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1 - 은톨이 좀비



그리폰 기지의 어느 숙소.

HK416 야 잠탱이 빨리 일어나! 임무야!

G11 으응...
조금만... 더 잘래...

UMP45 안 가겠다면 억지로 깨우지 마.

UMP9 봐, 내가 오늘은 안 일어날 거라고 했잖아?

HK416 언제는 알아서 일어난 것처럼 말하네.

UMP9 뭐 어때, 45 언니가 저번에 말했듯이, 이번 임무에 한 명 쯤 빠져도 괜찮다고 했잖아.

HK416 보수도 삼 등분 하면 된다는 거지?

UMP9 그래 맞아.

HK416 그럼 이견 없어.
오히려 간단한 임무가 되겠네.

UMP9 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1분만 더 기다릴 테니까, 깨울 거면 지금 깨워.

UMP9이 숙소에서 나갔다.

HK416 너 진짜...

HK416은 뒤돌아 침대 위의 G11을 한 번 찼다.

G11 아야! 아파... 안 간다고 했잖아...

HK416 또 게으름 피울 생각이야?

G11 오늘은 휴가 신청한다고 했잖아, 여기 환경에 좀 익숙해져야 하니까...

HK416 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하는 소리지?

G11 그리폰 숙소.

HK416 여기가 네 집이니? 여기서 평생 살 생각이야?
우린 불법 인형이야.
그리고 그리폰은 너 같은 게으름뱅이 따위 안 받아줘.

G11 나도 알아...
잠깐 뿐이라도 좋으니까 여길 즐기게 해줘...

HK416 ...
허튼 희망을 품는 거야? 아니면 시간을 끌 생각이야?

G11 내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
... 대충.

HK416 ... 어디로 돌아갈지는 네가 알아서 정해.
하지만 나도 언제까지고 기다리진 않아.

G11 ... 416, 난 너처럼 될 수 없어.

HK416 그 전에 지금 넌 너 자신조차 아니지.

G11은 배개로 얼굴을 덮었다.

G11 안 들려!

HK416 이번엔 네 맘대로 해.

G11은 HK416이 한숨을 쉬는 소리를 들었다.

HK416 하지만 G11...
언제나 "다음 기회"가 오는 건 아니야.

HK416이 방에서 나가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G11 ... 난 잘못 없어... 맞지?
맞아... 난 잘못 없어.
난 그냥 한숨 푹 자고 싶은 거야...
오늘은 내 휴일이야...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마...

똑똑똑!

G11 어? 416이 돌아왔나?

똑똑똑!

G11 급한 일이 있나? 열쇠라도 깜빡한 걸까...?

G11은 하품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문 앞에 다가갔다. 문을 연 순간... 후회했다.

스프링필드 안녕하세요, 저기...
숙소 명단에 등록된 이름이... G11 씨, 맞으시죠?

G11 어... 저...
사람 잘못 봤어요!

G11이 문을 닫지만, 스프링필드가 문틈에 발을 끼어 막았다.

스프링필드 아, 잠깐만 기다려주실래요?

G11 으으...

스프링필드 아, 제가 놀라게 했나요? 미안해요, 제가 실례했네요.
여기 기지에 있는 인형들 얼굴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못 보던 얼굴이라, 인사말도 준비하지 못했네요.
정식으로 소개하죠, 스프링필드 M1903이에요, 잘 부탁해요.

G11 저, 난 G11, 잘 부탁해...
(... 잠깐만, 이러면 내가 G11이라고 인정하는 거잖아...)

스프링필드 안녕하세요, G11 씨. 우리 기지에 핼러윈 행사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지휘관님께서는 기지의 모든 인원이 어느 정도라도 행사에 참여하길 바라셔요.
명단에 임무 중도 아니고, 핼러윈 준비 작업도 없는 인형이 보여서 물어보러 왔어요.

G11 핼러윈...
난 별로 흥미 없어, 모처럼 오늘 쉴 수 있게 됐는데...

스프링필드 물론,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아요, 작전 임무처럼, 수고한 인형에겐 수고한 만큼 보수를 드릴 거예요!
어디 보자, G11 씨는 사탕이나 과자 같은 걸 좋아하나요?

