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2000 - 고성에서의 모험

스프링필드와 함께 식당으로 향하는 동안 맘속으로 준비는 했다지만 식당에 도착한 순간 나는 식당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할로윈 분위기에 가슴이 크게 뛰었다.
식당 중앙에서 시선을 끄는 커다란 좀비 인형, 게다가 벽에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램프들 하며, 인형들이 테이블에서 열심히 조각 중인 호박에, 해골 모양의 그릇까지......
......세상에

지휘관 스프링필드, 이거 전부 너희가 준비한 거야?

스프링필드 네, 완전 할로윈 분위기 나죠?

조금 심한 것 같긴 한데——
아마 보고 놀라는 불쌍한 녀석들이 있을걸, 지휘부가 미네소타주는 아니니까.
꼬맹이들이 보고 놀랄 게 분명한 저 물건들은 차치하고, 식탁 위에 가득한 저 사탕이랑 호박들, 그리고 할로윈 복장을 하고 식당 안에 모인 인형들, 전투 후에 느끼는 평온함... 사실 어느 정도 할로윈 분위기가 나는걸.

지휘관 그러면 오늘 무슨 이벤트라도 있는 거야?

스프링필드 음..... 저번에 지휘관님과 정했던 걸 빼면 아직 없어요. 애들이 말했던 이벤트는 너무 자유분방해서 제가 단칼에 거절했어요.

지휘관 거절했다고?

스프링필드 그녀들이 무슨 짓을 할지 생각해봐요~

......그래, 기지 안에서 순수하게 웃는 괴물 녀석들을 잠시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지휘관 ......그런가, 이벤트를 통일하는 것도 좋겠네.

거기다 이 귀여운 인형들이 마음대로 날뛰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휘관 그러면, 태피 사탕은 역시 권총이랑 기관단총 인형들에게만 주는 거야?

스프링필드 음... 아니면 우리 지휘관님, 혹시 사과 태피 사탕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 건가요? 마침 남는 것도 있어요.

스프링필드의 그 웃음기를 잔뜩 머금은 눈이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지휘관 흠흠......

나는 곤란한 듯이 헛기침을 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서 제일 먼저 생각 난 것은, 그 츤데레 녀석이다.
만약 내가 먼저 건네지 않는다면, 그녀의 성격상 나한테 찾아와서 달라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지휘관 그러면 이렇게 하죠. 좀 있다 괴담 대회가 있잖아요? 여기 남아있는 태피 사과 사탕을 상품으로 하면 되겠네요.

즉, 편파적인 내부 대회를 열어 그 아이에게 장려상인 척하면서 주면 되겠지.

스프링필드 좋은 생각이에요.

스프링필드가 여우처럼 웃었다.

WA2000 이봐, 지휘관.

고개를 내리니 방금 식당에 도착한 WA2000이 보였다.
확실히 오늘 그녀가 입은 옷이 귀엽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란색의 치마 뒤에 직접 만든 호박 등을 걸고 있었다. 길고 긴 검은색 스타킹 아래에는 특별히 골라온 듯한 노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아마 자기 취향에 딱 맞게 입은 거겠지...
......저 총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대체 밥 먹으러 식당에 오면서도 왜 총을 가지고 오는 거지.
그녀는 어딘가 불만인듯한 얼굴로 허리를 짚고 있었다. 보아하니 테이블 위에서 올려다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불쾌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괴담 대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공지하고 또 사람들을 세면서 시간을 끌려다 보니, 테이블 위에 올라선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말이지.

스프링필드 어머, WA2000도 참가하는 거예요?

스프링필드는 미소를 지으며 스리슬쩍 나에게 곁눈질을 했다.

지휘관 ......어어, 잘됐네!

나는 얼빠진 사람처럼 스프링필드의 말에 동조했다.

지휘관 네가 참가하다니 드문 일인걸. 이렇게 되면 모두 참가하게 되었잖아. 잘됐네!

사람들 사이에서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쏟아져 나온다.
괴담 대회가 인기 만발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상품으로 걸린 스프링필드의 태피 사과 사탕이 탐나는 거라고 해야 하나...

WA2000 하? 뭐? 그리고, 너 나한테 친한 척 하지 말라고.

WA는 불만이 가득한 듯 입을 내밀었지만 어찌 봐도 츤데레스러운 귀여움 뿐이었다.

스프링필드 저쪽에 있는 상품들, 그것 때문에 오신 건가요?

스프링필드가 옆에서 기쁘다는 듯 말했다.

WA2000 아, 맞아.

WA는 뭔가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승낙했다.

스프링필드 좋네요, 이렇게 이번 할로윈 괴담 대회의 명단이 모두 정해졌어요!

그러나, 나의 이야기에 열렬히 응해주는 사람들 와중에 WA2000의 비명이 들려왔다.

WA2000 괴! 괴담 대회라고!? ...언제 그랬어!

스프링필드 어라? 모처럼 저 상품들 때문에 괴담 대회를 진행한다고 말했었잖아요.

......망했다.
WA2000의 이마에 맺힌 굵은 식은땀과 그녀의 굳어버린 얼굴이 괴담 대회는 큰 실책이었다는걸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정해졌으니 밀어붙일 수밖에...

지휘관 ——뭐야, 설마 이게 무서운 거야?

WA2000 누... 누가 무서워한다는 거야! 겨, 겨우... 괴담 따위! 어린 애들을 속이는 거잖아!

......역시 무서워하는구나.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고, WA2000 뒤에서 흰색의 무언가가 다가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WA2000은 아직도 자신의 용감함에 대해 열변 중이다......

WA2000 가짜인 거 다 알아, 하나도 안 무섭거든! 세상에 있지도 않은......

??? Trick or treat!

흰색의 유령이 갑자기 WA2000의 뒤에서 소리쳤고, 그녀의 손에 있던 총을 빼앗아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천 보자기 아래의 장난기 가득한 P7의 얼굴이 정신이 아득히 날아가버린 WA2000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곧이어 고막을 찢는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WA2000 꺄아아아아아아! 내 총 내놔! 싫어, 오지마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