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랜드 사가
콜라보 · 좀비랜드 사가

1일차·점심

-57-1-1

1 / 118
전체 대사 보기 (107줄)

오전 내내 뛰어다닌 탓에 녹초가 된 당신은 길가를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지휘관

배가... 고파졌다...

우리 부관님이 챙겨 주던 따뜻한 식사가 그립구나아...

도저히 걸을 기운도 나지 않아 벽에 몸을 기댔다. 이 "사가"라는 곳은 그리폰 기지에 비해 기술력은 물론 편의성도 형편없었다.

요즘 세상에 공용 킥보드는커녕 내비게이션도 없는 곳이 있다니. 이 오전만 해도, 이 코딱지만한 동네서 당신은 몇 번이고 길을 잃었다.

지휘관

...뭐라도 좀 먹고 할까.

때마침 저쪽에 간결한 간판의 편의점이 눈에 띄었다.

힘을 내어 편의점 문 앞까지 도착해 들어가려던 그때, 안에서 익숙한 모습들이 힐끗 보였다.

어쨌든 한동안 같이 지낼 사이니 가서 인사라도 할까 생각하던 찰나,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미나모토 사쿠라

혹시 아침에 지휘관님 봤으야?

......

음... 그렇구나, 알겄어...

아무래도 당신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거리가 조금 있는 탓에 어렴풋이 몇 마디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콘노 준코

여러분은 그 "지휘관"이... 우리의 콘서트를 성공시켜 줄 거라 보세요?

미즈노 아이

우린 괜찮을 거야. 지휘관이 진심으로 우릴 도와주든, 다른 꿍꿍이가 있든...

니카이도 사키

하, 코타로가 전문가랍시고 부른 녀슥이 그 꼬라진데 얼마나 대단할지 차암 기대된다!

역시 그들은 당신의 능력을 아직 100% 신용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당신이 그리폰에 막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실제로 해야 할 일이 "가끔씩 침입해 오는 철혈 찌끄러기나 잡는 것"임이 아님을 깨닫고 납득하는 데 한참이 걸렸으니까.

수백명이나 되는 인형들을 알아가는 데는 더 긴 시간이 걸렸고.

추억이 떠오른 당신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제 처음 만난 일곱 명의 소녀들을 바라봤다...

1호, 미나모토 사쿠라.

다정하고 붙임성이 좋으면서, 예민하고 세심한 면도 있다.

2호, 니카이도 사키.

눈매가 사나운 불량 소녀 같지만, 꽤나 호쾌하고 감성적인 아이다.

3호, 미즈노 아이.

침착하고 자제력이 강해, 돌발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바로 할 수 있다.

4호, 콘노 준코.

얌전하고 내성적인 아이, 꽤나 소심해서 마음을 읽으려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5호, 유우기리.

그룹에서 가장 성숙한 멤버로, 풍채가 아리따우며, 눈치가 대단히 빠르다.

6호, 호시카와 릴리.

외모 그대로 순진난만하고 귀여운 어린아이 같지만, 의외로 어른스럽게 똑 부러진 면이 있다.

0호, 야마다 타에.

아무래도 언어 표현 능력이 전혀 없어 보이고, 행동도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이상 각자 개성이 넘치는 소녀 일곱 명으로 구성된 그룹이 바로 "프랑슈슈", 현재 당신이 아는 정보는 이게 전부다.

당신이 고민하던 중 유리벽 너머의 대화가 들려왔다.

유우기리

여러분, 일단 식사하면서 얘기하는 게 어떨까요?

호시카와 릴리

도시락 우리 거랑 지휘관 것까지 다 골랐어!

편의점 점원

네, 도시락 8개 합해서 4,000엔입니다. 데워 드릴까요?

싱글벙글 웃던 릴리의 얼굴이 가격을 듣자마자 어두워졌다.

미나모토 사쿠라

왜 그래, 릴리?

유우기리

혹시 돈이 부족한 건가요?

호시카와 릴리

응... 조금 부족해...