G11 사탕...!
(으음... 못 먹어본 지 며칠이나 됐더라...)
(돈도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이번엔 보수도 못 받고...)

스프링필드 G11 씨?

G11 음...
사탕을 준다면 좀 도와줄게.

스프링필드 후훗, 그럼, 약속했어요.

G11 저기... 너무 힘든 일은 시키지 말아줘...

스프링필드 아무튼, 약속했잖아요?

G11 엉?

G11이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스프링필드에게 행사 준비 장소로 끌려갔다.

그리폰 기지 어느 창고.

G11 그냥 거절할 걸 그랬나...

M1919A4 어, 왜? 모처럼 일 년에 한 번뿐인 빅 이벤트인데!

마카로프 임무에 참여한 이상, 도망자는 용서할 수 없어!

스프링필드에게 끌려온 G11을 이 두 인형이 부려먹기 시작했다. 도망칠 길이 없어진 G11은 꼼짝할 수 없었다.

한 명은 흡혈귀 같은 분장에, 또 한 명은 머리에 커다란 호박을 얹고 있었다.

G11 난 그냥 사탕을 받으러 왔단 말이야! 사탕만 받고 가면 안 돼?

마카로프 아무래도 너무 솔직해서 속마음을 감출 줄 모르는 인형인 것 같네.
사탕이 하늘에서 거저 내릴 리가 없잖아? 열심히 일해야 받을 수 있는 거야.

G11 으에에...

M1919A4 마카로프도 너무 겁주지 마!
사실, 준비과정은 좀 힘들어도, 귀신 역할 담당이 제일 재밌어!

G11 재밌다니, 무슨 말이야?
일하는데 재미가 어디 있어?

M1919A4 물론 있지! 여기 귀신의 집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거야!
녀석들이 놀라는 모습만 상상해도 기대되지 않아?

G11 기대... 되다니...?

M1919A4 흐흥...

마카로프 두 손 번쩍 들어.

G11 어?

마카로프 M1919, 붕대 줘봐....
음... 아직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M1919A4 아 맞다! 지금 안 쓰고 남은 장난감 칼이 있잖아?

마카로프 그거 좋네, 그걸 머리에 붙여놓으면...

자신을 가지고 노는 두 인형에게 G11은 힘없는 비명소리를 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M1919가 G11에게 거울을 보여주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졸린 눈이 휘둥그레졌다.

온몸에 하얀 붕대를 칭칭 감은 것뿐인 엉성한 분장이지만, 내용물의 하얀 피부와 얼빠진 표정과 어울려 그럴싸한 언데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G11 이게... 내 모습이야?

M1919A4 그래 그래! 어때, 천재적인 아이디어지? 흡혈귀에, 프랑켄슈타인에, 고양이 요괴...
회의할 때 뭔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좀비가 빠질 수 없지! 언데드 없는 호러물이 어디 있겠어!

G11 응응, 맞아...! 호러에 좀비가 빠질 수는 없어!

M1919A4 오오! 마음이 맞는 동료로구나! 너도 짐의 권속이 되겠느냐?

마카로프 분장에 필요한 재료랑 도구가 다 떨어져서 압박붕대로 때운 거지만...
... 의외로 그럴싸하잖아? 모델이 어울려서 그런 건가?
잠깐... 이제 시간이 없어, 곧 행사가 시작될 거야.

M1919A4 어라?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어? 준비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

G11 저, 저기. 구체적으로... 난 어떻게 하면 돼?

마카로프 넌 저기 관짝 안에 누워있어, 누가 지나가면 신호를 보내줄 테니까, 타이밍에 맞춰서...

M1919A4 잘 들어, 너는 우리의 에이스야, 야구로 치면 4번 타자, 최후의 보루!
좀비가 관짝을 열고 흙 속에서 튀어나와 끔찍한 울음소리와 함께 불청객을 덮치는 장면!
겁도 모르고 묘지에 들어선 어리석은 청년들은 무지함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르게 되고!
피가 튀기고! 비명이 터지고! 결국 살아남은 사람은 전기톱으로 대화하는 자이니!

