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스토리 3
후우... 안녕하세요, 보스.
어서 와, 질.
거리에 그리폰 인형이 돌아다니는 건 이제 익숙해졌어?
아직이요, 매일 신선한 볼거리가 생겨요.
아무리 봐도 일하러 온 게 아니라 놀러 온 것 같아요. 방금은 길에서 인형 둘이 찬바람을 맞으면서 균형잡기로 겨루고 있는 것도 봤다니까요.
하하, 난 더 재밌는 것도 봤는걸? 보나마나 다 그 테스트 임무의 일환이겠지.
저 안드로이드들은 평범한 여자애와 별 차이가 없어 보여요. 오히려 인간인 화이트 나이트는 근무 중에 로봇같이 입는데.
세상 어딘가가 꼬인 건지 뭔지...
너무 신경쓰지 마. 지금 이런 모습이야말로 50년 전 인간들이 상상했던 미래일지 누가 알아?
자, 어서 영업이나 시작하자고.
네, 이제 문 열게요.
술을 섞고 삶을 바꿔줄 시간이군.
발할라에 어서 오세요.
이 도로시 헤이즈 님이 발할라에 다시 돌아왔노라!
...뭐야, 그 반응은.
뭐긴, 언제나처럼 시트콤 배우의 오버액션을 본 반응이지.
아니, 그거랑은 달라! 난 구별할 수 있어!
며칠간은 항상 첫 손님이 그리폰 인형이어서 그래.
오늘은 인형이 아니라 릴림이 나타나니까 오히려 어색한 느낌이야.
흐음... 이해는 가네.
이 술집, 평소에는 손님도 없잖아.이번에 그리폰에서 입소문 타서 거기서만 손님들이 오니 망정이지.
이 술집도 내 직장처럼 단골 손님 못 잡으면 망하잖아.
말을 똑바로 전달 못 했나 보네... 널 오랜만에 본다고.
아, 그건... 사정이 있어서.
손님 한 명 데리고 왔는데 괜찮지?
네가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별일이네.
내 친구는 너지.
이쪽은 그냥 오다가 만난... 그리폰 인형이야.
어서 들어와, O44 양!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
OTs-44. 그냥 O44라 불러도 된대.
길에서 만났는데 고민이 있다나 봐.
난 영업 시간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외래인 호객 행위는 규정 위반이라서 말이지... 그래서 여기로 데려온 거야.
O44, 이쪽은 질이야, 글리치 시티 최고의 바텐더이자 둘도 없는 내 친구지!
네, 도로시에게 전 자판기랑 비슷한 위치랍니다.
야! 로렌스를 그렇게 말하지 마!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요, 질 씨!
그런데, 여기 진짜 구석에 있네요. 돌아가는 길을 까먹을 것만 같아요.
잠깐만요...
O44 씨, 그러니까 지금... 처음 보는 릴림을 따라서 이런 으슥한 빈민가 깊숙이 왔다는 거예요?
야, 내가 무슨 유괴범이야?!
괜찮아요, M870한테서 이 술집에 대해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얘가 꼭 여기로 데려올 거란 보장은 없었잖아요.
물론 저희 둘 다 선량한 시민이지만, 그래도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고요.
나도 글리치 시티에서 "선량한 시민"은 희귀종이라는 건 인정해. 네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도로시 님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야!
네, 저 도로시 씨를 믿어요!
저 눈을 보세요, 순수하고 착한 눈빛이잖아요! 절 속이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어요!
(내가 도로시와 만나고서 깨달은 건, "순수함"과 "선량함" 이 두 단어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지...)
어쨌든... 고민이 있으시다고요? 들려 주시겠어요?
먼저 마실 것부터 주문하고 천천히 하자.
그러면... 으음...
블루 페어리 되나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 요정 같은 인형에게 블루 페어리 한 잔. 그런데, 이거 왠지 나랑 도로시가 영업 사기로 술값 뜯어내는 거 같잖아...)
<va11><perfect>5
아... 달다!
정말 맛있어요! 고마워요, 질 씨!
좋아... O44 양,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실까?
어... 그러니까...
