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생쥐Ⅰ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
날이 저문 도시에서도, 드물게 어두운 골목길.
감시 카메라의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AR15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저 골목 바깥의 불빛이 그녀의 눈을 비출 뿐이었다.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 대신...
그렇게 갑자기 총을 겨누면, 나도 반사적으로 사격할 수 있다.
그럼 내 뒤에서 나타나지 마.
AR15가 총을 거두고 일어서려던 와중, AN94는 몸을 숙여 무릎을 꿇었다.
당연히 충성의 맹세 같은 게 아니라, 그저 등에 짊어진 무거운 군장 가방을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장비와 전지를 가져왔다. 작전 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에, 보급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안젤리아가 일괄 지급했다.
이 커다란 걸 메고 어떻게 왔어?
하수도를 통해서 왔다. 저번 작전에서 AK12가 이 도시의 하수도 지도를 찾아내 공유해준 덕분이다. 몸을 숨기거나 휴식을 취할 공간도 다수 확인했다.
하지만 모든 통로가 기록되어 있지는 않은데다, 수상한 신호 차단 구역도 존재하니 섣불리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이를 전부 고려한 결과, 사용 가능한 경로는 두세 곳뿐이다.
그 하얀 놈들이 있는데, 차단 구역이 있는 게 당연하지.
얼마나 챙겨왔는지 보자...
탄약 한번 엄청 많네. 둘이서 다 쓰지도 못할 거 같은데. 그리고 신호 필터 장치에, 체온 분석기에... 이 쇠지렛대는 뭐하러 가져온 거야?
AK12가 유용할지도 모른다면서 줬다. 그리고 여기, 네 무전기다. 암호화 방식을 바꾸었으니 확인하도록.
고마워... 이건 또 뭐야?
AR15가 가방 바닥에 깔려있던 책을 꺼냈다.
【성경】이다.
...이것도 AK12가 챙기라고 한 거야?
그래, 작전 중 네게 필요할 거라고 했다.
그럴 리가...
아, 안에 플러그인 칩셋이 있네.
현 상태의 너는 지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으니, 대신 그 칩셋을 통해 네게 필요한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신경써 주다니 정말 고맙네.
그건 AK12가 준비해준 거다. 감사는 AK12에게 해라.
입만 열면 AK12, AK12... 대체 걔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이건 호감이 아니다...
나는 출고될 때부터 이렇게 설계되었다. AK12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는 것이 나의 존재 의미이자 행동지침이고, 운명이자 귀속이다. 이것이 보다 정확한 묘사다.
...듣기 좀 징그러운데.
네 행동 기록을 확인해본 결과, M4A1에 대한 너의 행위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본다만.
그건 빌어먹을 핵심명령 때문이고.
M4는 더 이상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어.
하지만 네 그 "묘사"는, 마치 성경 속의 신을 대하는 신도 같은걸?
병적일 정도야.
성경을 읽어본 적 있나?
내 데이터베이스에 기본 상식 정도는 들어있어. 인류의 종교나 생활 습관 같은 거.
...인간은 신에게 신앙심을 바치면서, 신이 그들을 운명 속에서 구원해주기를 바라지.
그렇다면... 너는 신의 존재를 믿는가?
인형이 신을 믿어서 뭐해? 설마, 신의 조언과 위로가 필요할 정도로 마인드맵이 허약해졌어?
그저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리고 너는 자꾸 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흥...
이 세상에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내 신은 분명 페르시카겠지.
나한테 이런,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아득바득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내린 "신"에게, 내가 과연 "신앙심"을 바칠 거라고 생각해?
인형은 완전히 설계되어 만들어진다. 신은 창조주고, 창조주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인간이 자신의 신을 질의하지 못하는 것처럼.
참 시시한 답변이네.
하지만 항상 운명에 묶여 있는 인간과 달리, 우리는 창조주의 명령을 제외하면 아무런 구속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거역자"인 것이다.
창조주의 결정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이외에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정은, AK12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이루어 주는 것이다.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 해도?