마카로프 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봐...

G11 나, 난 알 것 같아!
응, 완전히 눈 앞에 펼쳐질 것 같은 장면이야!

마카로프 저렇게 M1919와 합이 맞는 것도 희한한 일이네... 뭐 이런 것도 괜찮지.

M1919A4 좋아, 아주 재능이 있어 보이네! 그러니까, G11이라고 했지?

G11 으, 응...

M1919A4 내 이름은 M1919, 오늘 처음 보는 사이지만, 네가 마음에 들었어!

마카로프 마카로프야.

M1919A4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 기회 있으면 같이 임무에 나가거나 얘기를 나누자.
하지만 지금은 모두 제자리에 돌아가서 저 어리석은 불청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고.

G11 어, 응...!

G11은 바로 의욕으로 가득 차 관 속에 들어갔다.

마카로프 그 우리도 각자 제자리로 가자고.

M1919A4 전력을 다해서 오는 녀석들 족족 모두 기절시켜 버려!

관의 덮개를 덮자, 비좁은 관 속은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두컴컴해졌다.

그래도, G11은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G11 헤헤, 설마 나도 다른 사람의 기대를 받을 줄이야... 그것도 좀비 연기라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야.
기대에 보답해야 해... 그럼 어떤 느낌으로 등장할까?
시즌 10에서 다리를 질질끌면서 끄어어어 하는 방식도 괜찮고, 돌연변이해서 끼에에엑 하면서 날뛰는 감염자 같은 느낌도 괜찮고...
다만... 내가 그렇게 변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편안하게 좁은 공간에서 기다리다 보니, G11의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갔다.

G11 시즌 13 마지막의 거대 패왕 좀비...
쿨쿨쿨......
.......

G11이 다시 눈을 떴을 때...

G11 음냐음냐... 이젠 배불러... 좀비 메이드 씨...
음... 시끄러워... 좀 더 자고 싶은데... 저리 가 9... 앗!
나 잠든 거야? 아직 관짝 속인가?
어,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
왔다 왔다...!
어라, 이 관짝... 어떻게 열더라??

G11 어쩌지...!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등장하기로 약속했는데...!

G11은 덮개를 발로 차서 열었다.

G11이 관에서 나오자, 눈앞에는 작은 호박같이 입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인형과 그 손을 잡고 있는 다른 누군가가 보였다.

G11 (좋아, 지금 바로 내가 화려하게 등장할 차례야...)
우오오오오... 쿠오오오오...

MP5 꺄아아아아아악!!

G11 (효과 만점이다! 이 기세로 가는 거야!)
크흐흐흐흐... 케헤헤...

??? 모두 진정해! 모두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

MP5 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 저리 가! 저리 가!

??? MP5, 진정하라니까!

G11 ... 어?

예상과 다르게, G11 눈앞의 인형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MP5 저리 가! 저리 가라고!

G11 으아! 아얏! 아파! 그, 그만해... 아프다고... 아, 아야!

MP5 이야아아아앗!!

G11 때, 때리지 마! 미안해! 잘못했어... 아아아...

??? 싸우지 마!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거지...

두 인형은 처절한 비명소리를 지르다, 한쪽의 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폰 지휘실.

스프링필드 정말 미안해요, 설마 그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 많이 아팠죠...
MP5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까. 사과로 사탕을 잔뜩 줄 테니까, 용서해줄 수 있나요?

G11 흑, 응...

사탕 한 통을 품에 안고 G11이 훌쩍이며 끄덕였다.

스프링필드 착하지 착하지. 그럼 전 뒷정리를 하러 갈 테니까, 여기서 잠깐 기다리세요.
아직도 아픈 곳이 있다면, 수복실에 가서 검사받는 게 좋을 거예요.

G11 으으... 응...
(영문도 모르게 얻어맞았지만, 얻은 건 있으니까...)

??? 이제 괜찮니? 아직도 머리 아파?

G11 넌...
... 지휘관이야?

지휘관 내 얼굴을 기억하나?
뭐...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지.

G11 ... 내가 누군지 아는 거야?

