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lker
나이를 먹을수록, 눈앞의 세상은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삶은 삶이라 할 수 없다.
어떤 이들은 한 걸음씩 나아가, 마침내 광활한 무대 위에서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지만
어떤 이들은 정해진 규칙에만 따르며, 앞서간 이들이 이뤄놓은 것에만 의지하며 살아간다.
감자칩의 포장을 뜯을 때조차 언제나 ‘뜯는 곳’ 표시를 따라야만 하는 등
M950A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쾅쾅쾅!
문 열어!
야, 빨리 문 열어!
나는 이런 사람이 싫다...
문 열라고! 숙소 점검이야, 빨리!
...철컥.
좋은 아침이야, M950A.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너 자고 있었지!
머리 말리느라, 못 들었어.
참나... 그런 건 일찍 일찍 좀 하라고.
AEK999는 어디 갔어? 곧 있으면 훈련이 시작되는데.
......
빨리 말해, 썬더. AEK 그 녀석 또 어디로 사라진 거야?
............
그런 표정 짓는다고 그냥 넘어가 주지 않을 거야.
뭐라고 해도 내가 여기 부소대장이니까 나를 좀 존중해달라고——
...잠깐, 뭐야!
...썬더는 갑자기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자 잠깐만... 너, 너 무슨 생——
...뻥!!
...썬더가 M950A를 향해 발사한 총알은 목표의 머리카락 끝을 스쳐 지나갔고, 숙소 밖 복도에 거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
너, 너, 너너! 갑자기 뭐 하는 거야!
감정표현.
무슨 감정을 총으로 표현해! 게다가 네 총소리는 엄청 큰 거 몰라?!
무서웠어.
네가 너무 몰아붙여서 무서웠어.... 이제 좀 괜찮네.
...썬더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AEK는 아침 일찍 나가버려서 나도 어딨는지 몰라.
그럼 그렇게 말하면 되지, 무섭긴 뭐가 무섭다고!
그리고 걔를 잘 감시해야 한다니까? 그래서 너희 둘을 같은 숙소에 배정한 건데...
“하늘 같으신 선배님들이 막 입사한 그리폰 신인에게 하사하는 충고” 제 999조, 아무도 AEK999를 찾을 수 없다, 그녀가 원할 때는 예외.
그런 충고 시리즈 들어본 적도 없어...
잠깐... 잠깐 AEK가 어디 있는지 알 거 같아...
그 녀석 분명히 또 ‘그 곳’에 갔을 거야! 좋아, 현행범으로 체포해주지!
......
뭘 멍 때리고 있어, 너도 같이 가야지!
나도 가야 돼?
너는 내 파트너잖아, 당연히 같이 가야지!
언제부터?
처음부터! 우리 같이 여기 물러터진 분위기를 바로잡기로 약속했잖아!
그건 네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거고.
그럼 계속 도와주고 있던 건?
너밖에 날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는 걸,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만큼은 나처럼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이라고 믿었으니까!
대장이 착해빠져서 아무 말도 안 하니까 팀에 AEK 같은 문제아가 생기는 거라고.
게다가 TMP는 머릿속이 온통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는 침묵변태고...
너라도 내 말을 들어주니까 다행이지, 너 아니었으면 아마 난 팀에서 왕따가 됐을 거야.
알고 있었네.
아까 내가 무섭다면서 그런 말은 왜 주저없이 말하는 건데!?
모두들 네가 지휘관 앞에서는 내숭 떨면서
우릴 괴롭힐 땐 신나 보인다고 하는걸.
위계질서는 명확해야 하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건 당연한 거야.
어째서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건데, 진짜...
그리고... 내가 언제 내숭을 떨었다는 거야...
그래서, 뭘 도와주면 되는데?
내가 항상 하는 일.
...M950A와 썬더가 복도를 걷고 있다.
썬더, 난 네가 나를 도와서 함께 노력해줬으면 해. 왜냐하면...
나한테 돈 줄 거야?
그게 아니라!
내 말은 너도 지휘관님한테 칭찬을 받고 싶을 거 아냐?
별로... 그냥 네가 시키는 대로 할게.
안돼! 난 네 마인드맵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변화를 원해! 넌 분명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리폰의 일원으로서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되는 거잖아, 그치?!
하지만 여긴 철혈도 오기 싫어하는 곳인데...
그래, 맞아, 이 도시는 이미 완전히 폐허가 돼버려서,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몇 년이나 됐지.
하지만 채굴팀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 구역을 지키는게 우리의 임무야!
