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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공각기동대

세상 끝의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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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Z64 구역, 거주 단지 인근의 길거리.

322호는 조금 어리둥절해하며 멈춰버린 시계탑을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나 바라봤을까, 시계 바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322호

으음... 오늘은 뭔가 느낌이 이상하단 말이지...

보이스

...만능이, 오랜만이다.

322호

오, 안녕 동지! 어서와 어서와 식당 지금 절찬 영업 중이야!

오늘 메뉴는 찐감자, 감자채볶음——

보이스

그만 일어나라.

덜컹!

그 말에 322호는 번쩍 든 간판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322호

......방금 지나간 이미지... 뭐야?

얼큰한 국물 속에서 연꽃처럼 피어나는 배추와 함께 들어가는 18가지 식재료가 무한한 조화를 이루는 요리...

미식의 특이점이 그녀의 마인드맵 속에서 폭발해 소우주가 탄생했다.

......2Z64 구역, 미니플렌티의 물자 창고.

작은 형체가 물자의 산을 파고들어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중이었다.

387호

어딨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그 익숙한 인터페이스, 익숙한 그립감... 분명 어디서 본 적 있는데!

QBU191

TPS.

387호

...어? 388호?

QBU191

아직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나요?

따오기가 신작 게임 카트리지를 건넸다.

QBU191

지휘관이 드리는 선물이에요.

TPS

......

TPS는 그것을 멍하니 받았다.

......2Z64 구역 거주 단지의 카페.

한적한 오후, 스프링필드는 금방 만들어낸 얼 그레이 진 믹스를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스프링필드

......

그분이 마시고 싶어하신 칵테일을 만들어냈지만...

나도 참, 정작 오늘 여기 오실지를 모르네요.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스프링필드는 카페 바깥으로 서서히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봤다.

......2Z64 구역의 어딘가.

HK433과 푸린은 나란히 길가에 앉았다. 그리고 저물어 가는 태양은 그 마지막 위광을 발하며, 분해되듯 천천히 떨어졌다.

이 공중누각 같은 가상 세계처럼.

에사키 푸린

당신은 모두를 깨우러 안 가세요?

HK433

다른 두 분이서 충분해요.

에사키 푸린

아하.

푸리는 저 멀리서부터 무너져 가는 2Z64 구역을 바라봤다. 건물들은 하나씩 쪼개지고 분해되어, 잔해도 석양에 녹아버리듯 사라져 갔다.

에사키 푸린

앗, 저기 보세요!

HK433

뭔데요?

에사키 푸린

푸린이 당신이랑 만났던 미니트루 빌딩이요!

지금 딱 가방에 넣어 둔 웨하스 과자랑 모양이 똑같네요!

HK433

......

에사키 푸린

따오기 씨가 일하던 미니트루 건물은 아직 멀쩡하 아 이제 쪼개지기 시작했네요...

HK433

푸린 씨.

에사키 푸린

네?

HK433

소령과 바토 씨는 이미 2Z64 구역에서 현실로 로그아웃했는데, 왜 푸린 씨는 여기 남아있죠?

에사키 푸린

으음...

HK433

제게 말하지 않은 것이 많아 보이는데요.

에사키 푸린

그게, 푸린은 이제 못 돌아가거든요.

현실 세계, 그리폰 기지의 지휘실.

"병렬화"니 "천연 오일"이니 중얼대며 공유받은 자료를 뒤지는 데 삼매경인 타치코마를 뒤로하고, 지휘관은 준비를 마친 소령에게 고개를 돌렸다.

쿠사나기 모토코

그럼 여기까지야, 지휘관. 우리도 슬슬 돌아가야 해.

바토

시마무라 녀석을 취조해서 알아낼 일도 산더미고 말이지.

바토는 시마무라의 의식이 담긴 메모리 장치를 퉁퉁 두드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휘관

그럼 미즈카네는 이대로 여기에 두고 가려고?

바토

녀석도 한 번 기억을 잃은 느낌을 체험해 보라지.

그리고 여기, 좀 더 강력한 인력이 좀 필요하겠더만?

