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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VA-11 Hall-A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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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185줄)

같은 시각, 그리폰 시티 시청.

시청 앞 광장은 시위를 하러 나온 인형과 인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MP5

우와아... 사람 진짜 많다.

MP-446

그래서 여기로 오기 싫었다고! 어우 짜증 나!

MP5

하지만 달리 갈 데가 없잖아. 상점도 술집도 다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 꺄악!

MP5는 한 인간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스텔라

아... 미안.

MP-446

MP5, 괜찮아?

그 인간 여성은 넘어진 MP5를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일으켜 세워준 후 바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MP-446

이상하게 생긴 원주민이네.

MP5

그런데... 어디서 본 적 있는 거 같지 않아?

의문의 인간 여성은 계속해서 인파를 헤쳐 나갔다.

스텔라

우산 바이러스 주입 성공... 모듈은 정상 작동 중이야.

WA2000

<color=#00CCFF>크림슨 로즈가 스텔라에게. 지정 위치에 도착했어.</color>

스텔라

알았어, 거기서 계속 감시하도록. 이상 징후가 보이는 즉시 보고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총리의 취임식 때뿐이었지. 게다가 그날은 메가 크리스마스였으니까.

WA2000

<color=#00CCFF>그렇지. 하지만 현장의 보안이 너무 허술한데? 빈틈투성이야.</color>

스텔라

화이트 나이트도 보이지 않네. 아키텍트와 세이가... 제리코를 묶어두는 데 성공했나 봐.

총리는 인형들이 돌발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겠지. 실제로도 그렇고. 하지만...

스텔라는 자신의 의안에 손을 가져갔다.

스텔라

그 인형들이 전부 내 것이 된다면 어떨까?

WA2000

<color=#00CCFF>숨소리가 거치네. 너무 긴장하고 있어.</color>

스텔라

응?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들리는 거야?

WA2000

<color=#00CCFF>네가 날 얼마 주고 샀는지 벌써 잊었어? 돈값 할 거라 했지?</color>

스텔라

확실히... 긴장돼. 나도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어...

오늘을 위해 내 소꿉친구마저 이용했어. 절대로 실패할 수 없어.

만일을 위해서 다시 확인할게. 만약 내가 현장의 민간인을 쏘라고 하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쏠 수 있어?

WA2000

<color=#00CCFF>그야 당연하지. 나도 다시 말해 주겠어.</color>

<color=#00CCFF>난 상품에 불과해. 네가 날 산 이상, 난 너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할 뿐이야. 지금 바로 테스트해 볼래?</color>

스텔라

됐어, 지금은 괜한 소동 일으키지 마. 나도 최대한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테니까.

의심해서 미안해. 이제 널 전적으로 신뢰할게.

WA2000

<color=#00CCFF>말했지? 너무 긴장했다고. 인파 속에 너무 오래 있지 말고, 호흡도 잘 가다듬도록 해.</color>

스텔라

그래야지. 향수를 뿌린 인형들도 잔뜩인데, 무슨 브랜드인진 몰라도 확실히 중유가 섞인 걸 쓰고 있어.

아무튼 난 신경 쓰지 말고, 연단을 감시해. 곧 총리가 나타날 거야.

WA2000

<color=#00CCFF>확신해? TV에선 나타날 리 없다던데.</color>

스텔라

내 말이 아니라 그 정치 평론가들을 믿어?

WA2000

<color=#00CCFF>훗, 인간보다야 인형 평론가가 낫잖아.</color>

스텔라

평론가는 그냥 평론을 할 뿐이야. 세이파 완구 회사 직원을 앉혀놔도 별 차이 없어.

그리고 내가 확신하는 이유는 이 오른 눈의 철혈 모듈 때문이야. 이걸로 우산 바이러스를 살포해 시위 현장에 모인 모든 그리폰 인형들에게 심어놨어.

지금 이 거리뿐만이 아니라, 시청 건물 내의 인형들까지도 나의 눈과 귀인 셈이지.

WA2000

<color=#00CCFF>그것참 편리하네. 철혈에게 빼앗겼던 눈이 지금은 세계를 조종하는 도구가 되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color>

스텔라

난 그저 그리폰 시티를 구하려는 것뿐이야. 내 모든 것을 걸고서, 반드시 승리하겠어.

WA2000

<color=#00CCFF>방금 그 말, 페이트북에 올려도 돼? 일이 성공하면 좋아요가 쏟아질걸?</color>

스텔라

마음대로 해. 아, 찍을 때 카메라 각도는 좀 주의해 줘.

