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Beat
...M950A와 썬더가 깨어난 곳은 거대한 디지털 도시 한복판이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떡하지 어떡하지! 여긴 대체 어디야! 채팅방은 아닌 거 같은데?
흥분하지 마, 950.
지금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어!
침착해, 우선 타임머신을 찾자.
타임머신은 무슨 타임머신이야, 지금 농담할 때야?
농담인건 아네?
야, 그래도 내가 너네들이랑 보낸 시간이 있는데, 그걸 못 알아듣겠어?
그럼....
웃기지 않았어?
헉...!
적, 적어도 덕분에 침착해진 것 같아... 조금이지만.
아무튼 일단 돌아가자. 여긴 장소도 사람들도 모두 너무 이상해, 로그아웃하고 K2에게 보고하는 편이 좋겠어.
응....
...M950A와 썬더는 고개를 숙이고 로그아웃 준비를 한다.
난 준비 됐어, 너는?
...
음... 썬더?
안 돼....
엥? 무슨 일이야?
나... 로그아웃이 안 돼.
...M950A가 다가가 확인해보자, 썬더는 확실히 현재 플랫폼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벗어날 수 없는 거지....
복귀 좌표가 식별이 안되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
먼저 로그아웃 해, 950.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안 돼, 어떻게 이런 곳에 혼자 두고 가!
하지만 너의 임무가....
임무는 우리 둘이 같이 완수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널 버리고 가겠어?
우리 둘의 힘을 합치면, 이런 곳을 벗어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야.
고마워, 950.
...M950A는 웃으며 썬더의 어깨를 토닥였다.
우리는 파트너잖아, 같이 가자.
...
우리는 이 낯설고 몽환적인 세상을 걸어 다녔다,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이 가상공간에는 다양한 모습의 생명체들이 존재했다.
...각양각색의 손바닥만한 크기의 디지털 요정들이 떠들썩한 거리를 누비고 있다.
...이 도시의 주민으로 보이는 저 요정들은 두 불청객의 등장에도 여전히 네온 불빛 속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분명히 우리를 봤을 텐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이 세계에 있는 것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거겠지.
그러고보니, 이 수많은 요정들이 전부 이곳에서 사는 건가?
요정이 이렇게 많이 있을 수 있구나....
저 요정들... 모두 즐거워보여.
하아... 일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겠지.
근데 요정들이 이렇게 자유로워도 되나? 주인이나 지휘관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편견이야, 반인형권익단체의 인간과 같은 편견.
난 상상이 안 가는걸. 뭐, 상관없지. 빨리 움직이자.
어떻게 할 건데?
당연히 AEK999부터 찾아야지, 그러면서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는 거야.
어찌 됐든 여긴 우리가 관리하는 리스트에 표기되지 않은 곳이니, 확실하게 알아봐야 돼.
뭐부터 시작하지? 아무나 잡고 길을 물어볼까?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여기에 있는 요정들은 모두 이상해서 말이 통할지 모르겠네....
착하게 생긴 요정을 찾아서 물어볼까?
저기 저 토끼귀 어때?
혼자있네,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을 걸기 편하겠어.
...두 인형은 요정에게 다가갔다.
안녕,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꺅!
그건... 총??!
아 미안! 이건 장난감이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럼 당신들은... [ATK]의 분이신가요?
AT...K?그게 뭐야?
역시 엄청 수상한데요... 하지만 일단 봐 드릴게요....
그럴 필요 없어, 우리 진짜 나쁜 사람 아니거든!
그저 너한테 여기가 어딘지 물어보려고 했을 뿐이야.
미안해, 여기에 실수로 잘못 들어와서, 어떡해야 할 지 몰라서....
들어왔다고요? 어떡할지 모르겠다고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음... 그냥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달까?
설마... 길을 잃으신 건가요?
아, 그래그래! 우리는 길을 잃었어! 우리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어디로 가시고 싶으신데요?
그건... 나도 모르겠어...
목적지도 없는데 어떻게 길을 묻나요?
윽...! 할 말이 없어....
그, 그럼 이 도시가 어딘지 알려줄래?
이 도시는 [포터블] 시티라고 해요, 누군가 저한테 그렇게 알려줬어요.
누군가 알려줬다니... 너 여기에 사는 거 아니야?
여기에 사는 건 맞지만... 어떤 일들은 까먹기도 해서요....
포터블 시티? 들어본 적 없는 곳인데....
지금 있는 이곳은 [블랙 스퀘어]예요, [클래지콰이 에디션] 홀에서 공연을 보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테크니카] 거리로 가시겠어요? 그럼 [마일스]선 지하철을 타고....
잠깐, 잠깐!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못 알아듣겠어, 그런 곳엔 볼 일 없어!
그럼 대체 뭐가 궁금하신 건가요, 수상한 트윈 테일 언니?
호감도가 바닥 난다, 950.
기, 기다려봐!
그러니까, 지금 여자애 한 명을 찾고 있어, 혹시 근처에서 본 적 없니?
키는 조금 작은 편이고, 회색 머리카락에 헤드폰을 끼고, 항상 때려주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어.
..., 미안해요..., 그런 사람은 본 적 없어요.
우리 일행인데 흩어져 버렸어, 혹시 비슷한 사람을 보면 말해 줄래?
