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필드 - 정통파 마녀



그리폰 지휘실.

스프링필드 ... 이상 핼러윈 행사의 기획 개요입니다.
지휘관님,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

지휘관 일정 계획과 필요 물자 목록 모두 언제나처럼 흠잡을 수가 없군, 정말 스프링필드 다운 일처리야.
근데 여기 “귀신의 집”이란 거 우리 기지에 있었나?

스프링필드 그 부분은 “그 창고”를 귀신의 집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신청하겠습니다.

지휘관 그 창고라니... 아, “그 창고” 말이지!
저번 작전 때 보급물자를 다 빼내서 지금 텅 빈 칸 말이지?... 그것도 몇 주일이나 지났네.

스프링필드 눈치가 빠르시군요.
그 곳이라면 보급에도 지장이 없을 겁니다.

지휘관 그래도 너 혼자서 이 업무를 모두 떠맡기에는 너무 부담 되지 않을까?

스프링필드 아니요, 인간을 대신해 수고하는 것이 인형의 의무인걸요.

지휘관 행사를 열자고 한 건 나지만, 이번 행사의 기획서를 보고 나니...
귀신의 집의 장소도 준비해야 하고, 카페에서도 여러가지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고, 다 너한테 맡기는 건 너무 심한 것 같은데.
거기에 네 일과 임무와 카페 영업도 있잖아?

스프링필드 걱정 마세요, 지휘관님. 저도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없는 건 아니까요.

지휘관 흠? 벌써 도울 사람을 찾았어?

스프링필드 귀신의 집 개조는 WA2000이 장비 설치를 자원했습니다. 일 처리가 꼼꼼한 인형이니까, 작업을 맡기기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마카로프도 최근 다른 일정이 없어서, 스테이지와 귀신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아마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카로프의 판단력을 보아, 무슨 문제가 있을 경우 저에게 보고하거나 다른 사람을 부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휘관 믿음직하네... 다른 인형들의 장단점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걸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스프링필드 그 외에도, 행사 준비에 자발적으로 지원한 인형들도 많습니다.

지휘관 이거야 원, 오히려 무서워졌네.
스프링필드가 너무 훌륭하게 일을 처리해서, 귀신의 집을 진짜 소름끼치게 만들면, 내 수명이 몇 년 줄지도 모르겠다.

스프링필드 후후, 그건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군요.

지휘관 그렇다고, 이 때다 하고 평소의 화풀이를 하지는 마라!

스프링필드 모처럼의 이벤트고 최근에 큰 행사가 없어서, 기지의 많은 인형이 적극적으로 행사를 돕고 싶어 하네요.
지휘관님께 최선의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어 하는 거니 저도 그 열정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요.

지휘관 그럼, 난 걱정 않고 귀신의 집을 기대하지.
모두 OK야, 필요한 물자는 카리나에게 청구하도록.
기지에 부족한 물건이 있다면 마음껏 구매하고, 내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테니까.

스프링필드 안심하세요, 원만하게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말했지만... 결과는 둘째치고, 이번 행사 과정은 결코 “원만하다”라고 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정전에 모든 일정이 흐트러졌다. 어두컴컴한 “귀신의 집”에서 나온 뒤, 이 아쉬움을 어떻게 만회할지 고민했다.

M1919A4 응? 지휘관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설마...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지루해?

지휘관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단지 너희가 이렇게 열심히 귀신의 집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버려서 준비했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 않아?

M1919A4 꼭 그렇지만은 않아, MK23이랑 MP5가 얼마나 놀랐는지 봐봐! 지휘관도 아까 그렇게 놀랐잖아?
귀신 역할의 모두 사전에 별로 맞추지 못했지만, 임기응변으로 계획 이상의 성과를 냈는걸.

지휘관 뭐... 그것도 맞는 말이네...
그래도 누구는 얻어맞고 누구는 거꾸로 갇혀버리고 하는 일은 최대한 피하도록 주의하자고.

M1919A4 헤헤, 그건 그렇네.
좀비 역할 맡은 애에 비하면 내가 당한 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나중에 위로해야겠어.
지휘관, 스프링필드한테 사탕 받으러 가자! 나하고 지휘관 한 몫씩 받으면, 좀비 걔한테 합쳐서 두 몫을 줄 수 있잖아.

지휘관 (... 내 몫까지? 내 의사는 없는 건가?)

지휘관 그러자, 나도 스프링필드하고 할 말이 있으니까.

M1919와 그리폰 카페 문 앞에 도착했다.
M1919가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스프링필드가 문을 열고 나왔다.

스프링필드 어머나, 지휘관님과 M1919군요.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인가요?

마녀 고깔모자를 쓰고, 검은 망토를 두른 마녀 복장의 스프링필드가 미소를 지었다. 마치 나와 M1919가 오는 것을 예상한 듯, 손의 바구니에는 사탕과 과자로 가득했다.

M1919A4 어? 그, 그러니까...
아 맞다, Trick or Treat!
지휘관의 몫까지 다 나에게 줘!

스프링필드 욕구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지휘관님을 내세우는 건 비겁한 짓이랍니다.

M1919A4 에헤헤... 고마워.

M1919A4 그럼 지휘관, 먼저 갈게! 카리나한테서도 받으러 갈 거니까!

