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스토리



SPAS12 바다... 바다... 드디어 바다에 왔어...

백사장에서, SPAS12는 자신이 지은 엉망진창 박자의 콧노래를 부르며, 방패를...
혹은 방패”였던”것을 만지작거렸다.

지휘관 어... SP... 아니지, 사브리나...

SPAS12 무슨 일이야, 지휘관?

수영복 차림의 SPAS12가 나를 쳐다보았다, 빨리 바다를 즐기고 싶은 모양인데... 저 방패”였던”것으로 놀 셈인가?

지휘관 그거... 네 진압방패니?

SPAS12 이거 말이야? 내가 예전에 쓰던 연습용 방패였어, 그때가 그리워지네...

지휘관 그래서 그걸로... 서핑 하게?

SPAS12 맞아, 서핑 할거야!

지휘관 파도타기도 할 줄 알아? 균형감각과 방향 제어가 아주 좋아야 하는데.

SPAS12 뭐야 그 눈빛은, 모의전으로 엄청 연습했거든!

지휘관 실전은 안 해봤다는 거냐...
그리고 누가 모의전 시스템에 그런 걸 넣은 거야?!
그나저나, 그 방패로 서핑해도 괜찮겠어?

SPAS12 흐흥, 이번 해변 작전을 위해서 특별히 서핑보드로 개조했다고! 어때, 괜찮지?

지휘관 멋져 보이긴 하네, 이런 것도 만들 줄 아는구나.

SPAS12 아니 아니, 지휘관, 세상엔 자신의 손으로 해야 즐길 수 있는 일들이 엄청 많다고!
그리고 이것 말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가지 있어, 아무래도 평소 나를 잘 지켜보지 않은 것 같네.

지휘관 미안하다, 앞으로는 주의하지.

SPAS12 앞으로? 지금부터 날 신경 써줘야지!
지휘관, 내가 파도를 타는 모습을 지켜봐 줘.

SPAS12는 서핑보드를 모래 위에 세워 쿵쿵 쳤다.

SPAS12 내가 돌아오면 분명 나한테 서핑을 가르쳐 달라고 조를걸!

지휘관 그래, 그래, 아직 사람도 많지 않을 때 빨리 가봐, 사브리나.

SPAS12 흐흥, 적어도 내 이름은 잘 기억하는구나.

SPAS12는 서핑보드를 껴안고 바다로 폴짝폴짝 뛰어갔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계속 자신을 "사브리나"라고 불러 달라고 했고, 나도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부르게 됐다.
인간을 더 닮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따로 의미가 있는 이름인 걸까...
적어도 오늘은 그런 생각 하지말고, 그냥 푹 쉬도록 하자. 이대로 아무 일도 없으면 좋을 텐데...

?? 안녕, 그리폰의 인형 아가씨.

SPAS12 어라? 너는...
...누구야?

AK12 너와 똑같은 인형이야.

SPAS12 음... 그런 것 같네.

AK12 어머, 생각보다 경계심이 강하네, 난 그냥 신기해서...

SPAS12 이건 그냥 서핑보드야, 특별한 건 없어.

AK12 내 시선을 눈치챈 거야?

SPAS12 대체 너 누구야?

AK12 걱정 마, 난 아군이니까, 너희 지휘관님이 보증해줄 거야. 저기, 비치발리볼은 할 줄 알아?

SPAS12 뭐?

AK12 우리 지금 비치발리볼 시합을 열 생각인데, 너도 참가하지 않을래?

SPAS12 발리볼 시합이라니, 그게 뭐야?

AK12 그러니까 서로 공을 쳐서 네트를 넘기는 운동이야, 시합에서 이긴 사람은 상도 있다고.

SPAS12 미안, 상이 뭔지는 관심 없어. 난 여기서 좀 더 놀 생각이니까, 다른 일 없으면...

AK12 어머, 우리가 이기면, 너희한테서 상을 가져가는 거야. 뭘 가져갈지는 아니?

