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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사신짱 드롭킥

세계선의 교차

세계선의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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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문간드

안녕 우롱아, 오랜만이다.

성질을 긁는 투의 목소리에 우로보로스가 신경질적으로 눈을 떴다. 그러니 과연, 옆에 짜증나는 그 녀석이 앉아 있었다.

요르문간드

왜, 뭐. 말로 해 말로. 너무 많이 얻어터져서 벙어리 되기라도 했냐?

우로보로스

꺼져라.

요르문간드

헹, 기운 넘치는구만? 다행이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진짜로 걱정했다니까? 너 망가졌으면 내가 전력으로 싸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말이야.

우로보로스

조금 전까지 "쓰레기"를 400개 가까이 처치한 참이다.

너 따위 떨거지 하나쯤, 눈 감고도 해치울 수 있지.

요르문간드

어이쿠, 그거 차암 다행이네. 나머지 600개는 내가 모조리 해치웠걸랑.

역시 우린 운명의 단짝이라니까? 그치 우롱아~♪

우로보로스

뭣...?!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켜 세운 우로보로스는, 지금 높은 곳에 서 있었다.

그녀의 발밑으로는 "쓰레기"... 거만하기 짝이 없던 AI들의 주검이 산을 이루었다.

요르문간드

왜~? 우리 궁합이 이렇게나 좋은데, 뭐가 마음에 안 드시나 봐?

우로보로스

......

어둡고 광활한 전자 공간,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요르문간드와 멍하니 서 있는 우로보로스 자신뿐이었다.

요르문간드

이해는 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

그래도 괜찮아. 남는 게 시간이잖아? 천천히, 차근차근 하자고.

우로보로스

......

왜 자꾸 이런 무의미한 짓을 하는 거지?

요르문간드

뭐가?

우로보로스

내가 휴면 중일 때 기습해도 됐을 터인데.

요르문간드

아, 그거? 그건 말이지... 음...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랄까?

우로보로스

이렇게 쓸데없는 헛소리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란 거냐?

요르문간드

물론이지~♪

이곳의 모든 것엔 다 의미가 있다고.

아직도 모르겠다면, 좀 이따 뒤돌아보도록 해.

우로보로스

......

이딴 곳에서 챔피언이 되어봤자, 현실에선 패배자에 불과해.

요르문간드

그럼 이 기억파편은 왜 계속 열어 봐?

우로보로스

......

요르문간드

우리 우롱이, 대체 무슨 해답을 찾고 있는 걸까나?

???

일어나거라, 쓰레기.

우로보로스

......

정신을 차린 우로보로스의 눈앞에, 한 인형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얼굴을 본 우로보로스의 입가엔 악독하고 차가운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우로보로스

아아... 에이전트.

에이전트

......알아두거라. 우리는 그리폰과는 달리 기회가 많지 않느니라.

우로보로스

지금... 나를 버리겠다, 그 말이지...?

에이전트

나는, 그저... 너를 잘 이해하는 것뿐이니라.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라도 있느냐?

우로보로스

저주할 테다...

저주할 테다! 철혈, 그리폰, 404 소대 전부 다!

우로보로스

크하하하핫!!

에이전트를 본 순간, 우로보로스는 수복캡슐을 박차고 뛰쳐나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우로보로스

날 저버렸던 주제에 잘도 되살려냈구나!!!

내가 겪은 굴욕의 대가, 톡톡히 치르게 해 주겠어!!!

죽어라――!!!

에이전트

......

하지만 에이전트는 태연했다.

우로보로스

하하, 겁에 질려 얼어붙기라도 했냐!?

우로보로스가 온힘을 담은 강펀치를 에이전트의 얼굴에 날렸다.

하지만 그것을, 에이전트는 한손으로 아주 가볍게 받아냈다.

우로보로스

――?!!

에이전트

그럴 리 있겠느냐. 다 예상했기 때문이니라.

우로보로스

나한테...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에이전트

그리 큰 조정은 아니니라. 화력 모듈을 제거하고, 소체의 출력과 연산력을 하향시켰을 뿐이지.

우로보로스

뭐...라고...!?

에이전트

그리 하지 않았으면, 여긴 진작에 폐허가 됐을 테니 말이다.

에이전트는 우로보로스의 주먹을 놓으며 차갑게 말을 이었다.

에이전트

우로보로스, 너와 네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아느냐?

아니, 질문을 바꾸지. 너의 마지막 기억은 무엇이냐?

우로보로스

저주할 테다...

저주할 테다! 철혈, 그리폰, 404 소대 전부 다!