언니들처럼 수상한가요? 그럼 주의할게요, 마침 저도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요.
어떤 사람이야? 나도 도와줄게.
까먹었어요....
하지만 제가 그 사람을 찾고 있다는 건 알아요.
어쩌면... 다신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그렇구나....
생각나면 도와줄게, 토끼귀 아가씨!
저는 토끼귀 아가씨가 아니에요, 저에게도 이름이 있다고요.
네네,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까먹었어요....
으아아아아!!
여기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돼 먹은 거야!
950, 교양 있게.
좋아좋아, 그럼 어떻게 해야 여기에서 나갈 수 있어?
...“여기에서 나간다”는 게 무슨 말이죠?
음... 그러니까... 이곳을 떠나서, 현실로 돌아가는 거지.
현실로 돌아간다고요?
여기가... 바로 현실이잖아요.
'여기' 말고,또 어디가 있다는 거죠?
윽... 그럼 너흰 다른 세계가 있는 건 모르는 거야?
다른 세계? 그게 뭔가요?
제가 아는 바로는... 여기가 '전부'인데요.
뭔가 철학적인 대화가 되는 것 같은데.
죄송해요, 정말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 혹시 다른 사람들도 너처럼... 이상하니?
저는 지극히 정상인데요... 다른 사람한테 묻고 싶다면...
저기 보세요, 마침 오고 있네요...
응?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한 무리의 요정이 혼비백산해서 달려왔다.
우왓, 온갖 이상한 요정들이 뛰어오고 있어! 맞은편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철혈, 철혈이에요!
뭐라고? 철혈...? 여기에??
...달려오는 요정들의 뒤로, 뒤따라오는 철혈 전투 부대가 보인다.
잠깐! 어째서 철혈이 여기 있는 거야!
그리고 저것들이 철혈인 걸 어째서 아는 건데?
저들은 우리를 잡으러 온거에요, 잡혀간 친구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썬더, 준비해. 우선 요정들을 지키자!
언니들의 총... 장난감 아니에요?
미안, 거짓말이었어.
그래도 나쁜 사람이 아닌 건 정말이야! 철혈은 우리에게도 적이니까.
싸울 거야? 적들이 너무 많은걸.
그렇다고 저 녀석들이 도시를 파괴하고 요정들을 납치하는 걸 두고만 볼 수는 없잖아!
되도록 많은 요정들이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도록 시간이라도 끌어야 해!
썬더, 우리는 자랑스런 그리폰의 인형이잖아, 안 그래?!
M950A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 응, 알겠어.
난 이런 사람이 싫다.
썬더, 내 뒤에 붙어 있어. 내 지시를 따르는 거야, 준비!
......
...탕탕!
...갑자기, M950A의 뒤 쪽에서 총알이 날아와 가장 근접한 철혈들을 제압했다.
엥?
썬더... 언제 화력 강화라도 받았었어?
내가 아니야.
내 뒤에서 쏜 거야.
... 모두 무사하지?
대... 대장?? 어째서 여기에?!
지금은 설명할 상황이 아니야.
우리가 철혈 쪽을 맡을 테니까, 요정을 보호하는 건 너희에게 맡기겠어. 할 수 있겠지?
알겠어! 맡겨달라고!
그런데, 이렇게 많은 요정들을 어디로 대피시키면 좋지?
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제가 이곳을 잘 아니까, 안전한 곳을 알고 있어요!
그럼 안내를 부탁할게!
모두! 다들 들었지?!
ATK가 도우러 왔어! 나를 따라와, 늘 가는 곳으로 대피하자!
아까부터 그 ATK라는 건 대체...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어디로 이동하는 거야?
도시 중심부에 [핫 튠]이라는 술집이 있어요! 그곳이 우리의 임시 대피소예요!
알았어,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게!
갑자기 듬직해졌네, 950.
뭐야? 그러니까 나를 너무 얕보지 말라니까? 아무리 말해도 내가 너희들의 부대장으로 보낸 시간이 얼만데.
너희는 목줄 풀린 동물들 같아서, K2같이 착해빠진 대장에게만 맡겨서는 도저히 관리가 안 된다고!
저기... 미안한데, 다 듣고 있거든...
박수 박수~
임무에 집중해! 일단 모두 데리고 여길 떠날게!
그럼 철혈을 대신 맡아줘, K2 대장!
걱정 말고 맡겨두라고!
하지만 아직 거리에 요정이 많으니까, 본격적으로 싸울 수는 없고 놈들을 잠깐 몰아낼 수밖에 없어!
요정들을 대피시키면 너희도 안에 숨어있어, 내가 철혈을 다 쓸어버린 다음에 나와. 이상!
이곳에 또 오게 될 줄이야...
더 이상 내 친구들을 다치게 두지 않을 거야!
철혈의 폭도들은 이 도시에서 썩 꺼지라고!
...작전 종료.
...철혈을 잠시 도시 바깥으로 몰아냈고, M950A와 썬더는 기회를 틈타 요정들을 데리고 술집으로 이동했다.
끝... 끝난 거야?
대승리야, 950.
흥, 그래도 우린 한 게 별로 없네. 그저 모두를 데리고 이 술집에 숨어 있기만 했으니까.