그 한 마디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난처해졌고, 소녀들의 얼굴에도 속상함이 드러났다.

문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당신마저도 차마 보기 어려워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편의점 점원

손님, 도시락 사실 건가요?

지휘관

......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떡할 것인가?

당신은 미간을 좁혀 초점을 카운터 뒤의 영업용 미소 만연한 점원에게 맞췄다.

일반 성인 남성으로서도 약간 마른 체격인 것이, 수년간의 전투에서 경험을 쌓은 당신이라면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듯 보였다.

게다가 이곳은 현실과는 다른 이세계. 어쩌면 좀 "특별"한 행위를 하면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당신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편의점의 문을 활짝 열었다.

편의점 점원

어서 오세요~

지휘관

지금 뭐라 했지?

당신은 성큼성큼 카운터 앞으로 걸어와, 점원 앞에 우뚝 서서 그의 이마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거란 생각이 들었기에 한 행동이었다.

편의점 점원

어... 지금 한 말이요? 그러니까, 도시락 사실 건가요?

지휘관

다 가져가겠다.

편의점 점원

네, 총합 4,000엔입니――

당신은 씨익 웃으면서 재빨리 8인분의 도시락을 한아름에 안아 드는 동시에 뒤에 있던 프랑슈슈에게 손짓했다.

지휘관

<size=50>돈 낸다곤 안 했지롱!</size>

<size=50>따라와라 애들아!</size>

당신은 ELID의 포위망도 돌파할 속도로 편의점의 문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런데, 무언가가 슉 날아들더니 당신의 손발을 칭칭 묶곤 그대로 홱 잡아당겼다.

그게 무엇인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당신은 공중에서 화려하게 몇 바퀴 회전하면서 편의점 점원의 품에 안착했다.

지휘관

............아?

편의점 점원

네에 손님, 총합 4,000엔입니다.

점원의 목소리에 마력이 담긴 듯, 당신은 얌전히 전당포에서 가진 물건을 팔아 얻은 돈을 꺼냈다.

편의점 점원

네, 4,000엔 받았습니다.

도시락은 데워 드릴까요?

지휘관

<size=25>......네.</size>

점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을 카운터 앞에 내려놓곤 도시락들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미나모토 사쿠라

지휘관, 방금 뭐가 어떻게 된 일이래요...?

니카이도 사키

야 방금 거 어떻게 했냐!? 무술 영화처럼 막 공중에 붕 떴는디?!

지휘관

어... 나도 몰라...

편의점 점원

도시락 다 데워졌습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여전히 얼떨떨한 마음으로 도시락을 건네받고, 당신은 프랑슈슈와 함께 간단한 점식 식사를 했다.

대체 뭐가 뭐였는진 몰라도, 최소한 점식 시간은 즐겁고 평범하게 가질 수 있었다.

찰나지만 엄청난 고심 끝에, 당신은 이를 악물고 일부러 문을 활짝 열며 편의점 안으로 돌입했다.

미나모토 사쿠라

지휘관...!

당신은 당당하게 카운터까지 걸어가, 얼이 빠진 릴리를 다정하게 비켜세우곤 점원 앞에 섰다.

지휘관

일행입니다, 제가 내죠. 4,000엔 맞습니까?

편의점 점원

네.

그리고 마치 푼돈이라는 듯, 전당포에서 돈이 될 만한 것과 전부 바꿨던 돈을 내밀었다.

속으론 피눈물을 흘렸지만, 그래도 이 순간 당신은 자신의 카리스마가 약 200은 상승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 세상에 그런 스탯이 존재한다면 말이지만.

그런데 그때, 누군가 당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야마다 타에

으어... 아... (의미불명)

지휘관

타에...? 왜 그러니?

바로 도시락 위에 오징어채 두 봉지를 얹은 야마다 타에였다.

미나모토 사쿠라

아, 타에 그러면 안 돼!

야마다 타에

<size=50>어아아으아아! (사 달라 떼를 쓰는 게 분명하다.)</size>

지휘관

...괜찮아, 같이 사지 뭐. 이것도 계산해 주세요.

