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
......
Ladies!and Players——!
다들, 내가 그리웠어?
너...
넌 대체 누구냐!
미스 페일이라고 불러줘.
포터블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갖고 있는 자.
그리고...
이 포터블의 주인이지.
대체 무슨 꿍꿍이야, 바른대로 말해!
맞아, 한바탕 싸우고 모든 걸 끝내자고!
너희들은 싸움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거야?
적어도 포터블에서는, 음악이 전부인걸.
헛소리 말아요! 그 철혈들은 분명히 당신이 소환한 거잖아요!
어? 그런 거야?
촉이 참 좋구나, 미스 냐옹전사.
난 그저 너희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이 도시를 조금 고쳤을 뿐이야.
불안정한 요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거든, 그래서 다시 '교육'할 필요가 있었던 거야.
......
네가 말한... '교육'이란 게——
맞아... 걔네들의 이름을 빼앗는 거지!
...!
자신의 이름, 음악의 타이틀, 그리고 존재 이유까지 몽땅...
... 내가 걔네들을 잡아들여서, 이런 필요 없는 것들을 모조리 빼앗아 준 거야.
어떻게 그런 짓을!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왜냐고? 이 포터블에는 그런 것들이 필요 없는 걸.
모두 서로가 누군지도 알 필요 없고, 노랫소리가 어디서 오는지도 알 필요 없고, 왜 살아가는지도 알 필요 없어.
그저 행복하게 멜로디만 즐기면 되는 거야, 이게 바로 음악의 존재 이유 아니겠어? 이게 바로 행복 아니겠어?
페일, 네 말대로라면...
모두의 기억을 건드렸다는 건데, 설마... 우리가 만났던 요정들도...
그 아이의 기억도...
당연하지. 포터블의 모든 요정들의 기억은… 내가 적어도 한 번씩은 빼앗았어.
그런데도 이따금씩 기억을 되찾곤 해서, 어쩔 수 없이 잡아들인 다음에 기억을 다시 고쳐 쓴다고.
최근엔 요정들이 깨어나는 횟수가 점점 많아져서, 모두의 행복을 위해 매일 밤 내가 얼마나 고생인지 몰라.
그런 건 행복이 아니야!
자신의 소중한 이름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누구를 기다리는지조차 잊어버렸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겠어!
에이~ 잊어버리면 더 이상 소중하지도 않잖아?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그럼 누가 결정해야 할 일인데? 아무런 감정도 없고, 그저 변수로 가득 찬 이 세계?
혈연, 출생지, 가족, 타인의 평가, 여론의 경향, 자연재해, 교통사고, 전쟁, 내일 볼 시험의 출제 범위, 다음 주 복권 당첨번호...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게, 대체 얼마나 있다는 거지?
현실이 빚어낸 환상에 속지 마, 행복은 직접 쟁취하는 게 아니야, 인형 아가씨.
그럼 네가 하고 있는 일은 대체 뭔데?
모든 이들의 기억을 빼앗는 것도, 그저 너의 자기만족을 위할 뿐이잖아!
말했을 텐데,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모두가 행복해야만 나도 행복해질 수 있어, 이게 포터블의 주인으로서의 삶이야.
무엇이 헛것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각자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 결정할 일이야!
맞아요! 아무리 저 혼자 하는 망상이라도, 다른 사람이 간섭하는 건 싫은걸요!
거기서 자신의 괴벽을 당당하게 주장하는구나.
으윽...
봐봐, 저렇게 일이 꼬이기 시작했잖아?
하지만 새로운 것은 이렇게 부딪히면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네 방식대로는 새로운 음악도 소울도 탄생할 수 없어!
새로운 것? 지금 포터블에 새것 같은 건 없어, 필요도 없고.
이대로가 가장 좋아, 규칙도 없고, 의견도 없고, 모두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행복을 얻을 수 있어.
너희도 우리와 같은 인류의 피조물일 뿐인데 무슨 자유의지를 논하는 거야?
정말 딱하구나, 적어도 나는 자신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아.
......
그건 유감이네, 이제 곧 없어질 테니.
이 세계에 왔으니, 얌전히 내 생각을 받아들이고 나의 동료가 되렴.
