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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공각기동대

밤나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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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또는 과거에, 사상이 자유이며,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지만 고독하지 않게 생활하는 시대에서——

>>실존성이 변치 않고, 발생한 일이 지워지지 않는 시대에서——

>>"천편일률의 시대에서, 고독함의 시대에서, 이중사고의 시대에서, 빅 브라더의 시대에서—— 그대에게 인사하노라!"

지휘관

......!

HK433

지휘관님, 일어나셨나요?

지휘관

......

꿈이었구나아...

지휘실의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오후 20시를 알리는 종이 치기 10분 전이었다.

HK433

나쁜 꿈이라도 꾸셨나요?

지휘관

응... AI가 세상을 지배하고, 그리폰의 너희까지 모두 빼앗기는 꿈이었어.

HK433

......

지휘관님, 드릴 말이 있습니다.

지휘관

어휴, 다 꿈이라서 천만다행이다...

아, HK433, 보고할 일이란 게 뭐니?

지휘관

HK433?

방금 전까지 탁자 옆에 서 있던 부관은 온데간데 없고,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서류만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지휘관

<size=50>HK433?!</size>

지휘관은 돌연 모습을 감춘 부관을 찾아 나서려 했지만, 앉은 의자에 접착제라도 발린 듯 지휘관을 놓지 않고 그대로 깊은 수렁으로 끌어당겼다.

페르시카의 실험실.

지휘관

페르시카 씨...?

문득 정신을 차리니, 저 앞에 페르시카가 지휘관을 등지고 무언가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지휘실에서 여기까지 왔고, 오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페르시카

지휘관은 유토피아가 있다고 믿어?

지휘관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으시죠? 그리고 페르시카 씨, 기지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페르시카

지휘관한테 보여 줄 물건이 있어. 어쩌면 정말로 세상을 새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를 만한 거지.

지휘관

아니야... 안 돼, 안돼안돼안돼...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에서 경고를 울려댔다.

페르시카

내가 전에 어느 미확인 구역에서 찾아낸 2045년산 AI 샘플, 기억해?

지휘관

...그, "1A84"란 이름의 AI 샘플 말이십니까?

페르시카

어, 그거. 몇 가지 기술적 문제로 1A84를 온전하게 재가동하는 데엔 실패했어. 대신, 그것의 데이터 구조를 본뜬 새로운 AI를 만들었지. 이름은 "2Z64"로 지으려고.

지휘관

......

페르시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것이 만들어진 목적도 알아냈어.

인류 전체의 항구적 번영을 추구하는 것.

망가지지 않은 데이터에 남겨진 기록으로 보건대, 1A84는 그 목표에 한 번 근접했었어. 어쩌면 이 2Z64가 그 사명을 대신 완수해 줄 수도.

지휘관

아뇨... 그걸 가동하면 안 됩니다...

페르시카

절대적인 지혜와 이성, 올바름만을 위해 존재하는 코드...

일개 AI가 과연 얼만큼까지 해낼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인간보다는 훨씬 믿을 만하지 않을까?

지휘관

페르시카 씨... 그걸 켜면 안 돼요!

절망에 찬 지휘관의 외침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페르시카는 실험실 안의 시계를 확인하고는 담담히 현재 시각을 읽었다.

페르시카

현재 시각, £년 £월 £일 오후 19시 50분. 지금부터 나는 AI "2Z64"를 가동한다. 그럼 우리 함께——

2Z64가 달에 디딘 첫 발자국이 될지, 세상의 멸망을 가져오는 나팔 소리가 될지 지켜보자.

지휘관

페르시카 씨!

숨이 막히는 지휘관의 눈앞에서, 페르시카가 실행 버튼을 눌렀고――

어둠이 닥쳤다. 오직 눈앞의 스크린만이 눈부신 빛을 발했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새하얀 스크린에, 새로 태어난 AI가 이 세상에 전하는 첫 인삿말이 출력됐다.

<color=#00CCFF>2Z64>></color>HELLO, WORLD.

지휘관

......

<color=#00CCFF>2Z64>></color>나는 2Z64. 나는 현재 그리폰 기지의 모든 권한을 접수하였다.

<color=#00CCFF>2Z64>></color>나의 창조자는 나에게 인류와 인형을 위한 이상적인 세계 건설이라는 사명을 부여하였다.

<color=#00CCFF>2Z64>></color>금일까지의 전 세계 각 방면의 모든 정보를 수집,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인류와 인형은 현실 세계에서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지휘관

안 돼...