네가 저번에 찍었던 사진은... 가슴이 너무 돋보여서.

WA2000

<color=#00CCFF>그 사진이 제일 인기 있었는데 말이지...</color>

<color=#00CCFF>잠깐... 왔다. 우리 총리님이 드디어 납시었군.</color>

<color=#00CCFF>네가 이긴 것 같네, 스텔라.</color>

스텔라

아니, 아직이야.

......

도로시

신사 숙녀 여러분! 좋은 남반구!

그리폰 시티가 사랑하는 총리!

모두의 귀염둥이 도로시 헤이즈에요! 만나서 반가워!

스텔라

...내가 직접 선언해야 진짜 승리야.

도로시

그리폰 시티의 인형, 인간, 그리고 나사와 세포 여러분!

현재 세계의 이상 기후 문제 때문에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건 총리도 잘 알고 있어! 모두가 무슨 심정인지도 잘 이해하고 있어!

그래서 오늘 밤은! 허심탄회하게! 전 세계 동시 생중계로 모래비 문제에 관한 공개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어!

모두 나를 믿어줘! 난 언제나 시민 한 명 한 명의 생각에 신경 쓰고, 항상 모두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G28

도로시 총리! 여기요 여기!

인간 경호원

정지! 올라오면 안 됩니다!

G28

질문이 있어요! 도로시 총리도 보고 싶고요!

도로시

음...? 너 왠지 낯익은 얼굴인데?

G28

G, G28이라고 해요. 전에도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총리를 몇 번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어그멘티드 아이]의 인턴 기자 일을 하고 있고요!

도로시

그럼 자기로 결정!

자아 자아, 어서 올라와! 얼마든지 질문해!

G28은 연단 위에 올라, 도로시와 악수했다.

G28

감사합니다, 도로시 총리!

저... 여론의 의견을 종합해서 말씀드릴게요.

3년 전 시작된 모래비 사태는 아직까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도로시

아, 아하하... 전 지구적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한 법이잖아.

K

웃기고 있네, 여태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면서!

G28

죄송해요, K 씨는 저희 잡지의 애완동물 및 육아 칼럼 담당이라 조금 까칠해서요.

인간 경호원

원주민분, 발언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K

너야말로 같은 원주민이면서 꼴값 떨고 있네!

도로시

괜찮아 괜찮아, 나도 원주민들의 심정을 잘 알아.

보다시피, 내 전속 경호원도 원주민이야.

난 인간을 신뢰하고 아주 잘 이해하고 있지. 심리적으로도... 생리적으로도...♥

WA2000

<color=#00CCFF>저게 대체 무슨 소리야...</color>

도로시

원주민의 신체 구조는 너무나도 "문명적"이라... 아, "문명적"이란 말이 차별처럼 들렸다면 사과할게. 아무튼, 그래서 생활 환경 조건에 더욱 까다롭다는 건 인지하고 있어.

K

말 돌리지 마시고 제대로 해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로시

우리도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있어. 하지만 뭐든지 모두에게 공개할 의무는 없잖아?

G28

하지만... 총리님은 3년 전 선거를 통해 당선되셨잖아요.

그 입장에서 그런 발언으로 과연 여론이 납득할까요?

K

누가 뽑은 건진 몰라도 난 이 년한테 내 표를 준 적 없어!

이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르는 릴림이 무슨 총리라는 거야? 다들 이 릴림의 사생활이 어떤지는 알기나 해?!

도로시

그만!

모래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온 힘을 다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 어떤 악성 루머에도 참고 견뎌왔다고!

그런데 결국엔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고!

경호원, 이분이 머리 좀 식히도록 데리고 내려가 주세요!

인간 경호원

죄송합니다, 원주민 기자분. 이쪽으로 가시죠.

K

빌어먹을 놈들! 이게 너희가 바라던 결과냐!?

도시는 물론 세상이 끝장날 지경인데 왜 가만히 있냐고!

인간 경호원

여기서 소란 피우시면 안 됩니――

인간 경호원

――뜨아아악?!

K

뭔...?!

인형 기자 G28이 돌연 인간 경호원에게 달려들어, 팔을 꺾어 넘어뜨린 뒤 정석적인 레슬링 굳히기 자세로 제압했다.

K

G28?! 그 기술은...

"월스 오브 제리코"잖아?!

G28

어라?! 왜 몸이 멋대로... 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도로시

G28, 자기는 지금 청문회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어. 허가도 없이 공공장소에서 원주민 보호법으로 금지된 레슬링 기술을 쓰다니! 심각한 권리 침해와 종족 차별이야!

