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스토리 1
......
아... 졸고 말았네...
아이고 내 위장이야...
호기심으로라도 "갈아만든 김치"를 마시는 게 아니었어...
술을 섞고 삶을 바꿔 줄 시간이군.
......
...근데 아무도 없어서 조용하네.
길리안은 휴가 갔지, 보스는 장 보러 나갔지... 그런데 10분 전에 돌아왔어야 하는데.
신사 숙녀, 공기 분자 여러분, 전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은 안나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야, 거기 빨래판! 널 체포하겠다!
그래, 오늘은 첫 손님부터 요란하네...
엥? 전혀 안 놀라네?
빨래판이라 한 거요, 아님 체포하는 거요?
빨래판 말이라면 익숙해진지 오래라...
그리고 체포라면... 당신은 화이트 나이트가 아니잖아요.
야, 아무리 그래도 혼자 가게에 있는데 누가 산탄총을 들고 들어오면 적어도 겁은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섭기는 해요. 당신이 기대하는 만큼이 아닐 뿐이지.
만약 강도질을 하러 온 거라면, 그냥 얌전히 돈을 드리면 되는 일이에요. 나중에 우리 보스가 와서 처리하면 되니까요.
만약 당신이 미치광이 살인마라면, 이딴 구석에 올 리가 없죠.
히히, 아무래도 괴짜를 많이 만나본 모양이네?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당신 정도면 양반이에요.
어... 잠깐만요. 당신, 인간이 아닌 것 같네요?
오, 눈치챘어?
하지만 릴림은 아니네요.
무슨 근거로?
외형이 릴림보다 인간에 가깝잖아요. 특히 신체 구조가요.
그리고 릴림의 전자 신경은 주위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거든요.
와아, 관찰력 좋은데! 너 마음에 들었어! 이 술집도 꽤 괜찮고!
그럼 답이 뭔지 말해 주실래요?
일단 마실 것 좀 줘, 이 집 술은 어떤 특색이 있는지 보게. 그나저나, 너 뭐라 부르면 돼?
"질"이면 돼요.
질이라, 기억하기 쉽네. 슈가 러쉬 만들 줄은 알지?
물론이죠. BTC의 교육 과정을 거친 바텐더에겐 기본 중의 기본이랍니다.
좋아, 그럼 그거 한 잔! 제대로 못 만들면 네 앞으로 과속 벌금 청구서 달 거야!
문제없어요, 음...
(잠깐만, 아직 정신이 몽롱한 것 같아. 기본 과정을 되짚어보자...)
방금 주문받은 건 슈가 러쉬, 간단한 거라 다행이네.
레시피 도감 좌측 상단의 탐색 막대에서 레시피를 찾아.
초성만이 아니라, "단맛" 같은 맛이나, "여성적" 같은 형식을 기준으로도 원하는 레시피를 빠르게 찾을 수 있어.
레시피에 적힌 만큼 재료를 터치해서 셰이커에 넣어.
다 넣으면 [섞기] 버튼을 누르고 다시 누르면 완성이야.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건네기]를 눌러서 손님에게 건네면 끝.
저기, 바텐더?
만약 제조 과정에서 실수해서 실패작이 나오면 왼쪽 하단의 재시도 버튼을 눌러 다시 만들 수 있어.
만약 [혼합]이 필요한 드링크일 경우, [섞기] 버튼을 누르고 3초 이상 기다리거나, 직접 폰을 흔들고 멈추기 버튼을 누르면 돼...
폰을 흔들어...?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바텐더! 지금 뭐하고 있어?
아, 죄송해요, 잠깐 정신을 되찾고 있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바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나저나, 무슨 특색이 있는지 보겠다면서 주문한 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슈가 러쉬라니...)
<va11><perfect>21<good>5,6,16,18,20
우와! 정말로 해냈네!
키야―― 맛있다! 이게 슈가 러쉬구나!
기본이라고 했잖아요.
헤헤, 그럼 다음 잔도 기대할게, 바텐더 씨.
