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 정원ⅠⅠ
5결산 스토리
끝났다... 이걸로 마지막이겠지...?
응... 이게 마지막 패치야.
내가 또 쓸데없는 짓을 하고 싶어도, 이젠 손쓸 수도 없어.
클라에스는 무기를 버리고 안경을 꺼냈다.
그리고 안경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콧등 위에 걸쳤다.
그럼, 마지막으로 수정해 줄래?
응... 어?!
네가 부탁하는 건 처음인걸!
안 돼...?
당연히 되지! 뭐가 보고 싶어?
피에몬테... 마지막으로, 피에몬테의 호숫가를 보고 싶어.
알았어, 당장 공간을 재구성할게.
또 글리치들이 튀어나오진 않을까?
이제 마지막인걸요, 아주 잠시만이면 괜찮을 거예요.
SAT8이 손가락을 튕겼다.
비타에 들어갈 때처럼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가, 금세 다시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어느 호숫가인 것 같았다.
여기가 피에몬테인가?
네, 제가 자주 낚시하러 오는 곳이에요.
잠시 저랑 어울려 주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에스는 가방에서 낚싯대를 꺼내, 나와 SAT8에게 건네주었다.
우린 한 나무의 그늘 아래 앉았다. 나는 클라에스를 따라 미끼를 건 낚싯바늘을 호수로 던졌다.
그리고 벌레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있으니,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소녀는 그저 수면을 주시했고, 난 그녀가 생각을 다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 후, 클라에스는 내가 던진 찌를 보면서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저씨... 낚시 못하시네요.
해볼 기회가 없었거든.
그럼 이러고 있는 것도 지루하시죠?
확실히, 레저 스포츠치곤 너무 얌전한걸.
그래도 지루하다기보단, 뭔가 신비한 체험이야.
내가 어렸을 때 살던 곳은, 호수란 호수는 다 오염돼서 낚시 같은 건 제대로 해볼 기회가 없었거든.
클라에스는 호수에서 눈을 뗐고, 나도 고개를 돌려 그 아이를 마주봤다.
당신이 지금 그 모습의 본인이 아닌 건 알아요.
응... 미안해.
클라에스는 다시 멍하니 호수를 바라봤다.
바람에 물결이 일어나고, 나뭇잎이 바스락 소리를 냈다.
그런데도, 당신을 보면 마음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어요.
이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니?
클라에스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그 모습이 제가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단 것만은 알아요. 하지만... 이름은 제 기억에서 지워졌어요.
라바로. 라바로 대위야.
클라에스가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데도 그걸 의식하지 못했다.
저... 지금 울고 있는 건가요?
이 이름은, 이미 세상을 떠난 네 담당관의 이름이야.
라바로 씨...
중얼거리듯 그 이름을 몇 번이고 읊은 클라에스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고, 눈동자의 광채도 서서히 다시 돌아왔다.
저 멀리서부터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하는 공간을 바라보면서, 클라에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에나마 그 이름을 가르쳐 주셔서.
아직 마지막은 아니야. 이 비타는 곧 붕괴되겠지만, 바깥으로 돌아갈 수 있어.
바깥이요...?
여기에 바깥 같은 건 없어요.
무슨 소리야, 바깥에 정원이――
여기의 의체들은 모두 각자의 비타를 가졌고, 그중 하나가 공간의 중심으로서 모든 비타들의 운행을 지탱하고 있었어요.
리코가 그 왕좌에서 내려왔죠? 거기가 이 공간 전체의 중심이에요.
주인이 사라졌으니, 공간을 지탱하던 구심점도 사라졌겠죠. 곧 이 공간 전체가 완전히 붕괴될 거예요.
리코의 비타에 그런 역할도 있었어?!
쟝 씨의 사심이 담긴 거죠. 이곳의 모든 것을 리코에게 맡겼어요.
하지만 리코도 저도 다 의사들에게 의식이 여기에 업로드됐고, 담당관을 잃은 의체인 우리들은 다시 살아갈 용기를 잃었어요.
우리 모두 알았으니까요. 수명을 다한 우리는 그저 잔류 의식일 뿐, 진짜 그녀들이 아니란 걸요.
넌 지금 네가 무엇인지도 아는구나...
저는 공사에서도 몇 안 되는 생존자니까요. 공사의 마지막을 기록으로 남기는 역할도 맡았죠.
전 쟝 씨와 다른 분들과 함께 이 공간을 만들었고, 원래대로라면 저도 리코와 관리자를 도와 모두의 비타가 더 좋은 "꿈"이 되도록 관리해야 했어요.
그러니까, 넌 처음부터 비타가 가상 현실이란 걸 알고 있었단 말이니?