그래도 채굴이 다 끝나면, 모두 흩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겠지.
그날이 언제 찾아오든, 그전까지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라고, 무조건 잘 해내야해!
아무도 관심 없을걸, 애초에 지휘관도 우리한테 편하게 있으라고 했고.
지휘관님이 우릴 항상 케어할 수 없으니까, 더욱더 스스로 잘 하려고 노력해야지.
이대로 가다가 만약 철혈이 기습 해온다면, 그때는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 뒤야!
마지막 순간까지 풀어져서는 안돼, 너도 여기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진 않잖아, 썬더?
M950A, 넌 그동안 나한테 잘 대해주고, 내게 말도 걸어줬어.
그러니까 도와줄게, 아쉬움 같은 건 없지만.
오케이, 하지만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건 언제나 옳은 일이야.
그럼 우린 이제 정식으로 파트너가 된 거야!
파트너?
그래, 같이 그리폰의 기강을 바로잡을 파트너 말이야!
좋아, 도착했다.
...둘은 음산한 기운이 맴도는 밀실에 도착했다.
여기는 어디야? 아주 깊이 숨겨져있네.
쉿... 조용히 해, 함부로 움직였다 들키면 안 돼.
기억하지? 여긴 예전에 오락실이었던 곳인데, 우리가 주둔하면서 TMP네가 고쳤어.
버려진지 오래돼서 보통은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지만.
PC방?
비슷한 거야, 다만 헬멧을 쓰는 식으로... 전자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내가 보기엔 AEK 그 녀석... 분명히 여기 있어.
안에서 뭘 하는데?
오락실이었다니까...
게임 아니면 웹서핑이나 채팅 같은 걸 하고 있지 않을까?
웹서핑이라니...
언제적 인형이야, M950.
무슨 상관이야! 이제 안 쓰면 되지!
아무튼 그런 거에 중독되면 안 된다고! 반드시 들어가서 AEK를 끄집어 내야 해——
날 끄집어내서 뭐 하려고.
으악...!
미안, 놀랐어?
근데 우리 부대장님께서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썬더까지 데리고.
무슨 일이긴, 당연히 널 찾으러 왔지!
너야말로 여기에 뭐 하러 왔는데!
자료 찾으러 왔어.
조금 이따 훈련이 있잖아?
보다시피, 전술인형이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며 인류의 경험을 습득하는 건데.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닌가?
정.말.이.야?
훈련할 때 가장 대충대충 하는 게 네 녀석이잖아, 항상 게으름만 피우고!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도 노력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으면 안 되지.
부대장, 설마 내가 채팅이나 게임 하러 온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부대 기강을 바로잡는 건 좋지만, 그전에 부대원을 잘 알아야 하지. 내가 그렇게 할 일 없는 인형으로 보여?
흥, 알 필요 없어.
AEK, 네가 공부를 하러 왔는지 웹서핑을 하러 왔는지는...
오락실 사용 기록을 조사해보면 다 나올 거야.
......
...M950A가 AEK999를 쏘아봐도, AEK999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다.
...몇 초 뒤.
...웹서핑.
시끄러워, 썬더!
따라 들어와, 당장 진실을 파헤쳐줄 테니까!
그때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무, 무슨 일이지!
경계경보야! 적이 나타났나 봐!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허억, 허억...
쏘지마, 썬더! 아군이야!
TMP? TMP 맞지! 무슨 일이야, 빨리 보고해!
철, 철혈이에요! 정찰부대가 먼 곳에 있는 철혈을 발견했대요!
대장이 모두 집합하라고 했어요, 대장은 지금 지휘관님께 연락해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요!
그럼 가자, 모두 따라와!
드디어 왔구나... 훈련이 아닌 진짜 실전!
지휘관님과 모두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어!
앗, 모두 모인 거야? 정말 빠르네...
어떤 상황이야, 대장?
철혈은 어디까지 왔어? 언제 반격에 나설 거야?!
진정해 진정해, 사실 출격할 필요는 없어. 지금 철혈은... 한참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엥?
심지어 우리 기지의 감시 범위 밖이야. 그냥 모처럼 정찰 부대가 발견했으니까 모두를 소집해서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한 거였어.
기껏 지휘관님까지 호출했으면서 안 싸우는 거야?
어... 그게...
지휘관님께선 적들은 우리 쪽으로 오는 게 아닌 거 같다고 했어. 물론 강해보이지는 않으니까 출격해도 별로 상관없지만...
