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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좀비랜드 사가

그리폰에서 온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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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218줄)

평소와 별다를 바 없는 하루, 지휘관의 숙소.

지휘관은 마치 하룻밤을 꼬박 지새운 것마냥 피로에 찌든 얼굴로 소파에 앉아, 카리나의 확인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카리나

후우... 우선 급한 건 다 됐네요.

아참, 저번에 인수인계받으신 일들은 체크하셨나요?

지휘관

억, 어... 커흠커흠...

카리나

으휴 그럴 줄 알았어요!

지휘관

미안해 카리나, 얼마 전부터 불면증이 심해서 도통 집중이 안 돼...

카리나

뭐어 지휘관님 고생하시는 건 알지만요... 그럼 제가 대신 처리해 드릴게요.

...정말이지, 가끔씩 누가 지휘관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니까요.

입으론 투덜대면서도, 카리나는 탁상 위에 잔뜩인 서류 더미를 전부 안아 들었다.。

지휘관

하하하, 그럼 똑 부러진 카리나 님이 지휘관 하고 제가 대신 부관 일 할까요?

카리나

싫거든요~

지휘관님 있으셔 봤자 돈 버는 데 방해만 되거든요~

카리나는 삐죽 혀를 내밀며 문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카리나

그럼 가 볼게요, 푹 쉬세요.

지휘관

응, 고마워.

카리나

얼른 불면증 나으시고 기운 내세요.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도 산더미라고요.

지휘관

응... 콜록콜록...

지휘관은 몸을 이불로 둘둘 말고, 문을 닫는 카리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러자 지휘관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더니 손을 뻗어――

돌연 문이 다시 열리더니 카리나가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카리나

아참참 깜빡했네요, G11이 보내 준 불면증 치료법은 효과 있어요?

지휘관

(끄덕끄덕)

여전히 이불 속에 웅크린 채인 지휘관은 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

음... 효과가 있는 거 같아...

카리나

다행이네요, 빨리 나으세요~

눈부신 미소를 마지막으로, 카리나는 다시 문을 닫고 떠났다.

그리고 그녀의 발소리가 멀어져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된 후에야, 지휘관은 이불 속에서 기어나와 게임기 앞에 앉았다.

새까만 모니터는 그저 휴면 모드일 뿐이었고, 컨트롤러를 움직이자 화면이 다시 빛나며 심플한 게임 화면이 지휘관의 얼굴을 밝혔다.

지휘관

G11 이 치사한 녀석,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을 이제야 빌려주다니...

덕분에 밤새도록 놀았잖아...

점점 더 짙어지는 눈가의 다크서클에도 아랑곳않고, 지휘관은 오늘도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얼마 전, 데레의 정비실.

G11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스피커에서 쇼팽의 야상곡이 잔잔하게 흘러나왔고, 마치 희미한 달빛이 몸을 휘감는 듯한 음악에 눈꺼풀이 절로 감겨졌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던 G11은 깨달음에 눈을 번쩍 떴다.

G11

<size=50>아!</size>

데레

<size=50>우왁!?</size>

HK416

아아악! G11 너 또 뭐해! 데레가 내 발등에 스패너 떨어뜨렸잖아!

G11

아무래도... 내가 카세트를 잘못 준 거 같아.

HK416

카세트? 무슨 카세트?

UMP9

어, 설마 그거...?

UMP45

아아, G11이 어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지휘관한테 준 그거 말이지?

UMP9

그럼 뭘 잘못 보냈어?

G11

으으음...... 모르겠어.

HK416

어떡하지? 이 녀석 잡동사니 상자는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UMP45이 재생 중이던 카세트를 꺼내 새하얀 라벨을 확인하곤 눈이 가늘어졌다.

UMP45

설마... "그거"일까?

UMP9

어떡하지 언니? 카리나한테 연락해서 상황 설명할까?

HK416

쪽팔리게 우리가 실수했다 자수하자고?

G11

힝...

UMP45

하지만 이미 24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아무 말이 없다는 건...

UMP9

지휘관이 아직 눈치를 못 챈 걸까?