저...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유후~♪
좋은 일이네요.
음...
문제는, 제가 반한 상대가...
...전봇대예요.
......
크흠... 그리폰 인형의 연애관은 인간과는 좀 다른 것 같군요.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 옆의 그 릴림은 자판기를 절친으로 두고 있거든요.
질!
퇴근할 때 사과할게.
아, 아뇨, 제 말은...
제가 그 전봇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요.
아무래도... 이 도시가 인형에게 이상한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요.
아, 어제도 비슷한 인형분이 왔다 가셨어요. 아무래도 당신들은 글리치 시티의 특색과 잘 어울리지 못하나 보네요.
다른 인형한테서 들은 건데, 공기 중의 나노머신이랑 과도한 전자파가 그리폰 인형의 모듈에 영향을 준다더라.
아마 그래서인 것 같아요. 심각하진 않지만...
전봇대에 반하게 만든다고?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데? 막 키스하고 싶어?
말하기는 부끄러운데...
그러니까... 시도때도 없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생각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요...
만지고 싶고, 타고 올라서, 그 전류를 제 몸속에 흐르게 하고, 절 불태우고, 그리고...
하으읏...♥ 스톱, 잠깐 스톱! 나나나나 나 냉각 좀 해야겠어!
질, 항상 시키던 걸로 한 잔!
아? 어, 응...
(도로시가 "항상 시키던 거", 피아노 우먼 한 잔...)
<va11><perfect>18
받아라, 피아노 걸!
푸하! 고마워 질! 역시 내 친구야!
죄송해요, 역시 듣기 좀 이상했죠?
아뇨, 옆자리의 릴림 손님에 비하면 정말 귀여운 수준이에요.
너무 속상해하지는 마, O44. 글리치 시티에선 안드로이드가 전봇대한테 반한 일은 [어그멘티드 아이]에 실리지도 못해.
도로시 씨, 질 씨... 제가 정말 속상한 이유가 뭐냐면요...
이런... 요동치는 감정이 지속적이지도 않고 불안정해서예요. 자꾸 변해 버려요.
제가 가장 처음 반한 건 전봇대가 아니에요...
그전에 무선 이어폰한테 반하고, 현역인 인공위성한테도 반하고, 심지어는 영화 예고편한테...
예고편에요...?
네... 영화 예고편이요...
그것도 그냥 평범한 액션 영화예요. 머릿속이 온통 그 인공위성 생각으로 가득일 때, 갑자기 광고 스크린이 제 눈... 그러니까, 시각 모듈에 번쩍! 하더니...
하루 종일 숙소에 틀어박혀서 마인드맵에서 몇 번이고 재생했어요. 그 예고편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출연 배우가 되거나, 아니면 자막 한 줄로라도 나왔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숙소에서 뛰쳐나오다 그만 실수로 전봇대와 부딪친 뒤론...
어... 뭐라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먼저 진찰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인형도 의사가 있죠?
의사 같은 분은 있어요. 하지만 제 증상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몰라서, 먼저 제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파악부터 하고 싶었어요...
마치 온 세상에게 납치당한 기분이에요. 곳곳이 저를 강제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함정투성이에요...
알마가 여기 없는 게 정말 아쉽네요. 기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없으니까, 이 명탐정 도로시가 수수께끼를 해결해 주겠어!
O44, 네가 반한 대상이 변할 때엔 공통점이 있어!
네? 무슨... 공통점인데요?
후, 후, 후...
네가 반한 상대는 전부 전자 설비야. 그리고 매번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일이 터졌지!
잘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음악을 듣던 중엔 꽈당 넘어졌고, 마침 머리 위로 지나가던 인공위성을 바라봤을 땐 위에서 쏟아진 물에 맞았어요.
그런 일이라면...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글리치 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O44 씨."
제 탓이에요. 제가 너무... 사랑을 갈망해서, 인간의 그런 감정이 너무 궁금해서...
연산해 봐도 도저히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몰라서...
바로 그게 문제야! 뭐가 됐든 네가 강한 충격을 받는 순간, 마인드맵이 주위에서 전자기기가 방출한 전자파와 이상한 반응을 일으키는 거야.