최근 본부에 일이 많아서... 아, 아마... 저희까지 신경 쓰실 여유가 없으실 거예요...
놈들도 그냥 지나가는 길이겠지, 굳이 우리가 멀리까지 찾아갈 필요 없잖아.
그냥 내버려두자, 모두들 따로 할 일이 있을 거 아냐.
응? 항상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시던 AEK님께서 왜 갑자기 겁을 먹으셨을까?
쓸데없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야.
...썬더는 어떻게 생각해?
선제공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맞아, 철혈은 우리의 적이니까 당연히 해치워야지. 적이 쳐들어와야 나서면 주도권을 잃고 말아.
하, 하지만 저희는 싸워본 지 너무 오래 됐는 걸요...
그러니까 이번이 바로 실전을 경험할 기회인 거야, 주도권을 뺏기면 안 돼.
그래서 모두의 의견은... 싸울 거야 말 거야?
(절래절래)
정찰 부대 보고 좀 더 지켜보라고 하는 게 좋겠어.
선제공격.
싸우자! 단숨에 해치우자!
나도 공격에 한 표, 우리를 노리는 게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게다가... 모처럼 임시 지휘권한을 얻어 놓고 여태껏 한 번도 못 써봤는데, 이제 한 달 뒤면 반납해야 한다고.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도 대장이 된 기분을 느껴봐야 되지 않겠어?
흐흥, 그래야 우리의 대장답지——어때, AEK?
쳇... 알았어, 나도 싸움을 꺼리진 않으니까.
좋아, 그럼 득표수 3대2로 출격하는 걸로 결정.
오랜만에 몸을 푸는 거니까 다들 준비 단단히 해.
...소대 정비중.
AEK, 지금 싸우러 가는 마당에 그 해드폰 계속 쓰고 갈 거야?
넌 음악 싫어해?
전투 중에 음악을 들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잖아.
난 정반대야. 걱정 마, 네 발목 안 잡을 테니까.
그럼 다행이고.
...M950A가 떠나고, TMP가 다가왔다.
AEK? 전투... 문제 없겠죠?
지금 컨디션 최고야.
방금 새로운 노래를 하나 찾았거든, 들어볼래?
아... 네...
...TMP가 헤드폰을 AEK의 공유 채널에 접속하자, AEK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음악 재생.
이 노래... 역시 그 “도시”에서 받은 건가요?
맞아, 나한테 어울리지? 오늘 난 날아다닐 거라고.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갈 건가요? 약속했잖아요, 다시는——
안 갈게...
이제 안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TMP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둘! 빨리 따라와! 출발한다!
알았어!
가자, TMP.
한바탕 날뛰고 오자고!
...작전 종료, 순조롭게 철혈 제대를 섬멸했다.
너~무 약하잖아!
여긴 어떻게 전투마저도 재미가 하나도 없냐!
이런 생활을 앞으로 얼마나 더해야 하는 거야, 적이고 팀원이고 진짜 지루해 죽겠네...
AEK?
아, 아무것도 아냐, 그냥 불평 좀 해봤어.
TMP 넌 괜찮아?
으... 너, 너무...
너무 긴장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끝나버렸어요.
적들은 다 처리했으니, 이제 철수하면 되는 건가?
철혈의 후속 부대는 없는 거죠, 대장?
없을 거야.
지휘관님이 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그냥 지나가는 철혈 수송 부대였을 거라고 하셨어.
뭐? 왜 수송 부대가 이런 곳을 지나가는 거야?!
중요한 건... 역시나 별 거 아니었다는 거지, 950.
그게 뭐 어때서, 오전 훈련을 대신 한 셈 치면 될 거 아냐!
어휴, 왜 또 싸우고 그래.
우리가 이겼잖아, 모처럼 실전에서 승리했다고.
자자, 다들 돌아가서 쉬자고, 오늘 저녁엔 승리를 기념해서 파티를 여는 게 어때?
미안, 난 고작 이런 승리로는 아무런 감흥이 없어서.
오늘 밤에 난 빠질게, 모두 재밌게 놀아.
...AEK가 멋대로 떠나갔다.
AEK...
저 녀석... 요새 왜 저렇게 기운이 없는 걸까...
......
썬더, 따라가자.
...M950A와 썬더가 살금살금 오락실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쉿! 왜 인사를 하는 거야!
아... 다행히 AEK는 아직 안 왔나 보네.
그럼 이따 다시 올까?