으음... 생각한 거랑 뭔가 좀 다른데...?
글리치 시티의 특색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흐응...?
뭐, 이것도 나쁘진 않네.
바텐더 씨 보기보다 재밌는 사람이었구나?
자, 이제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시겠어요, 소악마 아가씨?
내 이름은 M870이야.
I.O.P.제 전술 자율인형이고, 지금은 그리폰 안전계약사에서 전투원으로 일하고 있지.
그리폰...
아, 어제자 [어그멘티드 아이]에서 봤어요.
재벌 기업에서 여러분을 고용해서 여기서 테스트 및 교류 작업을 한댔죠?
딩동댕~! 정답!
아니 근데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어? 지금 우리 회사 사람들이 도시에 바글바글한데!
재벌 기업이 하는 짓거리로 추측해 보건대, 당신들은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만 배치됐을걸요? 그리고 전 보통 밤에만 외출해요.
아무튼, 글리치 시티와 발할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고마워! 나 말이야, 고맙다는 말 잘 안 하거든? 그런데 글리치 시티에 와서 오늘 처음으로 환영한다는 말 들은 거야!
그렇겠죠, 여기 사람들 대부분은 보안직하고 왠만해서는 눈을 안 마주치려 하거든요.
하하하, 그 기분 나도 알아! 여기 사람들이 예전에 화이트 나이트에게 뭘 했는지는 나도 들었어!
(그런데도 잘도 웃네...)
그래서, M870이란 이름은 당신의 이름인가요, 아니면 그 총의 이름인가요?
오오, 눈치도 빠르네.
I.O.P.제 전술인형들은 모두 자신의 무기를 이름으로 사용해. 그러니까 나와 내 총의 이름은 똑같다는 말씀.
그럼 그 총도 진짜라는 말이네요?
음? 바텐더 씨 이제야 좀 긴장하는 거야?
그래도 걱정할 것 없어. 우린 세상에서 제일 유능한 PMC 중 하나라서, 이 총도 무지하게 개조하고 안전장치도 잔뜩 붙인 거니까.
그래서 바텐더 씨가 죽자살자 달려들어서 내 총을 뺏는다 해도, 쏘기는 커녕 방아쇠도 못 당겨.
(걱정되는 건 그 총보다 손님의 성격인데...)
그럼 당신들은 글리치 시티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화이트 나이트가 하는 일이랑 똑같은 거! 순찰하고, 보초 서고, 사람들 구하고, 범죄자 잡고, 시민들의 기분 나쁜 눈초리를 웃으며 받는 일을 하고 있지.
당신은 마지막으로 말한 일은 잘 못할 것 같은데요.
와오, 기가 막히게 돌직구를 날리네.
상대마다 달라요. 손님은 돌려서 말하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하하하, 역시 마음에 들어! 진심으로!
그냥 대충 둘러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조금만 더 있다 가는 게 좋겠어. 으음... 이번엔 마스블라스트 한 잔 줘!
그거 꽤 독한 술인데요, 인형이 그런 거 마셔도 되나요?
히히, 확인해 보면 되잖아?
((마스블라스트라... 부디 술주정이 얌전하길 빌어야지. 누가 뭐래도 실총을 들고 있으니...)
<va11><perfect>14<good>3,4
자, 주문하신 마스블라스트 나왔습니다.
어디어디... 우와아아! 진짜 화끈하네!
주문한 대로 만든 거예요.
어우 화끈해! 그렇다고 못 마시겠단 소린 아니야!
우와! 생각한 거랑 좀 다르지만, 이것도 꽤 화끈한걸?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드세요. 도저히 안 되겠으면 다른 걸로 드릴게요.
(환불은 안 해줄 거지만.)
으으... 꿀꺽... 꿀꺽...
카아아아!! 봤지!? 다 마셨어!
꽤 잘 드시네요. 박수라도 쳐 드려요?
후후후, 우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
그도 그럴 게, 당신이 제 첫 번째 그리폰 인형 손님인걸요.