HK416

아니면, 이미 발견했지만...

UMP45

...마음에 들었거나.

UMP9

그, 그래도...

말은 해 주는 게 좋을 거 같은데...

UMP45

매일같이 격무에 시달리잖아, 가끔은 릴랙스하는 것도 좋겠지.

즐기는 중이라면 괜히 방해하지 말자구.

통신기를 든 UMP9를 말리는 UMP45는 위험한 눈빛을 반짝이며 싱긋 웃었다.

지휘관

......?

이게 뭐지?

지휘관은 어리둥절해하며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화면에 나타난 기묘한 대화창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color=#FFFF00>[최고 난이도 클리어를 축하합니다!]</color>

<color=#FFFF00>[이제, 당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보세요!]</color>

<color=#FFFF00>[다음 중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무엇입니까?]</color>

지휘관

흐음... 설정을 하나 선택하고 새 스테이지를 랜덤 생성하는 건가?

지휘관

복잡하게 고민할 거 없이 그냥 무난한 걸로 할까...

좋았어, 이거다.

지휘관이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지만, 어째선지 커서는 죽기라도 한 것처럼 꿈쩍도 않았다.

오히려, 점점 당황하는 지휘관의 조작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가장 아래, 선택지 C로 내려갔다.

지휘관

어... 어어?! 아, 안 돼! 멈춰! 정지하――

커서가 멋대로 C를 선택하는 경쾌한 효과음은, 마치 지휘관을 비웃는 것 같았다.

지휘관

헤헤, 이런 기묘한 게 딱 내 취향이지.

어려운 도전일수록 성취감도 높다고!

지휘관은 과감하게 선택지 C를 선택했다.

지휘관

복잡하게 고민할 거 없이 그냥 무난한 걸로 할까...

좋았어, 이거다.

지휘관이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지만, 어째선지 커서는 죽기라도 한 것처럼 꿈쩍도 않았다.

오히려, 점점 당황하는 지휘관의 조작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가장 아래, 선택지 C로 내려갔다.

지휘관

어... 어어?! 아, 안 돼! 멈춰! 정지하――

커서가 멋대로 C를 선택하는 경쾌한 효과음은, 마치 지휘관을 비웃는 것 같았다.

그러자 인터페이스가 휴지 조각처럼 구겨지며 화면에서 사라졌고...

로딩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지휘관도 의식이 휴지 조각처럼 구겨져서 휴지통에 버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휘관

역시... 철야는 해롭구나...

무거운 졸음이 덮쳐와, 지휘관은 그대로 몸의 통제를 잃었다.

............

파도가 배의 밑바닥에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바닷가 특유의 짭조름한 공기에 섞인, 어렴풋한 꽃향기.

그 향기는 세련된 종이 봉투 속의 초대장처럼, 당신을 꿈 같은 연회로 끌어들였다.

지휘관

여긴... 어디지...?

???

"사가"다.

지휘관

사가...? 들어본 적 없는 지명인데...

???

시간이 없다. 전부 벌써 시작됐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는 점점 선명하고 날카로워졌고, 그럴수록 배도 점점 더 격하게 흔들렸다.

지휘관

뭐가 시작됐단... 넌 누구지?

???

내가 바로 사가, 사가가 바로 나다.

파도가 부서지고, 수면을 가르는 소리. 이 배는 지금 바다 위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이윽고 파도 소리가 멀어지고, 배에서 시멘트 바닥으로 내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짭조름한 바다 내음 대신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먼지가 코를 찌르니, 당신은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붉은 머리 소녀

<color=#FF0000>아, 코노히토 메오 사메테아린스.</color>

분홍 머리 소녀

<color=#FF0000>요캇타, 다이죠부?</color>

은색 머리 소녀

<color=#FF0000>엣토... 샤베레마스카?</color>

기괴하게 푸르스름한 안색과, 몸에 꿰맨 흔적이 선명한 소녀들.

눈앞의 이 소녀들은 당신을 둘러싼 채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신에겐 이를 관찰할 겨를도 없었다. 경악에 눈이 번쩍 떠졌고, 공포에 입을 벌려 비명을 질렀다.