쿠사나기 모토코

미즈카네와 시마무라를 한 곳에 두기엔 너무 위험하니, 갈라놓는 편이 나아.

지휘관

그렇겠네.

이미 말했지만, 진심으로 너희를 다시 초대하고 싶어.

의체는 기지에 잘 보관해 둘 테니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찾아오길 바라.

바토

그래, 다음에 또 한잔하자고.

쿠사나기 모토코

너무 기대는 마.

다시 만날 수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

지휘관

응.

지휘관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AR 디바이스를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지휘관

그리고...

쿠사나기 모토코

에사키 말이야?

지휘관

어... 그 애, 정말 2Z64 구역에서 나오지 못하는 거야?

바토가 한숨을 쉬었다.

바토

너무 무리했지 뭐야.

빅 브라더의 방에 처음 쳐들어갔을 때 그렇게 크게 다치고선 치료도 안 받고 전장에 돌아가려고 그 난리를 쳤으니.

게다가 목적 달성을 위해 2Z64의 AI를 자신의 데이터와 결합하는 초강수까지 두다니 말이야. 그런 짓을 하니까 거기에 완전히 발이 묶인 것 아니겠냐.

쿠사나기 모토코

둘 다 무리했지.

한 명은 저 가상 세계서 못 나오게 됐지, 다른 한 명은 스스로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서 다시는 거기로 들어가지 못하지...

지휘관

......

쿠사나기 모토코

그래도 걱정할 것 없어, 우리가 끄집어낼 순 있으니까.

대신 이곳에서의 기억을 잃게 되겠지만.

바토

기억은 내가 최대한 복구해보겠어.

지휘관

푸린에게 대신 고맙다 전해 줘. 직접 말하지도 못했거든.

바토

얼마든지.

쿠사나기 모토코

그럼, 간다.

지휘관

잘 지내.

바토

......

쿠사나기 모토코

......

소령과 바토의 의체가 휴면 상태에 빠졌다.

지휘관은 그들에게 정중히 경례하고 지휘실을 나섰다.

바토

......

소령, 뭐 깜빡한 거라도 있어?

쿠사나기 모토코

아니.

그냥 어째선지, 이곳에 자주 오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바토

푸린 녀석 성격상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나면 다시 가겠다 생떼 부릴걸?

쿠사나기 모토코

훗, 그럴지도.

......2Z64 구역의 어딘가.

HK433은 푸린 곁에 똑바로 서서, 저 멀리의 석양을 우수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방금까지만 해도 눈부시게 빛나던 태양이, 지금은 초코볼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에사키 푸린

보이스 씨와 따오기 씨를 포함한 모든 인형들이 로그아웃했어요.

HK433

네.

에사키 푸린

당신은 안 나가세요?

지휘관님이 기다리고 계실 텐데.

HK433

......

에사키 푸린

푸린은 걱정 마세요, 소령님과 바토 씨가 데리러 오실 거예요.

멀쩡히 돌아가기엔 글렀지만요...

HK433

......

에사키 푸린

아차차, 말을 잘못했네요, 안색이 더 어두워졌어요...

HK433

...푸린 씨, 저희와 함께 마지막까지 싸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HK433

당신이 없었다면, 저희는 아마 영영 돌아가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에사키 푸린

엑, 갑자기 그렇게 진지해지시면 어떻게 받아야 할지 곤란한데...

으음...

에사키 푸린

앗, 저것 보세요! 태양이 완전히 지평선을 넘어가려 해요!

푸린이 저 멀리 콩알만해져 저무는 해를 가리켰다.

에사키 푸린

참 기묘하네요... 우주엔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이 있는데, 태양이 지면 계속 이 세상을 밝혀 줄 별이 하나도 없다니.

HK433

그건 우리가 있는 우주가 결코 정지되어 있거나, 균일하거나,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주 공간의 팽창으로 인한――

에사키 푸린

아이 참 이건 감상적인 얘기잖아요!

HK433

아, 죄송해요.

에사키 푸린

당신은 궁금한 적 없었나요?