설마... 우리 마인드맵까지 빼앗을 수 있는 건가?
그야 물론이지, 왜 이번엔 이곳을 떠날 수 없는지 알고 있어?
...?!
뭐? 설마 너희들도——
마, 말도 안 돼! 이게 다 당신 때문에?
세상이란 게 이런 거지.
아무 의미 없는 조각들뿐이고 얼마든지 떼어내 버릴 수 있어.
아직 '수술'이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몸을 되찾고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지금이라면...
드디어 모든 것을 뒤바꿀 때가 온 거야... 절대적인 자유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
...페일이 묘비 위에서 뛰어내렸다.
누가 네 멋대로 하게 둘 줄 알고! 너 혼자서는 우리를 이길 수 없어!
누가 너희를 이기고 싶대?
나는 그저 너희에게 행복을 줄 뿐이야... 주인으로서.
온다!
...페일이 별 모양의 무기를 들었다.
긴장할 필요 없어, 여러분.
너희들을 진정시켜줄 노래 한 곡 들려주려는 거니까!
...조심해!
으아아——!
...순식간에, 온 공동묘지가 불길한 빛으로 가득 차 달빛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삼켜버렸다.
......
...
...쾅쾅!
...쾅쾅쾅!
...
여긴... 어디지?
...쾅쾅쾅쾅!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문 열라고! 숙소 점검이야, 빨리!
...철컥.
좋은 아침이야, M950A.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너 자고 있었지!
난...
미안, M950A.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어.
아? 그게 무슨 말이야?
AEK가 아침에 나한테...
네가 오면, 복도에 총을 한 발 쏘라고 했거든.
내 총소리는 크니까 거기까지 들릴 거라고.
어... 왜 총소리를 들으려 하는 건데...
잠깐, 걔 숙소에 없어?
전자오락실에서 게으름 피우고 있어.
윽...
그러니까... AEK랑 네가 둘이 짰다는 말이네.
그런데 이상해, 너 오늘... 뭔가 쓸데없이 솔직한 것 같단 말야.
나도 잘 모르겠어...
마인드맵이... 열린 느낌이야.
그래서… 화 났어?
왜 화를 내, 이렇게 솔직하게 다 말해줬는데.
날 미워하는 거 아냐? 950.
너는 날 굳게 믿었는데, 나는... AEK의 나쁜 짓이나 돕고...
음... 왜 너를 미워하겠어...
썬더, 너는 내가 미워?
당연히 아니지.
진짜?
난 네가 좋아, 950.
너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를 항상 믿어주니까.
그럼 넌 내가 미워?
그럴 리가.
내가 미워하는 건...
내가 미워하는 건... 나 자신 뿐인걸.
...
썬더! 빨리! 마인드맵을 닫아!
그렇지 않으면 페일에게 지배당할 거야! 누구도 믿으면 안 돼!
AEK?
세라가 내게 말해준 거야, 난 지금 페일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어!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금방 널 구해줄게, 반드시 우릴 기다려야 해!
...AEK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방금 목소리는...
무슨 소리 들렸어?
난...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어떻게 된 거지?
경계경보야! 적이 나타났나 봐!
...
잠깐, 다른 인원들은?
무슨 다른 인원들?
K2, AEK999, TMP, 그리고 다른 인형들....
걔네들이 중요해?
... 엄청 중요해.
나랑 비교하면?
너보다 중요하지.
왜냐하면, 넌 진짜 M950A도 아니잖아.
...
어떻게 알았어?
내가 좋아하는 950은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을 옳다고 믿어.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지만, 그녀는 행동으로 항상 우유부단한 나를 이끌어 주는걸.
그런 950이... 나는 그런 950이 자기 자신을 싫어할 리 없다고 믿어.
그래...
역시 썬더네, 관찰력이 예리하잖아.
정체를 들켰지만... 그래도 같이 출격해야 해.
왜?
이 꿈이 끝나야만, 우리가 헤어지고, 네가 벗어날 수 있거든.
그리고... 나는 철혈로 가득한 장소에 버려지고 싶지 않아.
너마저 사라지면, 난 죽지 않아도 분명 미쳐버릴 거야.
꼭 끝을 봐야 하는 거야?