지휘관

<size=50>으아아아아아악!!</size>

<size=50>ELID다아아아!!!</size>

몇 년간의 훈련이 몸에 밴 당신은 바로 몸을 옆으로 굴리고 권총이 있을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침착하게, 이번엔 발목으로 손을 뻗어 비수를 뽑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

<color=#FF0000>뭐여, 팝핑 댄스라도 추냐?</color>

어째선지 마이크 스탠드를 어깨에 걸친 주황색 ELID가 도끼눈을 뜨고 다가오자, 맨몸에 맨손인 당신은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

<size=50>카리나?! 얘들아아아!! 다들 어딨어!!</size>

지휘관

<size=60>으아아 사람 살려――!!</size>

???

<color=#FF0000>지, 진정해 주셔요! 코타로 씨가 미리 상황을 설명해 드린 줄 알았는디...</color>

???

<color=#FF0000>무서워 마시와요, 우린 당신을 해치지 않는답니다.</color>

???

<color=#FF0000>릴리는 착한 아이야...</color>

지휘관

헉... 헉... 어? 저... 정말이야...?

그 "말"에 당신의 경계심이 아주 조금 누그러졌고, 식은땀을 닦으려고 상의의 가슴 주머니에 있을 손수건을 꺼냈다.

그런데 손수건 대신 길쭉한 무언가가 나왔다. 냄새로 봐선... 마른 오징어?

???

<color=#FF0000>으어... 어아아――!!</color>

그걸 본 ELID 하나가 난데없이 달려들자 당신은 다시 심장이 멎을 것처럼 패닉에 빠졌고,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이 어두컴컴한 지하실을 뛰쳐나갔다.

지휘관

<size=50>끼야아아아아아악!!!</size>

아무리 말이 통하더라도 "ELID"들이 괴성을 지르며 쫓아오니 별수 있으랴. 당신은 빛이 보이는 쪽을 향해 내달렸다.

물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당신은 지하실 밖으로 나와 되는대로 달리다 보니 2층까지 올라왔다.

ELID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어찌저찌 따돌리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었다.

숨 돌릴 틈을 얻은 당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지휘관

후우... 여긴 어딘가의 저택인가? 낡을대로 낡았는걸...

난 분명 내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왜 눈을 떠 보니 이런 곳에 있는 거지?

그리고, 어떻게 ELID가 제정신으로 말을 하지? 게다가 그 영문 모를 소린...

......

...알겠다.

밤을 새면서 게임을 하다 그대로 곯아떨어졌고, 비몽사몽 중에 영문 모를 나레이션을 들었다.

이 사실들을 종합해서 내린 결론은...

지휘관

아잇 젠장 꿈이었구나!

잠들어 버리기 직전에 화면에 무슨 "좀비 아이돌" 같은 게 나와서 이런 꿈을 꾸는 거야!

진실을 깨달은 당신은 마침내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다. 꿈이라면 결국 깨어나면 될 일이니까.

그때, 계단 밑에서부터 발소리가 울렸다. 놈들이 쫓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마음은 이미 잔잔한 수면처럼 평온해졌고, 심지어는 미소까지 지어졌다.

???

<color=#FF0000>도망치지만 말고 우리 말부터 들어주세요!</color>

???

<color=#FF0000>저, 정말로 나쁜 짓 안 혀요!</color>

지휘관

아아 괜찮아 괜찮아, 다 이해했어.

몰려든 ELID들에게, 당신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리곤 곧장 벽을 향해 내달려 온몸으로 들이받았다.

하지만 예상처럼 꿈에서 깨어나지는 못했다. 대신, 그대로 썩어 문드러진 벽을 뚫고 허공에 던져졌다.

지휘관

――엉!?

이 순간, 당신은 세상의 진리 중 하나를 다시금 실감했다.

어떤 "세상"이든, 뉴턴의 만유인력은 당신을 항상 바닥으로 끌어당긴다는 것을.

붉은 머리 소녀

아, 이분 눈을 떴사와요.