지휘관 물론, "존재하지 않는 소대"의 G11.
그렇다고 해도, 지금 너희가 여기를 전진기지로 삼아 잠시 숙박하고 있는 동안에는, 너희를 신경 써주는 게 내 의무야.
다른 대원이 널 두고 임무에 나간 걸 보고, 신경 쓰여서 스프링필드를 보냈어.

G11 후우...
난 그냥... 잠깐만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남은 거야.

지휘관 그렇다면, 이쪽으로 이적하지 않을래?

G11 ... 엉?

지휘관 너만 좋다면, 내가 이유를 둘러대서 여기에 남게 해줄게.
작전 지휘 말고도, 그리폰에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지휘관의 직책이니까.

G11 우수하다고...? 아니, 난 전혀 우수하지 않아.

지휘관 어허, 그건 네가 판단할 일이 아니지.

G11 아, 안 돼... 내, 나한텐 그런 문제를 결정할 권한이 없어.

지휘관 그렇다면, 천천히 생각해도 좋아.
너희 리더나, 고용주에게 물어보면 어떻겠니? 나중에 또 만날 수도 있잖아.

G11 또 만난다 해도 그땐... 앗!

G11은 무릎 위의 사탕 통을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눈빛을 바꿔 자리에서 일어났다.

G11 저기, 지휘관... 혹시 내가 끼어든 것 때문에... 행사에 참여한 모두의 기억이...

지휘관 네가 그리폰 숙소에 있는 동안에는 우리 회사에서 대기 중인 인형이니까 안심해도 돼.
너희끼리의 임무에 참가한 것도 아니고, 행사도 기밀 사항이 아니니, 기억을 지울 이유는 전혀 없어.

G11 아... 아니야... 그런 건.... 나나 지휘관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MP5를 겁먹게 했고... M1919와 마카로프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도중에 잠들고 말았어...
나 같이 한심한 녀석 때문에... 모두의 소중한 기억이 사라지면...

지휘관 정말 만에하나, 오늘 일 때문에 너와 모두의 기억을 지우게 된다해도 괜찮아.
인간의 기억은 그렇게 쉽게 지울 수 없으니까, 내가 기억하고 있을게. 너 G11이 여기 그리폰에서 핼러윈 이벤트에 참가했던 일을 말이야.

G11 어... 하지만, 그러면 이상하게 되지 않아?

지휘관 이상하게 되다니?

G11 그러니까... 내 마인드맵 기록이 수정되고... 다시 지휘관하고 만나면...
지휘관 머릿속에는 내가 둘로 되는 거잖아? 하나는 404소대의 G11, 또 하나는 그리폰의 G11...
기억은 연속되지 않고 모순되는 존재가 되어서, 마치 외계인에게 납치당해서 바꿔치기 된 사람처럼... 보기만 해도 불편할 거야...

지휘관 그래도 양쪽 다 G11인 건 틀림 없잖아.
그리고, 중요한 건 G11 네가 그리폰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G11 난... 그리폰에 있는 것도...

G11이 뭔가 말을 이어가려고 할 때,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하지만 눈꺼풀이 매우 빠른 속도로 깜박였다.

지휘관 (암호 통신인가... 그렇다는 건...)

툭! G11이 정신을 차렸을 때 손안의 사탕을 놓치고 말았다.

G11 저, 저기... 지휘관... 지금 바로 집합하러 가야 돼...
지금... 내가 필요한 상황이 생겼대.

지휘관 동료가 불러서 가는 거니?

G11 응, 416이 데리러 오고 있어.
난 아직... 돌아갈 곳이 필요하지만, 여긴 아니야.

지휘관 물건은 챙기고 가야지! 사탕 안 가지고 가니?

G11 그거 M1919하고 마카로프한테 대신 전해줘...!
그리고 미안하다고 전해줘! 도중에 잠들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어... 사탕 꼭 전해줘!

G11은 허둥지둥 오늘 받은 보상을 버리고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난 바닥에 떨어진 사탕 통을 주워들었다.

지휘관 404의 G11과 그리폰의 G11인가...
... 언제쯤이면, 두 G11이 하나 되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