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의 선물
...지휘관님? 지휘관님!
...들려.
지휘관은 시끄러운 뉴스 방송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발밑에서 돌조각이 깨지는 소리를 자명종 삼아, 지휘관은 옆의 무너진 벽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최대한 떠올리지 않으려 하면서 온정신을 지금의 임무에 집중했다.
준비되셨나요?
응.
우리는 현재 2Z64 가상 구역에 진입 성공했다, 곧 HK433과 접선한다.
그리고 바이러스를 퍼뜨려서 인형들의 기억 봉인을 해제한다면, 그들의 의식을 2Z64 구역에서 격리해낼 수 있을 거예요.
인형들의 의식이 현실의 소체로 돌아가면, 지휘관님이 지휘해서 전부 끝내야만 해요.
...알았다.
가상 구역은 너희에게 맡길 테니, 현실 쪽 마무리는 내게 맡기렴.
지휘관, 현재 귀측 상황은?
아직까진 순조롭네... 지금 인형들의 소체 신호를 특정했어.
너희가 움직이는 동시에 나도 공격을 시작할게.
푸린이 특수 제작한 두 더미 의체가 조용히 뒤를 지켜 주고 있어, 지휘관은 다소 안전한 상태였다.
알았다.
조금 긴장된 목소리네?
음... 푸린에게 듣기로는, 2Z64 가상 구역은 인형에겐 현실과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더군.
나도... 모두처럼 그 안에서 길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괜찮아, 내가 너희를 현실로 인도해 줄게.
다시 한 번 강조할게요, 2Z64 가상 구역은 현실이 아니라 "그"의 세상이에요. 거기서는 자신의 상식에 너무 의존하지 마세요.
응, 주의할게.
그럼, 지금부터 접속하겠다.
지휘관, 부디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오직 지휘관만이 진실을 구분할 수 있으니.
작전 개시.
라저.
라저!
익숙한 곳의 익숙한 현관. 허나 이토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발을 들이는 것은 처음이다.
다 무너져 내린 벽면에 여전히 단단하게 용접된 "S09 구역" 팻말이, 그 동안 카리나가 얼마나 유지보수를 잘 했는지 느끼게 해 주었다.
...돌아왔다.
문짝 없는 문에게 가볍게 말하며, 지휘관은 두 의체들과 함께 과거의 집으로 들어갔다.
목표 지점에 도착.
HK433과 접선, 현재 목적지로 이동 중.
알았어, 경계를 늦추지 마.
나는 외곽으로 우회해서 인형 소체에 접촉해보겠다.
부디 조심하도록.
지휘관은 더미 의체들을 조종해 버려진 기지 안을 수색했다.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음에도, 지휘관은 기지 안의 모든 길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의체들은 계속해서 한때 S09구역 기지였던 곳을 파헤치며 들어갔고, 곧 전술 태블릿에 다수의 인형 신호가 나타났다.
...목표 확인, 이상 무.
인형들의 신호를 포착. 지금부터 지휘 권한 탈환을 시도한다.
라저, 우리도 곧――
뚝.
돌연 통신이 끊어졌다.
...보이스?
불안한 예감이 엄습하기도 전에, 전술 태블릿에 표시되던 인형들의 신호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후퇴한다.
지휘관은 즉각 판단을 내리고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발소리에 포위된 뒤였다.
......
......
......
......
꼭두각시마냥 지휘관을 차갑게 바라보는, 익숙한 얼굴들.
지휘관의 손가락은 전술 태블릿 위에 머물러 있음에도 도저히 공격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
이곳을 벌써 찾아낼 줄은 몰랐어, 지휘관.
유령처럼 목덜미로부터 들려와,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든 속삭임.
지휘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여전히 난폭하구나.
사람이 모든 걸 잃고 나면 조금은 유해질 줄 알았는데.
유감이군 미즈카네 스즈카, 난 아직 모든 걸 잃지는 않아서.
그럴까? 내 주관상, 인형 지휘가 삶의 전부였던 인간이 인형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고 보는데.
아직... 잃지 않았어.
그럼 이들이 네 명령을 따르게 해보련?
......
지휘관이 여인의 발을 노리고 다시 사격했지만, 여인은 히죽 웃으며 날아드는 총탄을 춤추듯 가볍게 피하고 인형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이에 지휘관은 총격을 멈추고, 더미 의체들을 조종해 미즈카네를 근접전으로 유도했다.
이런이런, 어느 세상에서든 이 싫증나는 두 얼굴을 보는구나...
네가 지휘 쪽으로 재능이 뛰어나단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내 동료들을 돌려내라!
아무래도,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믿지 않겠구나.