분홍 머리 소녀

다행이다, 괜찮아요?

은색 머리 소녀

저어... 말할 수 있겠어요...?

기괴하게 푸르스름한 안색과, 몸에 꿰맨 흔적이 선명한 소녀들.

눈앞의 이 소녀들은 당신을 둘러싼 채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지휘관

어라... 게임이 재시작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꽁꽁 묶여서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지휘관

뭐야, 날 묶어놓고 뭘 하려는 거야!?

지휘관

내 부하들이 날 찾고 있을 거라고! 안 좋은 꼴 보기 싫으면 당장 풀어!

당신은 전력으로 몸부림치며 지하실을 무너뜨릴 기세로 소리를 빽빽 질러댔다.

하지만 당신을 둘러싼 이 소녀들은 눈 하나 꿈쩍도 하지 않던 차, 붉은 머리의 소녀가 친절하게 물 한 잔을 가져왔다.

???

목청 터져라 소리 질러대서 목 마르시죠? 물 한 잔 드시고 진정하시와요.

지휘관

그, 그게 뭔 줄 알고! 내가 순순히 마실 것 같아?!

???

그렇다면 그만 소리지르시는 게 어떨런지? 허언이 아니라, 정말 우리 말곤 들을 사람 아무도 없답니다.

지휘관

큭...

???

아까 2층에서 추락하셨는데 어디 다친 덴 없나요? ...라고 물어도 멀쩡하신 것 같네요.

???

맞아, 점프할 때 포즈가 액션 영화 같아서 엄청 멋졌어! 게다가 하나도 안 다친 것 같고, 혹시 너도 좀비야?

지휘관

아니 사람을 무슨... 응? 좀비? 설마 너희 ELID가 아니야?

???

아무래도 정말 코타로가 아무 설명도 안 해 준 모양이네.

딱 보면 알겠죠? 우린 모두 죽었다 되살아난 좀비예요.

다만 이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중요한 건 당신이 오늘부터 7일간의 트레이닝 스케줄과 매니저 일을 맡아야 한다는 거예요.

지휘관

그 코타로는 또 누구... 뭣, 잠깐, 나한테 뭘 시킨다고?

???

뭔 질문이 그리 많암마? 진짜 아는 거 하나도 없냐?

도끼눈의 금발 소녀가 대뜸 당신의 멱살을 잡곤 코앞으로 끌어당겨 노려보았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확실히, 이 소녀의 얼굴이 분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지휘관

<color=#A9A9A9>(분장도 특수 효과도 아닌데다, 이 냄새... 정말로 만화에서나 보던 좀비인가.)</color>

???

아무튼, 당신이 코타로 씨가 초빙한 전문가 맞죠?

지휘관

...어떤 전문가 말하는 건데?

???

......

???

엑... 여 우야꼬?!

청색 머리의 소녀가 한숨을 푹 쉬었다.

???

아무래도 지금 "무엇"과 "왜"를 모르는 것 같은데, 지금 그걸 처음부터 찬찬히 설명해 줄 시간 없어.

그러니까 어떡하면 되는지만 설명해 줄게.

지휘관

아니 아니 그――으억!?

당신이 반론을 제기하기도 전에, 청색 머리의 소녀는 당신의 고개를 꺾어 지도를 보게 했다.

청색 머리 소녀

훌륭한 아이돌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다섯 가지 요소가 전부 맞춰져야 해.

보컬, 댄스, 자금, 활력, 그리고 영감.

분홍 머리 소녀

당신은 이제부터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저희의 각종 능력을 단련시켜주셔야 해요.

보컬 트레이닝은 노래 연습장, 댄스는 안무 연습장, 자금은 편의점 같은 데서 알바라도 하고, 활력은 치킨집에서 회복하고, 영감은 목욕탕처럼 쉴 수 있는 데서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지휘관

어... 다 기억 못 하니까 다시 천천히 좀...

금발 소녀

<size=50>시꺼! 입 다물고 들어!</size>

앞으로 정확히 일주일 뒤이 음청 중요한 콘서트가 있단 말이여!