아니야, 여기 숨어있다가, 걔가 앉아서 인터넷을 켜면 “아~하!” 하면서 현장을 덮치는 거야!
아... 하...
그건 역시 내가 하는게 좋겠다...
AEK가 과연 올까?
그 녀석, 출격하기 전부터 싸우길 꺼려하고 작전에서 빠지려고 했어. 녀석의 평소 모습이랑 완전 딴판이었다고.
그러니까 아직 여기에 미련이 남아있는 게 틀림없어.
...우리 스토커 같아.
이건 잠복수사라고 하는 거야! 빨리, 일단 숨자.
...두 인형은 몰래 훔쳐볼 시야만 확보한 채, 몸을 숨겼다.
...십 분 뒤.
...한 시간 뒤.
...두 시간 뒤.
950...
950, 일어나...
우응...
으읍!
조용히 해, AEK가 왔어.
네가 소리를 지를까 봐 미리 입을 막은 거야.
...M950A가 고개를 끄덕이자 썬더가 입을 가린 손을 풀었다.
......
역시 나타났군, AEK999.
...AEK999가 자리를 찾아 앉은 뒤 케이블을 연결했다.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15분 뒤, 여전히 조용하다.
950, 자면 안돼.
안 잤거든!
이쯤이면 됐을 거야, 저 녀석 분명히 푹 빠져있겠지.
가자,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알아내자고!
...M950A와 썬더가 조심스럽게 AEK의 자리에 다가가 관찰하기 시작했다.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모르겠다니, 그런 건 모니터만 보면 알 수 있잖아...?
잠깐... AEK의 의식이... 없어?
...950이 AEK를 건드려 봤지만, AEK는 조용히 누워있을 뿐, 아무 반응이 없다.
수동으로 조작하는게 아니라, 마인드맵으로 직접 데이터 채널에 접속했어.
AEK의 의식이 데이터 플랫폼 심층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TMP... 도대체 이 장비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혹시 전자전 훈련을 하는 걸까...
그럴 리 없어, 높은 수준의 개조를 받지 않으면 우리 같은 인형들은 전자전의 강도를 견디지 못해.
그럼,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방법이야 있지! 이리 와봐!
...M950A가 썬더를 옆자리로 끌고 왔다.
저 녀석의 채널은 암호화되지 않았어, 같은 채널로만 맞추면 저 녀석과 같은 섹터로 접속할 수 있을 거야.
열심히 공부 중인지 아니면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이제 곧 알 수 있겠지.
대장한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위험해 보이는데...
걱정할 필요 없어, 나도 채팅 플랫폼에 접속해본 경험 정도는 있다고, 그냥 소셜 네트워크의 서버일 뿐이야.
해봤자 아바타를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꾸미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애교를 부리는 공간이 아니겠어?
그렇게 간단할까?
어쨌든 AEK999가 어디에 접속해 있는지는 모르는 거잖아.
데이터 세계가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 AEK가 갈 수 있다면, 우리도 갈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너도 함께니까.
내가?
그래. 난 널 믿어, 썬더.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른다 해도,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 문제 없을 거야. 그래서 무섭지 않은걸.
...썬더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
가자! 이번에야말로 AEK999의 비밀을 알아내고야 말겠어!
...M950A와 썬더는 자리에 앉아, 데이터 링크 장비에 접속했다.
준비 됐어?
응, 접속하자!
라져.
...썬더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Into the Brains——!
뭐——?!
...위잉!
으윽——!
...한 차례 어지럼증을 느낀 후, M950A는 현실에서의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데이터 플랫폼에 빨려 들어갔다.
......
...한참이 지난 뒤.
M950...
M950?
으윽...
...M950A는 눈을 뜨려고 했지만, 가상 공간에서의 시각이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콜록...
난 좀 더 쉬어야 할 것 같아, 썬더...
나도...
정말이지, 역시 전용 모듈이 없으면 적응하기 힘드네...
별로 깊은 플랫폼까지 들어온 것도 아닌데, 마인드맵이 타버리는 줄 알았어...
우리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우리... 제대로 도착한 거 맞아?
아마... 맞을 거야...
아마? AEK는? 어딨는지 보여?
안 보여.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
사람이 많아? 확실히... 주변이 시끄럽긴 한데...
여긴 어떤 곳이야? 방은 커?
방... 어느 방 말이야?
에? 어느 방이냐니, 당연히——
...M950A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었다.
...그리고, 눈 앞의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
어, 어어...
여,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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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눈앞의 세상은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삶은 삶이라 할 수 없다.