에이, 왜 그렇게 관심이 없어? 나도 글리치 시티엔 오늘 처음 온 건데 벌써 엄청 많이 알고 있는걸.
그럼 글리치 시티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시궁창 같았나요? 괜히 좋게좋게 할 필요 없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오히려 그런 게 더 기쁠지도 몰라요.
응? 그렇게 말할 생각 없는데? 거리는 엉망진창이고, 사람들 태도도 영 별로고, 한밤중에 누가 권총 들고 나한테 덤벼들 것만 같은 분위기긴 하지만 말이야.
그것 때문에 당신들을 여기에 부른 거죠.
맞아. 하지만 완전히 난장판인 상태는 아니잖아? 그리고 엄청 신선하기도 해.
다른 도시는 너무 깨끗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전쟁통이거든. 너무 극단적이라 적당한 스릴을 즐길 수가 없어.
PMC에서 일하면서 스릴을 즐겨요?
쯧쯧쯧,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어중간하게 혼란스러운 곳일 수록 우리가 더 활약할 수 있는 법이라고.
요컨대, 적당히 혼란스러울수록 즐겁다는 거군요.
물론이지! 강력 범죄는 해결하기가 영 짜증나지만, 과속이나 불법 주차 단속 같은 건 식은 죽 먹기니까!
정해진 숫자만 초과하면, 바로 벌금 딱지 붙이고 수갑 채우고 붙잡힌 녀석의 똥 씹은 표정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잖아!
아하... 그럼 글리치 시티에서 일하는 게 정말 잘 어울리겠네요. 여긴 폭주족이랑 좀도둑 천지니까요.
...화이트 나이트와 당신 같은 사설 경찰 중 어느 쪽이 이 도시에 더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고철이나 다름없는 군용 로봇을 쓰다니, 진작에 퇴역시키지 않고 뭐한대?
그딴 걸로 어떻게 도시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거야? 역시 나처럼 친화력 높은 인형이 제격이지!
확실히, 헬멧을 쓰고 다니는 화이트 나이트보단 당신들이 더 주목받겠네요.
(그런 얼굴로 거리를 돌아다니면 십중팔구 주먹이 날아오겠지만 말이야. 아니면 야구 방망이거나.
또 주문하실 건가요?
뭐 자신작 같은 거 있어?
레스토랑에서 "뭐가 맛있어요?"라고 물으면 실례인 거 알아요?
그래도, 개인적으론 피아노 우먼을 추천드리고 싶군요.
왜?
유명한 메뉴거든요. 그리고 제 친구 중 하나인 릴림이 좋아하는 거라, 당신 같은 인형도 좋아할까 궁금해서요.
뭐야, 지금 나 시험하는 거야? 우린 릴림이랑은 다르다니까!
그래도 그 말을 들으니 날 친구처럼 대접한다는 것 같으니까, 그걸로 주문할게!
(피아노 우먼 한 잔.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피아노 맨이 더 나을 것 같은데? DFC-72 모델 릴림과는 다른 인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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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어째 이름하고는 좀 안 어울리는 맛인데?
당신에겐... 좀 더 강한 맛이 어울릴 거 같아서요.
확실히 괜찮네! 질, 정말 잘했어. 이거 이름이 뭐야? 다음에 오면 또 이거 마실게!
피아노 우먼 나왔습니다.
오오! 좀 쿨한 술이 나한테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다!
고마워요. 이건 눈 감고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 봤거든요.
기술적인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인형의 마인드맵은 릴림과 같나요?
감정 표출이나 정신적 성장 방식 말이야? 당연히 다르지!
릴림의 마인드맵은 비교적 자유롭게 성장해. 반면에 인형은...
출고될 때부터 기본적인 설정이 된 상태지.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성격과 가치관이 성장하고 변할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바뀌기 힘들어.
당신이 사람에게 벌금 물리기를 좋아하는 것처럼요?
남한테 벌금 물리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이 어딨는데!
대놓고 합법적으로 남을 혼쭐내는 거잖아, 그것도 돈도 받으면서! 그냥 돈을 뺏는 것보다 훨씬 재밌어!