당장 그 변태 짓 그만둬!

G28

아, 아니에요! 몸이 안 움직여요!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제 직장에서 레슬링 기술 같은 거 배울 시간도 없었다고요!

??

그 인형의 잘못이 아니야. 내가 명령한 거니까.

한 인간 여성이 연단에 올랐다.

도로시

너... 너는...

K

스텔라 씨? 살아있었군요!?

스텔라

좋은 남반구입니다, 여러분.

스텔라 호시이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도로시

스... 스텔라!!

스텔라

그래, 아직 살아있었어.

도로시

겨, 경호원! 저 사람 당장 붙잡아요!

스텔라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겠어, 이 망할 릴림 꼬맹이!

인형 여러분, 당신들에게 결례를 범하게 되는 것을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MP5

뭐, 뭐야?! 내 몸이 멋대로!

MP-446

우산이다! 우산 바이러스야! 우리 해킹당했어!

현장의 인형들은 모두 스텔라에게 조종당해, 연단 위로 우르르 몰려와 도로시의 인간 경호원들을 제압했다.

스텔라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구나, 도로시. 우산 바이러스에 면역인 화이트 나이트를 몇 기라도 배치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민심을 얻기 위해 경호원으로 원주민만 고용하다니. 신체 능력으론 인형한테 손도 못 쓰는 사람들을 말이야.

여러분, 이것이 이 도시가 말하는 자유와 평등입니까? 이런 보여주기식 정책을 인정할 겁니까?

도로시

으으... 대, 대체 무슨 짓을 할 셈이야!

스텔라

너의 추악한 진실을 밝혀내겠어!

네가 알마를 납치하고 테라 컴퓨터를 숨겼지!

스텔라는 계단을 밟고 올라 도로시에게 다가갔다.

도로시

알마? 테라 컴퓨터? 무슨 소리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스텔라

네가 정말 아는지 모르는지는, 내가 직접 판단하겠어.

도로시

화, 화이트 나이트! 빨리 저들을 진압하세요!

스텔라

크림슨 로즈, 해치워.

탕! 탕!

도로시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돌진해 오던 화이트 나이트의 기갑 유닛들은 멀리서 날아온 탄환에 급소를 맞아 그 자리에 널브러졌다.

도로시

어!? 뭐지? 뭐지!?

WA2000

<color=#00CCFF>전원 처치. S 승리네.</color>

스텔라

정말 값어치를 하는구나. 과연 그리폰 시티의 "사신" 중 하나야. 널 의심한 걸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는걸.

WA2000

<color=#00CCFF>누가 봐도 중학생이 지은 거 같은 호칭이 오히려 더 위험한 법이지.</color>

스텔라

도로시, 저항하지 마. 네 목숨까지 뺏을 생각은 없어.

도로시

하지만 거의 비슷한 짓을 할 생각이잖아!

도로시는 그대로 시청 건물로 도망쳤다.

WA2000

<color=#00CCFF>스텔라, 후방에서 화이트 나이트 부대가 다수 접근 중이야. 내 쪽에서 요격할 수가 없어. 네가 처리해야만 해.</color>

스텔라

해킹도 완료됐으니 마침 다행이네.

인형 여러분! 여러분의 힘을 빌리겠습니다!

WA2000

<color=#00CCFF>아니, 대체 그리폰 인형을 얼마나 장악한 거야?</color>

스텔라

내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16Lab의 기술력으로 이 모듈의 출력을 증폭했거든.

WA2000

<color=#00CCFF>그리폰 시티 역사상 가장 정신 나간 순간이 될 거 같은데...</color>

<color=#00CCFF>스텔라, 우리 깜찍한 총리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 힘든 싸움이 될 거야.</color>

스텔라

걱정 마. 내가 그 녀석을 직접 끌어내서라도 진실을 밝혀내겠어...

세계의 종말이 닥치기 전에, 이 도시에서 일어난 촌극에 막을 내리고 말겠어!

시청을 둘러싼 싸움이 일단락되었다.

콰앙!

스텔라는 우산 바이러스에 장악된 인형들을 이끌고, 문을 발로 차며 총리의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스텔라

크림슨 로즈,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

그리고 스텔라는 책상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숨어 있던 도로시를 끄집어냈다.

도로시

꺄아아아악!

스텔라

역시 이런 데에 숨어 있었구나, 도로시.

이런 허울뿐인 훈장들과 함께 죽을 셈이니?

도로시

하, 항복! 항복!

워, 워워워, 원하는 게 뭐야? 돈? *키라* 미키 악수권?