아뇨, 저도 처음 들어왔을 땐 기억이 초기화됐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을 간파했죠.
우리가 여기를 "비타"라 부르는 이유는, 여기서 우린 과거와는 다른 "인생"을 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여기서 수많은 "인생"을 살아봤지만, 얼마 안 가 이곳에서의 기억이 진실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다른 애들과 달리, 생명의 끝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우리는 도피를 선택했어요. 리코는 비타의 끝에서 모두를 지켜보고, 저는 비타의 틈새 속에서 평생을 지내기로 했죠. 그렇게 모두의 이야기가 정체됐어요.
마지막 관리자마저 이곳을 떠나고 아주 오랫동안, 이곳이 들어온 사람은 없었어요.
우리가 우리의 진짜 기억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동안, 의체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도 끝났겠죠.
우린 분명 그렇게 모든 이들에게서 잊혀졌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비타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혼자서 마지막 순간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
그래도... 막상 끝이 다가오니, 제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싶어지네요.
그 애들은... 다른 곳에서 절 기다리고 있죠?
맞아, 다 그 정원에 있어. ...헨리에타만 빼고.
그럼 당신이 말한 그 바깥의 정원은, 헨리에타의 비타일지도 모르겠네요.
SAT8에게 말을 걸었던 목소리도 헨리에타가 아닐까?
그 애가 SAT8과 접촉한 건, 다 네가 외롭지 않길 바라서였을 거야.
아... 확실히 그 애답네요.
어쭙잖은 호의는 오히려 더 허무해질 뿐인데...
그런데도, 그 호의를 미워할 수가 없네요...
지금 헨리에타가 어디 있는지 혹시 알겠니?
당신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제게 기록을 하나 맡겼어요. 이제 이걸 당신께 드려야 할 때겠죠.
확인해보세요, 그 애의 과거를 알 수 있을 거예요.
헨리에타는 실패했던 그때 그 과거와 지금의 거짓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한테 이 기록을 맡겼다는 건, 마침내 결심했단 뜻이겠죠.
어떻게 할지는 당신이 판단할 일이지만요.
클라에스가 안경을 벗어 내게 주었다. 인형이 아닌 나로서도 그 안경에 방대한 데이터가 담겨 있는 것이 느껴졌다.
카리나, 분석해 주겠어?
금방 해드릴게요! 실력 발휘 좀 해볼까!
......
내게 기억이 생긴 첫째 날.
죠제 씨께서 내 방에 찾아오셨다.
죠제 씨는 카메라 한 대를 내 책상에 놓으셨다.
이게 있으면, 내가 이 세상을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의아했다. 의체는 그저 작전만 잘 수행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하지만 죠제 씨가 그렇게 말하셨으니, 따를 뿐이었다.
나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내 삶을 기록했다. 그리고 죠제 씨는 내 삶에 색을 더해 주셨다.
나는 의체, 그는 담당관. 우리는 프라텔로.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본 사람도 죠제 씨다.
그때 나는 그가 바로 내 삶의 의미라고 느꼈다.
만약 이 짧은 목숨이 끝난다면, 그건 분명 그를 지키기 위해 죽을 때일 것이다.
나는 그럴 것이라 굳게 믿었다.
분명, 그럴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죠제 씨를 쏜 것은 나였다.
내가 죠제 씨를 죽였다.
내가 죠제 씨를 지켜드려야 했는데.
내가 잘못해서, 나도 죠제 씨도 모든 걸 잃었다.
내가 잘못해서, 죠제 씨가 날 보러 오시지 않는 거야.
그런데, 눈이 다시 떠졌다. 난 분명 죽었을 텐데?
그리고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고, 똑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났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데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말 이런 결말밖에 없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너에게도 무언가를 바꿀 힘이 있어.
당신은 누구죠?
나는 이 공간의 관리자야.
공간? 관리자요?
난 그들에게서 이 기록을 물려받았어. 난 이 희망을 꼭 이어나가고 싶어.
모두가 이렇게 세월 속에서 잊혀져 버리는 건 싫어. 하지만 이 광경이 언제까지나 반복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싫어.
모두에게 그저 과거를 기억시키는 것만으론 부족해. 그래서 난 그들의 운명을 고쳐보려 했어. 하지만 난 너무 늦었어. 이제 모든 걸 뒤집을 시간이 없어.
쟝 씨의 아이는 집착을 버렸지만, 너희는 이대로 사라져선 안 돼. 그래서 내가 너의 권한을 수정했어. 너라면 분명 희망을 얻을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
목소리는 그 말만을 남기고 사라져, 다신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난 그 목소리가 죠제 씨라고 생각했다.
분명 죠제 씨가 날 용서하시고, 이 비극뿐인 세상에서 날 꺼내 주신 거야.