대장의 공이 컸지.
흠흠, K2, 타이밍 딱 맞춰서 왔네——
K2? 이봐, K2??
이상하네, 왜 응답이 없지...
통신도 정상이고, 철혈도 퇴각.
문제가 있을 리는 없을 텐데.
내 말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다니....
두 분! 모두 안전히 대피했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M950A는 썬더를 데리고 술집에 들어갔다.
왠지 눈에 익은걸, 뭔가 본부에서 봤던 것 같은——
ATK가 돌아왔어, 모두 박수!
에?! 이, 이건...
...M950A와 썬더는 어느새 축하하는 요정들에 둘러싸였다.
아, 고마워, 고마워...
표정이 뻣뻣해, 950.
조, 조금 놀랐을 뿐이거든!
그런데 방금 말한 ATK가...
철혈을 물리치고 모두를 지켜내셨잖아요. 두 분도 ATK의 멤버이신 거 맞죠?
[ATK]? 그게 대체 뭔데?
어라? 정말로 모르는 건가요?
저는 계속 언니들이 ATK의 새로운 멤버인 줄 알았는데....
설명 좀 해줄래? 그 ATK에 대해....
철혈이 습격할 때마다 나타나서 저희를 구해주는 일행이에요!
냐옹전사가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흑기사가 애마를 몰고 길을 열어주면 ‘윈드 토커’가 천군만마를 소환해서 적을 섬멸해요!
그녀들이 바로 포터블의 히어로에요!
ATK는... 조직이야?
맞아요! NB 레인저처럼 여러 명으로 구성된 전대에요! 물론, 민폐만 끼치는 NB 레인저랑은 다르지만요!
NB 레인저? 그건 또 뭐야...
어쨌든 우리는 ATK가 아니야. 너희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지만.
상관없어요! 포터블의 모두를 지켜주셨으니까, 다들 언니들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아, 마땅한 일을 한 것뿐이야.
근데... 쟤네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요정들은 한 곳에 모여 일부는 실내를 꾸미고 있고, 또 일부는 구석의 레코드 플레이어를 만지고 있다.
쉴 준비를 하고 있어요.
다들 하루 종일 뛰어다녀서 지쳤거든요, 음악만이 저희의 지친 정신을 회복시켜줄 수 있어요.
음악을 통해서 수복한다고? 재밌는걸.
언니들은 어떻게 쉬는데요?
뚝딱뚝딱, 철컥철컥, 이렇게.
듣기만 해도 아파 보이는걸요...
그 정도는 아니야. 그래도 너희 방식도 괜찮아 보이는걸.
아, 벌써 준비 끝난 거야?
...눈 깜짝할 사이에, 방 안은 겨울 축제의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음악이 곧 나올거에요. 아, 이걸 드릴게요, 같이 들어요!
...토끼귀가 뮤직 플레이어 하나와 부러진 헤드폰을 하나 건네주었다.
죄송해요, 여기 물건들은 오래되서 망가진 물건이 많아요.
괜찮아, 마침 우리도 두명이니까...
이렇게 켜는 거야?
준비되셨나요? 방의 장식을 보아하니, 이번엔 아마 ‘그 노래’일 거예요.
'그 노래'?
당연히——이 노래죠.
...
...방금전까지 소란스레 일하던 요정들이 갑자기 조용해지고, 테이블과 좌석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M950A도 큰 소리로 얘기하지 않고, 썬더와 함께 멜로디에 빠져들었다.
...
...나쁘지 않네.
응.
그 순간, 귀와 영혼에 무언가 짜릿함이 느껴졌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
그런데...
여기에 왜 IDW의 봉제인형이 있는 거지...
철혈, 그리폰, 모두 여기서 활동한 흔적이 있어.
흐흠, 정말 이상한 곳이야.
이상한 곳이지만, 여기에 계속 있고 싶어.
진심이야?
전쟁도 없고, 다치지도 않고, 그저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걸.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구나?
그래도, 그런 바보같은 말은 하지 마. 그렇게 되면 우리가 깨어난 뒤에도, 너는 영원히 잠들어 있을 거야.
하지만...
설령 내가 여기 영원히 남는다 해도, 현실에선 그 다음의 내가 날 대신할뿐이잖아.
너는, 나에게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야, 파트너.
그럼 다음의 나는?
그건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
... 확신은 없어?
널 잃은 적은 없으니까, 잘 모르겠어.
그렇구나....
하지만, 네가 여기 남는다면, 내가 더는 널 지켜줄 수 없잖아.
... 알아.
싸움이 곧 우리의 생활이란 것쯤은, 나도 알아...
그냥, 그냥 생각해 본 거야... 이 요정들과 우리 중에, 어느 쪽의 생활이 더 행복할지.
결론은?
당연히 모르지.
모르는 쪽이 더 행복할 수도 있어.
궤변이네.
그래도... 미안해, 950.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생각엔... 이 음악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아마 우리 마인드맵이 영향을 받고 있나봐....
다르게 표현하자면... 마인드맵이 열렸다고나 할까....
그래? 인간처럼... 동력 모듈이 두근두근거려?
가상 세계는 현실이 아니야, 우리는 손님일 뿐이...
혹시... 잠깐만...