(민폐 끼치는 점은 화이트 나이트랑 비슷하구나.)
정말로 다른 사람을 혼내는 게 즐거운 일인가요?
그건 날 설계한 인간한테 물어봐. 적어도 난 죄책감 같은 거 안 들어.
참... 편하게 사는군요.
흐응, 그래? 인간은 자유 의지를 더 중시한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인간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죠. 항상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요.
무슨 뜻이야?
사람들도 자신이 무슨 이유로 화를 내게 될지 알지 못해요. 일하다 사고를 쳐서 화가 날 수도 있고, 자신과는 전혀 관계 없는 뉴스를 보고서 화가 날 수도 있죠.
심지어는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신은 신발과 바지의 색상이 전혀 안 어울리는 걸 보고 노발대발하기도 한답니다. 뭐가 잘못됐는지는 말하라면 말하지도 못하면서 말이에요.
네가 딱 그런 부류인 것 같네.
부정은 못 하겠네요. 저도 별것 아닌 일에 환장할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그래도 바텐더 씨는 참 재미있단 말이야. 인간은 좀 더 복잡하게 살아도 괜찮을 거 같은데.
당신은 그저 우리가 창피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아니고요?
에이, 그럴 리가. 네가 그냥 지나가던 아무개 씨였다면, 네 존재는 망신당하는 꼴이 유터보에 업로드됐을 때나 나한테 의미가 있을걸?
하지만 우리가 친구 사이라면, 네가 곤경에 처하면 내가 필요해지겠지?
그러니까, 너와 내가 무슨 관계든 난 손해볼 거 없어.
그럼 당신은... 인형은 인간보다 고민이 적은가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하지만 난 쉽게 즐거워지지!
합법적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요?
벌금 물리는 것 말고도 방법이야 많지. 하나 가르쳐 줄까?
저한테 또 큰 고민이 생긴다면 고려해 보죠.
하하, 내가 너무 늦게 왔나 봐?
아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만 돌아가야겠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여긴 어떻게 찾았나요? 여긴 글리치 시티에 처음 와본 사람이 굳이 찾아올 만한 관광지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키라* 미키의 블로그.
팬이신가요?
난 아닌데, 내 친구 중 한 명이 광팬이야. 하지만 걔는 오늘 순찰 임무가 있어서 내가 대신 어떤 곳인지 보러 왔지.
친구 사이에 서로가 필요해지는 때가 바로 이런 때군요. 그럼 우리 술집에 대한 인상은 묻지 않을게요.
굳이 얘기해 주자면, 썩 괜찮은 곳이야. 이 도시의 다른 곳에 비해선 말이야.
그럼 잘 있어, 바텐더 씨.
......
휴우... 잘했어, 질.
질, 나 왔다! 오래 걸려서 미안해.
방금 나간 녀석은 누구야?
M870이라고, 그리폰 사에서 파견 나온 인형이에요. 보스는 뉴스 보셨어요?
뉴스만이 아니라, 오다가 그리폰 인형들이랑 사진도 찍었지!
녀석들 끝내주지 않아? 헬멧은 안 쓰지만. 그런데 내가 없는 사이에 벌써 인형을 손님으로 받았어?
네, 저도 놀랐다니까요. 한밤중에 혼자서 산탄총을 들고 쳐들어온 안드로이드에게 독한 술을 대접하다니.
제일 놀랐던 건, 그러고도 제 기분이 괜찮았단 거에요.
뭐, 그렇게 설계된 녀석들이니까 말이지. 아무튼, 그럼 나중에 또 그리폰 인형이 손님으로 오겠네? 나도 한 명 받아보고 싶어졌어.
다음엔 누가 올지 모르겠지만...
분명 또 올 거라 생각해요.
전체 대사 보기 (126줄)
......
아... 졸고 말았네...
아이고 내 위장이야...
호기심으로라도 "갈아만든 김치"를 마시는 게 아니었어...