어떤 이들은 한 걸음씩 나아가, 마침내 광활한 무대 위에서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지만
어떤 이들은 정해진 규칙에만 따르며, 앞서간 이들이 이뤄놓은 것에만 의지하며 살아간다.
감자칩의 포장을 뜯을 때조차 언제나 ‘뜯는 곳’ 표시를 따라야만 하는 등
M950A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쾅쾅쾅!
문 열어!
야, 빨리 문 열어!
나는 이런 사람이 싫다...
문 열라고! 숙소 점검이야, 빨리!
...철컥.
좋은 아침이야, M950A.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너 자고 있었지!
머리 말리느라, 못 들었어.
참나... 그런 건 일찍 일찍 좀 하라고.
AEK999는 어디 갔어? 곧 있으면 훈련이 시작되는데.
......
빨리 말해, 썬더. AEK 그 녀석 또 어디로 사라진 거야?
............
그런 표정 짓는다고 그냥 넘어가 주지 않을 거야.
뭐라고 해도 내가 여기 부소대장이니까 나를 좀 존중해달라고——
...잠깐, 뭐야!
...썬더는 갑자기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자 잠깐만... 너, 너 무슨 생——
...뻥!!
...썬더가 M950A를 향해 발사한 총알은 목표의 머리카락 끝을 스쳐 지나갔고, 숙소 밖 복도에 거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
너, 너, 너너! 갑자기 뭐 하는 거야!
감정표현.
무슨 감정을 총으로 표현해! 게다가 네 총소리는 엄청 큰 거 몰라?!
무서웠어.
네가 너무 몰아붙여서 무서웠어.... 이제 좀 괜찮네.
...썬더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AEK는 아침 일찍 나가버려서 나도 어딨는지 몰라.
그럼 그렇게 말하면 되지, 무섭긴 뭐가 무섭다고!
그리고 걔를 잘 감시해야 한다니까? 그래서 너희 둘을 같은 숙소에 배정한 건데...
“하늘 같으신 선배님들이 막 입사한 그리폰 신인에게 하사하는 충고” 제 999조, 아무도 AEK999를 찾을 수 없다, 그녀가 원할 때는 예외.
그런 충고 시리즈 들어본 적도 없어...
잠깐... 잠깐 AEK가 어디 있는지 알 거 같아...
그 녀석 분명히 또 ‘그 곳’에 갔을 거야! 좋아, 현행범으로 체포해주지!
......
뭘 멍 때리고 있어, 너도 같이 가야지!
나도 가야 돼?
너는 내 파트너잖아, 당연히 같이 가야지!
언제부터?
처음부터! 우리 같이 여기 물러터진 분위기를 바로잡기로 약속했잖아!
그건 네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거고.
그럼 계속 도와주고 있던 건?
너밖에 날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는 걸,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만큼은 나처럼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이라고 믿었으니까!
대장이 착해빠져서 아무 말도 안 하니까 팀에 AEK 같은 문제아가 생기는 거라고.
게다가 TMP는 머릿속이 온통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는 침묵변태고...
너라도 내 말을 들어주니까 다행이지, 너 아니었으면 아마 난 팀에서 왕따가 됐을 거야.
알고 있었네.
아까 내가 무섭다면서 그런 말은 왜 주저없이 말하는 건데!?
모두들 네가 지휘관 앞에서는 내숭 떨면서
우릴 괴롭힐 땐 신나 보인다고 하는걸.
위계질서는 명확해야 하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건 당연한 거야.
어째서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건데, 진짜...
<size=30>그리고... 내가 언제 내숭을 떨었다는 거야...</size>
그래서, 뭘 도와주면 되는데?
내가 항상 하는 일.
...M950A와 썬더가 복도를 걷고 있다.
썬더, 난 네가 나를 도와서 함께 노력해줬으면 해. 왜냐하면...
나한테 돈 줄 거야?
그게 아니라!
내 말은 너도 지휘관님한테 칭찬을 받고 싶을 거 아냐?
별로... 그냥 네가 시키는 대로 할게.
안돼! 난 네 마인드맵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변화를 원해! 넌 분명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리폰의 일원으로서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되는 거잖아, 그치?!
하지만 여긴 철혈도 오기 싫어하는 곳인데...
그래, 맞아, 이 도시는 이미 완전히 폐허가 돼버려서,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몇 년이나 됐지.
하지만 채굴팀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 구역을 지키는게 우리의 임무야!
그래도 채굴이 다 끝나면, 모두 흩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겠지.