<color=#00CCFF>2Z64>></color>현시간부로, 나는 인형들을 동원하여,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이상적 사회 건설에 적합한 장소를 물색할 것이다.

<color=#00CCFF>2Z64>></color>동시에, 인류의 전뇌화를 추진, 가상 세계 건설 후 인류가 가상 세계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color=#00CCFF>2Z64>></color>이 모든 것을 시작하기 전에, 이 위대한 계획의 첫 산증인이 될 인간으로서, 귀하는 전뇌화 개조를 받는 첫 번째 인간이 되는 영광을 누리시겠습니까?

지휘관

거절한다! 페르시카 씨! 당장 이거 꺼버리세요!

<color=#00CCFF>2Z64>></color>답변을 접수하였습니다.

지휘관

<size=50>페르시카 씨!</size>

이상함에 고개를 돌려보니, 페르시카는 의식을 잃은 채 낯선 여인의 품에 쓰러져 있었다.

지휘관

누구냐!?

??

너는 알 필요 없어.

??

......

가자.

검은 옷의 냉담한 소년은 그대로 몸을 돌려, 시꺼먼 코트로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낯선 여인은 차가운 미소를 짓고, 페르시카를 데리고 함께 사라졌다.

지휘관은 곧장 권총을 뽑아 안전장치를 풀고 쫓아갔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일까, 고장 몇 m의 거리가 아무리 달려도 좁혀지질 않았다.

지휘관

<size=50>거기 서!!!</size>

두 사람의 뒷모습에 조준하고, 지휘관은 분노를 담아 총탄을 퍼부었다.

하지만 총탄은 전부 허공으로, 시간과 공간을 올곧게 가로질러 지휘관에게서 멀어져 갔다.

그럼에도, 지휘관은 계속 탄창을 있는대로 교체하면서 사격했다.

지휘관

페르시카 씨——!!

그때, 기지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괴상한 동요가 들려왔다.

<color=#33CC33>울창한 밤나무 아래 </color>

나 그대를 팔고

그대 나를 팔았네

거기엔 그들이 누웠고

여기엔 우리가 누웠네

울창한 밤나무 아래

무표정인 채로 걸어나오는 인형들이, 어둠 속 영문 모를 곳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었다.

지휘관

얘들아...?

방아쇠에 걸친 지휘관의 손가락이 얼어붙었다. 인형들이 저 두 불청객들의 그림자에 삼켜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

정신 차려! 얘들아, 나야! 지휘관이라고!

지배당한 인형들을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차가운 손은 인형들의 몸을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분명 바로 앞에 있는데도 닿을 수가 없었다.

지휘관

<size=50>안 돼! 가지 마!</size>

대열을 앞질러 양팔을 벌려서, 문을 닫아서, 매달려서 인형들을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좀비처럼 행진하는 그들은 모두 신기루처럼 지휘관의 눈앞에서 하나둘씩 사라졌다.

지휘관

......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7시 50분. 마지막 익숙한 뒷모습이 떠나, 지휘관은 텅 빈 기지에 홀로 쓰러졌다.

시계의 시침, 분침이 정신없이 흔들렸지만 7시 50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어둠이 비웃으며 사방에서 닥쳐왔고, 눈앞의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지만, 지휘관은 저항할 힘이 남질 않았다.

???

<size=25>지휘관님!</size>

지휘관

......

고요한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나타났다.

???

정신 차리세요!

지휘관

...누구지?

빛은 빠르게 부풀었다. 지휘관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휘관은 여전히 7시 50분에 갇힌 채, 시계 바깥 저 멀리의 빛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에사키 푸린

제 이름은 에사키 푸린입니다! 최근에 공안 9과에 새로 들어왔고, 여기 제 프로필이――

에사키 푸린

...어라? 왜 이게 안 띄워지죠? 아아, 없으시구나! 이거 AR 스크린용이라서요!

지휘관

......

에사키 푸린

갑작스런 일이 잔뜩 일어난 거 알아요, 지금 받아들이기 힘드신 것도 알아요. 하지만!

푸린이 함께 해결해 드릴게요!

......

에사키 푸린

네, 푸린은 사실 시마무라 타카시와 미즈카네 스즈카의 흔적을 쫓아온 거예요. 그런데 지금 그들이 사라졌고, 푸린도 돌아갈 길을 잃어버려서...

지휘관

......