그리고 바로 그때, 네 마인드맵 속의 "연애"와 관련된 연산이 오버플로우하면서, 그 전자파를 방출한 대상을 목표로 삼아 네게 착란을 일으키는 거지!
틀림없어! 뭣하면 지금 증명해 보자고!
어, 어떻게 증명하는데요?
도로시... 설마 실총을 가진 전술인형의 머리를 카운터에 내려치자고 하진 않을 거지?
도로시가 그렇게 폭력적으로 보여? 내가 아니라, 질 네가 나설 차례야!
내가?
여기서 제~일 독한 드링크 부탁~해요~!
아, 알았다.
하지만 여긴 주변이 온통 전자제품인걸? 예상이랑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거 같은데.
질, 우릴 잘 봐.
지금 O44에게서 가장 가까운 전자제품은 무엇이지?
어디 보자...
아이고... 너잖아, DFC-72 릴림 도로시!
그럼 실험해 보자!
내 추리가 맞다면, O44는 독한 술을 들이키자마자 나에게 반하고 말 거야!
흑심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지?
이건 과학 실험이라고! 어쩌면 잡지에 실릴지도 모르잖아? 그럼 우리 장사에도 도움이 될 거 아니야.
그래도 O44 씨의 의견부터 들어봐야지.
저도 궁금해요!
전봇대나 인공위성을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잠시 릴림한테 반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요.
적어도 난 그 사랑에 대답해줄 수 있어, 자기!
그래 그래. 솔직히 나도 궁금하긴 하네.
준비되셨죠? 그럼 함께 [도로시의 과학 시간]을 시작해 볼까요?
(O44 씨에게 프린지 위버만큼 강하고 독한 걸 주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전부 도로시 탓으로 돌리지 뭐.)
<va11><perfect>10<good>13,14,17
프린지 위버입니다. 맛을 먼저 보세요. 설탕을 탄 에틴 알코올 맛이 입맛에 맞을런지 모르겠네요...
단 맛은 좋아하는데 말이죠...
천천히 마시세요. 이런 맛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대부분은 금방 나가떨어지거든요.
아니야 아니야! 충격을 받으려면 원샷을 해야지!
도로시, 만약 너 때문에 말썽이라도 났다간...
보스가 너를 해체하면서 두들겨 패고, 네 의식을 사무실의 제어 패널에다 쑤셔넣고서 또 두들겨 팰걸?
그럼 네 술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 무사하길 기도해.
O44, 이 술집은 BTC 인증을 받은 곳이니까 안심하고 원샷해!
알았어요...
......
으읍...!
(맙소사, 정말 단숨에 들이켰어!)
후후, 이 도로시 님만 믿어!
지금 기분이 어때, O44? 나를 봐봐. 새로운 연심이 느껴져?
......
어째 심상치 않은데.
그... 그럴 리가.
O44? O44 양?
다운됐나 봐.
으아악! 그리폰 인형을 망가뜨렸어! 신문에 실려 버려! 감옥에 끌려가 버려!
아, 감옥 가기 전에 다나가 날 해체하면서 두들겨 패고, 내 의식을 자기 사무실의 제어 패널에다 쑤셔넣은 다음 또 해체하고서 다시 두들겨 팰 거야!
해체를 몇 번이나 당하는 거야...
아, 움직인다.
으음...
다행이다――! O44, 괜찮아?!
괘... 괜찮아요...
지금... 기분이 어때?
저... 저...
새로운 거에 반했나 봐요...
브라보! 봤지? 내 말이 맞았어!
뭐에 반했는데? 나한테 반했지?
"도로시"한테...
...반했어요.
하하하! 봤느냐 질! 이 명탐――
아뇨, 도로시 씨가 아니라...
응? "도로시"라며?
네, 그렇긴 한데...
도로시 씨가 아니라, "도로시"란 단어에 반했어요...
...뭐?!
와우, 현실은 픽션보다 더 하다더니 정말이구나.
"도로시"를 들으면 온 몸이 뜨거워져서...
"도로시".