그날이 언제 찾아오든, 그전까지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라고, 무조건 잘 해내야해!
아무도 관심 없을걸, 애초에 지휘관도 우리한테 편하게 있으라고 했고.
지휘관님이 우릴 항상 케어할 수 없으니까, 더욱더 스스로 잘 하려고 노력해야지.
이대로 가다가 만약 철혈이 기습 해온다면, 그때는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 뒤야!
마지막 순간까지 풀어져서는 안돼, 너도 여기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진 않잖아, 썬더?
M950A, 넌 그동안 나한테 잘 대해주고, 내게 말도 걸어줬어.
그러니까 도와줄게, 아쉬움 같은 건 없지만.
오케이, 하지만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건 언제나 옳은 일이야.
그럼 우린 이제 정식으로 파트너가 된 거야!
파트너?
그래, 같이 그리폰의 기강을 바로잡을 파트너 말이야!
좋아, 도착했다.
...둘은 음산한 기운이 맴도는 밀실에 도착했다.
여기는 어디야? 아주 깊이 숨겨져있네.
쉿... 조용히 해, 함부로 움직였다 들키면 안 돼.
기억하지? 여긴 예전에 오락실이었던 곳인데, 우리가 주둔하면서 TMP네가 고쳤어.
버려진지 오래돼서 보통은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지만.
PC방?
비슷한 거야, 다만 헬멧을 쓰는 식으로... 전자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내가 보기엔 AEK 그 녀석... 분명히 여기 있어.
안에서 뭘 하는데?
오락실이었다니까...
게임 아니면 웹서핑이나 채팅 같은 걸 하고 있지 않을까?
웹서핑이라니...
언제적 인형이야, M950.
무슨 상관이야! 이제 안 쓰면 되지!
아무튼 그런 거에 중독되면 안 된다고! 반드시 들어가서 AEK를 끄집어 내야 해——
날 끄집어내서 뭐 하려고.
으악...!
미안, 놀랐어?
근데 우리 부대장님께서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썬더까지 데리고.
무슨 일이긴, 당연히 널 찾으러 왔지!
너야말로 여기에 뭐 하러 왔는데!
자료 찾으러 왔어.
조금 이따 훈련이 있잖아?
보다시피, 전술인형이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며 인류의 경험을 습득하는 건데.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닌가?
<b>정.말.이.야?</b>
훈련할 때 가장 대충대충 하는 게 네 녀석이잖아, 항상 게으름만 피우고!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도 노력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으면 안 되지.
부대장, 설마 내가 채팅이나 게임 하러 온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부대 기강을 바로잡는 건 좋지만, 그전에 부대원을 잘 알아야 하지. 내가 그렇게 할 일 없는 인형으로 보여?
흥, 알 필요 없어.
AEK, 네가 공부를 하러 왔는지 웹서핑을 하러 왔는지는...
오락실 사용 기록을 조사해보면 다 나올 거야.
......
...M950A가 AEK999를 쏘아봐도, AEK999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다.
...몇 초 뒤.
...웹서핑.
시끄러워, 썬더!
따라 들어와, 당장 진실을 파헤쳐줄 테니까!
그때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무, 무슨 일이지!
경계경보야! 적이 나타났나 봐!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허억, 허억...
쏘지마, 썬더! 아군이야!
TMP? TMP 맞지! 무슨 일이야, 빨리 보고해!
철, 철혈이에요! 정찰부대가 먼 곳에 있는 철혈을 발견했대요!
대장이 모두 집합하라고 했어요, 대장은 지금 지휘관님께 연락해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요!
그럼 가자, 모두 따라와!
드디어 왔구나... 훈련이 아닌 진짜 실전!
지휘관님과 모두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어!
앗, 모두 모인 거야? 정말 빠르네...
어떤 상황이야, 대장?
철혈은 어디까지 왔어? 언제 반격에 나설 거야?!
진정해 진정해, 사실 출격할 필요는 없어. 지금 철혈은... 한참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엥?
심지어 우리 기지의 감시 범위 밖이야. 그냥 모처럼 정찰 부대가 발견했으니까 모두를 소집해서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한 거였어.
기껏 지휘관님까지 호출했으면서 안 싸우는 거야?
어... 그게...
지휘관님께선 적들은 우리 쪽으로 오는 게 아닌 거 같다고 했어. 물론 강해보이지는 않으니까 출격해도 별로 상관없지만...
최근 본부에 일이 많아서... 아, 아마... 저희까지 신경 쓰실 여유가 없으실 거예요...