아직 손님이 안 와서 다행이다. 일단 주크박스부터 설정해놔야지.
술을 섞고 삶을 바꿔 줄 시간이군.
......
...근데 아무도 없어서 조용하네.
길리안은 휴가 갔지, 보스는 장 보러 나갔지... 그런데 10분 전에 돌아왔어야 하는데.
신사 숙녀, 공기 분자 여러분, 전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은 안나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야, 거기 빨래판! 널 체포하겠다!
그래, 오늘은 첫 손님부터 요란하네...
엥? 전혀 안 놀라네?
빨래판이라 한 거요, 아님 체포하는 거요?
빨래판 말이라면 익숙해진지 오래라...
그리고 체포라면... 당신은 화이트 나이트가 아니잖아요.
야, 아무리 그래도 혼자 가게에 있는데 누가 산탄총을 들고 들어오면 적어도 겁은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섭기는 해요. 당신이 기대하는 만큼이 아닐 뿐이지.
만약 강도질을 하러 온 거라면, 그냥 얌전히 돈을 드리면 되는 일이에요. 나중에 우리 보스가 와서 처리하면 되니까요.
만약 당신이 미치광이 살인마라면, 이딴 구석에 올 리가 없죠.
히히, 아무래도 괴짜를 많이 만나본 모양이네?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당신 정도면 양반이에요.
어... 잠깐만요. 당신, 인간이 아닌 것 같네요?
오, 눈치챘어?
하지만 릴림은 아니네요.
무슨 근거로?
외형이 릴림보다 인간에 가깝잖아요. 특히 신체 구조가요.
그리고 릴림의 전자 신경은 주위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거든요.
와아, 관찰력 좋은데! 너 마음에 들었어! 이 술집도 꽤 괜찮고!
그럼 답이 뭔지 말해 주실래요?
일단 마실 것 좀 줘, 이 집 술은 어떤 특색이 있는지 보게. 그나저나, 너 뭐라 부르면 돼?
"질"이면 돼요.
질이라, 기억하기 쉽네. 슈가 러쉬 만들 줄은 알지?
물론이죠. BTC의 교육 과정을 거친 바텐더에겐 기본 중의 기본이랍니다.
좋아, 그럼 그거 한 잔! 제대로 못 만들면 네 앞으로 과속 벌금 청구서 달 거야!
문제없어요, 음...
(잠깐만, 아직 정신이 몽롱한 것 같아. 기본 과정을 되짚어보자...)
방금 주문받은 건 슈가 러쉬, 간단한 거라 다행이네.
<color=#FFFF00>레시피 도감 좌측 상단의 탐색 막대에서 레시피를 찾아.</color>
초성만이 아니라, <color=#FFFF00>"단맛" 같은 맛이나, "여성적" 같은 형식을 기준으로도</color> 원하는 레시피를 빠르게 찾을 수 있어.
레시피에 적힌 만큼 재료를 터치해서 셰이커에 넣어.
다 넣으면 <color=#FFFF00>[섞기] 버튼을 누르고 다시 누르면 완성이야.</color>
마지막으로 <color=#FFFF00>마지막으로 [건네기]를 눌러서</color> 손님에게 건네면 끝.
저기, 바텐더?
만약 제조 과정에서 실수해서 실패작이 나오면 <color=#FFFF00>왼쪽 하단의 재시도 버튼을 눌러 다시 만들 수 있어.</color>
<color=#FFFF00>만약 [혼합]이 필요한 드링크일 경우, [섞기] 버튼을 누르고 3초 이상 기다리거나, 직접 폰을 흔들고 멈추기 버튼을 누르면 돼...</color>
폰을 흔들어...?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바텐더! 지금 뭐하고 있어?
아, 죄송해요, 잠깐 정신을 되찾고 있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바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나저나, 무슨 특색이 있는지 보겠다면서 주문한 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슈가 러쉬라니...)
<va11><perfect>21<good>5,6,16,18,20
우와! 정말로 해냈네!
키야―― 맛있다! 이게 슈가 러쉬구나!