...휴식도 막바지에 다다른 듯, 노랫소리가 점점 작아지다가, 사라졌다.
썬더...
혹시 이것 때문이 아닐까? AEK가 도망친 이유!
뭐라고?
네가 방금 한 생각을 AEK는... 실천에 옮긴 거지.
우리를 떠나, 마인드맵만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가는 거?
맞아, 영원히... 다른 세상으로 도망가는 거야....
이곳의 생활이 그 녀석에게 어울리기는 하니까.
그래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어.
응... 당연하지!
적어도 그 녀석을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자신의 직책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으니까.
게다가...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수복되는 인형이 아니니까, 매일매일 LP판만 듣는 것도 분명 질릴 거야.
저희도 예전엔 LP판만 듣지는 않았어요.
어라? 아직 여기 있었구나.
노래 엄청 좋던데, 제목이 뭐야?
까먹었어요.
어? 노래 제목도 기억을 못하는 거야?
네... 모두들 이 노래의 제목을 잊어버려서, 그때그때 느낌에 따라서 한 곡씩 고르고 있어요.
그렇구나... 뭐, 듣기 좋으면 됐지!
자, 헤드폰이랑 플레이어 빌려줘서 고마웠어.
선물로 받아주세요, 아직 많이 남아 있거든요.
전부... 모두의 유품이지만...
유품?
포터를의 요정들이... 하나둘 철혈에게 잡혀가서...
이제는 이런 유품 속에 들어 있는 노래들 밖에 남지 않았어요.
너희들도 큰일이구나...
하지만 나도 어떻게 해야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 미안해.
괜찮아요. 그런데 두 분은... 정말로 바깥 세상의 사람인가요?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바깥 세상이란 게...정말로 존재했군요?
계속 믿지 못했는데... 정말... 소문이 진짜였다니!
바깥 세상에서는... 정말 아직 저희들의 노래를 듣고 있나요?
노래?... 그건 잘 모르겠어.
그것보다 이제 우리가 찾는 회색 머리 여자애의 행방을 좀 알려줄 수 있겠니?
내 생각엔 너희가 말하는 ATK의 일원인 거 같은데?
에? 어떻게 아신거에요?
처음 우리를 봤을 때, 무기를 보고 ATK가 아니냐고 물어봤었지?
그리고 그 회색 머리 여자애의 이름은 AEK999야, 이 이름이 분명 ATK랑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무슨 일이야, 썬더?
...썬더가 M950A의 치마 끝을 잡아당겼다.
... 950.
너 원래 이렇게 똑똑했어?
뭐야... 왜 칭찬 받았는데도 기분이 좋지 않은 거지!
그분이 바로 ATK의 흑기사에요....
언니들은 그분을 왜 찾는 건가요?
걔는 우리 동료인데, 그 녀석 최근 들어 한 눈 파는 일이 많아졌단 말이지, 그래서 우리가 직접 조사에 나선 거야.
죄송해요. 처음에는 언니들을 의심해서 말할 수 없었어요....
AEK999는 우리 팀원이야, 그 녀석을 찾아 여기에 온 거야.
네... 그럼 말씀드릴게요.
회색 머리 언니는 분명히 여기 왔었어요....
그렇지! 에헴, 드디어 찾아냈다, AEK999!
그럼 걔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
그분은 그... 그곳에 간다고 했어요....
...토끼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 거야, 빨리 알려줘.
[공동묘지]...
그분은 공동묘지에 간다고 했어요....
무슨 공동묘지?
[공동묘지]는 시티 전설 속 장소예요, 아무도 그 위치를 몰라요...
심지어 [공동묘지]가 정말 존재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아요.
그럼 AEK는 그 공동묘지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거야? 그리고, 그런 곳엔 왜 가는 건데?
찾아낼 거라고 했어요.
그곳에 간 이유는 그 전설 때문인데...
[공동묘지]에는 포터블 시티의 주인이 잠들어 있다고 전해오고 있어요.
주인?
저희도 주인이라는 게 무슨 존재인지는 몰라요, 한 번도 깨어난 적이 없었거든요.
어쩌면... 이것도 실존하지 않는, 그저 허황된 전설일 뿐일지도...
이제야 말이 좀 맞네... AEK가 그 [공동묘지]라는 곳에 가려고 한다고...
근데 어디서부터 조사를 시작하지?
일손이 너무 모자라, 다른 팀원들이 같이 있으면 딱 좋을 텐데....
저..., 저기, 저분한테 물어보시는 게 어때요?
뭐?
저분도 ATK의 멤버예요.
저분이랑도 아는 사이이실 것 같은데....
...토끼귀 요정은 무리 밖에 떨어져 있는 한 사람을 가리켰다.
에? 저건...
저분이 바로 ATK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냐옹전사님이세요!
...M950A와 썬더가 토끼귀 요정이 가리킨 방향으로 바라보니, 코트로 온몸을 꽁꽁 싸맨 미스테리해 보이긴 하는 소녀가 있었다.
...물론 그 둘에게는 조금도 미스테리하지 않았지만.
......
......
......
TMP...
...!
네가 왜...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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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950A와 썬더가 깨어난 곳은 거대한 디지털 도시 한복판이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떡하지 어떡하지! 여긴 대체 어디야! 채팅방은 아닌 거 같은데?