난 고개를 끄덕이고, 저 멀리 뛰어가는 M1919를 배웅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서...

지휘관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

스프링필드 네, 오실 거라 생각했어요.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들어오세요.

평소대로라면 문 닫고 쉬어야 할 심야지만, 카페 안에선 여전히 떠들썩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인형들은 옹기종기 모여 노래 부르고, 카드놀이를 하고, 체스를 두고, 다트를 던지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저 걱정없는 소녀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스프링필드 여기 앉으세요, 지휘관님을 위해 특별히 비워뒀답니다. 마실 것 필요하신가요?

지휘관 그냥 블랙커피로 부탁할게.

스프링필드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휘관 네가 마실 것도 잊지 말고.

스프링필드 ...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후, 스프링필드는 커피포트와 두 커피잔을 쟁반에 얹어 가져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막상 마주 보니 어떻게 말을 꺼낼지 생각이 안 났다.

지휘관 ...

스프링필드 ...

지휘관 오늘 이 커피... 평소보다 진하네!

스프링필드 ... 지휘관님, 다른 용무가 없으시면, 먼저 일어나도 될까요?

지휘관 잠깐만... 그러니까, 핼러윈 행사에 대해서 말이야, 확실하게는 귀신의 집에 대해서 말이지.

스프링필드 그렇죠. 지적할 부분 있으면 사양 말고 말해주세요.

지휘관 사실 예상보다 잘 만든 귀신의 집이었어... 네가 선발한 인형들도 모두 진지하게 참여했고.
단지 아쉬운 점은 예상치 못한 정전때문에 약간의 소란이 있었던 거겠지.

스프링필드 주의하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어요...
업무분담만 하고 전체적인 점검을 하지 않아서, 좀 더 일찍 창고의 전선이 노화된 문제를 발견했다면... 하아...

지휘관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그리고 그 점을 지적할 생각도 없어.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이번 행사에 아무것도 돕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해.

스프링필드 지휘관님, 평소 업무 외의 일을 드리는 건 지휘관님의 부담을 더하는 것이 아닌가요?

지휘관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예를 들자면...
... 너희 인형들은 각인 시스템을 통해서, 대응한 무기와 연동하여 효율을 높이는 거 맞지?

스프링필드 확실히 그렇긴 한데... 그게 무슨 뜻이죠? 잘 모르겠어요.

지휘관 그러니까, 인간이 무기를 다루는 것도 다를 것 없어. 아무리 대단한 병사도, 총을 잡자마자 과녁 정중앙을 맞힐 수는 없어.
끊임없이 영점을 맞추고, 사격훈련을 하고, 손질하면서 자신의 습관에 무기를 맞춰야 해.
그런데 스프링필드는 너무 일을 잘해서 내가 해야 할 일까지 뺏어가는 느낌이 들어...

스프링필드 어머, 제가 너무 참견이 많았나요?

지휘관 그게 아니고, 너처럼 친절하면서도 훌륭한 인형이 있어서 진짜 큰 도움이 돼.
그래도... 인형들만 내게 맞춰주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내가 지휘하는 인형들에게 어울리는 지휘관이 되고 싶어.

스프링필드 인형에게 어울리는... 아 죄송해요, 계속 말씀하세요.

지휘관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도 그 때문이야, 평소에 잘 모르고 지냈던 부하들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지.
... 행사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고 그중에서 서로 최적의 협력 방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 거야.

스프링필드 그렇군요... 결국 지휘관님께서 하고 싶은 일을 뺏고 말았네요.
지휘관님이 보고 싶었던 것은 “원만한 결과”만이 아니었군요. 눈치채지 못 해서 죄송해요.

지휘관 아, 그렇다고 너무 신경 쓰지는 마렴!
어디까지나 나 혼자의 생각이니까, 넌 잘못 없어.

스프링필드 네, 그러니까... 과정이 즐거우면 됐다는 거죠?
그리고 진정으로 신경 쓰는 사람은 제가 이미 위로해줬어요.

지휘관 진정으로 신경 쓰는 사람... 누군데?
읍...

스프링필드가 기습적으로 바구니에서 사탕을 꺼내 내 입에 집어넣었다.

스프링필드 서로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어요, 그것보다 오늘의 간식은 어떠신가요?

지휘관 음, 괜찮네? 시장에서 파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뭔가 기묘한 맛이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야.

내 눈길은 스프링필드의 바구니에 쏠렸다. 안에는 수제 과자와 사탕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간식으로 가득했다.

지휘관 이거 모두 너 혼자서 만든 거니?

스프링필드 아니요, 핼러윈의 요정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보내 준 거랍니다.

지휘관 ... 핼러윈 행사고, 이 기지고, 내가 모르는 수수께끼 투성이구나.

스프링필드 지휘관님, 비밀은 필요할 때야 밝혀지는 거랍니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지휘관님은 저희 인형들을 알아 가는 것에 좀 더 노력해주세요.

그래, 아직 내가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스프링필드도 그 중의 하나고.
지휘관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는 인간만 인형에게 적응하는 것도 아니고, 기계가 스스로 인간에게 맞춰주도록 하는 것도 아니라, 두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함께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스프링필드의 미소에 숨겨진 뜻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나도 미소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