아니면, 총알 한 발로 이 꿈을 끝낼 수도 있어.
됐어.
나도 다른 길을 선택한 네가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어.
응, 나랑 같이 꿈을 꾼다고 생각해...
거짓일지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함께 해줬으면 좋겠어.
... 알겠어.
출발하자, 철혈을 처리하고, 승리를 쟁취하자.
그리고 나를 이 거짓된 꿈으로부터 깨워줘.
...작전 종료.
우리가 이겼어, 썬더.
여기에는 더 이상 철혈이 존재하지 않아, 그리폰 같은 것도 없어. 이 세계는 우리 둘만의 것이야.
...
이 세계가 마음에 들어, 썬더?
더 이상 너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너의 포커페이스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아.
네가 감정 표현이 서툴다는 것도, 나는 이해하고 있어. 네가 바라왔던 건 바로 이런 세계잖아!
하지만, 나는 남고 싶지 않아.
왜?
내가 진짜가 아니라서?
난 여기서 살 수 없어.
확실히 나는 형편 없고... 생각만 많고 표현을 못해서, 모두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해.
하지만, 난 노력해서 그런 환경에 적응해 가야 해, 이렇게 도피하는 게 아니라.
썬더, 진심이야...?
그런 세계가 대체 뭐가 좋다는 거야!
다 맘에 들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그런 세상 속에서 나는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거야...
그녀들을 따라잡을 때까지... 950도 괜찮고, 다른 팀원들도 상관없어...
나는 꿈속에 숨지 않아, 마찬가지로 950이나 그 누구의 등 뒤에도 숨지 않아.
......
950이 말했었어, 나는 마인드맵 깊은 곳부터 변해야 한다고.
이번 모험을 통해,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어, 나는 너의 힘이 되어야 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 그래서...
썬더...
그래서 미안해, 난 반드시 깨어나야 해, 어떤 대가를 치른다해도...
...M950A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앞의 세계가 깨진 달걀 껍질처럼 벗겨지기 시작했다.
다행이야, 썬더.
넌 시험을 통과했어.
뭐라고?
원래는 너도 데려가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썬더의 발밑의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 작별할 시간인가....
...M950A가 썬더에게 다가왔다.
뭐라고?
...M950A가 썬더를 밀쳤다, 썬더는 발밑의 조각과 함께 새하얀 혼돈 속으로 떨어져갔다.
잠깐! 950!
설마...!
...M950A의 목소리가 부서진 세계에 메아리친다.
맞아, 나는 진짜야...
내가 진짜 M950A야.
가끔씩이기는 하지만, 나도 확실히... 자신이 싫어질 때가 있어.
M950A는 바로 이런 녀석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 싫다.
나는 이런 사람이...... 이런 나 자신이 싫다.
...!
나도 생각해봤어, 사명이란 속박을 벗어던진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봤어, 만약 동료가 없다면, 만약 너희가 없다면...
미안해, 썬더. 네가 믿고 있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지금의 너야말로 진정한 네가 아니야! 돌아와, 950!
하지만 난 이미 이 길을 선택했어, 미안해....
......
여태까지 전부 내가 잘못한 거였어, 썬더. 그동안 고집 부렸던 것들... 나의 모든 것이 잘못이었어.
넌 잘못 없어, 950!
빨리 마인드맵을 닫아! 페일이 널 침식할 거야!
어쩌면, 내가 기다려온 건 이 순간일지 몰라.
이 순간, 나는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어.
썬더, 이전의 나는 전부 잘못된 거야, 네가 알고 있는 나에 대한 모든 것들 역시 전부 잘못된 거야.
이곳을 떠나, 그리고 나를 잊어....
하지만 넌 잘못되지 않았어, 950!
... 그래?
그래... 넌 잘못되지 않았어....
더 크게 말해줘, 더 듣고 싶어....
넌 잘못이 없어!
넌 잘못되지 않았어——!
...썬더가 크게 소리치는 사이, 시야가 점차 흐릿해졌다.
...결국 온 세계가 썬더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썬더 자신이 공동묘지에 쓰러져 있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고독하고, 적막하고...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너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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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dies!and Players——!
다들, 내가 그리웠어?
너...
