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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VA-11 Hall-A

카페스토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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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안녕하세요, 보스.

다나

어서 와, 질.

거리에 그리폰 인형이 돌아다니는 건 이제 익숙해졌어?

아직이요, 매일 신선한 볼거리가 생겨요.

아무리 봐도 일하러 온 게 아니라 놀러 온 것 같아요. 방금은 길에서 인형 둘이 찬바람을 맞으면서 균형잡기로 겨루고 있는 것도 봤다니까요.

다나

하하, 난 더 재밌는 것도 봤는걸? 보나마나 다 그 테스트 임무의 일환이겠지.

저 안드로이드들은 평범한 여자애와 별 차이가 없어 보여요. 오히려 인간인 화이트 나이트는 근무 중에 로봇같이 입는데.

세상 어딘가가 꼬인 건지 뭔지...

다나

너무 신경쓰지 마. 지금 이런 모습이야말로 50년 전 인간들이 상상했던 미래일지 누가 알아?

자, 어서 영업이나 시작하자고.

네, 이제 문 열게요.

(오늘 틀을 곡을 고르자.)

술을 섞고 삶을 바꿔줄 시간이군.

발할라에 어서 오세요.

도로시

이 도로시 헤이즈 님이 발할라에 다시 돌아왔노라!

도로시

...뭐야, 그 반응은.

뭐긴, 언제나처럼 시트콤 배우의 오버액션을 본 반응이지.

도로시

아니, 그거랑은 달라! 난 구별할 수 있어!

며칠간은 항상 첫 손님이 그리폰 인형이어서 그래.

오늘은 인형이 아니라 릴림이 나타나니까 오히려 어색한 느낌이야.

도로시

흐음... 이해는 가네.

이 술집, 평소에는 손님도 없잖아.이번에 그리폰에서 입소문 타서 거기서만 손님들이 오니 망정이지.

이 술집도 내 직장처럼 단골 손님 못 잡으면 망하잖아.

말을 똑바로 전달 못 했나 보네... 널 오랜만에 본다고.

도로시

아, 그건... 사정이 있어서.

손님 한 명 데리고 왔는데 괜찮지?

네가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별일이네.

도로시

내 친구는 너지.

이쪽은 그냥 오다가 만난... 그리폰 인형이야.

어서 들어와, O44 양!

Ots-44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

도로시

OTs-44. 그냥 O44라 불러도 된대.

길에서 만났는데 고민이 있다나 봐.

난 영업 시간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외래인 호객 행위는 규정 위반이라서 말이지... 그래서 여기로 데려온 거야.

O44, 이쪽은 질이야, 글리치 시티 최고의 바텐더이자 둘도 없는 내 친구지!

네, 도로시에게 전 자판기랑 비슷한 위치랍니다.

도로시

야! 로렌스를 그렇게 말하지 마!

Ots-44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요, 질 씨!

그런데, 여기 진짜 구석에 있네요. 돌아가는 길을 까먹을 것만 같아요.

잠깐만요...

O44 씨, 그러니까 지금... 처음 보는 릴림을 따라서 이런 으슥한 빈민가 깊숙이 왔다는 거예요?

도로시

야, 내가 무슨 유괴범이야?!

Ots-44

괜찮아요, M870한테서 이 술집에 대해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얘가 꼭 여기로 데려올 거란 보장은 없었잖아요.

물론 저희 둘 다 선량한 시민이지만, 그래도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고요.

도로시

나도 글리치 시티에서 "선량한 시민"은 희귀종이라는 건 인정해. 네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도로시 님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야!

Ots-44

네, 저 도로시 씨를 믿어요!

저 눈을 보세요, 순수하고 착한 눈빛이잖아요! 절 속이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어요!

(내가 도로시와 만나고서 깨달은 건, "순수함"과 "선량함" 이 두 단어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지...)

어쨌든... 고민이 있으시다고요? 들려 주시겠어요?

도로시

먼저 마실 것부터 주문하고 천천히 하자.

Ots-44

그러면... 으음...

블루 페어리 되나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 요정 같은 인형에게 블루 페어리 한 잔. 그런데, 이거 왠지 나랑 도로시가 영업 사기로 술값 뜯어내는 거 같잖아...)

<va11><perfect>5

Ots-44

아... 달다!

정말 맛있어요! 고마워요, 질 씨!

도로시

좋아... O44 양,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실까?

Ots-44

어... 그러니까...

저...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도로시

유후~♪

좋은 일이네요.

Ots-44

음...

문제는, 제가 반한 상대가...

...전봇대예요.

......

크흠... 그리폰 인형의 연애관은 인간과는 좀 다른 것 같군요.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 옆의 그 릴림은 자판기를 절친으로 두고 있거든요.

도로시

질!

퇴근할 때 사과할게.

Ots-44

아, 아뇨, 제 말은...

제가 그 전봇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요.

아무래도... 이 도시가 인형에게 이상한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요.

아, 어제도 비슷한 인형분이 왔다 가셨어요. 아무래도 당신들은 글리치 시티의 특색과 잘 어울리지 못하나 보네요.