흥분하지 마, 950.
지금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어!
침착해, 우선 타임머신을 찾자.
타임머신은 무슨 타임머신이야, 지금 농담할 때야?
농담인건 아네?
야, 그래도 내가 너네들이랑 보낸 시간이 있는데, 그걸 못 알아듣겠어?
그럼....
웃기지 않았어?
헉...!
적, 적어도 덕분에 침착해진 것 같아... 조금이지만.
아무튼 일단 돌아가자. 여긴 장소도 사람들도 모두 너무 이상해, 로그아웃하고 K2에게 보고하는 편이 좋겠어.
응....
...M950A와 썬더는 고개를 숙이고 로그아웃 준비를 한다.
난 준비 됐어, 너는?
...
음... 썬더?
안 돼....
엥? 무슨 일이야?
나... 로그아웃이 안 돼.
...M950A가 다가가 확인해보자, 썬더는 확실히 현재 플랫폼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벗어날 수 없는 거지....
복귀 좌표가 식별이 안되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
먼저 로그아웃 해, 950.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안 돼, 어떻게 이런 곳에 혼자 두고 가!
하지만 너의 임무가....
임무는 우리 둘이 같이 완수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널 버리고 가겠어?
우리 둘의 힘을 합치면, 이런 곳을 벗어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야.
고마워, 950.
...M950A는 웃으며 썬더의 어깨를 토닥였다.
우리는 파트너잖아, 같이 가자.
...
우리는 이 낯설고 몽환적인 세상을 걸어 다녔다,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이 가상공간에는 다양한 모습의 생명체들이 존재했다.
...각양각색의 손바닥만한 크기의 디지털 요정들이 떠들썩한 거리를 누비고 있다.
...이 도시의 주민으로 보이는 저 요정들은 두 불청객의 등장에도 여전히 네온 불빛 속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분명히 우리를 봤을 텐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이 세계에 있는 것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거겠지.
그러고보니, 이 수많은 요정들이 전부 이곳에서 사는 건가?
요정이 이렇게 많이 있을 수 있구나....
저 요정들... 모두 즐거워보여.
하아... 일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겠지.
근데 요정들이 이렇게 자유로워도 되나? 주인이나 지휘관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편견이야, 반인형권익단체의 인간과 같은 편견.
난 상상이 안 가는걸. 뭐, 상관없지. 빨리 움직이자.
어떻게 할 건데?
당연히 AEK999부터 찾아야지, 그러면서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는 거야.
어찌 됐든 여긴 우리가 관리하는 리스트에 표기되지 않은 곳이니, 확실하게 알아봐야 돼.
뭐부터 시작하지? 아무나 잡고 길을 물어볼까?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여기에 있는 요정들은 모두 이상해서 말이 통할지 모르겠네....
착하게 생긴 요정을 찾아서 물어볼까?
저기 저 토끼귀 어때?
혼자있네,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을 걸기 편하겠어.
...두 인형은 요정에게 다가갔다.
안녕,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꺅!
그건... 총??!
아 미안! 이건 장난감이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럼 당신들은... [ATK]의 분이신가요?
AT...K?그게 뭐야?
역시 엄청 수상한데요... 하지만 일단 봐 드릴게요....
그럴 필요 없어, 우리 진짜 나쁜 사람 아니거든!
그저 너한테 여기가 어딘지 물어보려고 했을 뿐이야.
미안해, 여기에 실수로 잘못 들어와서, 어떡해야 할 지 몰라서....
들어왔다고요? 어떡할지 모르겠다고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음... 그냥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달까?
설마... 길을 잃으신 건가요?
아, 그래그래! 우리는 길을 잃었어! 우리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어디로 가시고 싶으신데요?
그건... 나도 모르겠어...
목적지도 없는데 어떻게 길을 묻나요?
윽...! 할 말이 없어....
그, 그럼 이 도시가 어딘지 알려줄래?
이 도시는 [포터블] 시티라고 해요, 누군가 저한테 그렇게 알려줬어요.
누군가 알려줬다니... 너 여기에 사는 거 아니야?
여기에 사는 건 맞지만... 어떤 일들은 까먹기도 해서요....
포터블 시티? 들어본 적 없는 곳인데....
지금 있는 이곳은 [블랙 스퀘어]예요, [클래지콰이 에디션] 홀에서 공연을 보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테크니카] 거리로 가시겠어요? 그럼 [마일스]선 지하철을 타고....
잠깐, 잠깐!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못 알아듣겠어, 그런 곳엔 볼 일 없어!
그럼 대체 뭐가 궁금하신 건가요, 수상한 트윈 테일 언니?
호감도가 바닥 난다, 950.
기, 기다려봐!
그러니까, 지금 여자애 한 명을 찾고 있어, 혹시 근처에서 본 적 없니?
키는 조금 작은 편이고, 회색 머리카락에 헤드폰을 끼고, 항상 때려주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어.
..., 미안해요..., 그런 사람은 본 적 없어요.
우리 일행인데 흩어져 버렸어, 혹시 비슷한 사람을 보면 말해 줄래?
언니들처럼 수상한가요? 그럼 주의할게요, 마침 저도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요.