넌 대체 누구냐!
미스 페일이라고 불러줘.
포터블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갖고 있는 자.
그리고...
이 포터블의 주인이지.
대체 무슨 꿍꿍이야, 바른대로 말해!
맞아, 한바탕 싸우고 모든 걸 끝내자고!
너희들은 싸움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거야?
적어도 포터블에서는, 음악이 전부인걸.
헛소리 말아요! 그 철혈들은 분명히 당신이 소환한 거잖아요!
어? 그런 거야?
촉이 참 좋구나, 미스 냐옹전사.
난 그저 너희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이 도시를 조금 고쳤을 뿐이야.
불안정한 요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거든, 그래서 다시 '교육'할 필요가 있었던 거야.
......
네가 말한... '교육'이란 게——
맞아... 걔네들의 이름을 빼앗는 거지!
...!
자신의 이름, 음악의 타이틀, 그리고 존재 이유까지 몽땅...
... 내가 걔네들을 잡아들여서, 이런 필요 없는 것들을 모조리 빼앗아 준 거야.
어떻게 그런 짓을!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왜냐고? 이 포터블에는 그런 것들이 필요 없는 걸.
모두 서로가 누군지도 알 필요 없고, 노랫소리가 어디서 오는지도 알 필요 없고, 왜 살아가는지도 알 필요 없어.
그저 행복하게 멜로디만 즐기면 되는 거야, 이게 바로 음악의 존재 이유 아니겠어? 이게 바로 행복 아니겠어?
페일, 네 말대로라면...
모두의 기억을 건드렸다는 건데, 설마... 우리가 만났던 요정들도...
그 아이의 기억도...
당연하지. 포터블의 모든 요정들의 기억은… 내가 적어도 한 번씩은 빼앗았어.
그런데도 이따금씩 기억을 되찾곤 해서, 어쩔 수 없이 잡아들인 다음에 기억을 다시 고쳐 쓴다고.
최근엔 요정들이 깨어나는 횟수가 점점 많아져서, 모두의 행복을 위해 매일 밤 내가 얼마나 고생인지 몰라.
그런 건 행복이 아니야!
자신의 소중한 이름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누구를 기다리는지조차 잊어버렸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겠어!
에이~ 잊어버리면 더 이상 소중하지도 않잖아?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그럼 누가 결정해야 할 일인데? 아무런 감정도 없고, 그저 변수로 가득 찬 이 세계?
혈연, 출생지, 가족, 타인의 평가, 여론의 경향, 자연재해, 교통사고, 전쟁, 내일 볼 시험의 출제 범위, 다음 주 복권 당첨번호...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게, 대체 얼마나 있다는 거지?
현실이 빚어낸 환상에 속지 마, 행복은 직접 쟁취하는 게 아니야, 인형 아가씨.
그럼 네가 하고 있는 일은 대체 뭔데?
모든 이들의 기억을 빼앗는 것도, 그저 너의 자기만족을 위할 뿐이잖아!
말했을 텐데,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모두가 행복해야만 나도 행복해질 수 있어, 이게 포터블의 주인으로서의 삶이야.
무엇이 헛것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각자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 결정할 일이야!
맞아요! 아무리 저 혼자 하는 망상이라도, 다른 사람이 간섭하는 건 싫은걸요!
거기서 자신의 괴벽을 당당하게 주장하는구나.
으윽...
봐봐, 저렇게 일이 꼬이기 시작했잖아?
하지만 새로운 것은 이렇게 부딪히면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네 방식대로는 새로운 음악도 소울도 탄생할 수 없어!
새로운 것? 지금 포터블에 새것 같은 건 없어, 필요도 없고.
이대로가 가장 좋아, 규칙도 없고, 의견도 없고, 모두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행복을 얻을 수 있어.
너희도 우리와 같은 인류의 피조물일 뿐인데 무슨 자유의지를 논하는 거야?
정말 딱하구나, 적어도 나는 자신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아.
......
그건 유감이네, 이제 곧 없어질 테니.
이 세계에 왔으니, 얌전히 내 생각을 받아들이고 나의 동료가 되렴.
설마... 우리 마인드맵까지 빼앗을 수 있는 건가?