어...? 느낌이 없네요?
아무래도 내가 말해야 하는 거 같은데?
네...! 지금 도로시 씨가 그 이름을 말하는 걸 엄청 듣고 싶어요!
세상에... 정말 기가 막히네. 내가 내 이름을 말하는 거에 반했대. 전자음 섞인 발음에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극적인 단어를 말할 걸 그랬네!
일단 실험 성공 축하해, 도로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구나. 근데 적어도 오늘밤은 다시 "베키"라 불려야 할 거 같다.
어휴... 최소한 오늘밤은 내가 책임을 져야지... O44 양, 숙소 어디야? 내가 바래다 줄게...
네 책임자... 지휘관이랬나? 그 사람한테도 설명을 해야지. 나몰라라 도망가진 않을 테니까.
(말은 그러면서, 그 사람한테 작업 걸 생각인 건 아니고?)
O44 씨, 오늘은 이런 말썽에 휘말리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아뇨, 저야말로 죄송해요...
인형 주제에 인간의 사랑을 탐구해선 안 됐어요... 결국 저와 주변의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네요...
아니에요.
인간의 사랑은, 보통... 오늘 당신이 겪은 것보다 100배는 더 정신없어요.
하지만... 지금 제 감정이 정말 "연애 감정"인지도 모르는걸요...
O44 씨는 여기 왔을 때, 세상 모든 전봇대를 사랑했나요?
아뇨, 세이버 스테이션의 길모퉁이에 있는 그 하나만 좋아했어요.
그럼 그건 사랑이 맞아요.
그런... 건가요?
그렇다면... 행복한 느낌이네요, 헤헤...
질, 말 잘하긴 했는데 명언이라기엔 너무 길다 야. 너무 길어서 알마의 코트를 빌려다가 적어야겠어.
어쨌든 어서 가자, O44. 가는 길에... 내 이름 잔뜩 속삭여 줄게♥
감사합니다, 질 씨. 안녕히 계세요.
좋은 밤 되시길.
휴우...
......
젠장, 왜 안드로이드한테 샘이 나는 거지...
전체 대사 보기 (136줄)
후우... 안녕하세요, 보스.
어서 와, 질.
거리에 그리폰 인형이 돌아다니는 건 이제 익숙해졌어?
아직이요, 매일 신선한 볼거리가 생겨요.
아무리 봐도 일하러 온 게 아니라 놀러 온 것 같아요. 방금은 길에서 인형 둘이 찬바람을 맞으면서 균형잡기로 겨루고 있는 것도 봤다니까요.
하하, 난 더 재밌는 것도 봤는걸? 보나마나 다 그 테스트 임무의 일환이겠지.
저 안드로이드들은 평범한 여자애와 별 차이가 없어 보여요. 오히려 인간인 화이트 나이트는 근무 중에 로봇같이 입는데.
세상 어딘가가 꼬인 건지 뭔지...
너무 신경쓰지 마. 지금 이런 모습이야말로 50년 전 인간들이 상상했던 미래일지 누가 알아?
자, 어서 영업이나 시작하자고.
네, 이제 문 열게요.
(오늘 틀을 곡을 고르자.)
술을 섞고 삶을 바꿔줄 시간이군.
발할라에 어서 오세요.
이 도로시 헤이즈 님이 발할라에 다시 돌아왔노라!
...뭐야, 그 반응은.
뭐긴, 언제나처럼 시트콤 배우의 오버액션을 본 반응이지.
아니, 그거랑은 달라! 난 구별할 수 있어!
며칠간은 항상 첫 손님이 그리폰 인형이어서 그래.
오늘은 인형이 아니라 릴림이 나타나니까 오히려 어색한 느낌이야.
흐음... 이해는 가네.
이 술집, 평소에는 손님도 없잖아.이번에 그리폰에서 입소문 타서 거기서만 손님들이 오니 망정이지.
이 술집도 내 직장처럼 단골 손님 못 잡으면 망하잖아.
말을 똑바로 전달 못 했나 보네... 널 오랜만에 본다고.
아, 그건... 사정이 있어서.
손님 한 명 데리고 왔는데 괜찮지?
