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스토리

드디어 바다에 도착했다, 이때는 아직 앞으로 일어날 끔찍한 일을 몰랐다.
햇볕, 백사장, 그리고 반짝이는 바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FAL 아하하하하하-

이제야 한숨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옆에서 FAL이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려 깜짝 놀랐다.

지휘관 무, 무슨 일이야?

FAL 지휘관은 즐겁지 않아?

지휘관 음, 즐겁기는 즐겁지만... 설마 휴가 나와서까지 이런 선택 때문에 머리를 썩일 줄은 몰랐어.

FAL 인생이니까,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잖아.

지휘관 우와! FAL이 이렇게 철학적인 말을 하다니!

FAL 지휘관도 가끔은 지휘관의 입장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인형의 조언을 들을 줄 알아야 해.

지휘관 너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은데...

FAL 모처럼의 휴가라고♪
지휘관도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있지 마.

지휘관 그러고 보니 오늘 쭉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FAL 너 오늘 평소보다도 들떠있는 것 같다?
(술 취한 모신나강하고 비슷할 정도로...)

FAL 그야 당연하지, 히히!

지휘관 (FAL이 이렇게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FAL 드디어 녀석하고 떨어져 다닐 수 있고, 드디어 내 맘대로 해도 되는걸.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휴가라고, 지휘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떡이라도 받아먹는 듯, FAL은 튜브 위에 앉아 첨벙첨벙, 내 얼굴까지 물이 튀었다.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니 화를 내기는커녕, 나는 이 녀석이 넘어지지 않게 튜브를 받쳐주었다.

지휘관 대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FAL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바다로 오길 선택한 건 잘한 것 같구나.

FAL 헤헷, 아주 잘했어, 지휘관~

FAL과 수다를 떠는 동안, G36이 미소를 지으며 빙수를 가져왔다.
빙수를 건네받고 뒤돌아보자 FAL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내 손의 신기한 빛을 띠는 빙수를 바라보았다.

지휘관 자, 한입 먹어봐.

FAL 응...

FAL 앗, 차가워!

지휘관 그러니까 빙수지.
햇볕, 백사장에 비키... 빙수, 휴가에 빠질 수 없는 물건이지.

FAL은 조심스레 한입을 먹고...

FAL 우와아아 지휘관 이거이거이거이거!

지휘관 그치! 맛있지!

FAL 【맹점】이야!

지휘관 역시!.... 아 잠깐잠깐, 뭐?

FAL 내 미각의 맹점이야.
그러니까, 이건 【맹점】이라고 부를 거야!
어때, 지휘관? 아주 센스 있는 이름이지?

지휘관 (...전혀)

FAL G36이 이렇게 디저트를 잘 만들 줄이야, 내 마음속 순위에서 스프링필드를 초월했어!
그리폰에 돌아가면 친해져야겠네...
음, 몰래 만나야 돼, 【맹점】을 57한테 들키면 안 되니까.

지휘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들린 것 같지만, 잘못 들었나.)
그러고 보니, 확실히 카페에선 빙수를 많이 만들지 않았지.
다만... 맹점이라...

FAL 지휘관, 바다에 처음 와봐?

지휘관 어?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면, 다른 바다에 가본 적은 있었을걸...

FAL 난, 바다를 보는 게 처음이야.

갑자기 FAL의 표정이 풀어졌다, 심지어... 상냥한 느낌도 들었다.

FAL 다른 많은 인형들도 바다에 와본 적 없는 것도 알아, 내 소대에도... 음.
그래도, 이 모든 게 너무 신선해...
새로운 작전하고 다르게, 이 모두...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야.

처음으로 FAL이 【쓸쓸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나는 어쩔 줄 몰랐다.

FAL 그래도 오늘, 바다에 와보고, 【맹점】도 먹어보고, 너무 기분이 좋아.
이렇게 재미있는 일들을 겪어보고, 더 이상 나의 【맹점】이 아니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
이런 것들을 알게 되어서 정말로 행복해.

지휘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니?

FAL 인형들은 출고되고 나면 이런저런 목적을 설정받고, 이런저런 임무를 하러 가지.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아무런 목적도 없이 내 맘대로 여름을 즐길 수 있는걸, 57도 없고! 이보다 행복한 일이 있겠어?