SPAS12 뭐, 뭘 가져갈 건데...

AK12 으흠... 아직 못 정했어.

SPAS12 에엣?! 잠깐만, 어떻게 함부로 정하는 거야?

AK12 너희 지휘관님도 허락한 거란다.

SPAS12 지휘관이... 어째서?

AK12 어머, 그냥 게임이니까. 참가하기 싫으면, 네 다른 동료를 찾으러 갈게.

SPAS12 참가할게!

SPAS12가 손을 번쩍 들었다.

SPAS12 그 어쩌고 발리볼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절대로 지지 않아!

SPAS12 저 실눈뜨기 인형... 계속 내 서핑보드를 보고 있었어...
이게 뭔지 아는 건가? 설마 시합의 보상으로 이걸 노리는 건가? 왜 지휘관은 그런 시합을 허락한 거지...
뭐가 어떻든, 녀석은 호기심이 너무 강해. 녀석이 누구든 그런 실눈한테 질 수 없어!

팡!

AK12 AN94, 득점!
어머... 또 저희가 이겼네요?

지휘관 음... 이거 큰일인데...
저 두녀석 입으로는 그저 노는 거라고 하면서, 사실은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

AK12 그럼 이제 제 차례네요.
이번의 상대는...

SPAS12 나야, 내가 마지막.

AK12 어머... SPAS12 씨라고 했나? 기대하고 있어.

지휘관 SPAS12, 리벨리온과 만난 적이 있는 건가? 뭔가 눈빛이 다른 느낌이다.
흔히 볼 수 없는 진지한 눈빛이다, 설마...

팡!

AN94 AK12, 득점입니다.

SPAS12 왜, 왜?

AK12 SPAS12,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이 득점하는 거야.

SPAS12 그, 그런 거야?

SPAS12가 나를 향해 뒤돌아보지만, 나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아무리 의욕이 넘친다 해도, 규칙을 잘 모르면 불리하지...
하지만, 그래도...

팡!

AN94 SPAS12, 득점입니다.

AK12 어머...

SPAS12 GOOD,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았어!

SPAS12... 힘이 정말 굉장하네.
아니지, 딱히 놀랄 일도 아니야.
생각해 보면 SPAS12는 원래부터 단순하면서 힘이 드는 일을 잘했지.
결코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팡!

AN94 AK12, 득점입니다.

SPAS12 으윽...

SPAS12... 평소에는 진지하게 머리를 쓰지 않아.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인형들하고는 좀 달라...

팡!

과연 저 아이는 뭐에 관심이 있는 걸까?
이름? 서핑보드? 시합결과?
비록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확실히... 저 아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팡!

AN94 SPAS12, 득점입니다.

AK12 아주 진지한 모양인데, 내가 듣던 거 하곤 좀 다른걸.

SPAS12 후우, 후우...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그래?

AK12 먹보라면서.

팡!

AN94 AK12, 득점입니다.

AK12 체중에도 민감하다면서.

팡!

AN94 AK12, 득점입니다.

AK12 그래서, 내 말이 맞아?

SPAS12 하하... 틀린 말은 아니네...

AK12 그럼 왜 웃는 거니?

SPAS12 그건...

팡!

AN94 SPAS12, 득점입니다.

SPAS12 ... 네가 그 정도밖에 모르는 게 다행이라서.

AK12 그럼 내가 놓친 게 또 뭐가 있어?

SPAS12 그건 바로... 내가 이미 이 게임의 요령을 알았다는 거야.

마지막 세트에 들어가자, SPAS12의 표정은 오히려 여유로 가득했다.

AK12 ...호오?

SPAS12 그러니까... 아주 세게 치면 되는 거지!

퍼엉!!

...

AN94 ...

SPAS12 어어...

AK12 어머나...
이거 어떡하지, 확실히 예상 못 했는걸...

솔직히, 나는 좀 예상했다.

SPAS12 지휘관...
공이 터지면... 어떻게 되는 거야...