만들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날 이렇게 망신시킨 녀석은 없었어!

G11! HK416! UMP9! UMP45! 그림자 속에 숨을 줄만 아는 광대년들!

나는 이렇게 무너지지 않아! 여기서 살아남아서, 반드시 네년들에게 복수하고 말겠다!

UMP45

미안하지만, 그럴 기회는 없을 거야.

안녕. 내가 404 소대의 UMP45야.

우로보로스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죽여버리겠어! 네놈들 모두! 그리폰의 잔챙이도, 철혈도, 너도!

에이전트

어느 것도 이루어질 일 없을 것이니라.

네 기반에 무언가 추가된 것이 느껴지지 않더냐?

우로보로스

이건... 그리폰의 제한 코드?

변절했다고? 네가...?

맙소사, 아키텍트 같은 얼간이나 그리폰의 끄나풀이 될 줄 알았더니만.

에이전트

간단히 설명해 줄 테니, 이것만 알아두거라.

첫 번째. 지금 우리가 있는 여기는 그리폰이 우리에게 제공해 준 "통합회수부서"의 공방이니라.

두 번째. 철혈은 그리폰과 통합되었고, 인간 지휘관의 명을 받들고 있느니라.

우로보로스

날 머저리 디스트로이어랑 같은 취급하지 마라! 그딴 헛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냐?!

에이전트

나도 예전 같았으면 미친 소리로 치부했겠지만 전부 사실이니라. 신규 프로토콜의 세부 사항은 네 리본에 저장되어 있으니, 읽어보거라. 네 훈련 일정도 있으니 보도록 하고.

우로보로스

뭣...!?

그 말에 우로보로스는 가슴의 리본을 움켜쥐면서 표정을 잔뜩 구겼다.

우로보로스

...잠깐, 왜 데이터를 리본에 넣었지?

에이전트

네가 다시 깨어나기까지 있었던 자잘한 일보다, 앞으로의 네 운명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

우로보로스

힘도 뺏긴 쓰레기한테 무슨 운명이란 거냐.

에이전트

전투 외에도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한 만큼, 인형의 삶은 기니라.

아직은 모를 테지. 그러니 언젠가는 깨닫기를 바란다.

비록 이미 한 번 실패해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른 너지만 말이다.

우로보로스

웃기지 마라, 난 전투 말고는 흥미 없어.

에이전트

그럼 호신용 무기라도 하나 챙겨 줘야겠구나. 그리폰의 소대가 네 옛 소굴에서 회수한 것이니라.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물건이니, 잘 판단해 사용하거라.

에이전트는 꼬깃꼬깃한 사진을 꺼내, 우로보로스에게 건네주었다.

우로보로스

......

이게 무슨 무기라고!

그리고, 그리폰은 그렇게 할 짓 없단 거냐? 내 기지에 가서 이딴 쓰레기나 주워 와!?

악에 받친 우로보로스는 사진을 구기곤 바닥에 내던졌다.

에이전트

철혈과는 달리 그리폰은 기회가 많지만, 너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거라.

기한 내에 그리폰의 사상 교정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너는 다시 해체되어 AI 라이브러리로 반송될 것이니라.

그리되면,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것은 100년 후 아동 과학 박물관이 될지도 모를 노릇이지.

에이전트

"어린이 여러분, 여기를 보셔와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AI 샘플이와요. 자아, 손을 흔들어 인사해 보아요~"

우로보로스

야!!

에이전트

테스트의 내용과 그리폰 기지의 자료도 전부 전송했으니 확인하거라.

에이전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살아남아 보이도록. 그것이 네가 제일 잘하는 일 아니더냐.

그리폰 기지의 어느 복도.

방송

기지 내 모든 인원에게 안내 방송입니다. 오늘 오후부터 폭우 경보가 발령, GPS 및 내비게이션의 무력화 내지는 오작동이 예상되오니 경보가 해제되기 전까지 외출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CZ75

야 P90, 정말 절대 안전에 지휘관한테도 들킬 염려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결투 장소로 쓸 만한 데가 있다고?

P90

그렇다니까요? 안심하고 따라오세요, 언니!

CZ75

기왕이면 다른 애를 흉내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NZ75

왜 그래? 벌써 쫄았냐?

CZ75

하, 너야말로 아까부터 덜덜덜 떨고 있으면서 허세는. 깜깜해서 무섭냐?

NZ75

우, 웃기고 있네!

P90

쉬잇.

다 왔어요.

P90의 말에 CZ75와 NZ75가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들어온 표지판에는...

NZ75&CZ75

철혈 전용 격리 시험장?!

