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 - 겨울 보급 작전

12월 24일 오전 8시, 그리폰 지휘실.

카리나 지휘관님, 좋은 아침이에요~!

지휘관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야, 카리나......임무라도 내려왔어?

카리나 헤헤헤,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된다구요!
스프링필드 씨가 저한테 지휘관님이 크리스마스 일과를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받았거든요.
뭘 해야 하는지 까먹으시지는 않으셨죠?

지휘관 해야 할 건 작업이 얼마나 진척되었는지와, 돌발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에 적합한 대응책을 찾는 거였지.
걱정하지 마. 지휘관으로서 휴일이라고 게으름 피운다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카리나 하하하, 정신 바짝 차리고 있는 지휘관님을 보니 별 걱정할 필요는 없겠는걸요!
그럼 빨리 출발하도록 하죠. 잽싸게 일을 끝내놓고 이 휴일을 즐기자구요──

어제저녁 스프링필드가 휴일 이벤트 기획서를 제출받자마자 이 현장 보안을 맡길 적임자가 떠올랐다.

FAL 소대가 거주하고 있는 구역으로 향했다.

지휘관 좋은 아침이야, FAL.

FAL 지휘관인가......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야?
미리 말해두겠지만 난 오늘 스케쥴이 꽉 차 있어.
무슨 임무 같은 게 있다면 다른 애들한테 맡기도록 해 줘.

지휘관 그럼 오늘 저녁 무도회에는 올 거지?

FAL 어머? 그 말은 날 파트너로서 초대하겠다는 거야?
지휘관도 보는 눈이 제법 높은걸.
이렇게 적극적으로까지 초대한다면 뭐,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도 있어......

지휘관 엑......그 잠깐만 기다려 봐 FAL.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FAL에게 내가 왜 왔는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FAL 뭐라고? 나한테 휴일에까지 일을 시키겠다는 말이야? 지금?
지휘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지휘관 FAL이 제일 잘 해낼 것 같아서 그래.
이건 임기응변이 필요한 일인 데다가 넌 돌발 사건에 대응하는 게 특기니까 말이야. 그러니 네가 맡아주기만 한다면 나도 안심이 될 것 같아.

FAL 흥, 말하는 게 제법 능숙해졌는걸.
하지만 나도 그냥 일해줄 수는 없어......보수는?

지휘관 이건 정식으로 내려온 임무가 아니라서 돈은 주지 못하지만......
내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소원 하나 들어줄게, 어때?

FAL 그럼 쇼핑갈 때 따라오도록 해.

지휘관 그걸로 되겠어?

FAL 그럼.
제법 쉬운 일이지?

지휘관 ......오늘따라 FAL 네가 천사 같아 보이네.

FAL 그런 속 보이는 말들은 나랑 쇼핑하러 갔을 때를 위해서 남겨두도록 해. 지휘관.
잠깐만 기다려 봐.

FAL은 말을 마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10분 후.
FAL이 크리스마스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지휘관 정말 잘 어울리는걸, FAL.

FAL 그거야 당연하지. 내 외모나 스타일은 인형 중에서도 1, 2위를 다툴 정도니까.
그럼 이제 출발하자.

지휘관 ......어?

FAL 뭘 그렇게 넋 놓고 있는 거야?
나 사야 할게 제법 많으니까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한단 말이야.

지휘관 근데......FAL, 난 지금 당장은 못 갈 것 같은데.

FAL 뭐?
지금 방금 자기가 한 말을 못 지키겠다는 거야?!

FAL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지휘관 아직 크리스마스 준비가 좀 남아있어서 말이야......

FAL ......그렇단 말이지.
사실 오늘 좀 추워서 나도 밖에 나가기 싫었어.
임무 같은 건 57한테나 부탁하러 가라고. 걔가 하고싶어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지휘관 정말로 미안해, FAL!
최대한 빨리 끝내고 올 테니까 오후에 가면 안 될까?

FAL이 차가운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지휘관 절대로 까먹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날 믿어줘!

FAL 알겠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용서 안 할 거니까.

그 날 오후.
난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힘겹게 FAL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

지휘관 자, 잠깐만......
FAL, 너무......너무 빠르다고!

FAL 좀 더 서두르지 않는다면 상점들이 전부 문을 닫게 될 거야.
그리고 쇼핑 목록은 아직 삼 분의 일이나 남았다고.

지휘관 벌써 세 시간 동안이나 돌아다녔잖아......
최소한 잠깐만이라도......잠깐만이라도 쉬자, 응?

FAL 이건 전부 지휘관이 내가 짜놓은 계획을 망쳐놨기 때문이라고.
인과응보라고 알지? 성심성의껏 보상하도록 해.

FAL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상점을 향해 갔다.

FAL 그럼 어디를 먼저 가볼까나......

FAL은 기분 좋은 듯이 상가의 지도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난 이 지옥으로 향하는 쇼핑길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며 묵묵히 기도를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오후 4시.
FAL이 사 온 물건을 전부 방 안에 가져다 놓은 후에야 겨우 의자에 앉아서 쉴 수 있었다,

FAL 지휘관, 쇼핑 좀 했다고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운동 부족인 것 같은데 평소에 운동 좀 하는 게 어때?

지휘관 애초에 인간의 체력을 너희 인형들 기준에서 비교하면 안 된다고.
게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단 말이야......

FAL 그건 지휘관이 즐기지 못해서 그런 거야.
만약 지휘관이 무언가 살 수 있었다면 피곤함 같은 건 전혀 느끼지 못했을걸? 이것처럼......

FAL은 쇼핑백에서 산타 모자를 하나 꺼내더니 내 머리 위에 씌어주었다.

지휘관 이건?

FAL 크리스마스면 크리스마스답게 어울리는 복장을 입어야 하지 않겠어?
이건 나랑 같이 쇼핑을 해준 보답이야. 그러니까 고맙게 받도록 해.

지휘관 고마워, FAL......
갑자기 의욕이 샘솟는 느낌인걸.

FAL 그럼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같이 힘내보자고, 지휘관.

지휘관 FAL, 너 저녁 무도회 때 올 거야?

FAL 당연하지. 그런 우아함을 뽐내는 자리에 내가 빠질 수는 없잖아?

지휘관 그때......괜찮다면 나랑 같이 한 곡 추지 않겠어?

FAL은 순간적으로 놀란듯한 표정을 보였지만, 이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FAL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