기본이라고 했잖아요.
헤헤, 그럼 다음 잔도 기대할게, 바텐더 씨.
으음... 생각한 거랑 뭔가 좀 다른데...?
글리치 시티의 특색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흐응...?
뭐, 이것도 나쁘진 않네.
바텐더 씨 보기보다 재밌는 사람이었구나?
자, 이제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시겠어요, 소악마 아가씨?
내 이름은 M870이야.
I.O.P.제 전술 자율인형이고, 지금은 그리폰 안전계약사에서 전투원으로 일하고 있지.
그리폰...
아, 어제자 [어그멘티드 아이]에서 봤어요.
재벌 기업에서 여러분을 고용해서 여기서 테스트 및 교류 작업을 한댔죠?
딩동댕~! 정답!
아니 근데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어? 지금 우리 회사 사람들이 도시에 바글바글한데!
재벌 기업이 하는 짓거리로 추측해 보건대, 당신들은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만 배치됐을걸요? 그리고 전 보통 밤에만 외출해요.
아무튼, 글리치 시티와 발할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고마워! 나 말이야, 고맙다는 말 잘 안 하거든? 그런데 글리치 시티에 와서 오늘 처음으로 환영한다는 말 들은 거야!
그렇겠죠, 여기 사람들 대부분은 보안직하고 왠만해서는 눈을 안 마주치려 하거든요.
하하하, 그 기분 나도 알아! 여기 사람들이 예전에 화이트 나이트에게 뭘 했는지는 나도 들었어!
(그런데도 잘도 웃네...)
그래서, M870이란 이름은 당신의 이름인가요, 아니면 그 총의 이름인가요?
오오, 눈치도 빠르네.
I.O.P.제 전술인형들은 모두 자신의 무기를 이름으로 사용해. 그러니까 나와 내 총의 이름은 똑같다는 말씀.
그럼 그 총도 진짜라는 말이네요?
음? 바텐더 씨 이제야 좀 긴장하는 거야?
그래도 걱정할 것 없어. 우린 세상에서 제일 유능한 PMC 중 하나라서, 이 총도 무지하게 개조하고 안전장치도 잔뜩 붙인 거니까.
그래서 바텐더 씨가 죽자살자 달려들어서 내 총을 뺏는다 해도, 쏘기는 커녕 방아쇠도 못 당겨.
(걱정되는 건 그 총보다 손님의 성격인데...)
그럼 당신들은 글리치 시티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화이트 나이트가 하는 일이랑 똑같은 거! 순찰하고, 보초 서고, 사람들 구하고, 범죄자 잡고, 시민들의 기분 나쁜 눈초리를 웃으며 받는 일을 하고 있지.
당신은 마지막으로 말한 일은 잘 못할 것 같은데요.
와오, 기가 막히게 돌직구를 날리네.
상대마다 달라요. 손님은 돌려서 말하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하하하, 역시 마음에 들어! 진심으로!
그냥 대충 둘러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조금만 더 있다 가는 게 좋겠어. 으음... 이번엔 마스블라스트 한 잔 줘!
그거 꽤 독한 술인데요, 인형이 그런 거 마셔도 되나요?
히히, 확인해 보면 되잖아?
((마스블라스트라... 부디 술주정이 얌전하길 빌어야지. 누가 뭐래도 실총을 들고 있으니...)
<va11><perfect>14<good>3,4
자, 주문하신 마스블라스트 나왔습니다.
어디어디... 우와아아! 진짜 화끈하네!
주문한 대로 만든 거예요.
어우 화끈해! 그렇다고 못 마시겠단 소린 아니야!
우와! 생각한 거랑 좀 다르지만, 이것도 꽤 화끈한걸?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드세요. 도저히 안 되겠으면 다른 걸로 드릴게요.
(환불은 안 해줄 거지만.)
으으... 꿀꺽... 꿀꺽...
카아아아!! 봤지!? 다 마셨어!
꽤 잘 드시네요. 박수라도 쳐 드려요?