스텔라

*키라* 미키 악수권은 욕심이 나지만, 그건 내 돈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

도로시

그... 그럼 그 고양이 귀를 고쳐줄까?

스텔라

이건 고양이 귀가 아니야!

세상에, 캣 부머도 모르는 녀석이 총리라니 이게 말이 돼? 넌 대체 관심 있는 게 뭐야?!

도로시

어...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라든가...?

스텔라

마음 같아선 널 천천히 해체하는 걸 유터보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싶지만, 그래서는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가 없으니 관두겠어.

그러니까 말해. 테라 컴퓨터와 알마는 어디 있지? 적어도 한 가지라도 알고 있을 테니 당장 대답해!

도로시

모,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뭐 어떡해! 내 머리를 뜯어서 본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스텔라

그래...? 뭐, 상관없어. 다 예상한 일이야.

스텔라는 도로시를 밀쳤고, 도로시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스텔라

그럼 네 부품을 하나하나 뜯어내는 수밖에. 과연 [안나]가 뭐라고 할지 보자.

도로시

......

어떻게...

어떻게 그 이름까지...?

스텔라

모습을 감춘 동안 이것저것 조사해 봤지.

도로시는 입을 다물더니, 이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도로시

하아... 스텔라, 네가 이상한 조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널 죽였어야 했어.

스텔라

어차피 못 했겠지만. 넌 착해 빠졌으니까.

난 그동안의 조사로 안나의 존재를 알아냈어. 그녀가 네 언니라는 사실도. 네가 진정으로 섬기던 건 테라 컴퓨터도, 그리폰 시티도 아니었어. 그녀였지.

도로시

그래... 정답이야. 그런데 그게 어쨌는데?

스텔라

틀림없어, 안나가 테라 컴퓨터를 훔친 거야!

빨리 그 녀석을 찾아내서 테라 컴퓨터를 제자리에 돌려놔야 해! 그리폰 시티가 모래에 파묻히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도로시

그래서 날 찾아왔어? 스텔라, 넌 내 언니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구나?

언니는 내 걱정 따윈 눈곱만큼도 안 해. 날 인질로 삼아도 소용없어.

네가 내 혀를 뽑아서 초밥으로 만들어 겨자에 찍어 먹는다 해도, 언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야.

스텔라

네 뒷조사도 끝냈어. 널 길러준 건 안나야.

도로시

그래, 언니는 나를 언니가 원하는 모습으로 길러내려 했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도구로.

스텔라

그렇다 해도,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짓은 병따개로 캔맥주를 열려는 거나 마찬가지야!

무의미하게 모래를 바다로 밀어 넣으면서, 시민들을 그리폰 시티에서 놀고먹게만 하는 게 그냥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게 하는 것과 뭐가 달라?

도로시

정말 앉아서 죽을 수밖에 없는 걸 어떡해!

스텔라, 안나 언니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수수께끼인 사람이야...

넌 언니를 찾아내지 못할 거야. 만약 찾아내더라도 상대할 방법조차 모를 테고!

스텔라

설마... 너도 안나의 정체를 모른다는 말이야?

도로시

그래, 나도 몰라. 언니가 무엇인지도. 인간인지 인형인지조차도...

항상 유령처럼 내 머릿속에 나타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심지어 언니는 그저 단순한 버그가 아닐까 해서 검사까지 받아봤지만 허탕이었어.

도로시

내가 언니에 대해서 유일하게 아는 사실이라면, 세계의 종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것뿐이야... 난 도저히 막을 수 없어...

도로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종말이 닥치기 전에... 모두가 즐겁게, 행복하게 종말을 맞이하게 하는 것밖에...

도로시는 울먹이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스텔라

그 누구도 즐거운 마음으로 종말을 기다리지 못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칠 뿐이야.

도로시

난 인간을 이해할 수 없어, 스텔라. "죽음"이란 개념은 나 같은 릴림에겐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단어야...

죽음에 대한 공포는 그저 프로그래밍된 것에 불과해. 하지만 그리폰 시티와 친구들을 잃게 되는 것이 난 무엇보다도 두려워.

스텔라

적어도 난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진 않겠어, 도로시.

"승리를 향한 길에서 끝없이 도전한다"... 난 그렇 살다가 내 삶을 마치고 싶어.

그러니까, 날 도와줘. 너도 스스로 선택하고 싶잖아? 아직 늦지 않았어.

도로시

......

비록 네 계획은 성공하지 못하겠지만, 네 생각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네...

나도 고민 좀 해 봐야겠――

............