네가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별일이네.
내 친구는 너지.
이쪽은 그냥 오다가 만난... 그리폰 인형이야.
어서 들어와, O44 양!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
OTs-44. 그냥 O44라 불러도 된대.
길에서 만났는데 고민이 있다나 봐.
난 영업 시간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외래인 호객 행위는 규정 위반이라서 말이지... 그래서 여기로 데려온 거야.
O44, 이쪽은 질이야, 글리치 시티 최고의 바텐더이자 둘도 없는 내 친구지!
네, 도로시에게 전 자판기랑 비슷한 위치랍니다.
야! 로렌스를 그렇게 말하지 마!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요, 질 씨!
그런데, 여기 진짜 구석에 있네요. 돌아가는 길을 까먹을 것만 같아요.
잠깐만요...
O44 씨, 그러니까 지금... 처음 보는 릴림을 따라서 이런 으슥한 빈민가 깊숙이 왔다는 거예요?
야, 내가 무슨 유괴범이야?!
괜찮아요, M870한테서 이 술집에 대해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얘가 꼭 여기로 데려올 거란 보장은 없었잖아요.
물론 저희 둘 다 선량한 시민이지만, 그래도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고요.
나도 글리치 시티에서 "선량한 시민"은 희귀종이라는 건 인정해. 네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도로시 님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야!
네, 저 도로시 씨를 믿어요!
저 눈을 보세요, 순수하고 착한 눈빛이잖아요! 절 속이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어요!
(내가 도로시와 만나고서 깨달은 건, "순수함"과 "선량함" 이 두 단어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지...)
어쨌든... 고민이 있으시다고요? 들려 주시겠어요?
먼저 마실 것부터 주문하고 천천히 하자.
그러면... 으음...
블루 페어리 되나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 요정 같은 인형에게 블루 페어리 한 잔. 그런데, 이거 왠지 나랑 도로시가 영업 사기로 술값 뜯어내는 거 같잖아...)
<va11><perfect>5
아... 달다!
정말 맛있어요! 고마워요, 질 씨!
좋아... O44 양,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실까?
어... 그러니까...
저...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유후~♪
좋은 일이네요.
음...
문제는, 제가 반한 상대가...
...전봇대예요.
......
크흠... 그리폰 인형의 연애관은 인간과는 좀 다른 것 같군요.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 옆의 그 릴림은 자판기를 절친으로 두고 있거든요.
질!
퇴근할 때 사과할게.
아, 아뇨, 제 말은...
제가 그 전봇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요.
아무래도... 이 도시가 인형에게 이상한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요.
아, 어제도 비슷한 인형분이 왔다 가셨어요. 아무래도 당신들은 글리치 시티의 특색과 잘 어울리지 못하나 보네요.
다른 인형한테서 들은 건데, 공기 중의 나노머신이랑 과도한 전자파가 그리폰 인형의 모듈에 영향을 준다더라.
아마 그래서인 것 같아요. 심각하진 않지만...
전봇대에 반하게 만든다고?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데? 막 키스하고 싶어?
말하기는 부끄러운데...
그러니까... 시도때도 없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생각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요...
만지고 싶고, 타고 올라서, 그 전류를 제 몸속에 흐르게 하고, 절 불태우고, 그리고...
하으읏...♥ 스톱, 잠깐 스톱! 나나나나 나 냉각 좀 해야겠어!
질, 항상 시키던 걸로 한 잔!
아? 어, 응...
(도로시가 "항상 시키던 거", 피아노 우먼 한 잔...)
<va11><perfect>18
받아라, 피아노 걸!
푸하! 고마워 질! 역시 내 친구야!
죄송해요, 역시 듣기 좀 이상했죠?
아뇨, 옆자리의 릴림 손님에 비하면 정말 귀여운 수준이에요.
너무 속상해하지는 마, O44. 글리치 시티에선 안드로이드가 전봇대한테 반한 일은 [어그멘티드 아이]에 실리지도 못해.
도로시 씨, 질 씨... 제가 정말 속상한 이유가 뭐냐면요...