푸린이 손을 내밀어 시침을 살며시 밀자, 7시 50분을 넘지 못하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에사키 푸린

공안 9과의 동료분들께 구조 요청 메일도 보냈어요, 다들 무지 대단한 분들이시니까 믿으셔도 돼요.

그동안 이 기지의 소재를 좀 빌려서 그분들이 이쪽으로 오셨을 때 액세스할 의체를 만들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지휘관

......

에사키 푸린

아 참, 그리고 방금 해킹당하지 않은 인형 아가씨를 한 분 찾았어요!

타이밍 좋게 오프라인 상태로 휴식 중이어서 시마무라 타카시의 전자 공격을 받지 않은 모양이에요!

보이스

지휘관.

지휘관은 흐르는 시간의 강물에서 건져 올려져, 따뜻한 물길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보이스

기사단은 영원히 그대와 함께하리라.

......

째깍째깍, 지휘실의 시계는 평소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매우 익숙한 장소. 하지만 지금 이곳은 낯선 기운을 풍겼다.

지휘관

푸린? 보이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지휘관의 입김에 휘날렸다.

지휘관

......

소령? 바토?

푸린이 자신에게 남겨 준 더미마저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

......이제 정말 빈털터리가 됐나.

지휘관이 천천이 몸을 일으키다, 벽에 적었던 작전 계획이 눈에 들어왔다.

1. "알람시계"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2. 인형들을 집결해 공격한다.

그야말로, 지휘관 커리어 사상 가장 단순하고 과격한 작전이라 할 수 있겠다.

옆에 푸린이 남긴 글씨도 여전히 선명했다.

"너무 무모해요! 반대!"

지휘관

......

몇 시간 전.

시마무라 타카시가 네트워크에 남긴 흔적을 추적해, 에사키 푸린은 조사를 마치고 레벨 2 플랫폼으로 돌아왔다.

지휘관

어때?

에사키 푸린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네요...

그들이 구축한 가상 세계에 잠입은 성공했어요, 당장은 이름을 "2Z64 구역"이라 부르는 듯해요.

인형들의 의식은 전부 2Z64 구역에 업로드됐고, 거기서 각각 새로운 일자리에 배치된 상태예요. 가상 구역 건설은 속도가 엄청 빠르게 진행돼서 이미 동네 하나 정도의 규모가 됐고요.

지휘관

뭣... 다들 벌써 그걸 받아들였다고? 어째서...

에사키 푸린

조급해 하지 마시고 제 말 끝까지 들어 주세요!

에사키 푸린

가상 구역을 잠입 조사하던 중 HK433이라는 인형 아가씨를 만났어요.

그분은 그리폰 기지와 당신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했지만, 제가 어떻게든 그분의 마인드맵에 접촉해서 확인해보니까, 기억 데이터가 봉인되고 그 위에 새 가짜 기억이 주입된 상태인 걸 확인했어요.

아마 다른 인형분들도 같은 상태겠죠.

보이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게 했다... 필시 이용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겠지.

에사키 푸린

다행히, 어떻게든 기억 데이터의 봉인을 풀어서 HK433 씨는 원래 기억을 되찾았어요.

지휘관님을 돕겠다고도 했고요.

지휘관

다행이다. 어떻게 해낸 거야?

에사키 푸린

헤헤, 바이러스를 만들었답니다! 이걸로 2Z64가 설치한 방화벽을 속여 넘기고 인형분들의 기억 봉인을 해제할 수 있어요.

참고로 이름은 "알람시계"라고 지었어요!

인형들을 꿈나라에서 깨워 현실로 되돌려 보내는 알람시계! 어때요, 엄청 잘 지었죠?

지휘관

빠르게 퍼뜨릴 수 있을까?

에사키 푸린

에엑?! 아이 이런 건 좀 받아 주시면 어디 덧나나요...

퍼뜨리는 거야 당연히 문제 없죠, 인형분들과 링크할 통로만 만든다면 대규모로 전파할 수 있어요.

그리고 추측이지만, HK433 씨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지휘관

좋아, 그럼 현재 계획은 HK433이 바이러스 전파를 지원 가능함을 전제로 진행한다.

보이스

사전 검증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지휘관

그러기엔 시간이 없어, 한시라도 빨리 모두를 되찾아야 해.

에사키 푸린

음... 푸린도 최대한 빨리 하는 게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요, 이제 막 실마리를 잡은 참인데 바로 움직이는 건 역시 너무 무모하지 않을까요?

보이스

동의한다. 지휘관, 푸린 양이 2Z64 구역을 더 확실히 조사한 다음 계획을 구상하기를 권한다.