분명 조제 씨가 날 용서하시고, 내게 사과드릴 기회를 주신 거야.
반복되던 내 이야기에서 나오자, 밖에는 무척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다.
나는 생각하며 매일 매일 정원에서 기다렸다.
사계절이 오가고, 정원의 꽃들이 피고 졌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죠제 씨는 오시지 않았다.
너무나도 지루하던 난 우연히 다른 애들의 비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불러도, 다들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자기만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모두 저마다의 시련을 겪고 있는데, 난 아무것도 못해. 그들의 세계에서, 난 아무것도 만지지 못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끝없이 되풀이하는 걸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혹시... 우린 이미 잊혀져버린 게 아닐까?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우린 이곳에 와, 과거의 이야기를 끝없이 반복하고 있는 걸까?
오랜 시간 끝에 마침내 그 수수께끼를 풀면서, 난 이 세계의 본질을 깨달았다. 동시에, 우리가 있는 이 세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세계의 끝자락이 조금씩 깨져 가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더 늦추는 것뿐이야.
죠제 씨가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으니까, 그때까지 이 세계를 지켜야만 해.
하지만 이 세계의 법칙을, 이 세계를 바꿀 방법을 찾았는데도, 내 힘이 너무 약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너무 약해서 그때 죠제 씨를 지키지 못했는데, 이젠 죠제 씨를 기다리기 위한 이 작은 세계마저도 지킬 수 없는 걸까?
......
그래서 난 바깥에 도움을 청했다. 누구든 좋으니, 우리를 구해 달라고. 어쩌면 그날 죠제 씨가 돌아오실 수 있으니, 단 하루만이라도 더 이 세계를 유지하게 해 달라고.
하지만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또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됐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그러던 어느 날, 희망이 나타났다. 누군가가 이 정원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들에게서 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느껴졌다. 그들은 여기에 속하지 않았기에 곧 떠나갈 것임을 알았지만, 난 진심으로 그들이 여기에 남기를 바랐다.
난 그들에게 내 친구들의 꿈속에서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이 내 친구들에게 변화를 가져다주길 바랐다.
그리고 그동안, 난 그들이 가진 힘으로 이 세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것이 엄청 이기적인 짓이란 건 안다. 하지만 이 세계가 사라지는 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 죠제 씨도, 이런 날 용서해 주시겠지?
......
정말 힘들었다. 그들의 힘을 빌렸는데도, 복구를 시도하고 나면 엄청 지치고 피곤했다.
분명 이것이 내 또 다른 시련이다. 분명 내가 그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벌일 것이다.
복구 작업도 순조롭지 않았다. 그들의 힘을 빌렸지만, 이 세계는 너무나도 낡았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걸까?
밤마다 난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 마음이 꺾여 가던 그때, 죠제 씨가 돌아오셨다.
난 최대한 감정을 억눌렀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처럼,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되니까.
죠제 씨는 여전히 상냥하셨다. 그런데 이상했다. 죠제 씨는 다른 걸 찾으시는 것 같았다.
그들을 찾으러 오신 걸까?
죠제 씨, 왜 예전처럼 저만 바라봐 주시지 않으세요?
......
그래도 괜찮아, 죠제 씨가 돌아오셨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런데, 죠제 씨가 그들을 하나둘씩 비타에서 데리고 나오셨다. 내가 그들에게서 빌릴 수 있는 힘도 점점 줄어들었다.
죠제 씨가 모두를 정원으로 데리고 나오시면, 난 더 이상 이 세계를 복구할 수 없게 돼.
...그래도 괜찮아, 죠제 씨가 원하신다면야.
죠제 씨가 돌아오셨으니, 내 소원도 절반은 이루어진 셈이니까.
과연 나는 죠제 씨와 함께, 운명을 넘어 내 소원을 전부 이룰 수 있을까?
죠제 씨와 함께라면, 분명 이야기를 바꾸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겠지?
죠제 씨와 함께라면...
......
그 사람, 정말로 죠제 씨가 맞는 걸까?
헨리에타가 남긴 기록은 여기까지예요.
고마워, 사건의 전말을 대충 알겠어.
만들어진 지 50년은 더 된 이 공간이 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거군.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된 것만으로도 기적이에요.
기록상에도 전 관리자가 마지막으로 접속했을 때 헨리에타의 권한을 수정했는데, 그때부터 헨리에타는 그 공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거네요.
그 창설자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을까?
어디 보자... 찾았다, 시스템 기반에 권한 소유자가 기록으로 남긴 주석이 있어요. 공간의 창설자는 이름이 "쟝 클로체"예요.