어떤 사람이야? 나도 도와줄게.
까먹었어요....
하지만 제가 그 사람을 찾고 있다는 건 알아요.
어쩌면... 다신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그렇구나....
생각나면 도와줄게, 토끼귀 아가씨!
저는 토끼귀 아가씨가 아니에요, 저에게도 이름이 있다고요.
네네,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까먹었어요....
으아아아아!!
여기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돼 먹은 거야!
950, 교양 있게.
좋아좋아, 그럼 어떻게 해야 여기에서 나갈 수 있어?
...“여기에서 나간다”는 게 무슨 말이죠?
음... 그러니까... 이곳을 떠나서, 현실로 돌아가는 거지.
현실로 돌아간다고요?
여기가... 바로 현실이잖아요.
'여기' 말고,또 어디가 있다는 거죠?
윽... 그럼 너흰 다른 세계가 있는 건 모르는 거야?
다른 세계? 그게 뭔가요?
제가 아는 바로는... 여기가 '전부'인데요.
뭔가 철학적인 대화가 되는 것 같은데.
죄송해요, 정말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 혹시 다른 사람들도 너처럼... 이상하니?
저는 지극히 정상인데요... 다른 사람한테 묻고 싶다면...
저기 보세요, 마침 오고 있네요...
응?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한 무리의 요정이 혼비백산해서 달려왔다.
우왓, 온갖 이상한 요정들이 뛰어오고 있어! 맞은편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철혈, 철혈이에요!
뭐라고? 철혈...? 여기에??
...달려오는 요정들의 뒤로, 뒤따라오는 철혈 전투 부대가 보인다.
잠깐! 어째서 철혈이 여기 있는 거야!
그리고 저것들이 철혈인 걸 어째서 아는 건데?
저들은 우리를 잡으러 온거에요, 잡혀간 친구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썬더, 준비해. 우선 요정들을 지키자!
언니들의 총... 장난감 아니에요?
미안, 거짓말이었어.
그래도 나쁜 사람이 아닌 건 정말이야! 철혈은 우리에게도 적이니까.
싸울 거야? 적들이 너무 많은걸.
그렇다고 저 녀석들이 도시를 파괴하고 요정들을 납치하는 걸 두고만 볼 수는 없잖아!
되도록 많은 요정들이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도록 시간이라도 끌어야 해!
썬더, 우리는 자랑스런 그리폰의 인형이잖아, 안 그래?!
M950A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 응, 알겠어.
난 이런 사람이 싫다.
썬더, 내 뒤에 붙어 있어. 내 지시를 따르는 거야, 준비!
......
...탕탕!
...갑자기, M950A의 뒤 쪽에서 총알이 날아와 가장 근접한 철혈들을 제압했다.
엥?
썬더... 언제 화력 강화라도 받았었어?
내가 아니야.
내 뒤에서 쏜 거야.
<color=#00CCFF>... 모두 무사하지?</color>
대... 대장?? 어째서 여기에?!
<color=#00CCFF>지금은 설명할 상황이 아니야.</color>
<color=#00CCFF>우리가 철혈 쪽을 맡을 테니까, 요정을 보호하는 건 너희에게 맡기겠어. 할 수 있겠지?</color>
알겠어! 맡겨달라고!
그런데, 이렇게 많은 요정들을 어디로 대피시키면 좋지?
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제가 이곳을 잘 아니까, 안전한 곳을 알고 있어요!
그럼 안내를 부탁할게!
모두! 다들 들었지?!
ATK가 도우러 왔어! 나를 따라와, 늘 가는 곳으로 대피하자!
아까부터 그 ATK라는 건 대체...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어디로 이동하는 거야?
도시 중심부에 [핫 튠]이라는 술집이 있어요! 그곳이 우리의 임시 대피소예요!
알았어,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게!
갑자기 듬직해졌네, 950.
뭐야? 그러니까 나를 너무 얕보지 말라니까? 아무리 말해도 내가 너희들의 부대장으로 보낸 시간이 얼만데.
너희는 목줄 풀린 동물들 같아서, K2같이 착해빠진 대장에게만 맡겨서는 도저히 관리가 안 된다고!
<color=#00CCFF>저기... 미안한데, 다 듣고 있거든...</color>
박수 박수~
임무에 집중해! 일단 모두 데리고 여길 떠날게!
그럼 철혈을 대신 맡아줘, K2 대장!
<color=#00CCFF>걱정 말고 맡겨두라고!</color>
<color=#00CCFF>하지만 아직 거리에 요정이 많으니까, 본격적으로 싸울 수는 없고 놈들을 잠깐 몰아낼 수밖에 없어!</color>
<color=#00CCFF>요정들을 대피시키면 너희도 안에 숨어있어, 내가 철혈을 다 쓸어버린 다음에 나와. 이상!</color>
이곳에 또 오게 될 줄이야...
더 이상 내 친구들을 다치게 두지 않을 거야!
철혈의 폭도들은 이 도시에서 썩 꺼지라고!
...작전 종료.
...철혈을 잠시 도시 바깥으로 몰아냈고, M950A와 썬더는 기회를 틈타 요정들을 데리고 술집으로 이동했다.
끝... 끝난 거야?
대승리야, 950.