그럼 네가 신뢰하는 부관 아가씨의 입으로 직접 들으렴.
그 말과 함께 미즈카네 스즈카가 점프해, 완벽한 공중제비를 돌아 HK433의 곁에 사뿐히 착지했다.
390호, 친애하는 네 지휘관에게 전부 설명해 주렴.
......
HK433!
더미 의체들의 동작을 멈추게 하고, 지휘관은 HK433이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았다.
너는 분명, 그들과 함께...
......
HK433은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총을 들어, 지휘관을 겨눴다.
그리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게 390호의 대답인가 봐.
HK433... 나야...
......
탕!!
더미 의체가 제때 총열을 밀친 덕분에, HK443의 총탄은 지휘관의 귓가를 스쳤다.
믿을 수 없는 배신감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죽음이 스쳐지나간 기분은 어때?
...저번에 비해선 덜 심란하군.
급히 마음을 다잡고, 지휘관은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리고 그 동시에 더미 의체들에게 엄호 사격을 지시했다.
물론 빗발치는 총탄 세례는 마치 일부러 빗나가는듯, 미즈카네가 아주 손쉽게 회피했다.
더미만으로 이 정도로 작전을 펼치다니, 솔직히 아주 제법이야.
......
하지만, 여기는 이미 "그"의 영역.
찌잉...
불길한 소리.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에 호응하듯, 더미 의체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들도 지휘관의 전술 태블릿에 "조작 불가 대상"으로 변한 것이었다.
지휘 권한을 뺏는다고 속수무책일 줄 알아?
허세는 아니었다. 지휘관에게 고군분투란 옛적부터 이골이 났으니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지휘관은 즉시 다른 엄폐물로 이동해 유리한 위치를 잡으려 했다.
네가 보낸 야옹이 두 마리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진 않아?
보이스와 푸린...?
둘을 어쨌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들이――
마치 유령처럼, 미즈카네는 지휘관의 사격을 가볍게 피하면서 엄폐물 뒤로 와, 시커먼 동공으로 지휘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를 배신했지.
헛소리 집어쳐!
배신이 뭔지는 알고나 말하는 거냐!
적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 지휘관은 사격을 포기하고 근접전으로 전환했다.
그뿐만이 아니잖아? 이 인형들 모두가 배신자야.
......
편하고 좋은 선택지가 손에 이미 쥐어졌는데도, 과연 그들이 여전히 너를 선택할 거라 믿어?
그들의 각오는 너보다 훨씬 굳세다.
당연히 근접전으로도 이 여인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고, 지휘관은 엄폐물을 나와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그리고 탄창을 교체하고 일말의 주저 없이 미즈카네 스즈카에게 다시 총격을 퍼부었다.
미즈카네 스즈카는 이번에도 총탄 세례를 손쉽게 피하며 도발하듯 다가와, 맨손으로 지휘관의 총구를 막았다.
다 소용없어.
지휘관은 콧방귀를 뀌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총열이 그녀의 손아귀에 꽈배기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왜 이런 의미 없는 저항을 계속해?
너는 물을 자격 없어.
세계는 곧 혁신될 거야. 무의미한 피와 시간을 낭비하며 막연하게 답을 찾아다닐 바에야, 눈앞의 최선책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아?
너희가 뭐라고 세계를 어떻게 혁신할지를 정해?
지휘관은 망가진 총을 휙 버리고 예비 총을 꺼내 들었다.
지근거리였기에, 지휘관의 총구는 바로 상대의 이마에 닿았다.
무의미해. 네 모든 발버둥이 무의미해.
지휘관은 망설이지 않고, 이번에는 확실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발사된 탄환은 허공을 가로질러, 맞은편의 부서진 벽에 박혔다.
눈 깜짝할 새에 미즈카네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
유령 같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인형들의 기억을 읽어봤어. 너도 세상을 새로 쓰겠다며?
"빅 브라더"는 그 기회를 네 눈앞에 가져다 두었어.
기회? 함정이 아니라?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그 여유로운 목소리만 귓가를 맴돌았다.
너는 싸우기를 그만두지 않지만, 그걸 즐기는 전투광은 아니야.
오히려, 끝나지 않는 싸움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지.
......
우리는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 거야.
전쟁과 ELID로 만신창이가 된 이 세계와는 전혀 다른,
마찰 계수 0의, 분쟁과 싸움이 없는, 영원히 평화로운 세계.
웃기고 있네, 그런 형편 좋은 게 현실에 존재할까 봐?
목소리가 다른 방향에서 들리는 족족 지휘관은 방아쇠를 당겼지만, 단 한 발도 저 여인의 머리카락조차 스치지 못했다.