리코의 담당관이군.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가장 장기간 접속한 관리자 계정에도 주석이 붙어 있어요. 마지막 접속 기록도 그 계정이고요.
이름이... "스페란차"라 적혀 있네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무튼, 왜 그 후로 더는 접속하지 않았을까?
지휘관님... 마지막 접속 기록 말인데요, 연도가... 2045년이에요...
맙소사, 3차 대전...
이 공간은 적어도 50년 전에 만들어졌고, 마지막 접속은 19년 전.... 그렇다면 의체들의 담당관은 이미...
돌아오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을 거예요.
영영 떠나버렸단 건가... 그리고 그 "스페란차"란 관리자도...
더는 접속할 수 없어지자 결국 헨리에타에게 모든 권한을 넘긴 거군.
하지만 헨리에타에겐 필요한 연산력이 부족하니, 결국은 우리 인형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애가 이 공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거네.
그래서 인형들은 각각 비타 안에서 원래 이야기를 고쳐 쓰고 그들의 연산력은 이 공간의 기반을 재구성하는 데 쓰이고 있었구나.
하지만 너무 구식이라서 현대의 레벨 2 플랫폼 운영 체제와 호환이 안 돼요. 인형의 연산력을 빌려도 단기간에 시스템 기반을 재구성할 수 없어요.
게다가 헨리에타의 지식수준으론 이 정도 규모의 프로그램을 재구성할 방법을 알 리도 없으니...
그래서 우리 아가씨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의식불명이었군.
그리고 바깥의 정원... 감쪽같이 속았어요, 지휘관님이 처음 발을 디딘 그곳이 헨리에타의 비타예요.
내가 "죠제"의 계정을 사용해서 그런가?
아마도요.
헨리에타는 자기 비타에 따로 설정해 둔 게 없는 것 같아요.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어요.
하지만 의체들은 원래부터 그 공간에 귀속된 상태여서, 인형들처럼 쉽사리 비타를 떠날 순 없겠어요.
하지만~ 우리 오지랖 넓은 지휘관님께선 저 불쌍한 아이들을 그대로 버리지 않으실 테죠?
그야 물론이지, 사연을 알았는데 이대로 포기할 것 같아?
카리나, 내가 지금부터 뭘 할 셈인지도 알지?
끄응... 알곤 있지만요... 헬리안 씨한테 엄청 혼날걸요?
윽... 그건 필연적인 대가지 뭐...
흥이네요! 맨날 도망가셨으면서!
이번에야말로 지휘관님도 내뺄 생각 마시고 저랑 같이 훈계받으세요!
헬리안 씨가 유독 나한테만 매섭게 잔소리한단 말이야...
부탁할게, 이번에 눈감아 주면 나중에 해 달라는 거 딱 하나 뭐든지 다 해 줄게.
엑, 정말요?
진짜죠!? 무슨 일이든 다 되는 거죠?! 무르기 없기!
어... 으... 응.
싫은 티 팍팍 내시네요...
뭐, 동의하신 걸로 칠게요!
사실은 말을 꺼내기 전부터 이미 준비 중이었답니다♪ 다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요.
본부의 기술자도 한 명 구워삶았어요, 스프링필드의 사진을 보수로 저희 대신 프로그래밍해 주기로요.
왠지 스프링필드에게 엄청 미안한데...
이상한 사진은 아니지?
그냥 평범한 일상 사진이거든요? 스프링필드한테도 벌써 허락 맡았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직 작업이 덜 됐으니, 그동안 지휘관님은 헨리에타를 데려와 주세요.
새 집을 마련해 주는 건 저희 몫이지만, 그 애들이 이사하고 싶어할지는 지휘관님이 활약하시기 나름이에요.
헨리에타... 설득이 결코 쉽지 않겠는걸.
에이, 천하의 지휘관님이 약한 소리 하시면 안 되죠!
그래 그래, 나한테 맡겨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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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이걸로 마지막이겠지...?
응... 이게 마지막 패치야.
내가 또 쓸데없는 짓을 하고 싶어도, 이젠 손쓸 수도 없어.
클라에스는 무기를 버리고 안경을 꺼냈다.
그리고 안경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콧등 위에 걸쳤다.
그럼, 마지막으로 수정해 줄래?
응... 어?!
네가 부탁하는 건 처음인걸!
안 돼...?
당연히 되지! 뭐가 보고 싶어?
피에몬테... 마지막으로, 피에몬테의 호숫가를 보고 싶어.
알았어, 당장 공간을 재구성할게.
또 글리치들이 튀어나오진 않을까?
이제 마지막인걸요, 아주 잠시만이면 괜찮을 거예요.
SAT8이 손가락을 튕겼다.
비타에 들어갈 때처럼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가, 금세 다시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어느 호숫가인 것 같았다.