타에는 좋아하며 울부짖었고, 오징어 두 봉지는 바로 그녀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편의점 점원

예, 총합 4,200엔입니다. 감사합니다.

도시락은 데워 드릴까요?

지휘관

네.

호시카와 릴리

고마워, 지휘관!

유우기리

배려란 참 가슴 따뜻해지는 것이로군요. 감사해요.

지휘관

천만에, 우린 한 팀이잖아.

동고동락, 힘든 일도 기쁜 일도 함께 나눠야지.

멋진 말까지 곁들이니 프랑슈슈 모두가 감격에 눈을 반짝였고, 당신도 그들과 좀 더 가까워져 마음이 뿌듯했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닌 일이지만, 앞으로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모두 함께 화목하게 트레이닝을 하고, 라이브 공연을 성공시키고, 모두가 웃으면서 그리폰으로 돌아가는 당신을 배웅해 줄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니, 무심코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미즈노 아이

고마워 지휘관, 미안하지만 먼저 가볼게.

콘노 준코

저도 일이 있어서요. 여러분은 천천히 식사하세요.

니카이도 사키

점심 한턱 내서 고맙지만, 겨우 이걸로 내가 넘어갈 끼라 생각 말어!

지휘관

어, 같이 먹는 거 아니었어? 뭐어... 그렇다면야.

환상의 거품이 조금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나머지 프랑슈슈 멤버들은 당신과 함께 점심을 즐겼다.

일상적인 주제의 수다를 떠는 간단한 점심 식사.

자꾸 오징어채를 더 사 달라는 게 분명한 타에의 난동을 말리는 것만 빼면,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큭큭 웃음이 나왔다. 따지고 보면 인과응보 아닌가? 욕설까진 아니어도 뒷담화를 해서 듣는 장본인 기분을 상하게 한 저들 잘못이니까.

그래서 유리창 너머로 소리내진 않고 혀를 내밀어 마구 조롱한 다음, 당신은 다른 가게로 가려고 몸을 돌린... 그 순간.

그 순간, 때마침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 야마다 타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당신에겐 그녀의 멍하던 얼굴이 환희로 일그러지는 것이 프레임 단위로 선명하게 보였다.

지휘관

<color=#A9A9A9>(젠장, 내가 있다고 알릴 셈이다!)</color>

<color=#A9A9A9>(당장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color>

이럴 때야말로 수년간의 전투에서 쌓은 경험을 발휘할 때였다. 당신은 재빨리 왼발과 왼손...이 아니라 왼손과――

전 동작을 취소할 새도 없이, 당신의 몸은 머리보다 빨리 움직여 왼발과 오른발을 거의 동시에 들었다.

그 결과, 당신은 왼발로 오른발을 밟은 괴상한 포즈로 편의점 안으로 다이빙해 버리고 말았다.

장렬한 "철푸덕!" 소리와 함께.

지휘관

............

프랑슈슈

............

야마다 타에

어으어어... (말린 오징어에 시선 고정 중)

편의점 점원

어... 화려한 액션이시네요. 괜찮으신가요 손님?

지휘관

......예... 괜찮습니다...

당신은 문을 짚으며 엉거주춤 일어나,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프랑슈슈와 마주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려면, 역시...

지휘관

...같이 점심 먹을까?

미즈노 아이

아... 네.

호시카와 릴리

그치만 우리 돈이...

지휘관

걱정 마, 내가 낼게.

당신은 이를 악물고 지갑을 꺼내 대신 계산해 주었다.

전당포에 수중의 돈이 될 만한 걸 전부 팔아 얻은 소중한 돈은 그렇게 줄어들었다.

호시카와 릴리

우와, 고마워 지휘관!

유우기리

지휘관님, 미리 자리를 잡아 두었으니 여기 앉으시와요.

지휘관

응, 지금 갈게.

그래도 돈을 "조금" 잃은 대신 즐거운 점심 시간을 얻었다.

간단한 점심 식사와 일상적인 주제로 수다를 즐기며, 이 점심 시간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