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필드 - 정통파 마녀

10월 27일.
아침밥을 먹은 배가 채 꺼지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사무실로 보고를 하러 온 인형이 있다.

지휘관 스프링필드, 좋은 아침. 오늘은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스프링필드 저...... 지휘관님... 이것 좀 보세요! 해피 할로위...... 어라?

스프링필드가 내가 커피를 마시다 사레가 들린 모습을 보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어째 조금 의심스럽다.

지휘관 절대 안 돼, 스프링필드. 내가 너희들에게 이벤트를 열어주기 싫은 게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오늘은......

걔들한테 할로윈을 즐기라고 하면, 과자 조르기나, 거리에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 같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들만 하면 모를까...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신다든가, 보급 창고를 몰래 열고 들어가 파티를 연다든가, 아니면 연구실에 있는 디너게이트의 무장을 제거해버리고선 애완동물로 삼는다든가......
......그 아이들의 행동력으로 못 할 일들은 아니다.

지휘관 오늘만큼은 절! 대! 로! 안! 돼! 걔들 분명 사고 칠 거라고!

스프링필드 아...... 그럼요, 그럼요, 물론이죠. 그래서 제가 지휘관님을 찾아온 거 아니겠어요?

스프링필드가 자신의 겉옷 주머니에서 작전 계획서를 한 장 꺼내더니 나에게 보여주었다.
작전표에는 이번 할로윈 이벤트에서 조직 기강을 준수하기 위해 지켜야 할 일련의 제한 사항들이 적혀있었다.

지휘관 먹을 것에는 제한을 두고 공급한다. 먼저 따뜻하고 잘 섞은 사과주를 주되, 그냥 폭탄주여서도 안 되고, 너무 독한 술을 섞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또, 다 같이 모여서 호박을 조각한다라...... 근처에 있는 거주 구역에서 파는 호박을 이용하면 되니, 이건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테고...... 잠깐만, 맨 마지막에 있는 이건 뭐지? 괴담 대회?

그래도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스프링필드가 제법 고생을 한 것 같다.

스프링필드 꼬맹이들이 겁에 질려 있다면, 멋대로 뛰어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에요.

그렇군. 확실히 좋은 방법이야.

스프링필드 그럼, 전 지금 바로 준비하러 가볼게요.

스프링필드는 내 결재를 받은 이후에, 바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스프링필드의 계획에는 무언가가...... 빠진듯한 느낌이 든다.

지휘관 아, 스프링필드. 잠깐만 있어 봐.

그래, 할로윈에 어떻게 그걸 빠트릴 수 있겠어.

스프링필드 네?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지휘관 시간을 내서 근처 거주 구역에서 파는 골동품들을 한 번 찾아봐 주지 않겠어?

거주 구역의 골동품 중에서 재미있는 물건들을 제법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휘관 할로윈인 만큼, 할로윈 분위기에 맞는 옷을 입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

10월 31일, 저녁 19시 00분.

현재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양호하다. 난동을 부리는 인형은 없으며, 길 위에는 개구쟁이 인형들 몇 명만이 나에게 사탕을 조르러 왔을 뿐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탕이나 과자 같은 것들은 일찌감치 미리 준비해놓았다.
그런데 나한테 사탕을 조르러 온 인형 중에 꽤 특별한 인형이 있는 것 같다......

지휘관 어째서 네가 사탕을 받으러 온 거야, M14.

M14 헤헷, 할로윈이잖아요! 고마워요, 지휘관.

??? 후후, 할로윈이니까요. M14, 거기서 뭘 또 그렇게 싱글벙글하고 있는 거죠?......

등 뒤에서 스프링필드의 목소리가 들려온 그때, 내 등 뒤에 어떠한 즐거움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휘관 그게 아니라 스프링필드, M14가......

그때 난 처음으로 스프링필드가 다른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두운 갈색빛이 나는 치마에 매치시킨 벨트는 그녀의 허리 라인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트여있는 치맛자락 사이로 다리를 감싸고 있는 검은색 스타킹이 보였다. 기다란 검은색 망토가 그녀의 어깨를 적절하게 가려주고 있었지만,
미처 가려지지 않은 가슴 끝자락의 피부가 감춰져 있는 다른 부분들을 상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스프링필드 지휘관님? 지휘관님?

지휘관 아......어? 뭐라고?

내가 추태를 부린 것을 눈치챈 스프링필드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안에 쥔 막대사탕을 흔들었다.

스프링필드 그... 지휘관님...... 너무 빤히 쳐다보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그제야 스프링필드가 왼손에 들고 있는 바구니에서 까만 고양이가 조용히 자고 있는걸 발견했다. 스프링필드의 손이 그 녀석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고 있었다.

지휘관 어디서 데려온 거야?

스프링필드 카리나가 구호소에서 데리고 온 건데요, 너무 귀여워 보여서...... 아, 죄송합니다. 먼저 지휘관님의 허락을 받았어야 했는데......

지휘관 괜찮아. 구호소에서 데려온 만큼 잘 돌봐줘.

세상이 이렇게 된 마당에, 생존자들 틈바구니에 자그마한 생명 하나가 더 끼어드는 게 뭔 대수겠는가.
손을 뻗어 새까만 고양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려고 하자 고양이가 눈을 떴지만, 나를 무서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 가자, 스프링필드. 애들이 식당에서 조각할 호박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우리는 같이 시끌벅적한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저녁은 매우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