여기가 피에몬테인가?
네, 제가 자주 낚시하러 오는 곳이에요.
잠시 저랑 어울려 주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에스는 가방에서 낚싯대를 꺼내, 나와 SAT8에게 건네주었다.
우린 한 나무의 그늘 아래 앉았다. 나는 클라에스를 따라 미끼를 건 낚싯바늘을 호수로 던졌다.
그리고 벌레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있으니,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소녀는 그저 수면을 주시했고, 난 그녀가 생각을 다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 후, 클라에스는 내가 던진 찌를 보면서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저씨... 낚시 못하시네요.
해볼 기회가 없었거든.
그럼 이러고 있는 것도 지루하시죠?
확실히, 레저 스포츠치곤 너무 얌전한걸.
그래도 지루하다기보단, 뭔가 신비한 체험이야.
내가 어렸을 때 살던 곳은, 호수란 호수는 다 오염돼서 낚시 같은 건 제대로 해볼 기회가 없었거든.
클라에스는 호수에서 눈을 뗐고, 나도 고개를 돌려 그 아이를 마주봤다.
당신이 지금 그 모습의 본인이 아닌 건 알아요.
응... 미안해.
클라에스는 다시 멍하니 호수를 바라봤다.
바람에 물결이 일어나고, 나뭇잎이 바스락 소리를 냈다.
그런데도, 당신을 보면 마음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어요.
이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니?
클라에스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그 모습이 제가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단 것만은 알아요. 하지만... 이름은 제 기억에서 지워졌어요.
라바로. 라바로 대위야.
클라에스가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데도 그걸 의식하지 못했다.
저... 지금 울고 있는 건가요?
이 이름은, 이미 세상을 떠난 네 담당관의 이름이야.
라바로 씨...
중얼거리듯 그 이름을 몇 번이고 읊은 클라에스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고, 눈동자의 광채도 서서히 다시 돌아왔다.
저 멀리서부터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하는 공간을 바라보면서, 클라에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에나마 그 이름을 가르쳐 주셔서.
아직 마지막은 아니야. 이 비타는 곧 붕괴되겠지만, 바깥으로 돌아갈 수 있어.
바깥이요...?
여기에 바깥 같은 건 없어요.
무슨 소리야, 바깥에 정원이――
여기의 의체들은 모두 각자의 비타를 가졌고, 그중 하나가 공간의 중심으로서 모든 비타들의 운행을 지탱하고 있었어요.
리코가 그 왕좌에서 내려왔죠? 거기가 이 공간 전체의 중심이에요.
주인이 사라졌으니, 공간을 지탱하던 구심점도 사라졌겠죠. 곧 이 공간 전체가 완전히 붕괴될 거예요.
리코의 비타에 그런 역할도 있었어?!
쟝 씨의 사심이 담긴 거죠. 이곳의 모든 것을 리코에게 맡겼어요.
하지만 리코도 저도 다 의사들에게 의식이 여기에 업로드됐고, 담당관을 잃은 의체인 우리들은 다시 살아갈 용기를 잃었어요.
우리 모두 알았으니까요. 수명을 다한 우리는 그저 잔류 의식일 뿐, 진짜 그녀들이 아니란 걸요.
넌 지금 네가 무엇인지도 아는구나...
저는 공사에서도 몇 안 되는 생존자니까요. 공사의 마지막을 기록으로 남기는 역할도 맡았죠.
전 쟝 씨와 다른 분들과 함께 이 공간을 만들었고, 원래대로라면 저도 리코와 관리자를 도와 모두의 비타가 더 좋은 "꿈"이 되도록 관리해야 했어요.
그러니까, 넌 처음부터 비타가 가상 현실이란 걸 알고 있었단 말이니?
아뇨, 저도 처음 들어왔을 땐 기억이 초기화됐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을 간파했죠.
우리가 여기를 "비타"라 부르는 이유는, 여기서 우린 과거와는 다른 "인생"을 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여기서 수많은 "인생"을 살아봤지만, 얼마 안 가 이곳에서의 기억이 진실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다른 애들과 달리, 생명의 끝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우리는 도피를 선택했어요. 리코는 비타의 끝에서 모두를 지켜보고, 저는 비타의 틈새 속에서 평생을 지내기로 했죠. 그렇게 모두의 이야기가 정체됐어요.
마지막 관리자마저 이곳을 떠나고 아주 오랫동안, 이곳이 들어온 사람은 없었어요.
우리가 우리의 진짜 기억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동안, 의체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도 끝났겠죠.
우린 분명 그렇게 모든 이들에게서 잊혀졌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비타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혼자서 마지막 순간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
그래도... 막상 끝이 다가오니, 제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싶어지네요.