그야 물론이지, 왜 이번엔 이곳을 떠날 수 없는지 알고 있어?
...?!
뭐? 설마 너희들도——
마, 말도 안 돼! 이게 다 당신 때문에?
세상이란 게 이런 거지.
아무 의미 없는 조각들뿐이고 얼마든지 떼어내 버릴 수 있어.
아직 '수술'이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몸을 되찾고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지금이라면...
드디어 모든 것을 뒤바꿀 때가 온 거야... 절대적인 자유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
...페일이 묘비 위에서 뛰어내렸다.
누가 네 멋대로 하게 둘 줄 알고! 너 혼자서는 우리를 이길 수 없어!
누가 너희를 이기고 싶대?
나는 그저 너희에게 행복을 줄 뿐이야... 주인으로서.
온다!
...페일이 별 모양의 무기를 들었다.
긴장할 필요 없어, 여러분.
너희들을 진정시켜줄 노래 한 곡 들려주려는 거니까!
...조심해!
으아아——!
...순식간에, 온 공동묘지가 불길한 빛으로 가득 차 달빛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삼켜버렸다.
......
...
...쾅쾅!
...쾅쾅쾅!
...
여긴... 어디지?
...쾅쾅쾅쾅!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문 열라고! 숙소 점검이야, 빨리!
...철컥.
좋은 아침이야, M950A.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너 자고 있었지!
난...
미안, M950A.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어.
아? 그게 무슨 말이야?
AEK가 아침에 나한테...
네가 오면, 복도에 총을 한 발 쏘라고 했거든.
내 총소리는 크니까 거기까지 들릴 거라고.
어... 왜 총소리를 들으려 하는 건데...
잠깐, 걔 숙소에 없어?
전자오락실에서 게으름 피우고 있어.
윽...
그러니까... AEK랑 네가 둘이 짰다는 말이네.
그런데 이상해, 너 오늘... 뭔가 쓸데없이 솔직한 것 같단 말야.
나도 잘 모르겠어...
마인드맵이... 열린 느낌이야.
그래서… 화 났어?
왜 화를 내, 이렇게 솔직하게 다 말해줬는데.
날 미워하는 거 아냐? 950.
너는 날 굳게 믿었는데, 나는... AEK의 나쁜 짓이나 돕고...
음... 왜 너를 미워하겠어...
썬더, 너는 내가 미워?
당연히 아니지.
진짜?
난 네가 좋아, 950.
너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를 항상 믿어주니까.
그럼 넌 내가 미워?
그럴 리가.
내가 미워하는 건...
내가 미워하는 건... 나 자신 뿐인걸.
...
<color=#00CCFF>썬더! 빨리! 마인드맵을 닫아!</color>
<color=#00CCFF>그렇지 않으면 페일에게 지배당할 거야! 누구도 믿으면 안 돼!</color>
AEK?
<color=#00CCFF>세라가 내게 말해준 거야, 난 지금 페일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어!</color>
<color=#00CCFF>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금방 널 구해줄게, 반드시 우릴 기다려야 해!</color>
...AEK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방금 목소리는...
무슨 소리 들렸어?
난...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어떻게 된 거지?
경계경보야! 적이 나타났나 봐!
...
잠깐, 다른 인원들은?
무슨 다른 인원들?
K2, AEK999, TMP, 그리고 다른 인형들....
걔네들이 중요해?
... 엄청 중요해.
나랑 비교하면?
너보다 중요하지.
왜냐하면, 넌 진짜 M950A도 아니잖아.
...
어떻게 알았어?
내가 좋아하는 950은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을 옳다고 믿어.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지만, 그녀는 행동으로 항상 우유부단한 나를 이끌어 주는걸.
그런 950이... 나는 그런 950이 자기 자신을 싫어할 리 없다고 믿어.
그래...
역시 썬더네, 관찰력이 예리하잖아.
정체를 들켰지만... 그래도 같이 출격해야 해.
왜?
이 꿈이 끝나야만, 우리가 헤어지고, 네가 벗어날 수 있거든.
그리고... 나는 철혈로 가득한 장소에 버려지고 싶지 않아.
너마저 사라지면, 난 죽지 않아도 분명 미쳐버릴 거야.