너와 나는 다르다. 우리에게 죽음이란 개념은 거의 없으니까.
우리는 임무를 완수하고, 누군가에게 종속되기 위해 존재한다.
...됐어, 그만해.
그냥 아무 말도 안 한 거로 쳐줘.
내 말이 불편했나?
아니.
.....
아무래도 내가 널 불편하게 한 것 같은데.
......
왜 안젤리아가 나랑 너를 한 팀으로 짠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어휴, 우리 둘 다 수다 떠는 성격도 아니고 할 얘기도 없으니, 그냥 임무에나 집중하자.
그래, 임무가 최우선이다.
네 배터리 3개 모두 충전이 거의 완료됐다. 소체 교정기의 확인 램프가 켜지면 움직여도 된다.
알았어.
난 교외 담당, 넌 시내 담당. "만약 하얀 녀석들을 발견했을 경우, 함부로 교전하지 말 것."
"그들의 위치를 기록하고, '노드'와 관계가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확인하라."
임무 확인 완료. 5초 전. 3, 2, 1... 임무 개시!
......
도시의 어느 번화가. AN94는 그 한복판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AN94. AR15, 응답하라.
AR15가 응답. 지금 신호 밀집 구역으로 이동 중이야. 그쪽은 어때?
계획에 따라 잠복 스캔 중이다.
네가 위치한 구역 외에 새로 나타난 의심되는 신호는 총 43곳이며, 그중 18곳은 하얀 세력의 주파수로 확인된다. 나머지는 정확한 위치 파악이 안 되는데, 스캔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가?
아니, 안젤리아가 잔챙이들은 다른 사람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어. 적에게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은 피해야 해.
"노드"와 관련된 단서를 찾는 것에 집중하면 돼, 가치가 높은 목표를 빨리 찾아내야지.
알겠다. 현재 확인된 유닛을 감청 중이다. 아직 추가 정보는 없다.
그리고... 이상한 점으로, 철혈로 의심되는 신호도 감지되었다.
철혈이라고?
어째서 이곳에 철혈이 있는 거야!?
아직은 "의심"될 뿐이다. 아주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매우 근접하다. 이 도시에 철혈이 있는 건 거의 확정할 수 있다.
철혈이 왜 베오그라드에...
그렇다는 건, 그 녀석도 온 건가...
AR15... 현재 우리의 우선 목표는 철혈이 아니다.
최우선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래, 네 말이 맞아.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신호의 위치만 표시해. 나머진 임무를 끝내고 다시 생각하자.
알았다, 위치를 표시했다.
이건 잠시 내버려 두자.
그리고...
목표 구역에 도착했어.
여긴... 병영인가?
......
보초병이 사주 경계를 하며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을 틈타, 한 그림자가 소리 없이 벽을 넘었다.
AN94, 들려?
들린다. 현재 상황은?
지금 군의 주둔지에 들어왔어. 예상대로, 신호가 매우 뚜렷해... 신호의 위장 방식도 아마추어 수준이야. 이거 오히려 함정이 아닐까 싶을 정도네.
그럼 일단 이탈할 건가?
함정인 걸 알면서 뛰어드는 게 한두번도 아닌데 뭘. 그리고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데이터 블랙 에이리어를 만들어. 안젤리아한테 연락해야겠어.
꼭 무전기를 사용해야 하나? 아무리 암호화를 거쳐도 이런 구식 신호는 감청당하기 쉽다. 네 지나 프로토콜을 개방해도 될 텐데...
또 "그 소리"를 듣고 싶진 않아. 잡담은 됐으니 일에나 집중하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알았다.
데이터 블랙 에이리어 생성. 60초간 유지 가능하다.
안젤리아, 응답바란다.
여기는 안젤리아. 진전이라도 있나?
여기는 AR15.
지금 첫 번째 하얀 세력 신호 밀집 구역을 조사 중이야. 군 주둔지인데, 규모가 크진 않아.