그 애들은... 다른 곳에서 절 기다리고 있죠?
맞아, 다 그 정원에 있어. ...헨리에타만 빼고.
그럼 당신이 말한 그 바깥의 정원은, 헨리에타의 비타일지도 모르겠네요.
SAT8에게 말을 걸었던 목소리도 헨리에타가 아닐까?
그 애가 SAT8과 접촉한 건, 다 네가 외롭지 않길 바라서였을 거야.
아... 확실히 그 애답네요.
어쭙잖은 호의는 오히려 더 허무해질 뿐인데...
그런데도, 그 호의를 미워할 수가 없네요...
지금 헨리에타가 어디 있는지 혹시 알겠니?
당신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제게 기록을 하나 맡겼어요. 이제 이걸 당신께 드려야 할 때겠죠.
확인해보세요, 그 애의 과거를 알 수 있을 거예요.
헨리에타는 실패했던 그때 그 과거와 지금의 거짓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한테 이 기록을 맡겼다는 건, 마침내 결심했단 뜻이겠죠.
어떻게 할지는 당신이 판단할 일이지만요.
클라에스가 안경을 벗어 내게 주었다. 인형이 아닌 나로서도 그 안경에 방대한 데이터가 담겨 있는 것이 느껴졌다.
<color=#00CCFF>카리나, 분석해 주겠어?</color>
<color=#00CCFF>금방 해드릴게요! 실력 발휘 좀 해볼까!</color>
......
내게 기억이 생긴 첫째 날.
죠제 씨께서 내 방에 찾아오셨다.
죠제 씨는 카메라 한 대를 내 책상에 놓으셨다.
이게 있으면, 내가 이 세상을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의아했다. 의체는 그저 작전만 잘 수행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하지만 죠제 씨가 그렇게 말하셨으니, 따를 뿐이었다.
나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내 삶을 기록했다. 그리고 죠제 씨는 내 삶에 색을 더해 주셨다.
나는 의체, 그는 담당관. 우리는 프라텔로.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본 사람도 죠제 씨다.
그때 나는 그가 바로 내 삶의 의미라고 느꼈다.
만약 이 짧은 목숨이 끝난다면, 그건 분명 그를 지키기 위해 죽을 때일 것이다.
나는 그럴 것이라 굳게 믿었다.
분명, 그럴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죠제 씨를 쏜 것은 나였다.
내가 죠제 씨를 죽였다.
내가 죠제 씨를 지켜드려야 했는데.
내가 잘못해서, 나도 죠제 씨도 모든 걸 잃었다.
내가 잘못해서, 죠제 씨가 날 보러 오시지 않는 거야.
그런데, 눈이 다시 떠졌다. 난 분명 죽었을 텐데?
그리고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고, 똑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났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데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말 이런 결말밖에 없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너에게도 무언가를 바꿀 힘이 있어.
당신은 누구죠?
나는 이 공간의 관리자야.
공간? 관리자요?
난 그들에게서 이 기록을 물려받았어. 난 이 희망을 꼭 이어나가고 싶어.
모두가 이렇게 세월 속에서 잊혀져 버리는 건 싫어. 하지만 이 광경이 언제까지나 반복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싫어.
모두에게 그저 과거를 기억시키는 것만으론 부족해. 그래서 난 그들의 운명을 고쳐보려 했어. 하지만 난 너무 늦었어. 이제 모든 걸 뒤집을 시간이 없어.
쟝 씨의 아이는 집착을 버렸지만, 너희는 이대로 사라져선 안 돼. 그래서 내가 너의 권한을 수정했어. 너라면 분명 희망을 얻을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
목소리는 그 말만을 남기고 사라져, 다신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난 그 목소리가 죠제 씨라고 생각했다.
분명 죠제 씨가 날 용서하시고, 이 비극뿐인 세상에서 날 꺼내 주신 거야.
분명 조제 씨가 날 용서하시고, 내게 사과드릴 기회를 주신 거야.
반복되던 내 이야기에서 나오자, 밖에는 무척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다.
나는 생각하며 매일 매일 정원에서 기다렸다.
사계절이 오가고, 정원의 꽃들이 피고 졌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죠제 씨는 오시지 않았다.
너무나도 지루하던 난 우연히 다른 애들의 비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불러도, 다들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자기만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모두 저마다의 시련을 겪고 있는데, 난 아무것도 못해. 그들의 세계에서, 난 아무것도 만지지 못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끝없이 되풀이하는 걸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혹시... 우린 이미 잊혀져버린 게 아닐까?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우린 이곳에 와, 과거의 이야기를 끝없이 반복하고 있는 걸까?