그렇게 사각지대로 농락당하던 그때, 저 여인도 이제는 질렸는지 지휘관의 바로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슬슬 피곤하네, 지휘관. 이 지루한 소동도 이제 끝내자.
그리고는 얇은 팔뚝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힘이 지휘관의 목을 움켜쥐었다.
혈액 속의 산소가 급격히 희박해졌고, 지휘관은 눈앞이 점멸했다. 바닥 없는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과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듯한 느낌이 교차했다.
그리고 시야가 완전히 어둠에 잠기기 직전, 지휘관은 그 검은 옷의 소년을 보았다. 저 높은 곳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소년을.
......
돌아가, 지휘관. 기지에 "선물"이 도착해 있을 거야.
소소한 교환으로, 두 도둑고양이들의 의체는 우리가 가져가겠어.
보이스... 푸린...
너는 여전히 우리가 포섭하고 싶은 인간이야. 그래서 빅 브라더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어.
그 선물로 너도 우리의 세계에 올 수 있어. 다만, 거절한다면 다음엔 내가 너의 존재를 지워버리겠어.
선심 써서 미리 말해 주자면, "선물"의 유효 기간은 24시간이니 명심하도록 해.
마지막 발소리도 폐허 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의식을 빼앗긴 인형들은 기계적으로 전장을 청소해, 마치 지휘관이 깨어나 새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의식을 잃은 지휘관의 옆에 서 있던 두 더미 의체들이 부자연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후우... 소령, 이제 어떻게 하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됐지만, 에사키가 메일로 도와 달라 한 사람은 이 자가 분명해.
그럼 여기 있는 것들 몽땅 해치워야 하나? 아니면...
현재로선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우선 이 자를 데리고 철수하자.
OK.
우람한 체격의 더미 의체가 지휘관을 들쳐메자, 주위의 인형들이 그것에 반응했다.
경보... 경보... 침입자 발견...!
어이쿠, 이건 싸울 수밖에 없겠구만.
말은 그러면서 신나 보이네?
하핫. 평소처럼, 내가 엄호를 맡지.
전체 대사 보기 (143줄)
<color=#00CCFF>...지휘관님? 지휘관님!</color>
...들려.
지휘관은 시끄러운 뉴스 방송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발밑에서 돌조각이 깨지는 소리를 자명종 삼아, 지휘관은 옆의 무너진 벽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최대한 떠올리지 않으려 하면서 온정신을 지금의 임무에 집중했다.
<color=#00CCFF>준비되셨나요?</color>
응.
<color=#00CCFF>우리는 현재 2Z64 가상 구역에 진입 성공했다, 곧 HK433과 접선한다.</color>
<color=#00CCFF>그리고 바이러스를 퍼뜨려서 인형들의 기억 봉인을 해제한다면, 그들의 의식을 2Z64 구역에서 격리해낼 수 있을 거예요.</color>
<color=#00CCFF>인형들의 의식이 현실의 소체로 돌아가면, 지휘관님이 지휘해서 전부 끝내야만 해요.</color>
...알았다.
가상 구역은 너희에게 맡길 테니, 현실 쪽 마무리는 내게 맡기렴.
<color=#00CCFF>지휘관, 현재 귀측 상황은?</color>
아직까진 순조롭네... 지금 인형들의 소체 신호를 특정했어.
너희가 움직이는 동시에 나도 공격을 시작할게.
푸린이 특수 제작한 두 더미 의체가 조용히 뒤를 지켜 주고 있어, 지휘관은 다소 안전한 상태였다.
<color=#00CCFF>알았다.</color>
조금 긴장된 목소리네?
<color=#00CCFF>음... 푸린에게 듣기로는, 2Z64 가상 구역은 인형에겐 현실과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더군.</color>
<color=#00CCFF>나도... 모두처럼 그 안에서 길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된다.</color>
괜찮아, 내가 너희를 현실로 인도해 줄게.
<color=#00CCFF>다시 한 번 강조할게요, 2Z64 가상 구역은 현실이 아니라 "그"의 세상이에요. 거기서는 자신의 상식에 너무 의존하지 마세요.</color>
응, 주의할게.
<color=#00CCFF>그럼, 지금부터 접속하겠다.</color>
<color=#00CCFF>지휘관, 부디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color>
<color=#00CCFF>오직 지휘관만이 진실을 구분할 수 있으니.</color>
작전 개시.
<color=#00CCFF>라저.</color>
<color=#00CCFF>라저!</color>
익숙한 곳의 익숙한 현관. 허나 이토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발을 들이는 것은 처음이다.