그니까 이 일주일 동안, 시간 자알 쪼개서 우덜 트레이닝 스케줄 짜고 틈날 때마다 알바 같은 걸로 돈 벌으라고! 알았냐!

지휘관

......

그냥 빡세게 7일 철야로 하면 안 돼?

분홍 머리 소녀

안 돼요! 저희가 좀비라곤 해도 정신력에 한계가 없는 건 아니라, 트레이닝이나 아르바이트는 오전과 오후에만 가능해요.

그래서 하루에 활동은 2번만 계획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고려하시고 일정을――

지휘관

일정 얘기하기 전에 질문 하나.

금발 소녀

뭐꼬.

지휘관

그래서 너희가 대체 누군데? 누구를 어디로 보낼지 어떻게 정해?

청색 머리 소녀

그것도 당신이 고민할 필요 없어. 그냥 매일 달성할 목표만 정하고 해당 장소에 가기만 하면 돼.

각 장소에서 우리를 만나 트레이닝이나 아르바이트를 도우면 해당되는 스테이터스가 알아서 오를 거야.

분홍 머리 소녀

함께 지내면서 천천히 우리에 대해서 알아가게 될 거예요...

괜찮다면 저희와 사이좋은 친구가 되길 바라요.

지휘관

거 참 하루하루가 충실한 나날이 되겠네. 그래서,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고.

???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자기소개도 안 했네요...

미나모토 사쿠라

저는 프랑슈슈 1호, 미나모토 사쿠라!

니카이도 사키

<size=50>2호, 니카이도 사키. 프랑슈슈의 리더다. 잘 부탁한다!</size>

미즈노 아이

3호, 미즈노 아이야.

콘노 준코

콘노 준코, 4호예요.

유우기리

5호 유우기리, 앞으로 잘 부탁드리와요.

호시카와 릴리

릴리는 호시카와 릴리! 6호야~

???

어우... 오에에... (뭐라는지 알 수 없다.)

미나모토 사쿠라

아하하... 이쪽은 0호, 야마다 타에예요.

한 번 더 소개해 드릴까요?

지휘관

아니, 7명쯤이야 바로 기억하지.

미즈노 아이

아무튼, 이걸로 우리 상황은 대충 알았지?

이제 어떡할래?

지휘관

......

지휘관

잠시만, 지금 들은 걸 취합해서 내 부관한테 정리를――

......없지 참.

내가 다 하는 수밖에...

지휘관

상황은 대충 이해했어. 내가 원래 하던 일보다 훨씬 간단한걸?

이런 스케줄 관리뿐이라면야, 식은 죽 먹기지.

미나모토 사쿠라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요약해서 설명 드릴게요. 지금 저희는 공연일 전까지 댄스와 보컬 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강화 트레이닝을 해야 해요.

거기에 경비가 아슬아슬하다는 점도 문제예요. 저희도 각자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지만, 프로듀서도 시간 나실 때 편의점 같은 곳에서 자금을 충당해 주세요.

피곤하실 땐 대중목욕탕에서 쉬시면서 영감을 얻는다든지, 치킨집에서 활력을 회복하시면 돼요.

유우기리

당신 같은 전문가에겐 손쉬운 일이겠죠?

호시카와 릴리

빨리 트레이닝 시작하자 프로듀서!

지휘관

......

낯선 환경과 낯선 이들인데도 약간이나마 느껴지는 익숙함.

"원래"의 일상에서도, 수많은 소녀들이 당신 주위에 모여 기대하는 눈빛으로 당신의 지시를 기다렸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눈앞의 이 낯선 소녀들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익숙한 얼굴들과 겹쳐 보이기까지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지휘관

알았다. 그럼 한 가지 부탁할게.

미나모토 사쿠라

말씀하세요.

지휘관

프로듀서니 전문가니 날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 원래 있던 세상...이 아니라 업계에서는 다들 나를 지휘관이라 부른다!

미나모토 사쿠라

네, 지휘관님!