군사 구역은 "노드"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먼저 잠입해 정찰 중이었어.
이쪽의 신호 발생 위치를 특정할 수 있어. 여길 파괴할 필요가 있을까?
섣불리 움직이지 마.
침투 목표 제거 담당자는 따로 있으니까, 너흰 특정해낸 위치 정보를 나한테 전달하기만 하면 돼.
그럼 그 군 기지 전체를 감시하도록. 내 직감상, 거기서 월척이 낚일 거야.
이해가 가질 않아.
그 "노드"라는 게 대체 얼마나 중요한 거야?
여기 숨어있는 적들이 이 도시의 사람들을 해쳐도 상관없을 정도로 중요해?
너희의 임무는 "노드"와 관련된 단서를 찾는 거지, 민간인 보호가 아니야.
그리고 지금 넌 안전계약사의 직원도 아니잖아, AR15.
...알았어.
이곳 말고도 AN94가 다른 하얀 세력 신호 밀집 구역을 몇 개 찾았어. 도시 안에 철혈의 신호까지 나타났더라.
그래...
94, 색출한 신호 개수는 정확히 몇 개지?
52개다, 30분 전보다 9개 증가했다.
그 쓰레기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잔뜩 숨어들어 왔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해.
이중 "세례자"가 있다 해도, 이렇게 많은 존재를 감추는 건 무리가 있어.
내가 조사한 바로는, 감추려 한 조치조차 없었어.
그렇다는 건...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거군.
왜 군 주둔지에 하얀 녀석들이 있는지 답이 나왔어.
아무리 하얀 녀석들이 대단하다 해도, 이 나라의 군대를 부릴 수는 없을 텐데...
내가 알기론, 이 나라는 줄곧 절대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어.
나도 하얀 세력이 군대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이런 위험한 국면에서 중립을 유지하려면, 엄격히 선발한 군사력과 정치 능력이 필수불가결이야.
하지만 잎사귀가 썩는 건, 먼저 뿌리가 썩은 다음이지.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건가...
이해했어.
에이리어 유지 시간이 거의 다 됐다.
새로운 정보를 찾을 때까지 계속 감시해. 좋은 소식을 기다리지.
통신 종료.
진짜 귀찮은 임무네... AN94, 나는 주둔지 내부에 숨어서 관찰할 테니까, 넌 다른 출구로 이동해 감시해.
야옹...
야옹?
아, 아무것도 아니다. 좌표 확인. 30분 후 도착하겠다. 통신 종료.
AN94가 통신을 종료했다.
다리에 푹신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공원의 길고양이였다.
AN94는 허리를 숙이고 고양이를 들어, 무릎에 내려놓고는 살며시 쓰다듬었다.
정말 귀여운 생물이지?
...?
참 귀엽고 친근하다니까. 겉모습만 보면, 누가 고양이는 사실 무서운 포식자라고 생각할까?
너는...?
아, 미안 미안. 난 여기서 살아. 평소처럼 고양이 밥 주러 온 거니까 신경 쓸 거 없어.
소녀가 사료를 바닥에 뿌리자, AN94의 무릎에 앉아있던 고양이는 바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이만 가봐야 하니, 그럼.
AN94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소녀와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 소녀가 속삭였다.
너도 그렇지? 귀엽고 친근한 포식자 언니.
!!
AN94가 놀라 돌아봤지만, 소녀는 온데간데 없었다.
땅바닥의 사료와, 길고양이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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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저문 도시에서도, 드물게 어두운 골목길.
감시 카메라의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AR15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저 골목 바깥의 불빛이 그녀의 눈을 비출 뿐이었다.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 대신...
그렇게 갑자기 총을 겨누면, 나도 반사적으로 사격할 수 있다.
그럼 내 뒤에서 나타나지 마.
AR15가 총을 거두고 일어서려던 와중, AN94는 몸을 숙여 무릎을 꿇었다.
