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스토리





그리폰 기지.

지휘관 네, 알겠습니다.
참가할 인형 명단 말입니까?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통신을 끊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수많은 일들이 끝나고 모처럼의 휴가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딱히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지금 내가 처한 난감한 상황처럼.

G36 Guten Morgen, 주인님. 여기서 뭐 하시고 계시는 겁니까?

지휘관 아, G36... 미안, 나도 모르게 주방에 왔네.
그러니까 말이지...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G36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G36 그렇군요... 그럼, 바다에 가는 건 어떠십니까?

G36 모두 바다에 가본 적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상자료에서 보여주는 오염되지 않은 모습. 어떠십니까?

지휘관 그것도 괜찮겠네, 그리고 이번엔 데리고 갈 인형의 수도 제한되어 있어서. 좋은 활약을 보인 인형을 순위대로 초대할 셈이야.

G36 좋은 생각이십니다.
모두의 의욕을 끌어 올릴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이군요.

지휘관 그리고 사전준비도 도와줬으면 좋겠어, G36.
... 난 이런 것은 잘 못해서 말이야.

G36 주인님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저의 의무입니다, 모두 저에게 맡기세요.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G36은 허리 숙여 인사하고 뒤돌아 떠났다.

G36의 도움 덕분에, 준비는 모두 순조로웠다.

다음날, 바닷가.

G36 주인님. 전원 무사히 도착하였음을 보고드립니다.
이어서 모두에게 자유활동 시간을 부여하고, 느지막이 단체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시간과 내용은 주인님 혹은 모두의 의견을 받아 결정하겠습니다.
식사는, 제가 모두에게 간식으로 빙수를 준비하겠습니다. 저녁 식사는 비행기에서 해결하며, 회사의 배정에 따르겠습니다.

지휘관 수고했어, G36.
너도 자유활동… 할거지?
(비록 수영복을 입었어도, 풀어질 모습이 안 보여.)

G36 물론 아닙니다, 주인님.
저는 모두를 계속 돕기 위해 왔습니다. 모두가 편안히 휴가를 보낼 수 있게, 계속해서 봉사하겠습니다.

지휘관 잠깐, 너도 내가 초대해서 휴가에 온 거니까, 적당히 휴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G36 일리가 있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쉬면서 뭘 하면 좋겠습니까?

지휘관 으음... 일광욕이나, 수영이나, 비치발리볼이나, 뭐 다른 것도 괜찮으니까.
좀 놀면서 하는 것이 정신에도 좋잖아, 마음도 즐거워지고...

G36 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제가 모두를 위해 간식을 만들면, 햇볕에서 뛰고 난 인형들을 빠르게 식혀줄 수 있습니다.

지휘관 (하지만 네가 과열되잖아.)

G36 제가 빨리 파라솔을 펼치고 장소를 마련하면 모두가 놀고 나서 더욱 편안히 쉴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인형 모두가 세심한 편은 아니기에, 그 부분을 메워주기 노력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즐거워진다면 저도 즐거워집니다.
... 쉬는 것보다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지휘관 (... G36이 이렇게 말을 길게 한 건 처음 들었다!)
그럼 네 생각을 존중하지, G36.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
우리는 휴가를 즐기러 온 거니까, 평소처럼 긴장할 필요는 없어.

G36 알겠습니다, 주인님.

비록 그렇게 대답했지만, 전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억지로 요구할 수도 없다.
모두를 위해 일하는 것을 좋아하니, 그 즐거움을 뺏을 수는 없었다.

그냥 맘대로 하라고 하자.

...
하지만 곧바로, 그런 생각을 바꿔야 했다.

P38 지휘관님!! 큰일 났어요!

지휘관 빙수 진짜 맛있네. 아멜리 너는 어때...
무슨 일이니?

P38 크, 큰일이에요... G36이 고장 났어요!

지휘관 ... 뭐라고?!

P38을 따라 달려가 보자, G36이 파라솔 밑에 기대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지휘관 G36? 괜찮아? 내 말 들려?

G36 ... 죄송합니다, 주인님. 걱정을 끼쳤군요.
청각기능은 문제없습니다... 그저 몸체가 좀 과열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냉각 기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휘관 그런 건 나중에 말하고.
휴게실로 가자, 거기서 푹 쉬어.

G36 아니, 괜찮습니다...
아직 더 일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모처럼의 휴가를...

지휘관 내 말 들어, G36. 그런 건 나중에 해.

G36 하지만... 제가 없으면, 누가 모두를 돌봐줍니까?

지휘관 네가 안 쉬면, 결국엔 모두가 널 돌봐주게 될 거야.
지금은 푹 쉬고,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다음에 일할 생각해.

G36 하지만...

지휘관 바다 멋지지 않니?

G36 멋집니다. 영상자료로 보던 것보다 아름답습니다.

지휘관 그럼 여기서 나하고 천천히 감상하자.

G36 ... 알겠습니다. 참으로 영광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지휘관 응?

G36 빙수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저기의 두 인형도 주인님의 손님이지 않습니까?
죄송하지만 이 빙수를 저 두 분께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말해도, 그리폰의 손님접대 예의를 지키지 않아선 안 됩니다...

지휘관 아... 그래, 기다리고 있어.

어떻게 해야 G36에게 쉬는 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
빙수를 갖다 주면서 계속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갈 때까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휘관 돌아왔다.

G36 아...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지휘관 벌써 회복됐구나, 바다를 보고 있니?

G36 네...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런 빛깔, 선명하면서도 깨끗한 느낌.
그리폰에서 일할 때도 그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볼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휘관 오염된 곳이 너무 많으니까.

G36 네.
그리고 주인님처럼 훌륭한 지휘관을 만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휘관 G36의 칭찬을 듣자 좀 쑥스러워졌다.

G36 겸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많이 나아졌습니다.

지휘관 괜찮겠어? 아직 열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G36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지휘관님.
저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작업에 임할 것입니다, 믿어주세요.

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려 진지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서 나오는 빛은 저 바다보다도 깨끗하며 눈부셨다.

지휘관 ... 그렇군.
널 믿을게.

바로 G36은 작업에 다시 몰두했다.

그래도 다시 더위 먹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카리나 다녀오셨어요, 지휘관님!
새로운 청구서가 날아왔어요~

지휘관 다녀왔어.
... 잠깐만, 청구서라니? 휴가 가기 전에 다 정산했잖아?

카리나 음... 그랬었죠.
다만, 지휘관님께서 휴가에 나가신 동안 클레임이 들어왔어요. 인형들이 자유활동 중에 환경을 좀 훼손했다고 하네요.

카리나 배상금과 군수인원의 추가 근무수당, 모두 정리해 놨어요.

지휘관 이건...

청구서에 적힌 숫자를 보자 머리가 띵해졌다.
인형들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액수는... 우리의 예산이...

G36 괜찮으십니까, 주인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지휘관 ... 미안, 걱정하게 했구나.
아무 문제 없으니까 업무에 복귀하자.

G36 전혀 문제없는 표정이 아니십니다.
앞으로도 같이 고민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G36을 쉬게 하고 싶으면 먼저 우리가 걱정시킬 일을 하면 안 되겠다.
이번 휴가는 이렇게 갑자기 늘어난 지출 속에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