흥, 그래도 우린 한 게 별로 없네. 그저 모두를 데리고 이 술집에 숨어 있기만 했으니까.
대장의 공이 컸지.
흠흠, K2, 타이밍 딱 맞춰서 왔네——
K2? 이봐, K2??
이상하네, 왜 응답이 없지...
통신도 정상이고, 철혈도 퇴각.
문제가 있을 리는 없을 텐데.
내 말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다니....
두 분! 모두 안전히 대피했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M950A는 썬더를 데리고 술집에 들어갔다.
왠지 눈에 익은걸, 뭔가 본부에서 봤던 것 같은——
ATK가 돌아왔어, 모두 박수!
에?! 이, 이건...
...M950A와 썬더는 어느새 축하하는 요정들에 둘러싸였다.
아, 고마워, 고마워...
표정이 뻣뻣해, 950.
조, 조금 놀랐을 뿐이거든!
그런데 방금 말한 ATK가...
철혈을 물리치고 모두를 지켜내셨잖아요. 두 분도 ATK의 멤버이신 거 맞죠?
[ATK]? 그게 대체 뭔데?
어라? 정말로 모르는 건가요?
저는 계속 언니들이 ATK의 새로운 멤버인 줄 알았는데....
설명 좀 해줄래? 그 ATK에 대해....
철혈이 습격할 때마다 나타나서 저희를 구해주는 일행이에요!
냐옹전사가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흑기사가 애마를 몰고 길을 열어주면 ‘윈드 토커’가 천군만마를 소환해서 적을 섬멸해요!
그녀들이 바로 포터블의 히어로에요!
ATK는... 조직이야?
맞아요! NB 레인저처럼 여러 명으로 구성된 전대에요! 물론, 민폐만 끼치는 NB 레인저랑은 다르지만요!
NB 레인저? 그건 또 뭐야...
어쨌든 우리는 ATK가 아니야. 너희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지만.
상관없어요! 포터블의 모두를 지켜주셨으니까, 다들 언니들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아, 마땅한 일을 한 것뿐이야.
근데... 쟤네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요정들은 한 곳에 모여 일부는 실내를 꾸미고 있고, 또 일부는 구석의 레코드 플레이어를 만지고 있다.
쉴 준비를 하고 있어요.
다들 하루 종일 뛰어다녀서 지쳤거든요, 음악만이 저희의 지친 정신을 회복시켜줄 수 있어요.
음악을 통해서 수복한다고? 재밌는걸.
언니들은 어떻게 쉬는데요?
뚝딱뚝딱, 철컥철컥, 이렇게.
듣기만 해도 아파 보이는걸요...
그 정도는 아니야. 그래도 너희 방식도 괜찮아 보이는걸.
아, 벌써 준비 끝난 거야?
...눈 깜짝할 사이에, 방 안은 겨울 축제의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음악이 곧 나올거에요. 아, 이걸 드릴게요, 같이 들어요!
...토끼귀가 뮤직 플레이어 하나와 부러진 헤드폰을 하나 건네주었다.
죄송해요, 여기 물건들은 오래되서 망가진 물건이 많아요.
괜찮아, 마침 우리도 두명이니까...
이렇게 켜는 거야?
준비되셨나요? 방의 장식을 보아하니, 이번엔 아마 ‘그 노래’일 거예요.
'그 노래'?
당연히——이 노래죠.
...
...방금전까지 소란스레 일하던 요정들이 갑자기 조용해지고, 테이블과 좌석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M950A도 큰 소리로 얘기하지 않고, 썬더와 함께 멜로디에 빠져들었다.
...
...나쁘지 않네.
응.
그 순간, 귀와 영혼에 무언가 짜릿함이 느껴졌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
<size=35>그런데...</size>
여기에 왜 IDW의 봉제인형이 있는 거지...
철혈, 그리폰, 모두 여기서 활동한 흔적이 있어.
흐흠, 정말 이상한 곳이야.
이상한 곳이지만, 여기에 계속 있고 싶어.
진심이야?
전쟁도 없고, 다치지도 않고, 그저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걸.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구나?
그래도, 그런 바보같은 말은 하지 마. 그렇게 되면 우리가 깨어난 뒤에도, 너는 영원히 잠들어 있을 거야.
하지만...
설령 내가 여기 영원히 남는다 해도, 현실에선 그 다음의 내가 날 대신할뿐이잖아.
너는, 나에게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야, 파트너.
그럼 다음의 나는?
그건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
... 확신은 없어?
널 잃은 적은 없으니까, 잘 모르겠어.
그렇구나....
하지만, 네가 여기 남는다면, 내가 더는 널 지켜줄 수 없잖아.
... 알아.
싸움이 곧 우리의 생활이란 것쯤은, 나도 알아...
그냥, 그냥 생각해 본 거야... 이 요정들과 우리 중에, 어느 쪽의 생활이 더 행복할지.
결론은?
당연히 모르지.
모르는 쪽이 더 행복할 수도 있어.
궤변이네.
그래도... 미안해, 950.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생각엔... 이 음악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아마 우리 마인드맵이 영향을 받고 있나봐....
다르게 표현하자면... 마인드맵이 열렸다고나 할까....
그래? 인간처럼... 동력 모듈이 두근두근거려?