당연히 충성의 맹세 같은 게 아니라, 그저 등에 짊어진 무거운 군장 가방을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장비와 전지를 가져왔다. 작전 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에, 보급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안젤리아가 일괄 지급했다.
이 커다란 걸 메고 어떻게 왔어?
하수도를 통해서 왔다. 저번 작전에서 AK12가 이 도시의 하수도 지도를 찾아내 공유해준 덕분이다. 몸을 숨기거나 휴식을 취할 공간도 다수 확인했다.
하지만 모든 통로가 기록되어 있지는 않은데다, 수상한 신호 차단 구역도 존재하니 섣불리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이를 전부 고려한 결과, 사용 가능한 경로는 두세 곳뿐이다.
그 하얀 놈들이 있는데, 차단 구역이 있는 게 당연하지.
얼마나 챙겨왔는지 보자...
탄약 한번 엄청 많네. 둘이서 다 쓰지도 못할 거 같은데. 그리고 신호 필터 장치에, 체온 분석기에... 이 쇠지렛대는 뭐하러 가져온 거야?
AK12가 유용할지도 모른다면서 줬다. 그리고 여기, 네 무전기다. 암호화 방식을 바꾸었으니 확인하도록.
고마워... 이건 또 뭐야?
AR15가 가방 바닥에 깔려있던 책을 꺼냈다.
【성경】이다.
...이것도 AK12가 챙기라고 한 거야?
그래, 작전 중 네게 필요할 거라고 했다.
그럴 리가...
아, 안에 플러그인 칩셋이 있네.
현 상태의 너는 지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으니, 대신 그 칩셋을 통해 네게 필요한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신경써 주다니 정말 고맙네.
그건 AK12가 준비해준 거다. 감사는 AK12에게 해라.
입만 열면 AK12, AK12... 대체 걔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이건 호감이 아니다...
나는 출고될 때부터 이렇게 설계되었다. AK12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는 것이 나의 존재 의미이자 행동지침이고, 운명이자 귀속이다. 이것이 보다 정확한 묘사다.
...듣기 좀 징그러운데.
네 행동 기록을 확인해본 결과, M4A1에 대한 너의 행위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본다만.
그건 빌어먹을 핵심명령 때문이고.
M4는 더 이상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어.
하지만 네 그 "묘사"는, 마치 성경 속의 신을 대하는 신도 같은걸?
병적일 정도야.
성경을 읽어본 적 있나?
내 데이터베이스에 기본 상식 정도는 들어있어. 인류의 종교나 생활 습관 같은 거.
...인간은 신에게 신앙심을 바치면서, 신이 그들을 운명 속에서 구원해주기를 바라지.
그렇다면... 너는 신의 존재를 믿는가?
인형이 신을 믿어서 뭐해? 설마, 신의 조언과 위로가 필요할 정도로 마인드맵이 허약해졌어?
그저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리고 너는 자꾸 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흥...
이 세상에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내 신은 분명 페르시카겠지.
나한테 이런,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아득바득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내린 "신"에게, 내가 과연 "신앙심"을 바칠 거라고 생각해?
인형은 완전히 설계되어 만들어진다. 신은 창조주고, 창조주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인간이 자신의 신을 질의하지 못하는 것처럼.
참 시시한 답변이네.
하지만 항상 운명에 묶여 있는 인간과 달리, 우리는 창조주의 명령을 제외하면 아무런 구속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거역자"인 것이다.
창조주의 결정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이외에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정은, AK12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이루어 주는 것이다.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 해도?
너와 나는 다르다. 우리에게 죽음이란 개념은 거의 없으니까.
우리는 임무를 완수하고, 누군가에게 종속되기 위해 존재한다.
...됐어, 그만해.
그냥 아무 말도 안 한 거로 쳐줘.
내 말이 불편했나?
아니.
.....
아무래도 내가 널 불편하게 한 것 같은데.
......
왜 안젤리아가 나랑 너를 한 팀으로 짠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어휴, 우리 둘 다 수다 떠는 성격도 아니고 할 얘기도 없으니, 그냥 임무에나 집중하자.
