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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좀비랜드 사가

해가 저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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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들리는 현악기 소리에 이끌려, 당신은 여기까지 왔다.

난간에 기댄 것은 유우기리. 저 멀리 지는 석양이 빨갛게 물들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순에 쥔 바치로 가볍게 현을 튕겼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선 슬픔이 엿보였다.

지휘관

...유우기리?

유우기리

예, 지휘관님.

가볍게 대답하면서도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 손의 샤미센은 여전히 구슬피 울었고, 저 석양마저 그 소리에 흔들리는 듯했다.

유우기리

저는 배를 타고 사가에 당도했답니다, 정확히 어느 방향으로부터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요. 어쩌면 저쪽에서 왔을지도 모를 일이죠.

유우기리가 손을 들어 바다 저편을 가리켰다.

지휘관

고향이 그리운 거야? 괜찮다면 같이 가볼 수도 있는데.

하지만 유우기리는 고개를 저었다.

유우기리

고향이란 건,//n다가가면 따가운//n장미꽃이라.

지휘관

즉, 고향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란 거구나.

유우기리

돌아간다 해도 제가 기억하는 모습은 아닐 테니, 계속 추억 속에 묻어 두는 게 좋겠죠.

지휘관

......

유우기리

그저 상기했을 뿐이랍니다, 지휘관님도 언젠가 저희를 떠나 원래 세계로 돌아갈 것이란 사실을.

지휘관

나 말이야?

빗속의 버드나무처럼 쓸쓸한 유우기리의 뒷모습을 보며, 당신은 자신의 진심을 토로했다.

지휘관

사실... 나도 사가에 남아서, 모두와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는 생각했어...

그 말에 유우기리의 어깨가 움찔하고,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눈망울의 눈물은 복잡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녀는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뻗더니...

찰싹!

당신은 얼얼한 뺨을 감싼 채 순간 말을 잃었다. 정말 아프게 맞은 건 아니지만, 상처받기엔 충분한 아픔이었다.

유우기리

그럼 그리폰은 어쩌시고요!?

제게 말씀하셨던 당신의 이상은요!? 세계를... 세계를 새로 쓸 칼날이 되겠다 하셨잖사와요!

유우기리

그 말은 다 무엇이었나요... 당신의 맹세는 아무것도 아니었나요!?

지휘관

......

당신보다 속상해하는 유우기리를 보며, 당신은 그날 밤 바닷가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그녀가 부드럽게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의 바람을 응원하겠다 약속했던 그날을.

설령 당신이 떠나게 될지여도, 그녀는 진심으로 당신이 소망을 이루길 바란 것이다.

당신의 포기야말로 그녀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꼴이었다.

지휘관

유우기리, 미안해. 난 그저...

유우기리

다시는 그런 나약한 말 하지 마시와요.

지휘관

약속할게.

지휘관

유우기리... 난 언젠가 사가를 떠나겠지만, 이곳에서 너희와 함께했던 나날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빗물에 젖은 한 송이 꽃 같은 미소를 띄우고, 유우기리는 천천히 당신을 돌아봤다.

그녀는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뻗더니...

부드러운 두 손으로 당신의 손을 꼬옥 쥐었다.

유우기리

알고 있사와요, 당신은 이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포부를 이루셔야죠.

지휘관

그래도 역시 떠난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벌써 여기가 그리워지는걸...

유우기리

속상해 마시와요. 설령 다시 만날 수 없다 하여도, 소중한 기억은 모두의 곁에 남으니까요.

유우기리

당신을 위해, 당신의 무운을 기도하겠사와요.

유우기리의 눈동자는 여전히 슬픈 안개로 흐렸지만, 부드러운 미소는 여전한 채로 말을 전했다.

당신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녀는 지금 진심으로 당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당신이 그리는 그림이 공허한 꿈이 아닌 아름다운 현실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설령, 당신이 멀리 떠나 함께가 아니게 될지라도.

지휘관

응, 나도 언제 어디서나 너희를 응원할게.

유우기리가 벤치에 앉자, 당신도 그 옆자리에 앉았다.

샤미센을 품에 안은 그녀는 잠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 연주한 샤미센이 평소와는 다른 것임을 눈치챘다. 보다 낡고, 모양도 투박했다.

지휘관

어라, 샤미센 바꿨어?