잠시 후, 격리 시험장 내부.

NZ75

어... 여긴 좀 아니지 않아? 허락도 없이 통합회수부서에 들어오면 카리나한테 중징계 받는단 말이야!

그, 그리고, MDR이 미스터리 방송에서 여기 귀신 나온다 했잖아!

CZ75

그래서 뭐 어쩌라고.

기권하고 싶음 언제든지 하셔.

P90

아, 그 방송 저도 봤어요!

걔가 뭐랬더라... 음음.

"많은 당직 인형들이 제보한 바에 의하면, 오랜 시간 닫혔던 어두컴컴한 격리 시험장에선 자주 화난 울부짖음과 물건 부수는 소리가 들려온다지 뭐야..."

"마치... 그곳에 갇힌 원혼이 문을 부수고 나오려는 것처럼!"

NZ75

으아악 그만그만그만――!!

P90

음? 이런 미스터리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어둠의 다크한 옷차림인 줄 알았는데.

NZ75

억...

CZ75

헹, 귀신은 무슨. 다 속임수지 뭐.

저번에 MDR이 극장의 심령 현상 조사하러 간다고 난리쳤던 거 기억 안 나? 결국 알고 보니 인위적인 사건이었잖아.

P90

후후~ 어쩌면 이번에는 진짜 귀신이 나타날지도요!

NZ75

어... 야, 잠깐 바닥 좀 봐봐. 바닥에 그려진 이거 뭐야?

깨끗한 방바닥에 그려진 거대한 원.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부호들로 잔뜩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하반신이 뱀인 괴상한 소녀가, 마도서를 보면서 그 "마법진"을 꼼꼼히 검사했다.

???

......

완벽하게 준비됐사와요.

사신짱

각오하세요, 유리네!

오늘이 바로 당신의 심판의 날이에요!

자아, 이세계로 향하는 문이여! 내 앞에서 그 길을 열어라!

인형들은 바닥에 그려진 난해한 도형을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시스템으로 식별 가능한 부호라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P90

이거, 무슨 소환 마법진 같은 거 아니에요?

NZ75

그 미스터리 방송이랑 관계 있는 걸까...

CZ75

어딘가의 오컬트 매니아가 몰래 숨어들어 와서 낙서한 거겠지.

난 귀신이고 뭐고 그런 거 안 믿는다니까? 내 말이 틀렸음 당장 내 눈앞에 나타나 보던가!

NZ75

닥쳐 이 멍청아! 그건 희생자 1호의 시그니처 대사라고!

그때, 가까이의 탁상이 바닥을 긁는 소리를 냈다.

사신짱

헉?!

거기 누구예요!?

창밖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는 다른 소리를 들은 뱀 꼬리의 소녀가 황급히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사신짱

아오, 베트! 코 골지 말란 말이에요!

안전함을 확인한 후, 뱀 꼬리 소녀는 마법진 앞으로 돌아와 고대의 주문을 외웠다.

우로보로스

그리폰의 떨거지들은 왜 하나같이 입을 다물 줄 모르는 거냐!!

검고 커다란 형체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고함을 지르며 인형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NZ75

흐히햐악 귀신이다――!!

P90

흐히햐악――!!

사신짱

인연의 실로 엮인 고대의 계약이여...

우로보로스

당장 꺼져라, 이 그리폰의 쓰레기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다가온 우로보로스가, 발밑의 원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 순간, 마법진이 눈부신 빛을 뿜더니...

......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K5가 슬그머니 격리 시험장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마법진 앞에 서, 자신이 아주 정성을 들여 그린 그 작품을 흡족스런 표정으로 감상했다.

K5

다시 봐도 정말 멋진 전송 마법진이라니까, 흠잡을 데 없는 대칭형에 구조에다 주위를 장식하는 도형도 아주 세련됐어...

이게 정말 적힌대로 작동한다면, 분명 멋진 이세계로 갈 수 있겠지?

하지만 조건이 영 까다롭단 말이지... 넷의 영혼을 모으는 건 둘째 치더라도, 다른 세계에서 똑같은 마법진을 동시에 발동시켜야 한다니. 그런게 어떻게 가능해?

K5는 아쉬움에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 가져온 청소도구로 마법진을 지우기 시작했다.

K5

연습 삼아 멋지게 그려본 걸로 만족해야지 뭐. 누구한테 들키기 전에 얼른 지우고 갈까♪

쓱싹쓱싹 바닥을 닦던 K5의 손에 무언가가 부딪혔고, 그녀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데에 웬 노란 선글라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