이런... 요동치는 감정이 지속적이지도 않고 불안정해서예요. 자꾸 변해 버려요.
제가 가장 처음 반한 건 전봇대가 아니에요...
그전에 무선 이어폰한테 반하고, 현역인 인공위성한테도 반하고, 심지어는 영화 예고편한테...
예고편에요...?
네... 영화 예고편이요...
그것도 그냥 평범한 액션 영화예요. 머릿속이 온통 그 인공위성 생각으로 가득일 때, 갑자기 광고 스크린이 제 눈... 그러니까, 시각 모듈에 번쩍! 하더니...
하루 종일 숙소에 틀어박혀서 마인드맵에서 몇 번이고 재생했어요. 그 예고편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출연 배우가 되거나, 아니면 자막 한 줄로라도 나왔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숙소에서 뛰쳐나오다 그만 실수로 전봇대와 부딪친 뒤론...
어... 뭐라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먼저 진찰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인형도 의사가 있죠?
의사 같은 분은 있어요. 하지만 제 증상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몰라서, 먼저 제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파악부터 하고 싶었어요...
마치 온 세상에게 납치당한 기분이에요. 곳곳이 저를 강제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함정투성이에요...
알마가 여기 없는 게 정말 아쉽네요. 기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없으니까, 이 명탐정 도로시가 수수께끼를 해결해 주겠어!
O44, 네가 반한 대상이 변할 때엔 공통점이 있어!
네? 무슨... 공통점인데요?
후, 후, 후...
네가 반한 상대는 전부 전자 설비야. 그리고 매번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일이 터졌지!
잘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음악을 듣던 중엔 꽈당 넘어졌고, 마침 머리 위로 지나가던 인공위성을 바라봤을 땐 위에서 쏟아진 물에 맞았어요.
그런 일이라면...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글리치 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O44 씨."
제 탓이에요. 제가 너무... 사랑을 갈망해서, 인간의 그런 감정이 너무 궁금해서...
연산해 봐도 도저히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몰라서...
바로 그게 문제야! 뭐가 됐든 네가 강한 충격을 받는 순간, 마인드맵이 주위에서 전자기기가 방출한 전자파와 이상한 반응을 일으키는 거야.
그리고 바로 그때, 네 마인드맵 속의 "연애"와 관련된 연산이 오버플로우하면서, 그 전자파를 방출한 대상을 목표로 삼아 네게 착란을 일으키는 거지!
틀림없어! 뭣하면 지금 증명해 보자고!
어, 어떻게 증명하는데요?
도로시... 설마 실총을 가진 전술인형의 머리를 카운터에 내려치자고 하진 않을 거지?
도로시가 그렇게 폭력적으로 보여? 내가 아니라, 질 네가 나설 차례야!
내가?
여기서 제~일 독한 드링크 부탁~해요~!
아, 알았다.
하지만 여긴 주변이 온통 전자제품인걸? 예상이랑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거 같은데.
질, 우릴 잘 봐.
지금 O44에게서 가장 가까운 전자제품은 무엇이지?
어디 보자...
아이고... 너잖아, DFC-72 릴림 도로시!
그럼 실험해 보자!
내 추리가 맞다면, O44는 독한 술을 들이키자마자 나에게 반하고 말 거야!
흑심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지?
이건 과학 실험이라고! 어쩌면 잡지에 실릴지도 모르잖아? 그럼 우리 장사에도 도움이 될 거 아니야.
그래도 O44 씨의 의견부터 들어봐야지.
저도 궁금해요!
전봇대나 인공위성을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잠시 릴림한테 반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요.
적어도 난 그 사랑에 대답해줄 수 있어, 자기!
그래 그래. 솔직히 나도 궁금하긴 하네.
준비되셨죠? 그럼 함께 [도로시의 과학 시간]을 시작해 볼까요?
(O44 씨에게 프린지 위버만큼 강하고 독한 걸 주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전부 도로시 탓으로 돌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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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 위버입니다. 맛을 먼저 보세요. 설탕을 탄 에틴 알코올 맛이 입맛에 맞을런지 모르겠네요...
단 맛은 좋아하는데 말이죠...