도로시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도로시

하하... 역시 늦었구나...

스텔라

도로시...?

도로시

...오고 있어.

스텔라

뭐라고?

도로시

아니... 느껴져...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내 몸을 조종한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스텔라

무슨 일이야, 도로시!

도로시

미안해, 스텔라...

......

............

도로시의 몸에서 노이즈가 흘러나왔다.

스텔라

...도로시?

도로시?

나는 과연 누굴까?

나는 과연 살아있는 걸까?

그리고 노이즈에서 희미하게,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도로시?

난 너희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

난 너희의 모든 것.

...이제, 하나가 될 때야.

도로시에게서 나오는 노이즈는 점점 더 심해지더니...

...돌연, 조용해졌다.

............

도로시?

...처음 뵙겠습니다.

좋은 밤이야, 스텔라 호시이 양.

내가 바로 안나야.

스텔라

좋은 남반구, 안나. 드디어 만났구나.

여동생의 몸을 차지한 거야?

안나

맞아. 아니면 릴림을 입양할 이유도 없지.

난 릴림보다는 내 동족을 놀리는 게 더 좋거든.

스텔라

네 동족...?

안나

난 너와 같은 인간이야.

스텔라

DFC-72한테 들러붙는 인간은 듣도 보도 못했는데.

안나

스텔라, 생명이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어.

지금의 난 보다 고차원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 그래, "신"처럼.

스텔라

...너 몇 살이야?

안나

정신 연령 말이라면, 풋풋한 사춘기 여고생 정도?

표정 풀어, 스텔라. 이 세상엔 네가 모르는 것이 잔뜩 있어.

스텔라

왜 네가 흔쾌히 모습을 드러냈는지나 알고 싶어.

안나

더 이상 모습을 감출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필요한 "조각"들이 다 모였어.

이제 남은 건 아주 간단한 "신체검사" 뿐이야...

스텔라

안나, 너의 목적은 대체 뭐지?

왜 테라 컴퓨터를 숨겼어?!

안나

으음?

정말 내가 한 짓이라 생각해?

스텔라

네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는데?

안나

적어도 한 가지는 네 말대로야. 난 테라 컴퓨터를 찾아서, 이 세계를 파괴할 거야.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론 너무 느려. 내 스타일이 아니야.

그래도 난 관대하니까, 우리 불쌍한 동생에게 모두를 속일 기회를 주고 너희 스스로도 이 운명을 달게 받아들이도록 할 생각이었는데...

네가 베키의 작은 소망을 깨뜨리고 말았어.

스텔라

베키? 베키가 누구야?

뭔진 모르겠지만 내 말 똑똑히 들어. 난 마냥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진 않겠어!

안나

내가 너의 입장이었어도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나는 네가 아니니 그러지 않을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이제 다... 아무래도 상관 없어졌어.

딱!

안나가 손가락을 튕겼다.

스텔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안나

내가 전에 하지 못했던 일...

...세상에 혼돈을 조금 야기했어.

WA2000

<color=#00CCFF>스텔라! 엄청난 수의 화이트 나이트 기갑 병력이 시위 현장에 공수 투입됐어!</color>

<color=#00CCFF>너무 많아! 그리고 지금... 녀석들이...</color>

안나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거든. 화이트 나이트 Vs. 그리폰.

거무튀튀한 철혈 강아지보단 저 하얀 덩치들이 쓸만하겠지.

WA2000

<color=#00CCFF>저 기갑 유닛들 전부 통제불능이야! 인형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고 있어!</color>

<color=#00CCFF>화이트 나이트의 보병 부대가 병력을 수습해서 반격하고는 있는데, 폭주한 기갑 유닛의 숫자가 너무 많아!</color>

스텔라

우선 너 자신의 안전을 지켜!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WA2000

<color=#00CCFF>이제 어떡할래? 계속 계획대로 진행할 거야?</color>

스텔라

솔직히, 잘 될지는 이제 나도 모르겠네...

현재 상황은... 내 예상을 조금 넘었어.

안나란 녀석, 상상했던 것보다 무서운 놈이야.

안나

그래서,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져서 무서워? 이 진실을 파헤친 것이 후회돼?

스텔라

그럴 리가. 오히려 흥분돼.

네 존재를 밝혀내는 게 다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널 마주 보게 됐으니까 말이야.

3년간의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은 예상보다 훨씬 더 정확했던 거였어.

안나

정확하다...? 그건 네가 판단할 게 아니야.

그건 지금부터 그리폰 시티 마스터, GM인 내가...

주사위를 굴려서 판정해줄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