오랜 시간 끝에 마침내 그 수수께끼를 풀면서, 난 이 세계의 본질을 깨달았다. 동시에, 우리가 있는 이 세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세계의 끝자락이 조금씩 깨져 가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더 늦추는 것뿐이야.
죠제 씨가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으니까, 그때까지 이 세계를 지켜야만 해.
하지만 이 세계의 법칙을, 이 세계를 바꿀 방법을 찾았는데도, 내 힘이 너무 약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너무 약해서 그때 죠제 씨를 지키지 못했는데, 이젠 죠제 씨를 기다리기 위한 이 작은 세계마저도 지킬 수 없는 걸까?
......
그래서 난 바깥에 도움을 청했다. 누구든 좋으니, 우리를 구해 달라고. 어쩌면 그날 죠제 씨가 돌아오실 수 있으니, 단 하루만이라도 더 이 세계를 유지하게 해 달라고.
하지만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또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됐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그러던 어느 날, 희망이 나타났다. 누군가가 이 정원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들에게서 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느껴졌다. 그들은 여기에 속하지 않았기에 곧 떠나갈 것임을 알았지만, 난 진심으로 그들이 여기에 남기를 바랐다.
난 그들에게 내 친구들의 꿈속에서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이 내 친구들에게 변화를 가져다주길 바랐다.
그리고 그동안, 난 그들이 가진 힘으로 이 세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것이 엄청 이기적인 짓이란 건 안다. 하지만 이 세계가 사라지는 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 죠제 씨도, 이런 날 용서해 주시겠지?
......
정말 힘들었다. 그들의 힘을 빌렸는데도, 복구를 시도하고 나면 엄청 지치고 피곤했다.
분명 이것이 내 또 다른 시련이다. 분명 내가 그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벌일 것이다.
복구 작업도 순조롭지 않았다. 그들의 힘을 빌렸지만, 이 세계는 너무나도 낡았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걸까?
밤마다 난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 마음이 꺾여 가던 그때, 죠제 씨가 돌아오셨다.
난 최대한 감정을 억눌렀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처럼,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되니까.
죠제 씨는 여전히 상냥하셨다. 그런데 이상했다. 죠제 씨는 다른 걸 찾으시는 것 같았다.
그들을 찾으러 오신 걸까?
죠제 씨, 왜 예전처럼 저만 바라봐 주시지 않으세요?
......
그래도 괜찮아, 죠제 씨가 돌아오셨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런데, 죠제 씨가 그들을 하나둘씩 비타에서 데리고 나오셨다. 내가 그들에게서 빌릴 수 있는 힘도 점점 줄어들었다.
죠제 씨가 모두를 정원으로 데리고 나오시면, 난 더 이상 이 세계를 복구할 수 없게 돼.
...그래도 괜찮아, 죠제 씨가 원하신다면야.
죠제 씨가 돌아오셨으니, 내 소원도 절반은 이루어진 셈이니까.
과연 나는 죠제 씨와 함께, 운명을 넘어 내 소원을 전부 이룰 수 있을까?
죠제 씨와 함께라면, 분명 이야기를 바꾸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겠지?
죠제 씨와 함께라면...
......
그 사람, 정말로 죠제 씨가 맞는 걸까?
<color=#00CCFF>헨리에타가 남긴 기록은 여기까지예요.</color>
<color=#00CCFF>고마워, 사건의 전말을 대충 알겠어.</color>
<color=#00CCFF>만들어진 지 50년은 더 된 이 공간이 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거군.</color>
<color=#00CCFF>관리하는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된 것만으로도 기적이에요.</color>
<color=#00CCFF>기록상에도 전 관리자가 마지막으로 접속했을 때 헨리에타의 권한을 수정했는데, 그때부터 헨리에타는 그 공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거네요.</color>
<color=#00CCFF>그 창설자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을까?</color>
<color=#00CCFF>어디 보자... 찾았다, 시스템 기반에 권한 소유자가 기록으로 남긴 주석이 있어요. 공간의 창설자는 이름이 "쟝 클로체"예요.</color>
<color=#00CCFF>리코의 담당관이군.</color>
<color=#00CCFF>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가장 장기간 접속한 관리자 계정에도 주석이 붙어 있어요. 마지막 접속 기록도 그 계정이고요.</color>