도로시

다른 인형한테서 들은 건데, 공기 중의 나노머신이랑 과도한 전자파가 그리폰 인형의 모듈에 영향을 준다더라.

Ots-44

아마 그래서인 것 같아요. 심각하진 않지만...

도로시

전봇대에 반하게 만든다고?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데? 막 키스하고 싶어?

Ots-44

말하기는 부끄러운데...

그러니까... 시도때도 없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생각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요...

만지고 싶고, 타고 올라서, 그 전류를 제 몸속에 흐르게 하고, 절 불태우고, 그리고...

도로시

하으읏...♥ 스톱, 잠깐 스톱! 나나나나 나 냉각 좀 해야겠어!

질, 항상 시키던 걸로 한 잔!

아? 어, 응...

(도로시가 "항상 시키던 거", 피아노 우먼 한 잔...)

<va11><perfect>18

받아라, 피아노 걸!

도로시

푸하! 고마워 질! 역시 내 친구야!

Ots-44

죄송해요, 역시 듣기 좀 이상했죠?

아뇨, 옆자리의 릴림 손님에 비하면 정말 귀여운 수준이에요.

도로시

너무 속상해하지는 마, O44. 글리치 시티에선 안드로이드가 전봇대한테 반한 일은 [어그멘티드 아이]에 실리지도 못해.

Ots-44

도로시 씨, 질 씨... 제가 정말 속상한 이유가 뭐냐면요...

이런... 요동치는 감정이 지속적이지도 않고 불안정해서예요. 자꾸 변해 버려요.

제가 가장 처음 반한 건 전봇대가 아니에요...

그전에 무선 이어폰한테 반하고, 현역인 인공위성한테도 반하고, 심지어는 영화 예고편한테...

예고편에요...?

Ots-44

네... 영화 예고편이요...

그것도 그냥 평범한 액션 영화예요. 머릿속이 온통 그 인공위성 생각으로 가득일 때, 갑자기 광고 스크린이 제 눈... 그러니까, 시각 모듈에 번쩍! 하더니...

하루 종일 숙소에 틀어박혀서 마인드맵에서 몇 번이고 재생했어요. 그 예고편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출연 배우가 되거나, 아니면 자막 한 줄로라도 나왔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숙소에서 뛰쳐나오다 그만 실수로 전봇대와 부딪친 뒤론...

어... 뭐라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먼저 진찰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인형도 의사가 있죠?

Ots-44

의사 같은 분은 있어요. 하지만 제 증상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몰라서, 먼저 제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파악부터 하고 싶었어요...

마치 온 세상에게 납치당한 기분이에요. 곳곳이 저를 강제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함정투성이에요...

알마가 여기 없는 게 정말 아쉽네요. 기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도로시

하지만 없으니까, 이 명탐정 도로시가 수수께끼를 해결해 주겠어!

O44, 네가 반한 대상이 변할 때엔 공통점이 있어!

Ots-44

네? 무슨... 공통점인데요?

도로시

후, 후, 후...

네가 반한 상대는 전부 전자 설비야. 그리고 매번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일이 터졌지!

Ots-44

잘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음악을 듣던 중엔 꽈당 넘어졌고, 마침 머리 위로 지나가던 인공위성을 바라봤을 땐 위에서 쏟아진 물에 맞았어요.

그런 일이라면...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글리치 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O44 씨."

Ots-44

제 탓이에요. 제가 너무... 사랑을 갈망해서, 인간의 그런 감정이 너무 궁금해서...

연산해 봐도 도저히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몰라서...

도로시

바로 그게 문제야! 뭐가 됐든 네가 강한 충격을 받는 순간, 마인드맵이 주위에서 전자기기가 방출한 전자파와 이상한 반응을 일으키는 거야.

그리고 바로 그때, 네 마인드맵 속의 "연애"와 관련된 연산이 오버플로우하면서, 그 전자파를 방출한 대상을 목표로 삼아 네게 착란을 일으키는 거지!

틀림없어! 뭣하면 지금 증명해 보자고!

Ots-44

어, 어떻게 증명하는데요?

도로시... 설마 실총을 가진 전술인형의 머리를 카운터에 내려치자고 하진 않을 거지?

도로시

도로시가 그렇게 폭력적으로 보여? 내가 아니라, 질 네가 나설 차례야!

내가?

도로시

여기서 제~일 독한 드링크 부탁~해요~!

아, 알았다.

하지만 여긴 주변이 온통 전자제품인걸? 예상이랑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거 같은데.

도로시

질, 우릴 잘 봐.

지금 O44에게서 가장 가까운 전자제품은 무엇이지?

어디 보자...

아이고... 너잖아, DFC-72 릴림 도로시!

도로시

그럼 실험해 보자!

내 추리가 맞다면, O44는 독한 술을 들이키자마자 나에게 반하고 말 거야!

흑심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지?

도로시

이건 과학 실험이라고! 어쩌면 잡지에 실릴지도 모르잖아? 그럼 우리 장사에도 도움이 될 거 아니야.

그래도 O44 씨의 의견부터 들어봐야지.

Ots-44

저도 궁금해요!

전봇대나 인공위성을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잠시 릴림한테 반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요.