천천히 마시세요. 이런 맛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대부분은 금방 나가떨어지거든요.
아니야 아니야! 충격을 받으려면 원샷을 해야지!
도로시, 만약 너 때문에 말썽이라도 났다간...
보스가 너를 해체하면서 두들겨 패고, 네 의식을 사무실의 제어 패널에다 쑤셔넣고서 또 두들겨 팰걸?
그럼 네 술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 무사하길 기도해.
O44, 이 술집은 BTC 인증을 받은 곳이니까 안심하고 원샷해!
알았어요...
......
으읍...!
(맙소사, 정말 단숨에 들이켰어!)
후후, 이 도로시 님만 믿어!
지금 기분이 어때, O44? 나를 봐봐. 새로운 연심이 느껴져?
......
어째 심상치 않은데.
그... 그럴 리가.
O44? O44 양?
다운됐나 봐.
으아악! 그리폰 인형을 망가뜨렸어! 신문에 실려 버려! 감옥에 끌려가 버려!
아, 감옥 가기 전에 다나가 날 해체하면서 두들겨 패고, 내 의식을 자기 사무실의 제어 패널에다 쑤셔넣은 다음 또 해체하고서 다시 두들겨 팰 거야!
해체를 몇 번이나 당하는 거야...
아, 움직인다.
으음...
다행이다――! O44, 괜찮아?!
괘... 괜찮아요...
지금... 기분이 어때?
저... 저...
새로운 거에 반했나 봐요...
브라보! 봤지? 내 말이 맞았어!
뭐에 반했는데? 나한테 반했지?
"도로시"한테...
...반했어요.
하하하! 봤느냐 질! 이 명탐――
아뇨, 도로시 씨가 아니라...
응? "도로시"라며?
네, 그렇긴 한데...
도로시 씨가 아니라, "도로시"란 단어에 반했어요...
...뭐?!
와우, 현실은 픽션보다 더 하다더니 정말이구나.
"도로시"를 들으면 온 몸이 뜨거워져서...
"도로시".
어...? 느낌이 없네요?
아무래도 내가 말해야 하는 거 같은데?
네...! 지금 도로시 씨가 그 이름을 말하는 걸 엄청 듣고 싶어요!
세상에... 정말 기가 막히네. 내가 내 이름을 말하는 거에 반했대. 전자음 섞인 발음에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극적인 단어를 말할 걸 그랬네!
일단 실험 성공 축하해, 도로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구나. 근데 적어도 오늘밤은 다시 "베키"라 불려야 할 거 같다.
어휴... 최소한 오늘밤은 내가 책임을 져야지... O44 양, 숙소 어디야? 내가 바래다 줄게...
네 책임자... 지휘관이랬나? 그 사람한테도 설명을 해야지. 나몰라라 도망가진 않을 테니까.
(말은 그러면서, 그 사람한테 작업 걸 생각인 건 아니고?)
O44 씨, 오늘은 이런 말썽에 휘말리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아뇨, 저야말로 죄송해요...
인형 주제에 인간의 사랑을 탐구해선 안 됐어요... 결국 저와 주변의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네요...
아니에요.
인간의 사랑은, 보통... 오늘 당신이 겪은 것보다 100배는 더 정신없어요.
하지만... 지금 제 감정이 정말 "연애 감정"인지도 모르는걸요...
O44 씨는 여기 왔을 때, 세상 모든 전봇대를 사랑했나요?
아뇨, 세이버 스테이션의 길모퉁이에 있는 그 하나만 좋아했어요.
그럼 그건 사랑이 맞아요.
그런... 건가요?
그렇다면... 행복한 느낌이네요, 헤헤...
질, 말 잘하긴 했는데 명언이라기엔 너무 길다 야. 너무 길어서 알마의 코트를 빌려다가 적어야겠어.
어쨌든 어서 가자, O44. 가는 길에... 내 이름 잔뜩 속삭여 줄게♥
감사합니다, 질 씨. 안녕히 계세요.
좋은 밤 되시길.
휴우...
......
젠장, 왜 안드로이드한테 샘이 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