꼭 끝을 봐야 하는 거야?
아니면, 총알 한 발로 이 꿈을 끝낼 수도 있어.
됐어.
나도 다른 길을 선택한 네가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어.
응, 나랑 같이 꿈을 꾼다고 생각해...
거짓일지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함께 해줬으면 좋겠어.
... 알겠어.
출발하자, 철혈을 처리하고, 승리를 쟁취하자.
그리고 나를 이 거짓된 꿈으로부터 깨워줘.
...작전 종료.
우리가 이겼어, 썬더.
여기에는 더 이상 철혈이 존재하지 않아, 그리폰 같은 것도 없어. 이 세계는 우리 둘만의 것이야.
...
이 세계가 마음에 들어, 썬더?
더 이상 너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너의 포커페이스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아.
네가 감정 표현이 서툴다는 것도, 나는 이해하고 있어. 네가 바라왔던 건 바로 이런 세계잖아!
하지만, 나는 남고 싶지 않아.
왜?
내가 진짜가 아니라서?
난 여기서 살 수 없어.
확실히 나는 형편 없고... 생각만 많고 표현을 못해서, 모두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해.
하지만, 난 노력해서 그런 환경에 적응해 가야 해, 이렇게 도피하는 게 아니라.
썬더, 진심이야...?
그런 세계가 대체 뭐가 좋다는 거야!
다 맘에 들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그런 세상 속에서 나는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거야...
그녀들을 따라잡을 때까지... 950도 괜찮고, 다른 팀원들도 상관없어...
나는 꿈속에 숨지 않아, 마찬가지로 950이나 그 누구의 등 뒤에도 숨지 않아.
......
950이 말했었어, 나는 마인드맵 깊은 곳부터 변해야 한다고.
이번 모험을 통해,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어, 나는 너의 힘이 되어야 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 그래서...
썬더...
그래서 미안해, 난 반드시 깨어나야 해, 어떤 대가를 치른다해도...
...M950A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앞의 세계가 깨진 달걀 껍질처럼 벗겨지기 시작했다.
다행이야, 썬더.
넌 시험을 통과했어.
뭐라고?
원래는 너도 데려가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썬더의 발밑의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 작별할 시간인가....
...M950A가 썬더에게 다가왔다.
뭐라고?
...M950A가 썬더를 밀쳤다, 썬더는 발밑의 조각과 함께 새하얀 혼돈 속으로 떨어져갔다.
잠깐! 950!
설마...!
...M950A의 목소리가 부서진 세계에 메아리친다.
맞아, 나는 진짜야...
내가 진짜 M950A야.
가끔씩이기는 하지만, 나도 확실히... 자신이 싫어질 때가 있어.
M950A는 바로 이런 녀석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 싫다.
나는 이런 사람이...... 이런 나 자신이 싫다.
...!
나도 생각해봤어, 사명이란 속박을 벗어던진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봤어, 만약 동료가 없다면, 만약 너희가 없다면...
미안해, 썬더. 네가 믿고 있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지금의 너야말로 진정한 네가 아니야! 돌아와, 950!
하지만 난 이미 이 길을 선택했어, 미안해....
......
여태까지 전부 내가 잘못한 거였어, 썬더. 그동안 고집 부렸던 것들... 나의 모든 것이 잘못이었어.
넌 잘못 없어, 950!
빨리 마인드맵을 닫아! 페일이 널 침식할 거야!
어쩌면, 내가 기다려온 건 이 순간일지 몰라.
이 순간, 나는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어.
썬더, 이전의 나는 전부 잘못된 거야, 네가 알고 있는 나에 대한 모든 것들 역시 전부 잘못된 거야.
이곳을 떠나, 그리고 나를 잊어....
하지만 넌 잘못되지 않았어, 950!
... 그래?
그래... 넌 잘못되지 않았어....
더 크게 말해줘, 더 듣고 싶어....
넌 잘못이 없어!
넌 잘못되지 않았어——!
...썬더가 크게 소리치는 사이, 시야가 점차 흐릿해졌다.
...결국 온 세계가 썬더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썬더 자신이 공동묘지에 쓰러져 있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고독하고, 적막하고...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너는...
잘못되지...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