AN94 ... 어떻게 말인가?

AK12 몰라, 그건 인형 각자의 일이잖아?

AN94 알겠다.

...

AN94 (하지만, 이 말할 수 없는 곤혹감은 도대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알 수가 없어... 그러면서도 뭔가 떠오르는 것 같아.)
(지휘관과 다시 만나기 전에,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