놈들도 그냥 지나가는 길이겠지, 굳이 우리가 멀리까지 찾아갈 필요 없잖아.
그냥 내버려두자, 모두들 따로 할 일이 있을 거 아냐.
응? 항상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시던 AEK님께서 왜 갑자기 겁을 먹으셨을까?
쓸데없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야.
...썬더는 어떻게 생각해?
선제공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맞아, 철혈은 우리의 적이니까 당연히 해치워야지. 적이 쳐들어와야 나서면 주도권을 잃고 말아.
하, 하지만 저희는 싸워본 지 너무 오래 됐는 걸요...
그러니까 이번이 바로 실전을 경험할 기회인 거야, 주도권을 뺏기면 안 돼.
그래서 모두의 의견은... 싸울 거야 말 거야?
(절래절래)
정찰 부대 보고 좀 더 지켜보라고 하는 게 좋겠어.
선제공격.
싸우자! 단숨에 해치우자!
나도 공격에 한 표, 우리를 노리는 게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게다가... 모처럼 임시 지휘권한을 얻어 놓고 여태껏 한 번도 못 써봤는데, 이제 한 달 뒤면 반납해야 한다고.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도 대장이 된 기분을 느껴봐야 되지 않겠어?
흐흥, 그래야 우리의 대장답지——어때, AEK?
쳇... 알았어, 나도 싸움을 꺼리진 않으니까.
좋아, 그럼 득표수 3대2로 출격하는 걸로 결정.
오랜만에 몸을 푸는 거니까 다들 준비 단단히 해.
...소대 정비중.
AEK, 지금 싸우러 가는 마당에 그 해드폰 계속 쓰고 갈 거야?
넌 음악 싫어해?
전투 중에 음악을 들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잖아.
난 정반대야. 걱정 마, 네 발목 안 잡을 테니까.
그럼 다행이고.
...M950A가 떠나고, TMP가 다가왔다.
AEK? 전투... 문제 없겠죠?
지금 컨디션 최고야.
방금 새로운 노래를 하나 찾았거든, 들어볼래?
아... 네...
...TMP가 헤드폰을 AEK의 공유 채널에 접속하자, AEK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음악 재생.
이 노래... 역시 그 “도시”에서 받은 건가요?
맞아, 나한테 어울리지? 오늘 난 날아다닐 거라고.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갈 건가요? 약속했잖아요, 다시는——
안 갈게...
이제 안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TMP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둘! 빨리 따라와! 출발한다!
알았어!
가자, TMP.
한바탕 날뛰고 오자고!
...작전 종료, 순조롭게 철혈 제대를 섬멸했다.
너~무 약하잖아!
여긴 어떻게 전투마저도 재미가 하나도 없냐!
이런 생활을 앞으로 얼마나 더해야 하는 거야, 적이고 팀원이고 진짜 지루해 죽겠네...
AEK?
아, 아무것도 아냐, 그냥 불평 좀 해봤어.
TMP 넌 괜찮아?
으... 너, 너무...
너무 긴장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끝나버렸어요.
적들은 다 처리했으니, 이제 철수하면 되는 건가?
철혈의 후속 부대는 없는 거죠, 대장?
없을 거야.
지휘관님이 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그냥 지나가는 철혈 수송 부대였을 거라고 하셨어.
뭐? 왜 수송 부대가 이런 곳을 지나가는 거야?!
중요한 건... 역시나 별 거 아니었다는 거지, 950.
그게 뭐 어때서, 오전 훈련을 대신 한 셈 치면 될 거 아냐!
어휴, 왜 또 싸우고 그래.
우리가 이겼잖아, 모처럼 실전에서 승리했다고.
자자, 다들 돌아가서 쉬자고, 오늘 저녁엔 승리를 기념해서 파티를 여는 게 어때?
미안, 난 고작 이런 승리로는 아무런 감흥이 없어서.
오늘 밤에 난 빠질게, 모두 재밌게 놀아.
...AEK가 멋대로 떠나갔다.
AEK...
저 녀석... 요새 왜 저렇게 기운이 없는 걸까...
......
<size=35>썬더, 따라가자.</size>
...M950A와 썬더가 살금살금 오락실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쉿! 왜 인사를 하는 거야!
아... 다행히 AEK는 아직 안 왔나 보네.
그럼 이따 다시 올까?
아니야, 여기 숨어있다가, 걔가 앉아서 인터넷을 켜면 “아~하!” 하면서 현장을 덮치는 거야!