다 무너져 내린 벽면에 여전히 단단하게 용접된 "S09 구역" 팻말이, 그 동안 카리나가 얼마나 유지보수를 잘 했는지 느끼게 해 주었다.
...돌아왔다.
문짝 없는 문에게 가볍게 말하며, 지휘관은 두 의체들과 함께 과거의 집으로 들어갔다.
목표 지점에 도착.
<color=#00CCFF>HK433과 접선, 현재 목적지로 이동 중.</color>
알았어, 경계를 늦추지 마.
나는 외곽으로 우회해서 인형 소체에 접촉해보겠다.
<color=#00CCFF>부디 조심하도록.</color>
지휘관은 더미 의체들을 조종해 버려진 기지 안을 수색했다.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음에도, 지휘관은 기지 안의 모든 길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의체들은 계속해서 한때 S09구역 기지였던 곳을 파헤치며 들어갔고, 곧 전술 태블릿에 다수의 인형 신호가 나타났다.
...목표 확인, 이상 무.
인형들의 신호를 포착. 지금부터 지휘 권한 탈환을 시도한다.
<color=#00CCFF>라저, 우리도 곧――</color>
뚝.
돌연 통신이 끊어졌다.
...보이스?
불안한 예감이 엄습하기도 전에, 전술 태블릿에 표시되던 인형들의 신호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후퇴한다.
지휘관은 즉각 판단을 내리고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발소리에 포위된 뒤였다.
......
......
......
......
꼭두각시마냥 지휘관을 차갑게 바라보는, 익숙한 얼굴들.
지휘관의 손가락은 전술 태블릿 위에 머물러 있음에도 도저히 공격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
이곳을 벌써 찾아낼 줄은 몰랐어, 지휘관.
유령처럼 목덜미로부터 들려와,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든 속삭임.
지휘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여전히 난폭하구나.
사람이 모든 걸 잃고 나면 조금은 유해질 줄 알았는데.
유감이군 미즈카네 스즈카, 난 아직 모든 걸 잃지는 않아서.
그럴까? 내 주관상, 인형 지휘가 삶의 전부였던 인간이 인형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고 보는데.
아직... 잃지 않았어.
그럼 이들이 네 명령을 따르게 해보련?
......
지휘관이 여인의 발을 노리고 다시 사격했지만, 여인은 히죽 웃으며 날아드는 총탄을 춤추듯 가볍게 피하고 인형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이에 지휘관은 총격을 멈추고, 더미 의체들을 조종해 미즈카네를 근접전으로 유도했다.
이런이런, 어느 세상에서든 이 싫증나는 두 얼굴을 보는구나...
네가 지휘 쪽으로 재능이 뛰어나단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size=50>내 동료들을 돌려내라!</size>
아무래도,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믿지 않겠구나.
그럼 네가 신뢰하는 부관 아가씨의 입으로 직접 들으렴.
그 말과 함께 미즈카네 스즈카가 점프해, 완벽한 공중제비를 돌아 HK433의 곁에 사뿐히 착지했다.
390호, 친애하는 네 지휘관에게 전부 설명해 주렴.
......
HK433!
더미 의체들의 동작을 멈추게 하고, 지휘관은 HK433이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았다.
너는 분명, 그들과 함께...
......
HK433은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총을 들어, 지휘관을 겨눴다.
그리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게 390호의 대답인가 봐.
HK433... 나야...
......
탕!!
더미 의체가 제때 총열을 밀친 덕분에, HK443의 총탄은 지휘관의 귓가를 스쳤다.
믿을 수 없는 배신감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죽음이 스쳐지나간 기분은 어때?
...저번에 비해선 덜 심란하군.
급히 마음을 다잡고, 지휘관은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리고 그 동시에 더미 의체들에게 엄호 사격을 지시했다.
물론 빗발치는 총탄 세례는 마치 일부러 빗나가는듯, 미즈카네가 아주 손쉽게 회피했다.
더미만으로 이 정도로 작전을 펼치다니, 솔직히 아주 제법이야.
......
하지만, 여기는 이미 "그"의 영역.
찌잉...
불길한 소리.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에 호응하듯, 더미 의체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들도 지휘관의 전술 태블릿에 "조작 불가 대상"으로 변한 것이었다.
지휘 권한을 뺏는다고 속수무책일 줄 알아?
허세는 아니었다. 지휘관에게 고군분투란 옛적부터 이골이 났으니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지휘관은 즉시 다른 엄폐물로 이동해 유리한 위치를 잡으려 했다.
네가 보낸 야옹이 두 마리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진 않아?
보이스와 푸린...?