태양은 지면 어디로 갈까요? 왜 이 세상에 빛을 가져다주고선, 다시 잔인하게 앗아가는 걸까요?

HK433

태양은 지고 나면 다른 곳을 비추죠, 지구는 둥그니까요.

에사키 푸린

......

에휴, 당신과는 이런 얘기가 성립이 안 되네요.

HK433

그리고, 태양이 세상에 선사한 빛을 다시 앗아간다 생각하지 않아요.

적어도 전부는 아니에요.

에사키 푸린

에?

HK433

햇빛은 흙에서 풀을 솟아나게 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새로운 싹을 틔우게 하고, 고양이가 새로 자란 털을 나른하게 정리하도록 해 주죠.

햇빛은 세상에 새 생명을 가져다줘요.

그건 해가 진다고 사라지지 않죠.

에사키 푸린

태양이 왔던, 흔적...

마지막 한 줄기 햇빛마저 사그라들어, 어둠이 살며시 드리웠다.

에사키 푸린

고마워요 HK433 씨, 마지막엔 덜 진지한 얘기를 해 줘서.

HK433

......

에사키 푸린

저도 이만 가볼게요, 지휘관님께 대신 인사 전해 주세요.

HK433

...네.

부드러운 어둠을 향해, HK433은 나지막이 답했다.

HK433

저물은 태양은 다시 떠오릅니다. 저는 햇빛이 남긴 흔적을 기억하며, 다시 해가 떠오를 때를 기다릴 거예요.

현실, 그리폰 기지의 지휘실.

지휘관

돌아왔구나.

HK433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지휘관

......

푸린은 떠났니?

HK433

네. 대신 인사를 전해 달라 했습니다.

지휘관

신세를 다 갚지 못한 기분인걸...

HK433

저도 언젠가 기회가 오길 바라요.

지휘관

그래.

HK433은 미소 지으며 부관 기록 파일을 집었다.

지휘관

그럼, 업무 시작할까.

HK433

네, 먼저 페르시카 씨의 실험실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분의 클레임이 100건 가까이 접수되었습니다.

지휘관

뭐?! 아니 이제 막 모시고 돌아왔더니만 무슨...

HK433

다음, 식당으로부터 대량의 식재료 구입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만 총합 비용이 무려――

지휘관

......

HK433

다음, 창고 관리 인원에게서 신규 물자 구입 요청을 받았습니다. TPS가 오락용품 전용 물류 채널의 창설을 강력 요구 중――

지휘관

......

HK433

그리고——

HK433

...지휘관님? 듣고 계신가요?

지휘관님?

의자 위에 축 늘어진 지휘관은 생각했다. 그 한가하던 나날이 벌써 이렇게 그리워지다니.

【거울문의 지속】END.

......페르시카의 실험실.

페르시카

아니 진짜 뭐냐고! 꼬박 며칠을 난데없이 납치당했다 돌아왔더니 이게 뭔 난장판이야!?

소재 수량 안 맞지, 설비 위치 다 틀리지, 내 커피 머신은 왜 설정이 다 바뀌었어?!

<size=50>이 망할 지휘관은 또 어디서 꾸물대고 있는――?!</size>

위이잉...

그때, 어떤 설비가 가동하는 소리가 페르시카의 불평을 끊었다.

페르시카

세상에 또 뭐가 고장났길래...!

잡동사니로 엉망진창인 실험실을 낑낑대며 가로질러, 페르시카는 난데없이 작동한 설비 앞에 간신히 도달했다.

페르시카

...웬 소체 제조 프로세스 진행 중?

장비 정지해.

......

페르시카

...안 되잖아? 멈출 수가 없어, 안 돼! 원격이야?! 대체 누가 내 물건 함부로 쓰는 건데!?

띵~!

경쾌한 완료음과 함께 제조가 끝났다.

그리고 설비 안에서, 어째선지 많이 익숙한 소녀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에사키 푸린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에사키 푸린이라 합니다!

페르시카

......

에사키 푸린

아, 여기 제 프로필이——

페르시카

————

에사키 푸린

...엑,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페르시카는 거품을 문 채 그대로 혼절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