아... 하...
그건 역시 내가 하는게 좋겠다...
AEK가 과연 올까?
그 녀석, 출격하기 전부터 싸우길 꺼려하고 작전에서 빠지려고 했어. 녀석의 평소 모습이랑 완전 딴판이었다고.
그러니까 아직 여기에 미련이 남아있는 게 틀림없어.
...우리 스토커 같아.
이건 잠복수사라고 하는 거야! 빨리, 일단 숨자.
...두 인형은 몰래 훔쳐볼 시야만 확보한 채, 몸을 숨겼다.
...십 분 뒤.
...한 시간 뒤.
...두 시간 뒤.
<size=35>950...</size>
<size=35>950, 일어나...</size>
우응...
<size=60>으읍!</size>
<size=35>조용히 해, AEK가 왔어.</size>
<size=35>네가 소리를 지를까 봐 미리 입을 막은 거야.</size>
...M950A가 고개를 끄덕이자 썬더가 입을 가린 손을 풀었다.
......
<size=35>역시 나타났군, AEK999.</size>
...AEK999가 자리를 찾아 앉은 뒤 케이블을 연결했다.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15분 뒤, 여전히 조용하다.
950, 자면 안돼.
안 잤거든!
이쯤이면 됐을 거야, 저 녀석 분명히 푹 빠져있겠지.
가자,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알아내자고!
...M950A와 썬더가 조심스럽게 AEK의 자리에 다가가 관찰하기 시작했다.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모르겠다니, 그런 건 모니터만 보면 알 수 있잖아...?
잠깐... AEK의 의식이... 없어?
...950이 AEK를 건드려 봤지만, AEK는 조용히 누워있을 뿐, 아무 반응이 없다.
수동으로 조작하는게 아니라, 마인드맵으로 직접 데이터 채널에 접속했어.
AEK의 의식이 데이터 플랫폼 심층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TMP... 도대체 이 장비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혹시 전자전 훈련을 하는 걸까...
그럴 리 없어, 높은 수준의 개조를 받지 않으면 우리 같은 인형들은 전자전의 강도를 견디지 못해.
그럼,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방법이야 있지! 이리 와봐!
...M950A가 썬더를 옆자리로 끌고 왔다.
저 녀석의 채널은 암호화되지 않았어, 같은 채널로만 맞추면 저 녀석과 같은 섹터로 접속할 수 있을 거야.
열심히 공부 중인지 아니면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이제 곧 알 수 있겠지.
대장한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위험해 보이는데...
걱정할 필요 없어, 나도 채팅 플랫폼에 접속해본 경험 정도는 있다고, 그냥 소셜 네트워크의 서버일 뿐이야.
해봤자 아바타를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꾸미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애교를 부리는 공간이 아니겠어?
그렇게 간단할까?
어쨌든 AEK999가 어디에 접속해 있는지는 모르는 거잖아.
데이터 세계가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 AEK가 갈 수 있다면, 우리도 갈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너도 함께니까.
내가?
그래. 난 널 믿어, 썬더.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른다 해도,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 문제 없을 거야. 그래서 무섭지 않은걸.
...썬더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
가자! 이번에야말로 AEK999의 비밀을 알아내고야 말겠어!
...M950A와 썬더는 자리에 앉아, 데이터 링크 장비에 접속했다.
준비 됐어?
응, 접속하자!
라져.
...썬더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Into the Brains——!
뭐——?!
...위잉!
으윽——!
...한 차례 어지럼증을 느낀 후, M950A는 현실에서의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데이터 플랫폼에 빨려 들어갔다.
......
...한참이 지난 뒤.
M950...
M950?
으윽...
...M950A는 눈을 뜨려고 했지만, 가상 공간에서의 시각이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콜록...
난 좀 더 쉬어야 할 것 같아, 썬더...
나도...
정말이지, 역시 전용 모듈이 없으면 적응하기 힘드네...
별로 깊은 플랫폼까지 들어온 것도 아닌데, 마인드맵이 타버리는 줄 알았어...
우리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우리... 제대로 도착한 거 맞아?
아마... 맞을 거야...
아마? AEK는? 어딨는지 보여?
안 보여.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
사람이 많아? 확실히... 주변이 시끄럽긴 한데...
여긴 어떤 곳이야? 방은 커?
방... 어느 방 말이야?
에? 어느 방이냐니, 당연히——
...M950A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었다.
...그리고, 눈 앞의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
어, 어어...
여,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