<size=50>둘을 어쨌어!</size>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들이――
마치 유령처럼, 미즈카네는 지휘관의 사격을 가볍게 피하면서 엄폐물 뒤로 와, 시커먼 동공으로 지휘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를 배신했지.
<size=50>헛소리 집어쳐!</size>
<size=50>배신이 뭔지는 알고나 말하는 거냐!</size>
적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 지휘관은 사격을 포기하고 근접전으로 전환했다.
그뿐만이 아니잖아? 이 인형들 모두가 배신자야.
......
편하고 좋은 선택지가 손에 이미 쥐어졌는데도, 과연 그들이 여전히 너를 선택할 거라 믿어?
그들의 각오는 너보다 훨씬 굳세다.
당연히 근접전으로도 이 여인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고, 지휘관은 엄폐물을 나와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그리고 탄창을 교체하고 일말의 주저 없이 미즈카네 스즈카에게 다시 총격을 퍼부었다.
미즈카네 스즈카는 이번에도 총탄 세례를 손쉽게 피하며 도발하듯 다가와, 맨손으로 지휘관의 총구를 막았다.
다 소용없어.
지휘관은 콧방귀를 뀌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총열이 그녀의 손아귀에 꽈배기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왜 이런 의미 없는 저항을 계속해?
너는 물을 자격 없어.
세계는 곧 혁신될 거야. 무의미한 피와 시간을 낭비하며 막연하게 답을 찾아다닐 바에야, 눈앞의 최선책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아?
너희가 뭐라고 세계를 어떻게 혁신할지를 정해?
지휘관은 망가진 총을 휙 버리고 예비 총을 꺼내 들었다.
지근거리였기에, 지휘관의 총구는 바로 상대의 이마에 닿았다.
무의미해. 네 모든 발버둥이 무의미해.
지휘관은 망설이지 않고, 이번에는 확실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발사된 탄환은 허공을 가로질러, 맞은편의 부서진 벽에 박혔다.
눈 깜짝할 새에 미즈카네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
유령 같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인형들의 기억을 읽어봤어. 너도 세상을 새로 쓰겠다며?
"빅 브라더"는 그 기회를 네 눈앞에 가져다 두었어.
기회? 함정이 아니라?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그 여유로운 목소리만 귓가를 맴돌았다.
너는 싸우기를 그만두지 않지만, 그걸 즐기는 전투광은 아니야.
오히려, 끝나지 않는 싸움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지.
......
우리는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 거야.
전쟁과 ELID로 만신창이가 된 이 세계와는 전혀 다른,
마찰 계수 0의, 분쟁과 싸움이 없는, 영원히 평화로운 세계.
웃기고 있네, 그런 형편 좋은 게 현실에 존재할까 봐?
목소리가 다른 방향에서 들리는 족족 지휘관은 방아쇠를 당겼지만, 단 한 발도 저 여인의 머리카락조차 스치지 못했다.
그렇게 사각지대로 농락당하던 그때, 저 여인도 이제는 질렸는지 지휘관의 바로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슬슬 피곤하네, 지휘관. 이 지루한 소동도 이제 끝내자.
그리고는 얇은 팔뚝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힘이 지휘관의 목을 움켜쥐었다.
혈액 속의 산소가 급격히 희박해졌고, 지휘관은 눈앞이 점멸했다. 바닥 없는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과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듯한 느낌이 교차했다.
그리고 시야가 완전히 어둠에 잠기기 직전, 지휘관은 그 검은 옷의 소년을 보았다. 저 높은 곳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소년을.
......
돌아가, 지휘관. 기지에 "선물"이 도착해 있을 거야.
소소한 교환으로, 두 도둑고양이들의 의체는 우리가 가져가겠어.
<color=#A9A9A9>보이스... 푸린...</color>
너는 여전히 우리가 포섭하고 싶은 인간이야. 그래서 빅 브라더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어.
그 선물로 너도 우리의 세계에 올 수 있어. 다만, 거절한다면 다음엔 내가 너의 존재를 지워버리겠어.
선심 써서 미리 말해 주자면, "선물"의 유효 기간은 24시간이니 명심하도록 해.
마지막 발소리도 폐허 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의식을 빼앗긴 인형들은 기계적으로 전장을 청소해, 마치 지휘관이 깨어나 새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의식을 잃은 지휘관의 옆에 서 있던 두 더미 의체들이 부자연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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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OK.</color>
우람한 체격의 더미 의체가 지휘관을 들쳐메자, 주위의 인형들이 그것에 반응했다.
경보... 경보... 침입자 발견...!
어이쿠, 이건 싸울 수밖에 없겠구만.
말은 그러면서 신나 보이네?
하핫. 평소처럼, 내가 엄호를 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