지휘관 【쓸쓸한】 것이 아니었구나...
그리고 또 누구 이름이 지나간 것 같은데...

FAL 응? 지휘관 아까 뭐라고 했어?

지휘관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오늘, FAL이 이렇게 호기심이 많은 인형인 것을 알았네.

FAL 그야 엘리트니까.

지휘관 ... FAL, 이럴 땐 좀 더 감성적인 대답을 하는 거야.

FAL 어? 그래? 그럼 다시 한번 해볼까?

이후에 떠올려 보면, 이때 경계심을 늦춘 것이 실수였다.
FAL과 수다를 떠는 동안, 우리 둘 그 누구도, 잔잔한 바다 밑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설마 거기서 손이...

FAL 우와아아아앗! 이거 뭐야!!

FAL이 자신 옆의 상황을 눈치채자 튜브에서 튀어나올 뻔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마치 전혀 안 놀란 것처럼.
FAL 옆의 해수면에서 AN94가 어느새 고개를 불쑥 내밀고 표정 없이 FAL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지휘관 ...

AN94 ...

FAL 너너너너너 무슨 짓이야!!!

놀란 FAL은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해 총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FAL이 총을 들자 AN94도 어디에 숨겼는지 모를 총을 꺼냈다.
두 총구가 마주 보며 언제든 불을 뿜을 것 같았다.

지휘관 (이런, FAL이 오늘 가져온 건 물총인데...)
(하지만 리벨리온 저 두 녀석은 절대 물총 같은 게 아니겠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진짜 한순간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저 인간인 지휘관이고, 어떻게 이 서로 말로 오해를 풀 리가 없는 화력 빵빵한 엘리트 인형 둘을 말릴 수 있을까.

그래서...

FAL 잠깐, 지휘과아꼬로록 어푸어푸.... 케엑 케엑!

난 FAL을 덮쳐 물속에 빠뜨렸다.
FAL이 통째로 물에 빠지고, 물속의 AN94는... 족제비 페일을 슬쩍 만지는가 싶더니 헤엄쳐 도망갔다.

FAL 지휘관! 무슨 짓이야! 내 【맹점】에 물이 들어갈 뻔했잖아!
그리고 아까 그건 뭐야! 왜왜왠 손이...

지휘관 물귀신이야!

FAL ...뭐?

지휘관 위험하니까! 그래서 넘어뜨렸어, 미안하다!

FAL 아니, 지휘관, 정말 물귀신이면 날 물에 빠뜨린 쪽이 더 위험한 거 아니야?
그리고 아까 그 물귀신이 총을 꺼내는 것을 봤는데...

지휘관 어어하하하하 아마 우리 둘 다 잘못 본 거겠지!
무슨 물귀신이 있겠어, 미역 같은 게 떠밀려 온 거겠지, 하하하하...

FAL이 나를 째려봤다.

FAL ... 알았어, 좀 의심스럽지만, 일부러 날 놀릴 셈이 아니었다는 건 믿어줄게.

지휘관 (휴우, 넘어갔나...)

FAL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조심스레 빙수를 계속 먹었다.
이때, 백사장 저쪽에서 인형들이 부르고 있어, FAL에게 인사하고 떠났다.

...
나중에 떠올려 보면, 내가 주의를 하지 못해 놓친 부분이 더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평생 알 방법이 없겠지.

그때 물 위에서.
FAL은 튜브 위에서 물장난을 즐기고, 음료수를 마시면서, 담비 페일을 바라보았다.

FAL 페일도 아까 그 총 봤지?

담비는 고개를 기울이고 아무 말도 없다.

FAL 그러니까, 결국은 지휘관이 날 구해준 거지...
좀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래도 지휘관 꽤 멋있었는걸?
히히, 그리폰에 돌아가면 꼭 57에게 자랑해야지♪
걔는 지휘관한테 덮쳐진 적도 없으니까, 이걸로 나의 승리야. 오호호호호호-

지휘관 그런 일로 좋아했던 건가...
어떨 때는 참 솔직한 녀석이라니까... F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