유우기리

이건, 제가 샤미센을 배우기 시작할 때 쓰던 것이와요.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현을 가볍게 훑었다.

유우기리

초심자가 쓰는 연습용이라, 목재도 가죽도 품질이 그다지 뛰어나진 않죠.

유우기리

허나 저의 가장 칙칙하고 무미건조하던 나날을 함께해 준 것이기에, 소중히 간직했답니다.

가끔씩 꺼내 먼지를 닦고 기름칠만 하고, 잘 연주하진 않았지만요.

지휘관

어쩐지, 그건 본 적이 없더라. 그런데 그걸 왜 오늘은...?

유우기리가 그것을 당신에게 건넸다.

당신은 조심스레 받아서, 약간 촉촉한 몸통을 만져봤다.

유우기리

한번 켜보시겠사와요, 지휘관님?

지휘관

...좋지.

유우기리는 친절히 바치를 쥐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엄지로 앞끝을 받치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쥐면서, 새끼손가락으로는 균형을 유지하게끔.

유우기리

이렇게 쥔 다음, 팔의 각도는 이렇게 유지하시고, 손목을 돌리면서, 엄지에 힘을 주고 바치를 현과 평행을 이루면서 치시와요.

유우기리

손가락과 샤미센의 몸통 사이에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 주의하시고요.

지휘관

으음...

당신은 유우기리의 지도를 받아 어색하게 몇 음 튕겨보았다.

유우기리

긴장 마시와요, 그리폰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냥 악기를 연주하는 것뿐이랍니다.

지휘관

네가 연주하는 걸 보면 엄청 쉬워 보이던데 이렇게 직접 해보니 많이 어렵네...

유우기리

초심자이시니까요, 저도 통달하는 데 매우 오래 걸렸답니다.

지휘관

네가 자주 연주하던 곡 이름이 뭐였지? 방금도 그거였던 거 같은데.

유우기리

[해질녘의 이슬] 말인가요?

유우기리가 악보를 꺼내 시범을 보였다.

당신이 눈을 부릅뜨고 그녀의 연주를 지켜봐도 딱히 어려운 주법 같은 건 없어 보였지만, 다시 직접 켜보니 뒤엉킨 실타래처럼 손이 꼬였다.

유우기리

조급해 마시고, 천천히.

유우기리는 피식 웃는 입을 소매로 가리곤 당신을 샤미센과의 씨름에서 풀어주었다.

지휘관

역시 네 연주가 듣기 좋네.

유우기리

......

유우기리는 미소만 띄운 채, 말없이 샤미센을 보관함에 넣고서 당신의 곁에 놓았다.

유우기리

괜찮으시다면, 이 샤미센의 소리가 항상 지휘관님의 곁에 있기를 바라요.

지휘관

......

유우기리

오늘, 지휘관님께 기념 선물을 드리고자 했는데...

유우기리

아무리 찾아봐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던 와중, 이것이 눈에 띄었답니다.

유우기리는 샤미센의 보관함 위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유우기리

저의 초심이자, 저의 첫 꿈이 담긴 것. 오래 시간 항상 제 곁을 지켜 주었죠.

유우기리

묵묵히, 제게 시작을 잊지 말라 일깨워 주었사와요.

유우기리

이걸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지휘관

이렇게 소중한 걸...?

유우기리

지휘관님도 직접 말씀하신바, 스스로의 초심과 맹세를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랍니다.

유우기리

당신이 꿈꾸는 세상이 언젠가 도래하기를 기원할게요.

유우기리

그리고 당신이 이 샤미센을 켤 때면, 언제나 저를 떠올리실 수 있겠죠...

지휘관

......

당신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아무리 단단히 움켜쥐더라도, 손바닥 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이 있는 법.

지휘관

물건을 보며 사람을 추억하기보단 직접 얼굴을 마주보는 게 좋아.

방법을 찾아볼게. 이곳에 돌아오거나, 아니면 너희가 내게 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

유우기리

예, 기대할게요.

유우기리가 나지막이 대답하며, 복도로 뻗어 나온 나뭇가지를 집었다.

잎사귀에 이슬이 송골송골 맺힌 그것은 그녀가 자주 연주하는 곡처럼, 쓸쓸하고 가련한 기운을 풍겼다.

이슬의 세상,//n이슬 세상이지만//n그렇다지만...

당신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렇다지만, 그렇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