AN94 제 마인드맵에 현 상황과 관련된 규칙은 없습니다, 원칙상... 공이 떨어진 쪽이 실점 아니겠습니까?

SPAS12 하지만! 터지지 않았다면 궤도상 너희 쪽으로 떨어졌을 거 아니야!
내 회심의 필살기라고, 절대 받지 못했을 거야!

오늘 처음 배구공을 본 인형이 무슨 필살기라는 거지.

지휘관 저, 저기, 완전히 우리 쪽에 떨어진 건 아니잖아?
봐봐, 중간에 떨어졌다고 봐야하지 않아?

AN94 하지만, 네트에 닿았습니다만...

SPAS12 그게 어쨌다는 거야, 터졌으니까 그냥 수직으로 떨어진 거지!

지휘관 (나이스 리시브, 사브리나!)

AN94 그럼 공의 파편이 양쪽에 떨어진 면적을 비교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휘관 (그래, 바로 그거야!)

SPAS12에게 눈길을 주며 툭툭 발소리를 냈다. 그러자 SPAS12도 바로 이해했다.

지휘관 어... 그럼 잠깐 쉬면서 양쪽에 닿은 면적을 계산해볼까?
어라, P38 왔니?

SPAS12가 슬그머니 움직였다, 이제 발을 살짝 뻗으면, 공 조각을 저편으로 넘겨버릴 수 있다.
조금만 더, 우리의 승리까지 아주 조금만 남았...

P38 어라, 다투고 있는 건가요? 제가 결과를 심판하죠!

지휘관 어쩌다 돌아온 거니?

P38 으음... 잠깐 돌아와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AK12 그럼 마녀 아가씨, 한번 말해보렴?

P38 흐흠... 그야 뻔하죠!
저 공을 보세요!

SPAS12 앗?

P38 저희 쪽에 더 많이 떨어졌으니까 저희가 이긴 거잖아요!

...
결국 우리의 작전은 아쉽게 실패했다.
역시 꼼수를 부리면 안 되는구나. SPAS12 쪽을 보자 혀를 살짝 내밀었다... 나만 볼 수 있었다.

저녁이 되고, 아직 장작을 쌓기 전에 모래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SPAS12가 AK12와 뭔가 얘기를 하다가 서핑보드를 안고 돌아왔다.

지휘관 AK12하고 무슨 얘기를 나눴니?

SPAS12 내 서핑보드에 흥미 있다고 해서, 좀 보여줬어.

지휘관 정말로 준 거야?

SPAS12 어쩔 수 없잖아... 졌으니까, 거절할 이유도 없고...

SPAS12는 보드를 한편에 놓고 내 옆에 앉았다.

SPAS12 그냥 본다고만 했으니까.

지휘관 정말 보기만 했다는 거네.

SPAS12 응... 딱히 특이한 것도 없으니 그냥 돌려줬어.

지휘관 그 보드... 혹은 방패 말이야, 너에게 소중한 거니?

SPAS12 그럭저럭, 그냥 내 곁에 오래 있었던 것이고, 또 앞으론 쓸 일도 없고 해서 개조해서 가져온 거야.

지휘관 재활용이라고 해야하나? 의외인걸.

SPAS12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오래된 물건을 버리기 싫어서.
내 옆의 물건들이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준다면 좋을 텐데...

지휘관 너에게 밟힌 채 바닷물을 마신다 해도?

SPAS12 어머, 총알에 맞는 것보다는 낫잖아?

지휘관 확실히, 그리고 이러면 이게 방패인지는 모르겠지?

SPAS12 그 AK12는 아니야, 계속 쳐다보더니, 내가 보여줬을 땐 몇 초만 보고는 바로 돌려줬어.
내가 개조를 잘 못 했다고 생각한 건가? 왠지 얕보인 느낌이야.

지휘관 그건 아니야, 녀석은 호기심이 엄청나지만 몇 초면 바로 질려서 그래.