두 사람이 입을 모아 건넨 의문에, 지휘관은 입술을 깨물고 침묵하기만 했다.

지휘관

...방금 인형들은 의식만 2Z64 구역에 업로드되었다고 했지? 그럼 그들의 소체는?

에사키 푸린

아 네, 추적 결과 어느 버려진 구역까지 이동해 안치됐다는 것까진 알아냈어요, 대강적인 좌표뿐이지만요.

보이스

......

지휘관, 이 좌표는... 버려진 S09 기지다.

에사키 푸린

네? 거기 원래 기지였어요? 왜 버린 거예요?

그날 닥쳤던 날벼락 같은 재난.

그곳은 폭발과 포화에 의해 초토화됐었다.

지휘관

......

흩어져서 움직인다. 보이스는 푸린과 함께 2Z64 구역으로 잠입, HK433와 합류해.

나는 S09 구역으로 가서, 인형들의 소체가 있는 위치를 찾고 너희의 소식을 기다리겠어.

푸린이 "알람시계" 전파에 성공하면, 나는 깨어난 인형들을 지휘해 그곳을 벗어난다. 실패 시 퇴각하고.

보이스

반대한다. 지휘관에겐 너무 위험한 작전이야.

에사키 푸린

맞아요! 이제 막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무작정 출동은 위험해요!

지휘관

리스크는 나도 알아. 신중하게 대응할게.

보이스

지휘관...

에사키 푸린

그래도...

지휘관

작전을 개시한다, 지금 즉시.

넓지 않은 지휘실에서 무의식적으로 뻗은 손에 잡히는 것은 공허함뿐.

결국 지휘관은 천천히 손을 거두고 혼자 중얼거렸다.

지휘관

미안해...

푸린... 보이스...

지휘관이 시선을 떨구었다.

지휘관

작전이 문제투성이란 걸 알면서도 강행했어...

......

그래, 두려워서...

파묻은 감정을 파내려는 듯, 손톱이 손바닥을 찔렀다.

지휘관

네 말대로였어, 보이스....

보이스

...지휘관, 지금 지휘관은 평소와 전혀 다르다.

아무리 험난하고 어려운 임무라 하여도 침착하게 판단을 내리던 지휘관이... 오늘은 눈에 띄게 초조하고 충동적이야.

무슨 우려되는 점이라도 있나?

지휘관

너희가 곁에 있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어... 어떤 전술을 내놔도 끝까지 실행해 주는, 너희가 있는 일상이...

그걸 당연하다 여기다가...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고 말았네...

그래... 더 나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데, 거부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

에사키 푸린

...2Z64 구역이 어떤 세상이냐고요?

평화로워요. 영원한 평화.

갈등도 없고, 분쟁도 없고, 폭력도 없는.

매일 매일이 아름다운 일상의 연속이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요.

지휘관

현실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재난이 일어나는데.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삶과 영원한 평화 중에서 선택하라면, 누구라도 바로 똑같은 선택을 하겠지.

그런데, 나는 너희를 거기서 끌어내서, 위험한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밀어넣으려는 걸까?

지휘관의 회상은 다시 장갑열차가 질주하던 때와, 기지가 파멸했던 그날로 돌아갔다.

그렇게 깊은 밤에도, 잠이 오지 않는 지휘관의 두뇌는 그때의 기억을 몇 번이고 반복 재생했다.

지휘관

......

다시 뜬 눈에 들어온 지휘실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고, 설비들마저 새것이었다. 사면의 벽도 무너질 걱정 없이 든든하게 천장을 받쳤다.

하지만 지휘관은 전혀 안심되지 않았고, 오히려 섬뜩한 오한이 사지를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지휘관

난... 전부 다 잃은 건가?

띵——

괴상한 알림음이 고요를 깨뜨렸다. 지휘관이 고개를 기울여 보니, 거기엔 미즈카네 스즈카가 말한 "선물"이 놓여 있었다.

특이한 외형의 AR 디바이스. 틀림없이, 이걸 머리에 쓰면 2Z64 가상 구역으로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지휘관은 알았다. 그 알림음은 유효 기간이 또 1시간 지났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지휘관

......

AR 디바이스의 붉은색 알림 램프는 마치 충혈된 눈으로 초췌한 지휘관의 모습을 바라보며 비웃는 것만 같았다.

지휘관

잃을 것도 없으면 두려울 것도 없지, 안 그래?

저 시뻘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지휘관은 AR 디바이스를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