가상 세계는 현실이 아니야, 우리는 손님일 뿐이...
혹시... 잠깐만...
...휴식도 막바지에 다다른 듯, 노랫소리가 점점 작아지다가, 사라졌다.
썬더...
혹시 이것 때문이 아닐까? AEK가 도망친 이유!
뭐라고?
네가 방금 한 생각을 AEK는... 실천에 옮긴 거지.
우리를 떠나, 마인드맵만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가는 거?
맞아, 영원히... 다른 세상으로 도망가는 거야....
이곳의 생활이 그 녀석에게 어울리기는 하니까.
그래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어.
응... 당연하지!
적어도 그 녀석을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자신의 직책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으니까.
게다가...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수복되는 인형이 아니니까, 매일매일 LP판만 듣는 것도 분명 질릴 거야.
저희도 예전엔 LP판만 듣지는 않았어요.
어라? 아직 여기 있었구나.
노래 엄청 좋던데, 제목이 뭐야?
까먹었어요.
어? 노래 제목도 기억을 못하는 거야?
네... 모두들 이 노래의 제목을 잊어버려서, 그때그때 느낌에 따라서 한 곡씩 고르고 있어요.
그렇구나... 뭐, 듣기 좋으면 됐지!
자, 헤드폰이랑 플레이어 빌려줘서 고마웠어.
선물로 받아주세요, 아직 많이 남아 있거든요.
전부... 모두의 유품이지만...
유품?
포터를의 요정들이... 하나둘 철혈에게 잡혀가서...
이제는 이런 유품 속에 들어 있는 노래들 밖에 남지 않았어요.
너희들도 큰일이구나...
하지만 나도 어떻게 해야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 미안해.
괜찮아요. 그런데 두 분은... 정말로 바깥 세상의 사람인가요?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바깥 세상이란 게...정말로 존재했군요?
계속 믿지 못했는데... 정말... 소문이 진짜였다니!
바깥 세상에서는... 정말 아직 저희들의 노래를 듣고 있나요?
노래?... 그건 잘 모르겠어.
그것보다 이제 우리가 찾는 회색 머리 여자애의 행방을 좀 알려줄 수 있겠니?
내 생각엔 너희가 말하는 ATK의 일원인 거 같은데?
에? 어떻게 아신거에요?
처음 우리를 봤을 때, 무기를 보고 ATK가 아니냐고 물어봤었지?
그리고 그 회색 머리 여자애의 이름은 AEK999야, 이 이름이 분명 ATK랑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무슨 일이야, 썬더?
...썬더가 M950A의 치마 끝을 잡아당겼다.
... 950.
너 원래 이렇게 똑똑했어?
뭐야... 왜 칭찬 받았는데도 기분이 좋지 않은 거지!
그분이 바로 ATK의 흑기사에요....
언니들은 그분을 왜 찾는 건가요?
걔는 우리 동료인데, 그 녀석 최근 들어 한 눈 파는 일이 많아졌단 말이지, 그래서 우리가 직접 조사에 나선 거야.
죄송해요. 처음에는 언니들을 의심해서 말할 수 없었어요....
AEK999는 우리 팀원이야, 그 녀석을 찾아 여기에 온 거야.
네... 그럼 말씀드릴게요.
회색 머리 언니는 분명히 여기 왔었어요....
그렇지! 에헴, 드디어 찾아냈다, AEK999!
그럼 걔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
그분은 그... 그곳에 간다고 했어요....
...토끼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 거야, 빨리 알려줘.
[공동묘지]...
그분은 공동묘지에 간다고 했어요....
무슨 공동묘지?
[공동묘지]는 시티 전설 속 장소예요, 아무도 그 위치를 몰라요...
심지어 [공동묘지]가 정말 존재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아요.
그럼 AEK는 그 공동묘지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거야? 그리고, 그런 곳엔 왜 가는 건데?
찾아낼 거라고 했어요.
그곳에 간 이유는 그 전설 때문인데...
[공동묘지]에는 포터블 시티의 주인이 잠들어 있다고 전해오고 있어요.
주인?
저희도 주인이라는 게 무슨 존재인지는 몰라요, 한 번도 깨어난 적이 없었거든요.
어쩌면... 이것도 실존하지 않는, 그저 허황된 전설일 뿐일지도...
이제야 말이 좀 맞네... AEK가 그 [공동묘지]라는 곳에 가려고 한다고...
근데 어디서부터 조사를 시작하지?
일손이 너무 모자라, 다른 팀원들이 같이 있으면 딱 좋을 텐데....
저..., 저기, 저분한테 물어보시는 게 어때요?
뭐?
저분도 ATK의 멤버예요.
저분이랑도 아는 사이이실 것 같은데....
...토끼귀 요정은 무리 밖에 떨어져 있는 한 사람을 가리켰다.
에? 저건...
저분이 바로 ATK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냐옹전사님이세요!
...M950A와 썬더가 토끼귀 요정이 가리킨 방향으로 바라보니, 코트로 온몸을 꽁꽁 싸맨 미스테리해 보이긴 하는 소녀가 있었다.
...물론 그 둘에게는 조금도 미스테리하지 않았지만.
......
......
......
TMP...
...!
네가 왜...
<size=60>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s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