그래, 임무가 최우선이다.
네 배터리 3개 모두 충전이 거의 완료됐다. 소체 교정기의 확인 램프가 켜지면 움직여도 된다.
알았어.
난 교외 담당, 넌 시내 담당. "만약 하얀 녀석들을 발견했을 경우, 함부로 교전하지 말 것."
"그들의 위치를 기록하고, '노드'와 관계가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확인하라."
임무 확인 완료. 5초 전. 3, 2, 1... 임무 개시!
......
도시의 어느 번화가. AN94는 그 한복판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color=#00CCFF>여기는 AN94. AR15, 응답하라.</color>
<color=#00CCFF>AR15가 응답. 지금 신호 밀집 구역으로 이동 중이야. 그쪽은 어때?</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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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네가 위치한 구역 외에 새로 나타난 의심되는 신호는 총 43곳이며, 그중 18곳은 하얀 세력의 주파수로 확인된다. 나머지는 정확한 위치 파악이 안 되는데, 스캔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가?</color>
<color=#00CCFF>아니, 안젤리아가 잔챙이들은 다른 사람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어. 적에게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은 피해야 해.</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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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알겠다. 현재 확인된 유닛을 감청 중이다. 아직 추가 정보는 없다.</color>
<color=#00CCFF>그리고... 이상한 점으로, 철혈로 의심되는 신호도 감지되었다.</color>
<color=#00CCFF>철혈이라고?</color>
<color=#00CCFF>어째서 이곳에 철혈이 있는 거야!?</color>
<color=#00CCFF>아직은 "의심"될 뿐이다. 아주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매우 근접하다. 이 도시에 철혈이 있는 건 거의 확정할 수 있다.</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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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최우선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color>
<color=#00CCFF>하지만...</color>
<color=#00CCFF>...그래, 네 말이 맞아.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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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그리고...</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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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초병이 사주 경계를 하며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을 틈타, 한 그림자가 소리 없이 벽을 넘었다.
<color=#00CCFF>AN94, 들려?</color>
<color=#00CCFF>들린다. 현재 상황은?</color>
<color=#00CCFF>지금 군의 주둔지에 들어왔어. 예상대로, 신호가 매우 뚜렷해... 신호의 위장 방식도 아마추어 수준이야. 이거 오히려 함정이 아닐까 싶을 정도네.</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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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함정인 걸 알면서 뛰어드는 게 한두번도 아닌데 뭘. 그리고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color>
<color=#00CCFF>데이터 블랙 에이리어를 만들어. 안젤리아한테 연락해야겠어.</color>
<color=#00CCFF>꼭 무전기를 사용해야 하나? 아무리 암호화를 거쳐도 이런 구식 신호는 감청당하기 쉽다. 네 지나 프로토콜을 개방해도 될 텐데...</color>
<color=#00CCFF>또 "그 소리"를 듣고 싶진 않아. 잡담은 됐으니 일에나 집중하지?</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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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여기는 AR1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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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섣불리 움직이지 마.</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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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94가 통신을 종료했다.
다리에 푹신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공원의 길고양이였다.
AN94는 허리를 숙이고 고양이를 들어, 무릎에 내려놓고는 살며시 쓰다듬었다.
정말 귀여운 생물이지?
...?
참 귀엽고 친근하다니까. 겉모습만 보면, 누가 고양이는 사실 무서운 포식자라고 생각할까?
너는...?
아, 미안 미안. 난 여기서 살아. 평소처럼 고양이 밥 주러 온 거니까 신경 쓸 거 없어.
소녀가 사료를 바닥에 뿌리자, AN94의 무릎에 앉아있던 고양이는 바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이만 가봐야 하니, 그럼.
AN94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소녀와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 소녀가 속삭였다.
너도 그렇지? 귀엽고 친근한 포식자 언니.
!!
AN94가 놀라 돌아봤지만, 소녀는 온데간데 없었다.
땅바닥의 사료와, 길고양이마저도.