<color=#00CCFF>이름이... "스페란차"라 적혀 있네요.</color>
<color=#00CCFF>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무튼, 왜 그 후로 더는 접속하지 않았을까?</color>
<color=#00CCFF>지휘관님... 마지막 접속 기록 말인데요, 연도가... 2045년이에요...</color>
<color=#00CCFF>맙소사, 3차 대전...</color>
<color=#00CCFF>이 공간은 적어도 50년 전에 만들어졌고, 마지막 접속은 19년 전.... 그렇다면 의체들의 담당관은 이미...</color>
<color=#00CCFF>돌아오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을 거예요.</color>
<color=#00CCFF>영영 떠나버렸단 건가... 그리고 그 "스페란차"란 관리자도...</color>
<color=#00CCFF>더는 접속할 수 없어지자 결국 헨리에타에게 모든 권한을 넘긴 거군.</color>
<color=#00CCFF>하지만 헨리에타에겐 필요한 연산력이 부족하니, 결국은 우리 인형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애가 이 공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거네.</color>
<color=#00CCFF>그래서 인형들은 각각 비타 안에서 원래 이야기를 고쳐 쓰고 그들의 연산력은 이 공간의 기반을 재구성하는 데 쓰이고 있었구나.</color>
<color=#00CCFF>하지만 너무 구식이라서 현대의 레벨 2 플랫폼 운영 체제와 호환이 안 돼요. 인형의 연산력을 빌려도 단기간에 시스템 기반을 재구성할 수 없어요.</color>
<color=#00CCFF>게다가 헨리에타의 지식수준으론 이 정도 규모의 프로그램을 재구성할 방법을 알 리도 없으니...</color>
<color=#00CCFF>그래서 우리 아가씨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의식불명이었군.</color>
<color=#00CCFF>그리고 바깥의 정원... 감쪽같이 속았어요, 지휘관님이 처음 발을 디딘 그곳이 헨리에타의 비타예요.</color>
<color=#00CCFF>내가 "죠제"의 계정을 사용해서 그런가?</color>
<color=#00CCFF>아마도요.</color>
<color=#00CCFF>헨리에타는 자기 비타에 따로 설정해 둔 게 없는 것 같아요.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어요.</color>
<color=#00CCFF>하지만 의체들은 원래부터 그 공간에 귀속된 상태여서, 인형들처럼 쉽사리 비타를 떠날 순 없겠어요.</color>
<color=#00CCFF>하지만~ 우리 오지랖 넓은 지휘관님께선 저 불쌍한 아이들을 그대로 버리지 않으실 테죠?</color>
<color=#00CCFF>그야 물론이지, 사연을 알았는데 이대로 포기할 것 같아?</color>
<color=#00CCFF>카리나, 내가 지금부터 뭘 할 셈인지도 알지?</color>
<color=#00CCFF>끄응... 알곤 있지만요... 헬리안 씨한테 엄청 혼날걸요?</color>
<color=#00CCFF>윽... 그건 필연적인 대가지 뭐...</color>
<color=#00CCFF>흥이네요! 맨날 도망가셨으면서!</color>
<color=#00CCFF>이번에야말로 지휘관님도 내뺄 생각 마시고 저랑 같이 훈계받으세요!</color>
<color=#00CCFF>헬리안 씨가 유독 나한테만 매섭게 잔소리한단 말이야...</color>
<color=#00CCFF>부탁할게, 이번에 눈감아 주면 나중에 해 달라는 거 딱 하나 뭐든지 다 해 줄게.</color>
<color=#00CCFF>엑, 정말요?</color>
<color=#00CCFF>진짜죠!? 무슨 일이든 다 되는 거죠?! 무르기 없기!</color>
<color=#00CCFF>어... 으... 응.</color>
<color=#00CCFF>싫은 티 팍팍 내시네요...</color>
<color=#00CCFF>뭐, 동의하신 걸로 칠게요!</color>
<color=#00CCFF>사실은 말을 꺼내기 전부터 이미 준비 중이었답니다♪ 다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요.</color>
<color=#00CCFF>본부의 기술자도 한 명 구워삶았어요, 스프링필드의 사진을 보수로 저희 대신 프로그래밍해 주기로요.</color>
<color=#00CCFF>왠지 스프링필드에게 엄청 미안한데...</color>
<color=#00CCFF>이상한 사진은 아니지?</color>
<color=#00CCFF>그냥 평범한 일상 사진이거든요? 스프링필드한테도 벌써 허락 맡았으니까 걱정 마세요.</color>
<color=#00CCFF>아직 작업이 덜 됐으니, 그동안 지휘관님은 헨리에타를 데려와 주세요.</color>
<color=#00CCFF>새 집을 마련해 주는 건 저희 몫이지만, 그 애들이 이사하고 싶어할지는 지휘관님이 활약하시기 나름이에요.</color>
<color=#00CCFF>헨리에타... 설득이 결코 쉽지 않겠는걸.</color>
<color=#00CCFF>에이, 천하의 지휘관님이 약한 소리 하시면 안 되죠!</color>
<color=#00CCFF>그래 그래, 나한테 맡겨 줘.</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