당신은 바닥에서 일어나 잔뜩 구겨지고 지저분해진 옷을 정리하고, 이 "좀비 아이돌"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전쟁, 인형, 패러데우스... 전부 당신에게서 백일몽처럼 사라졌다.

대신 이 아이돌과 평화, 영광이 당신의 삶이 되는 걸까?

지휘관

......

지휘관

<color=#A9A9A9>(웃기지 마! 내가 순순히 설득될 거 같아!?)</color>

<color=#A9A9A9>(호구도 그딴 말엔 안 넘어가겠다! 아이돌 코치 같은 일을 내가 할까 보냐!)</color>

<color=#A9A9A9>(내가 직접 트레이닝을 지도해? 알바까지 뛰어서 활동비를 책임지라고? 웃기고 있네!)</color>

<color=#A9A9A9>(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리폰으로 돌아가고 말겠어! 의식주 걱정 없고 일처리도 도와주는 부관이 있는 내 원래 직장으로!)</color>

그래서 당신은 밤이 깊어 고요해진 틈을 타 살금살금 방에서 나와, 곧장 현관으로 달렸다.

최대한 조용히, 최대한 빨리. 이제 곧 자유라 생각하니 불면증도 날아갈 듯했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제 현관까지 얼마――

???

멍.

그때, 어린 강아지의 울음소리가 발을 멈춰 세웠다.

지휘관

엥, 웬 강아지가...

저리 가, 쉭쉭.

???

멍멍멍!

지휘관

쉬이잇...! 조용히 해, 녀석들 깰라...!

생각도 못한 변수의 등장에, 당신은 당황하며 그 강아지를 쫓아내려 했다.

하지만 강아지는 당신을 무서워하긴커녕 오히려 점점 다가왔고, 그제서야 그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좀비 소녀들처럼 푸르스름한 살갗에 꿰맨 자국... 그리고 무엇보다, 강아지는 경악하는 당신의 눈빛을 받으며 순식간에 덩치가 불어났다.

지휘관

이 세계엔 개 좀비도 있는 건가... 아니 근데 잠깐잠깐잠깐 왜 커져?!

???

<size=50>컹! 컹컹! 크와앙!!</size>

덩치가 몇 배나 불어난 강아지, 아니 맹견은 그대로 당신에게 달려들었다.

지휘관

<size=50>으아아아아아악!!</size>

콘노 준코

로메로, 앉아.

로메로

멍.

지휘관

허억... 허억... 허억...

미즈노 아이

거 봐, 내가 뭐랬어? 우리 자는 틈에 도망치려 할 거라 했지?

미나모토 사쿠라

저희 두고 가지 말아 주셔요...

지휘관

그, 그냥 주변 돌아보면서 산책하려던 거였어!

니카이도 사키

하, 어차피 튀려 해도 헛수고거덩?

유우기리

사가는... 마력이 깃든 곳이랍니다. 때가 되기 전까진 벗어나기 힘드실 거시와요.

지휘관

......

야마다 타에

구워어어... (졸려 죽겠다는 표정이다.)

맥이 풀린 당신은 잠깐 눈 돌리니 원래 몸집으로 돌아온 로메로와, 각기 다른 표정인 좀비 소녀들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꼼짝없이 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지휘관

<color=#A9A9A9>(희망을 버리지 말자... 이보다 더한 일도 숱하게 겪어봤잖아?)</color>

<color=#A9A9A9>(침착하게, 유연하게 대응하자. 분명 카리나와 모두가 나를 찾고 있을 테니까.)</color>

지휘관

그래... 완전히 이해했어. 그럼 모두 잘 자고, 아침에 보자.

당신은 인사를 하고 얌전히 방으로 돌아갔다.

새롭고 색다른 하루가 곧 시작되려 했다.

잠시 후, 당신은 당신에게 제공된 방의 침대에 드러누웠다.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진 탓인지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불안했다.

그러던 그때, 어딘가에서 가볍게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잔뜩 곤두섰던 당신의 신경을 따스한 봄날의 동산 위를 스치는 산들바람처럼 어루만졌다.

그 상냥함에 눈이 저절로 감겼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처음으로 달콤한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