후후후, 우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
그도 그럴 게, 당신이 제 첫 번째 그리폰 인형 손님인걸요.
에이, 왜 그렇게 관심이 없어? 나도 글리치 시티엔 오늘 처음 온 건데 벌써 엄청 많이 알고 있는걸.
그럼 글리치 시티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시궁창 같았나요? 괜히 좋게좋게 할 필요 없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오히려 그런 게 더 기쁠지도 몰라요.
응? 그렇게 말할 생각 없는데? 거리는 엉망진창이고, 사람들 태도도 영 별로고, 한밤중에 누가 권총 들고 나한테 덤벼들 것만 같은 분위기긴 하지만 말이야.
그것 때문에 당신들을 여기에 부른 거죠.
맞아. 하지만 완전히 난장판인 상태는 아니잖아? 그리고 엄청 신선하기도 해.
다른 도시는 너무 깨끗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전쟁통이거든. 너무 극단적이라 적당한 스릴을 즐길 수가 없어.
PMC에서 일하면서 스릴을 즐겨요?
쯧쯧쯧,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어중간하게 혼란스러운 곳일 수록 우리가 더 활약할 수 있는 법이라고.
요컨대, 적당히 혼란스러울수록 즐겁다는 거군요.
물론이지! 강력 범죄는 해결하기가 영 짜증나지만, 과속이나 불법 주차 단속 같은 건 식은 죽 먹기니까!
정해진 숫자만 초과하면, 바로 벌금 딱지 붙이고 수갑 채우고 붙잡힌 녀석의 똥 씹은 표정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잖아!
아하... 그럼 글리치 시티에서 일하는 게 정말 잘 어울리겠네요. 여긴 폭주족이랑 좀도둑 천지니까요.
...화이트 나이트와 당신 같은 사설 경찰 중 어느 쪽이 이 도시에 더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고철이나 다름없는 군용 로봇을 쓰다니, 진작에 퇴역시키지 않고 뭐한대?
그딴 걸로 어떻게 도시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거야? 역시 나처럼 친화력 높은 인형이 제격이지!
확실히, 헬멧을 쓰고 다니는 화이트 나이트보단 당신들이 더 주목받겠네요.
(그런 얼굴로 거리를 돌아다니면 십중팔구 주먹이 날아오겠지만 말이야. 아니면 야구 방망이거나.
또 주문하실 건가요?
뭐 자신작 같은 거 있어?
레스토랑에서 "뭐가 맛있어요?"라고 물으면 실례인 거 알아요?
그래도, 개인적으론 피아노 우먼을 추천드리고 싶군요.
왜?
유명한 메뉴거든요. 그리고 제 친구 중 하나인 릴림이 좋아하는 거라, 당신 같은 인형도 좋아할까 궁금해서요.
뭐야, 지금 나 시험하는 거야? 우린 릴림이랑은 다르다니까!
그래도 그 말을 들으니 날 친구처럼 대접한다는 것 같으니까, 그걸로 주문할게!
(피아노 우먼 한 잔.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피아노 맨이 더 나을 것 같은데? DFC-72 모델 릴림과는 다른 인형이니까.)
<va11><perfect>17<good>18
으음...? 어째 이름하고는 좀 안 어울리는 맛인데?
당신에겐... 좀 더 강한 맛이 어울릴 거 같아서요.
확실히 괜찮네! 질, 정말 잘했어. 이거 이름이 뭐야? 다음에 오면 또 이거 마실게!
피아노 우먼 나왔습니다.
오오! 좀 쿨한 술이 나한테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다!
고마워요. 이건 눈 감고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 봤거든요.
기술적인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인형의 마인드맵은 릴림과 같나요?
감정 표출이나 정신적 성장 방식 말이야? 당연히 다르지!
릴림의 마인드맵은 비교적 자유롭게 성장해. 반면에 인형은...
출고될 때부터 기본적인 설정이 된 상태지.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성격과 가치관이 성장하고 변할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바뀌기 힘들어.