도로시

적어도 난 그 사랑에 대답해줄 수 있어, 자기!

그래 그래. 솔직히 나도 궁금하긴 하네.

준비되셨죠? 그럼 함께 [도로시의 과학 시간]을 시작해 볼까요?

(O44 씨에게 프린지 위버만큼 강하고 독한 걸 주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전부 도로시 탓으로 돌리지 뭐.)

<va11><perfect>10<good>13,14,17

프린지 위버입니다. 맛을 먼저 보세요. 설탕을 탄 에틴 알코올 맛이 입맛에 맞을런지 모르겠네요...

Ots-44

단 맛은 좋아하는데 말이죠...

천천히 마시세요. 이런 맛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대부분은 금방 나가떨어지거든요.

도로시

아니야 아니야! 충격을 받으려면 원샷을 해야지!

도로시, 만약 너 때문에 말썽이라도 났다간...

보스가 너를 해체하면서 두들겨 패고, 네 의식을 사무실의 제어 패널에다 쑤셔넣고서 또 두들겨 팰걸?

도로시

그럼 네 술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 무사하길 기도해.

O44, 이 술집은 BTC 인증을 받은 곳이니까 안심하고 원샷해!

Ots-44

알았어요...

......

으읍...!

(맙소사, 정말 단숨에 들이켰어!)

도로시

후후, 이 도로시 님만 믿어!

지금 기분이 어때, O44? 나를 봐봐. 새로운 연심이 느껴져?

Ots-44

......

어째 심상치 않은데.

도로시

그... 그럴 리가.

O44? O44 양?

다운됐나 봐.

도로시

으아악! 그리폰 인형을 망가뜨렸어! 신문에 실려 버려! 감옥에 끌려가 버려!

아, 감옥 가기 전에 다나가 날 해체하면서 두들겨 패고, 내 의식을 자기 사무실의 제어 패널에다 쑤셔넣은 다음 또 해체하고서 다시 두들겨 팰 거야!

해체를 몇 번이나 당하는 거야...

아, 움직인다.

Ots-44

으음...

도로시

다행이다――! O44, 괜찮아?!

Ots-44

괘... 괜찮아요...

도로시

지금... 기분이 어때?

Ots-44

저... 저...

새로운 거에 반했나 봐요...

도로시

브라보! 봤지? 내 말이 맞았어!

뭐에 반했는데? 나한테 반했지?

Ots-44

"도로시"한테...

...반했어요.

도로시

하하하! 봤느냐 질! 이 명탐――

Ots-44

아뇨, 도로시 씨가 아니라...

도로시

응? "도로시"라며?

Ots-44

네, 그렇긴 한데...

도로시 씨가 아니라, "도로시"란 단어에 반했어요...

도로시

...뭐?!

와우, 현실은 픽션보다 더 하다더니 정말이구나.

Ots-44

"도로시"를 들으면 온 몸이 뜨거워져서...

"도로시".

Ots-44

어...? 느낌이 없네요?

도로시

아무래도 내가 말해야 하는 거 같은데?

Ots-44

네...! 지금 도로시 씨가 그 이름을 말하는 걸 엄청 듣고 싶어요!

도로시

세상에... 정말 기가 막히네. 내가 내 이름을 말하는 거에 반했대. 전자음 섞인 발음에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극적인 단어를 말할 걸 그랬네!

일단 실험 성공 축하해, 도로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구나. 근데 적어도 오늘밤은 다시 "베키"라 불려야 할 거 같다.

도로시

어휴... 최소한 오늘밤은 내가 책임을 져야지... O44 양, 숙소 어디야? 내가 바래다 줄게...

네 책임자... 지휘관이랬나? 그 사람한테도 설명을 해야지. 나몰라라 도망가진 않을 테니까.

(말은 그러면서, 그 사람한테 작업 걸 생각인 건 아니고?)

O44 씨, 오늘은 이런 말썽에 휘말리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Ots-44

아뇨, 저야말로 죄송해요...

인형 주제에 인간의 사랑을 탐구해선 안 됐어요... 결국 저와 주변의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네요...

아니에요.

인간의 사랑은, 보통... 오늘 당신이 겪은 것보다 100배는 더 정신없어요.

Ots-44

하지만... 지금 제 감정이 정말 "연애 감정"인지도 모르는걸요...

O44 씨는 여기 왔을 때, 세상 모든 전봇대를 사랑했나요?

Ots-44

아뇨, 세이버 스테이션의 길모퉁이에 있는 그 하나만 좋아했어요.

그럼 그건 사랑이 맞아요.

Ots-44

그런... 건가요?

그렇다면... 행복한 느낌이네요, 헤헤...

도로시

질, 말 잘하긴 했는데 명언이라기엔 너무 길다 야. 너무 길어서 알마의 코트를 빌려다가 적어야겠어.

어쨌든 어서 가자, O44. 가는 길에... 내 이름 잔뜩 속삭여 줄게♥

Ots-44

감사합니다, 질 씨. 안녕히 계세요.

좋은 밤 되시길.

휴우...

......

젠장, 왜 안드로이드한테 샘이 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