SPAS12 역시 지휘관이 아는 녀석들이구나.

지휘관 이전 작전에서 한번 만났었어, 아는 사이라고는... 솔직히 모르겠어.

SPAS12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잘 못 하는 시합을 무턱대고 하자고 하면 안 되지.

지휘관 너희도 가끔씩은 새로운 것을 접해봐야지, 데이터를 충실하게 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니까.

SPAS12 나쁘진 않았어, 힘도 마음껏 써봤고...

풀썩...
SPAS12는 백사장 위에 드러누웠다.

SPAS12 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지휘관 아직도 시합 결과가 신경 쓰여? 처음인 것 치고는 충분히 잘했어.

SPAS12 응... 그래도 더 진지하게 했다면...

지휘관 사브리나...
그럼 앞으로 진지해질 생각은 있어?

SPAS 글쎄, 난 게으르니까, 그냥 이대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지휘관 나도 딱히 의견은 없어, 업무에선...

SPAS12 근데 지휘관...

지휘관 응?

SPAS12 정말 지금 내 모습이 좋아?

지휘관 ...

고개 숙여 SPAS12를 바라보았다. 밤 속에 표정이 묻혀 전혀 환한 기색이 없었다.

지휘관 그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SPAS12 어쩌면... 글쎄...
나중에… 내가 다른 모습으로 변할 필요가 없을까?

지휘관 지금 그 모습이 가장 좋은 상태라면, 또 변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

SPAS12 그것도 그렇네...
어라... 어쩌다 말이 이렇게 흘러간 거지?

SPAS12가 웃었다, 다만 여전히 공허한 미소였다. 어쩌면 마인드맵 때문일 수도, 혹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일 수도, 또 어쩌면...

SPAS12 알았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거야!

지휘관 그런 걸 추리해서야 아는 거니...

SPAS12 내 마음은 배보다 예민해서 말이야! 빨리 햄버거집에 가자, 지휘관. 여기 근처에 있겠지!

지휘관 오늘은 됐어, 거기 햄버거 아주 맛없다고 하니까. 그리고 가끔씩은 건강한 음식도 먹도록 해.

SPAS12 햄버거가 맛없어도 얼마나 맛없겠어? 그리고 인형은 정크푸드에 혈관이 막힐 일도 없는데, 좀 많이 먹는다고 뭐가 어때!

지휘관 좀 다른 건 먹으면 안 돼?

SPAS12 헤헤, 먹기 싫은 건 안 먹는 것이 나의 신조인걸!

지휘관 참으로 까다로운 먹보로구나...

SPAS12 흐흥, 정크푸드만으로도 만족하는 인형이 뭐가 나빠서.

지휘관 그럼 바베큐는 어때?

SPAS12 바베... 큐?!

펄떡하고 SPAS12가 뛰어올랐다.

지휘관 곧 모닥불을 지피면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어.

SPAS12 정말?! 난 못 들었는데!

지휘관 네가 좋아하는지 몰랐으니까, 역시 햄버거집에 가는 게 나으려나.

물론, 좋아하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SPAS12 나한테 관심이 부족하니까 그렇지!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아까 그 햄버거집 맛없다면서? 그런 가게보다는 지휘관의 고기 굽는 솜씨가 더 믿음이 가니까! 빨리빨리 불을 지피자고!

지휘관 아멜리하고 P38이 돌아오고 나서 바로 시작할게!
야, 그만 흔들어, 사브리나!

SPAS12에게 흔들려지며, 아멜리와 P38이 장작을 들고 오는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SPAS12와의 대화는 일단 여기까지인가 보다...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 바로 조용해질 테니까.
결국, "사브리나" 이름에 대해서는 묻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은 이미 많은 것을 알았으니 충분하다.
어차피 지금 이대로도 되니까. 과거나 미래가 이 녀석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내게 있어 지금의 SPAS12는 바로 눈앞의 이 녀석이다.
부디 이 "지금"이 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