당신이 사람에게 벌금 물리기를 좋아하는 것처럼요?
남한테 벌금 물리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이 어딨는데!
대놓고 합법적으로 남을 혼쭐내는 거잖아, 그것도 돈도 받으면서! 그냥 돈을 뺏는 것보다 훨씬 재밌어!
(민폐 끼치는 점은 화이트 나이트랑 비슷하구나.)
정말로 다른 사람을 혼내는 게 즐거운 일인가요?
그건 날 설계한 인간한테 물어봐. 적어도 난 죄책감 같은 거 안 들어.
참... 편하게 사는군요.
흐응, 그래? 인간은 자유 의지를 더 중시한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인간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죠. 항상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요.
무슨 뜻이야?
사람들도 자신이 무슨 이유로 화를 내게 될지 알지 못해요. 일하다 사고를 쳐서 화가 날 수도 있고, 자신과는 전혀 관계 없는 뉴스를 보고서 화가 날 수도 있죠.
심지어는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신은 신발과 바지의 색상이 전혀 안 어울리는 걸 보고 노발대발하기도 한답니다. 뭐가 잘못됐는지는 말하라면 말하지도 못하면서 말이에요.
네가 딱 그런 부류인 것 같네.
부정은 못 하겠네요. 저도 별것 아닌 일에 환장할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그래도 바텐더 씨는 참 재미있단 말이야. 인간은 좀 더 복잡하게 살아도 괜찮을 거 같은데.
당신은 그저 우리가 창피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아니고요?
에이, 그럴 리가. 네가 그냥 지나가던 아무개 씨였다면, 네 존재는 망신당하는 꼴이 유터보에 업로드됐을 때나 나한테 의미가 있을걸?
하지만 우리가 친구 사이라면, 네가 곤경에 처하면 내가 필요해지겠지?
그러니까, 너와 내가 무슨 관계든 난 손해볼 거 없어.
그럼 당신은... 인형은 인간보다 고민이 적은가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하지만 난 쉽게 즐거워지지!
합법적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요?
벌금 물리는 것 말고도 방법이야 많지. 하나 가르쳐 줄까?
저한테 또 큰 고민이 생긴다면 고려해 보죠.
하하, 내가 너무 늦게 왔나 봐?
아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만 돌아가야겠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여긴 어떻게 찾았나요? 여긴 글리치 시티에 처음 와본 사람이 굳이 찾아올 만한 관광지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키라* 미키의 블로그.
팬이신가요?
난 아닌데, 내 친구 중 한 명이 광팬이야. 하지만 걔는 오늘 순찰 임무가 있어서 내가 대신 어떤 곳인지 보러 왔지.
친구 사이에 서로가 필요해지는 때가 바로 이런 때군요. 그럼 우리 술집에 대한 인상은 묻지 않을게요.
굳이 얘기해 주자면, 썩 괜찮은 곳이야. 이 도시의 다른 곳에 비해선 말이야.
그럼 잘 있어, 바텐더 씨.
......
휴우... 잘했어, 질.
질, 나 왔다! 오래 걸려서 미안해.
방금 나간 녀석은 누구야?
M870이라고, 그리폰 사에서 파견 나온 인형이에요. 보스는 뉴스 보셨어요?
뉴스만이 아니라, 오다가 그리폰 인형들이랑 사진도 찍었지!
녀석들 끝내주지 않아? 헬멧은 안 쓰지만. 그런데 내가 없는 사이에 벌써 인형을 손님으로 받았어?
네, 저도 놀랐다니까요. 한밤중에 혼자서 산탄총을 들고 쳐들어온 안드로이드에게 독한 술을 대접하다니.
제일 놀랐던 건, 그러고도 제 기분이 괜찮았단 거에요.
뭐, 그렇게 설계된 녀석들이니까 말이지. 아무튼, 그럼 나중에 또 그리폰 인형이 손님으로 오겠네? 나도 한 명 받아보고 싶어졌어.
다음엔 누가 올지 모르겠지만...
분명 또 올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